11. 성심편 상 – 마음을 살피다

1
<경행록>에서 말한다.
금은보화는 쓰고나면 다하게 되지만,
충과 효는 누리고 누려도 다하지 않는다.

2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지만
의롭지 않다면 부유한들 어찌할까?
자식이 한 명만이라도 효도한다면,
자손이 많아서 어디에 쓰겠는가?

3
아버지가 걱정이 없는 것은 자식이 효도하기 때문이고
지아비가 번뇌가 없는 것은 부인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말을 많아서 실수함은 대개 술 때문이고
의가 끊겨서 멀어짐은 오직 돈 때문이다.

4
평소같지 않은 즐거움을 누리고 나면
헤아릴수 없는 우환을 방비해야 한다.

5
총애를 받았거든 치욕을 생각하고
편하게 머물거든 위험을 생각하라.

6
영화가 가벼우면 치욕도 얕고
이익이 무거우면 손해도 깊다.

7
사랑이 지나치면 반드시 소모도 심해지고
명예가 지나치면 반드시 비방도 심해지고
기쁨이 지나치면 반드시 걱정도 심해지고
감춰둔 것이 지나치면 반드시 패망도 심해진다.  

8
공자가 말씀하셨다.
높은 낭떠러지 보지 못하고 어찌 굴러 떨어지는 환난을 알며,
드넓은 바다를 보지 못하고 어찌 풍파가 닥치는 환난을 알까?

9
미래를 알고자 한다면
지나간 일 먼저 살펴라.

10
공자가 말씀하셨다.
거울이 맑은 까닭에 형상을 볼 수 있고,
일이 지나간 까닭에 지금을 알 수 있다.

11
지나간 일은 마치 맑은 거울같고,
미래의 일은 어둡기가 칠흙같다.

12
<경행록>에서 말한다.
내일 아침 일을 해질 무렵부터 확신할 수가 없고,
해질 무렵 일을 오후 네시부터 확신할 수가 없다.

13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비바람이 있고
인간에는 아침 저녁으로 화와 복이 있다.

14
아직 삼척 땅의 흙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면
백년동안 몸뚱이 보존하기 어렵고,
이미 삼척 땅의 흙으로 돌아가고 나서는
백년동안 무덤을 보존하기 어렵다. 

15
<경행록>에 말한다.
나무를 잘 기르면 뿌리가 단단하여  가지와 잎이 무성하니 기둥이 되고,
물을 잘 다스리면 수원이 풍부해져  멀리 흘러 논밭을 두루 이롭게 하고,
사람을 잘 기르면 의기가 크고 식견이 밝아져 충의 있는 선비가 배출되니, 
어찌 기르지 않겠는가?

16
스스로를 믿는 사람, 남들도 역시 그를 믿으니  
오나라와 월나라 같은 [원수지간이라도] 모두 형제가 되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람, 남들도 역시 그를 의심하니 
자기자신 이외는 모두가 적국이 된다.

17
사람이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아라.

18
<풍간>에서 말한다.
물속 깊은 곳 물고기들과
하늘 높은 곳 기러기들은
높아도 활로 쏠 수 있고 
깊어도 낚을 수 있는데,
오직 사람마음만큼은 지척 간에 있더라도
아주 가까운 사람마음은 헤아릴 수가 없다. 

19
호랑이를 그림에 거죽은 그려도 뼛골은 그리기 힘들고
사람을 안다해도 얼굴은 알지만 마음까지 알지 못한다.

20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대화하면서
마음은 수천의 산만큼 떨어져있다.

21
바다가 마르면 끝내 밑바닥을 보겠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

22
강태공이 말씀하셨다.
무릇 사람은 상황을 앞지를 수 없고
바닷물은 수량을 헤아릴 수 없다.

23
<경행록>에 말한다.
다른 사람과 원수를 맺는 것은 재앙을 심는 것이라 말하고
선을 버리고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해치는 것이라 말한다.

24
만약 한 쪽의 말만 듣게되면
곧 서로 헤어짐을 볼 것이다.

25
배부르고 따뜻하면 음욕이 생각나고
굶주리고 추우면 도 닦을 마음 생긴다.

26
소광 선생이 말씀하셨다.
현명한 사람에게 재물이 많으면 그 의지가 훼손되고,
우둔한 사람에게 재물이 많으면 그 허물만 더해진다.

27
사람은 빈한하면 지혜도 짧아지고
복을 누리게 되면 마음이 밝아진다.

28
어떤 일 하나라도 겪지 않으면 
지혜는 하나도 자라지 않는다.

29
종일토록 시비가 있을지라도
듣지 않으면 자연히 없어진다.

30
굳이 찾아와서 시비를 말하는 사람
이 사람이야말로 시비하는 사람이다.

31
<격양시>에서 말한다.
평생 눈썹 찡그릴 일을 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치를 떨 원수란 결코 없다.
훌륭한 이름을 어찌 딱딱한 바위에다 새기겠는가.
길위 행인들 입으로 전해짐이 더 수승한 비석이다.

32
사향을 지니면 자연히 향기가 나니,
하필 구태여 바람따라 서야겠는가?

