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인의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이전의 그것
대도가 무너지니 ‘인’과 ‘의’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지혜가 생겨나니 ‘큰 잘못’이라는 개념이 있게 되었다.
육친이 화목하지 못하니 ‘효’와 ‘사랑’이라는 말이 생겼고,
국가가 어지러워지니 ‘충신’이라는 말이 생기는 것이다.
19. 소박함을 아는 그것
성현을 찾지않고 똑똑함을 버리면 백성에게 백배는 더 이로울 것이요,
어짊을 찾지않고 의로움을 버리면, 백성은 효와 자비를 되찾을 것이요,
계교를 끊어내고 잇속을 버리면, 도적이 있을 수 없다.
이 세 가지로는 문장으로 삼기 부족하기에 군말을 붙이니,
소박함을 지키고 사욕을 줄여라.
20.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이 알고 있는 어머니와 같은 그것
배움을 그만두면 근심이 없다.
순종하는 대답과 아첨하는 대답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
선한 것들과 악한 것들은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누구라도 남들이 꺼리는 것들은 조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한 것들을 다 배우려니 많기도 많거니와 정답이란 없는 것을… 〕
흐리멍텅함이 끝도 없구나!
모두가 큰 잔칫상 받은 듯, 봄날 누대에 오른 듯 기뻐하는데
나만 혼자 덤덤하여 표정조차 없으니,
웃을 줄도 모르는 갓난아이 같구나.
돌아갈 곳도 없이 지칠대로 지칠버렸다!
모두들 돌아갈 곳 넘쳐나는데 나 혼자 남겨져 버렸구나.
나는 어리석은 사람 중에서도 어리석은 사람이라서
제자리에 맴돌기만 할뿐이니!
세상사람 깨어있는데, 나 혼자 몽롱하고,
세상사람들 똑똑한데, 나 혼자 맹하구나.
넘실대는 마음 바다 같구나!
바람부는 마음 그치지 않는구나!
세상사람들 모두 쓸모가 있는데,
나 혼자 미련하여 촌스럽고,
나 혼자 남들과 달리
먹이고 길러주시는 어머니를 바라본다.
21. 미묘한 이치로써 천지만물을 움트게하는 그것
훌륭한 덕의 풍모는 오직 ‘도’를 따르는 까닭이다.
도가 천지만물이 되는 이치는 미묘하여 알기 힘들다.
흐릿하고도 흐릿한데, 그 가운데 형상이 생기고,
모호하고도 모호한데, 그 가운데 만물이 생기고,
그윽하고도 어두운데, 그 가운데 정기가 생기고,
정밀하고도 진실한데, 그 가운데서 진짜가 된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도’의 이름은 사라진적 없이
온갖 것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니,
내가 어떻게 만물이 움트는 조짐을 알 수 있었겠는가?
바로 이 ‘도’ 덕분이다.
22. 곡즉전 - 무엇과도 다투지 않는 성인의 규범인 그것
굽히기에 온전히 지켜내고
휘어지니 곧게 바로세우고
움푹하니 다시 채워지고
낡아지니 새롭게 바뀐다.
적으니까 얻게되고
많으니까 미혹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그 하나, ‘도’를 잡아 천하의 규범으로 삼으니
스스로 내보이지 않는데 도리어 밝혀지고,
스스로 옳다하지 않는데 도리어 드러나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데 도리어 공을 인정받고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데 도리어 오래이어간다.
무엇과도 다투지 않으므로
천하가 그와는 겨루지 못한다.
옛부터 전해져온
‘굽힐 수 있어야 보존할 수 있다’ 함이 어찌 빈말이겠는가?
성심껏 보존하여 ‘도’를 따를지니라.
23. 말을 아껴서 신뢰를 얻고 모든 것을 성취케하는 그것
말도 적은 것이 자연스럽다.
거센 바람도 아침을 넘기지 못하고
거센 폭우도 온 종일 내리지 못한다.
누가 이렇게〔계속되지 못하고 그치도록〕하는가?
하늘과 땅이다.
하늘과 땅도 오래케 못하거늘
하물며 인간은 어떠하겠는가?
〔인간 역시 억지로 잡아두기 힘든 법이다〕
그러므로
〔말을 아끼는 사람은〕
하는 일마다 도를 따르는 사람으로 도와 하나되고
하는 일마다 덕을 따르는 사람으로 덕과 하나되니,
말을 잘못하는 사람은 일을 그르친다.
도와 하나되면, 도 역시 기꺼이 그를 반기고
덕과 하나되면, 덕 역시 기꺼이 그를 반기지만,
그르치게 되면, 허물 역시 기꺼이 그를 반겨서
확신이 부족해지니 불신만 남는구나!
24. 자신만을 위한 찌질한 행동을 싫어하는 그것
까치발을 하는 사람은 단단하게 서지 못하고
성큼성큼 걷는 사람은 오래 다니지 못한다.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사람은 지혜롭지 못하고,
자신이 옳다하는 사람은 시비를 가리지 못한다.
자신을 뽐내는 사람은 공로가 없어지고
자기만 아끼는 사람은 길게가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도’에 있어서는,
말하자면 밥 찌꺼기 군더더기 같은 행동이라서
누구나 싫어하기 때문에
‘도’에 머무는 사람은 자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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