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보리의 반복된 질문 :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고자 한다면 어떻게 그 마음을 조복받을 수 있습니까?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한 다음, 마땅히 어떻게 머물러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으면 마땅히 이와같이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곧 ‘나는 마땅히 일체 중생을 멸도케 하리라’하되, 일체 중생을 멸도케 하고 나서는 한 중생에 대해서도 ‘멸도 시켰다’함이 없어야 하느니라.
어찌하여 그러한가? 만약 보살에게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실로 법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다고 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가 연등불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법을 얻었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뜻을 이해하건데, 부처님께서는 연등불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법을 얻은 바가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다 옳다. 수보리여, 실로 여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법을 얻은 바가 없느니라.
수보리여, 만약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법을 얻은 바가 있다고 하였다면 연등불께서는 나에게,’그대는 내세에 마땅히 부처를 이루어 호를 석가모니라 하리라’는 수기를 주시지 않았을 것이다.
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법을 얻은 바가 없었기 때문에 연등불께서는 나에게, ‘그대는 내세에 마땅히 부처를 이루어 호를 석가모니라 하리라’는 수기를 주신 것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여래는 곧 ‘모든 법 그대로’라는 뜻이기 때문이니라.
만약 어떤 이가 말하기를, ‘여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한다면 그는 잘못 말한 것이니라.
수보리여, 실로 부처님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하는 법을 얻은 바가 없느니라.
수보리여, 여래가 얻은 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실(實)도 없고 헛됨도 없나니, 이러한 까닭으로 여래는 ‘일체법이 다 불법이다’고 설하느니라.
수보리여 말한 바 일체법은 곧 일체법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그 이름을 일체법이라고 함이니, 수보리여,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의 몸을 장대하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라.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장대한 몸은 곧 장대한 몸이 아니라 그 이름이 장대한 몸이옵니다.
수보리여, 보살 또한 이와 같아서, 만약 ‘내가 한량없는 중생을 멸도케 한다’고 하면, 곧 보살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실로 보살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것은 없나니, 그러므로 부처님은 일체법이 무아상이요 무인상이요 무중생상이요 무수자상이라고 설하느니라.
수보리여, 만약 보살이 ‘내가 마땅히 불국토를 장엄한다’고 하면 그는 보살이라고 이름할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여래가 설하는 ‘불국토의 장엄’은 곧 장엄이 아니라 그 이름이 장엄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여, 만약 보살이 무아법을 통달하였다면 여래는 그를 ‘참다운 보살’이라고 이름하느니라.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에게 육안(肉眼)이 있느냐?
그러하옵니다,세존이시여. 여래는 육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에게 천안(天眼)이 있느냐?
그러하옵니다,세존이시여. 여래는 천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에게 혜안(慧眼)이 있느냐?
그러하옵니다,세존이시여. 여래는 혜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에게 법안(法眼)이 있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법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에게 불안(佛眼)이 있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불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가 저 항하 가운데 있는 모래를 설한 적이 있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모래를 설하신 적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저 항하의 모래알 수만큼 많은 항하가 있고, 또 그 많은 항하에 있는 모래알 수만큼이나 많은 부처님의 세계가 있다고 한다면 그 세계가 얼마나 많다고 하겠느냐?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토록 많은 국토에서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을 여래는 다 알고 있느니라. 왜냐하면 여래가 말한 모든 마음은 다 마음이 아니요, 그 이름이 마음이기 때문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과거심도 얻을 수 없고 현재심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심도 또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어떤 사람이 칠보로써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찰 만큼의 보시를 하였다면, 이 사람은 그 인연으로 얻을 복이 많겠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그 인연으로 얻을 복이 매우 많겠나이다.
수보리여, 만약 복덕이 실체가 있는 것이라면 여래는 얻을 복덕이 많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나, 복덕이 본래 없는 까닭에 여래는 복덕이 많다고 설하느니라.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를 가히 구족색신(具足色身)을 통하여 볼 수 있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구족색신으로는 여래를 마땅히 볼 수 없사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설하신 구족색신은 곧 구족색신이 아니라 그 이름이 구족색신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를 가히 여러가지 거룩한 상호를 갖춘 겉모습(具足諸相)을 통하여 볼 수 있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러가지 거룩한 상호를 갖춘 겉모습을 통해서는 마땅히 여래를 볼 수 없사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설하신 거룩한 상호는 곧 여러가지 거룩한 상호가 아니라 그 이름이 거룩한 상호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너희는 ‘여래께서 마땅히 설한 바 법이 있다는 생각을 하리라’는 생각을 짓지 말아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설한 법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곧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이니, 내가 설한 바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여, 법을 설한다고 해도 가히 설할만한 법이 없나니, 곧 그 이름이 설법이니라.