33
복이 있다고 모조리 누리지는 말라.
복이 다하면 자기 몸은 빈궁해진다.
세력이 있다고 마음껏 부리지 말라.
세력이 다하면 원수를 만나게 된다.
복을 누리면 항상 자신 먼저 아끼고
세력이 크면 항상 자신 먼저 공경하라.
사람이 살면서 교만하거나 사치함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없이 늘어난다.

34
왕참정이 <사유명>에서 말한다.
재주 있다고 다 쓰지 말고 여유를 남겨두어 조물주에 돌려주고
녹을 받아도 다 쓰지 말고 여유를 남겨두어 조정으로 돌려주고
재물 있다고 다 쓰지 말고 여유를 남겨두어 백성에게 돌려주고
복이 있다고 다 쓰지 말고 여유를 남겨두어 자손에게 돌려주라.

35
황금 천냥만을 귀하게 여길 것이 아니다.
사람 말 한마디 듣는 것이 천금보다 수승하다.

36
재주있는 사람이 옹졸한 사람의 종이 되고
괴로움이 즐거움을 낳는 어머니가 된다.

37
작은 배는 많이 싣는 것을 견디기 어렵고
으슥한 길은 혼자 다니기 마땅치 못하다.

38
황금, 그것이 귀한 것이 아니라
안락함이 돈보다 더 가치있다.

39
집에 있으면서 손님을 맞이할 줄 모르면
밖에 나가서도 주인이 적은 줄 알게 된다.
[주인이 없어 손님대접 받기 힘들다.]

40
사는 것이 가난하면, 시장통에서도 서로 아는 사람이 없고
사는 것이 부유하면 깊은 산에서도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

41
사람의 의는 다 가난한데서부터 끊어지고
세상의 정은 어느새 돈있는 집을 향한다.

42
차라리 밑 없는 항아리를 막을지언졍
코 아래 가로놓인 입은 막기 어렵다.

43
사람의 인정은 모두 곤궁함 가운데에서 소원하게 된다.

44
<사기>에서 말한다.
천지에 제를 지내고 사당에 예를 올림에 술이 아니면 누리지 않고
임금과 신하, 친구와 친구 사이에 술이 아니면 의가 깊어지지 않고, 
싸우다가도 서로 화합함에 있어 술이 아니면 권고하지도 못하니,
그러므로 술은 성공과 실패에 있어서 함부로 마실 수 없는 것이다.
 
45
공자가 말씀하셨다.
선비가 도에 뜻을 두었다면서 
거칠게 입고 거칠게 먹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이는
함께 의논할만한 사람이 아니다.

46
순자가 말씀하셨다.
선비가 벗에게 질투가 있으면 어진 사귐으로는 친해지지 않고
군주가 신하에게 질투가 있으면 어진 사람이 다가오지 않는다.

47
하늘은 봉록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대지는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

48
큰 부귀는 하늘에 달려있고
작은 부귀는 근면함에 달려있다.

49
일가를 이루는 아이는 똥마저도 금같이 아끼고
패가망신하는 아이는 금전 쓰기를 똥같이 한다.

50
소강절 선생이 말씀하셨다.
한가하게 머물면서 거리낄 것이 없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하자마자 곧바로 거리낄 것이 생긴다.
입에 상쾌한 것들이 많으면 능히 질병을 만들 수 있고
마음에 시원한 일이 지나치면 분명 재앙이 있게된다.
병이 난 후에 약을 복용할 수는 있지만 
병나기 전 스스로 방비하는 것만 못하다.

51
<재동제군 수훈>에서 말한다.
신묘한 약이라도 원한으로 쌓인 병은 고치기 어렵고
뜻밖의 재산으로 운수 나쁜 사람 부귀하게는 못한다.
일을 만들고 나서 일이 생겼다고 그대는 원망하지 말고
남을 해치고 나서 남들이 해친다고 그대는 성내지 말라.
세상천지에 자연히 모든 것은 과보를 받게되니,
멀리는 자손에게 있고, 가까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52
꽃잎이 지고 꽃이 피니, 피웠다가 다시 떨어진다.
비단옷 입다가도 베옷 입고, 다시 바꿔 입게되니
[귀한 신분도 낮아질 수 있고,
 낮은 신분도 높아질 수 있다.]
넉넉한 집안이 반드시 항상 부귀한 것은 아니고
가난한 집안이 반드시 게속 적막한 것은 아니다.
남을 돕는다 해도 반드시 푸른 하늘위로 오르지 않고,
남을 밀어뜨린다고 반드시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는다.

53
뱀처럼 독살스런 사람의 마음 탄식할만 하지만
하늘눈이 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음을 누가 알까.
지난 해 동쪽 이웃의 물건을 망령되이 가져가니,
오늘에는 북쭉 집안으로 도로 돌아가는구나.
정의 없는 돈과 재물은 끓는 물에 뿌려진 눈과 같고
뜻밖에 오는 전답은 물에 뿌려진 모래같아서,
만약 교활함과 속임수를 가지고 생계로 삼으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떨어지는 꽃잎과 같다.

54
약으로도 재상의 수명 고칠 수가 없고
돈으로도 자손들 현명함을 살 수 없다.

55
하루라도 맑고 한가하면
하루동안 신선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