그때 혜명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래의 세상에 자못 어떤 중생이 있어 이 법을 설하심을 듣고 신심을 내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저들은 중생도 아니요 중생이 아님도 아니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여, ‘중생·중생’이라 함에 대해 여래는 중생이 아니라고 설하나니, 곧 그 이름이 중생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심은 얻은 바가 없음이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니라. 수보리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있어 어떠한 조그마한 법도 가히 얻은 것이 없기에, 이를 이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하느니라.
또한 수보리여,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이름하나니, 나라는 생각도 없고 남이라는 생각도 없고 중생이기에 하는 생각도 없고 목숨이 계속될 거라는 생각도 없이 일체의 선한 법을 닦으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수보리여, 이른바 선법이라고 하는 것을 여래는 곧 선법이 아니라 그 이름이 선법이라고 설하느니라.
수보리여, 만약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수미산만한 칠보 덩어리를 어떤 사람이 가져다 보시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금강반야바라밀경이나 사구게만이라도 받아지녀 읽고 외우고 남을 위해 해설해 준다면, 앞의 복덕으로는 백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만억분의 일 내지 헤아림이나 비유로도 능히 미치지 못하느니라.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너희들은 ‘여래께서 마땅히 중생을 제도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지니라.
수보리여,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한 까닭이 무엇인가? 실로 여래가 제도할 중생이 없기 때문이니, 만일 여래가 제도할 중생이 있다고 한다면, 여래에게 곧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음이니라.
수보리여, 여래가 설한 ‘나'가 있음은 곧 ‘나'가 있음이 아니거늘, 범부들은 ‘나'가 있다고 하느니라. 수보리여, 여래는 범부에 대해서도 곧 범부가 아니라 그 이름이 범부라고 설하느니라.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가히 삼십이상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삼십이상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사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만약 삼십이상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다면 전륜성왕도 곧 여래라고 할 수 있으리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마땅히 삼십이상으로는 여래를 볼 수 없사옵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색신으로써 나를 보려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려 하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함이라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느니라.”
수보리여, 네가 만약 ‘여래가 상(相)을 구족한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라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여, 여래가 상을 구족한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는 생각을 하지 말지니라.
수보리여, 네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모든 법이 끊어져 아주 없어졌다[斷滅]’라고 생각한다면, 그와 같은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법에 있어 단멸의 상이 있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여, 만약 어떤 보살은 항하의 모래알과 같은 수많은 세계에 가득 찰 만큼의 칠보를 보시하고, 어떤 보살은 일체의 법이 무아임을 알아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 보살이 얻는 공덕이 앞의 보살이 얻는 공덕보다 수승하니라.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보살들은 복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은 복덕을 받지 않사옵니까?
수보리여, 보살은 지은 바 복덕에 대해 마땅히 탐착하지 않는 까닭으로 복덕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느니라.
수보리여, 만약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여래가 온다거나 간다거나 앉는다거나 눕는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내가 설한 바 뜻을 알지 못함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여래는 어디로부터 오는 바도 없고, 또한 어디를 향하여 가는 바도 없기 때문에 여래라 이름하느니라.
수보리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작은 티끌로 만들었다면, 네 생각은 어떠하냐? 이 작은 티끌들이 많다고 하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만약 이 작은 티끌들이 실제로 있는 것이라면 부처님께서는 곧 ‘작은 티끌들’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작은 티끌들은 곧 작은 티끌들이 아니라, 그 이름이 작은 티끌들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삼천대천세계도 곧 세계가 아니라 그 이름이 세계일뿐이옵니다.
왜냐하면 만약 세계가 실로 있는 것이라면 곧 그것을 하나의 덩어리로써 일합상이라고 할 것이오나, 여래께서 말씀하신 일합상은 곧 일합상이 아니라 그 이름이 일합상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일합상은 가히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이건만, 범부들은 그 일에 탐착을 하느니라.
수보리여,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서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을 말씀하셨다’고 한다면,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이 사람이 내가 말한 뜻을 안다고 하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은 곧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이 아니라
그 이름이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일체법을 마땅히 이와같이 알고 이와같이 보며 이와같이 믿고 이해하여 일체 모든것에 대하여 이러하다는 '법상(法相)'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수보리여, 이른바 법상에 대해서도 여래는 법상이 아니라 그 이름이 법상이라고 설하느니라.
수보리여, 만약 어떤 사람이 한량없는 아승지 세계에 가득 찰 만큼의 칠보로써 보시를 하고,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보살심을 발하여 이 경이나 이 경의 사구게만이라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고 다른 이를 위해 연설하여 주면, 그의 복이 앞의 복보다 더욱 수승하니라.
어떻게 다른 이를 위해 연설하여 줄 것인가? 상을 취하지 않고 여여부동(如如不動)하라.
무슨 까닭이냐?
“일체의 생멸하는 모든 것, 유위법은
꿈과 같고 환상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나니
마땅히 이와같이 관할지니라”
■ 경전을 맺음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장로 수보리와 여러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와 일체 세간의 하늘사람·인간·아수라 등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환희하여,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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