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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관세음보살의 이근원통 수행

 


이때 관세음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셀 수 없는 항하사 모래알만큼 오랜 겁수 이전의 일을 생각해 보니, 관세음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을 때, 저는 그 부처님께 깨달음의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듣고 생각하고 닦는 지혜로 삼매에 들어가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처음에 듣는 성품 가운데서 성품의 흐름을 따라 들어가니, 소리의 대상(所: 聲塵)이 없어지고, 소리의 대상과 들어간 지혜가 이미 고요해지니, 소리의 움직임과 조용한 두 모양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점차 증진하여 듣는 지혜와 듣는 대상이 다하고, 들음이 다한 자리(盡聞; 듣는 지혜와 듣는 대상이 사라짐)에도 머물지 않으니, 깨닫는 지혜(覺; 能覺, 들음이 다한 줄 아는 智慧)와 깨닫는 대상(所覺; 들음이 다한 곳)이 공하여, 공(空; 覺과 所覺이 空함)을 깨달은 지혜(覺; 空을 아는 智慧)가 지극히 원만해져서, 공의 지혜(空; 能空, 覺과 所覺이 滅한 줄 아는 智慧)와 공의 대상(所空; 覺과 所覺이 滅한 곳)이 멸하자, 생멸(生滅; 動·靜·根·覺·空)이 이미 멸하여, 적멸한 경지가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홀연히 세간과 출세간을 초월하여 시방이 원만하게 밝아지면서 두 가지 뛰어난 능력을 얻었습니다. 첫째는 위로 모든 시방 부처님의 본래 깨달음의 묘한 마음과 합하여 모든 부처님의 사랑의 힘과 동일한 능력이며, 둘째는 아래로 시방의 일체 육도중생과 합하여 모든 중생의 간절한 소원과 동일한 능력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관음여래를 공양하며, 그 여래께서 가르쳐주신 '환술처럼 듣는 성품을 훈습하여 듣는 성품을 수행하는 금강삼매(如幻聞薰聞修金剛三昧)'를 받들어 닦아서 여래와 사랑의 힘이 같기 때문에, 제 몸은 서른두가지의 순응력을 성취하여 모든 국토에 들어갑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들이 삼매에 들어가서 정진하여 샘이 없는 법을 닦고 뛰어난 견해가 원만하게 드러나면, 저는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하고, 만일 배우는 단계의 수행자들이 고요한 경지가 묘하게 밝아서 뛰어난 미묘함이 원만하게 드러나면, 저는 그 앞에 독각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하며, 만일 배우는 단계의 수행자들이 12인연을 끊고, 인연이 끊어진 훌륭한 성품에 뛰어난 미묘함이 원만하게 드러나면, 저는 그 앞에 연각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합니다.
만일 배우는 단계의 수행자들이 4성제의 공(空)한 이치를 얻고 도를 닦아 열반에 들려고 할 때, 뛰어난 성품이 원만하게 드러나면, 저는 그 앞에 성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하고, 만일 중생들이 음욕에 얽힌 마음을 밝게 깨달아서 음욕의 경계를 범하지 않고 몸을 청정하게 지니고자 하면, 나는 그 앞에 범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하며, 만일 중생들이 하늘의 주인이 되어 모든 하늘을 거느리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제석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자재한 몸으로 시방세계를 유행하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중생들이 자재한 몸으로 허공을 날아다니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대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중생들이 귀신을 통솔하여 국토를 구제하고 보호하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 앞에 천대장군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세계를 통치하면서 중생을 지키고 보호하기를 좋아하면, 나는 그 앞에 사천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중생들이 하늘 궁전에 태어나서 귀신 부리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 앞에 사천왕국의 태자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중생들이 인간의 왕위에 오르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귀족의 우두머리가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추앙 받는 일을 좋아한다면, 나는 그 앞에 장자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중생들이 명언을 이야기하면서 청정하게 살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거사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중생들이 국토를 다스리면서 방읍을 바로잡아 결단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황제 신하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온갖 음양 등의 술수로 사람들의 몸과 생명을 조절하여 기르면서 스스로 살아가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어떤 남자가 배우기를 좋아해서 출가하여 모든 계율을 지키려고 한다면, 저는 그 앞에 비구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어떤 여인이 배우기를 좋아해서 출가하여 모든 금계를 지키려고 하면, 저는 그 앞에 비구니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어떤 남자가 5계를 받아 지키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우바새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또 여자가 스스로 5계를 지키며 살아가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우바이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어떤 여인이 집안 살림살이로 출세해서 관저와 나라를 다스리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황후의 몸과 재상 부인과 고위 관직의 부인과 정사에 모범이 되는 여인의 모습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남근을 허물지 않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동남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처녀가 그대로 처녀의 몸으로 남아 있기를 좋아하여 사나운 침범을 원하지 않는다면, 저는 그 앞에 동녀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하늘들이 하늘의 무리에서 나오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하늘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용들이 용의 무리에서 나오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용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야차들이 본 무리에서 떠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야차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건달바들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건달바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아수라들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아수라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긴나라들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긴나라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마호라가들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마호라가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좋아하여 사람으로 태어나는 길을 닦고자 한다면, 저는 사람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사람이 아닌 무리로서, 형상이 있는 중생이나 형상이 없는 중생이나 생각이 있는 중생이나 생각이 없는 중생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다 그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이를 '묘하고 청정한 서른두 가지의 순응력으로 국토에 들어가는 몸'이라고 하오며, 모두 듣는 성품을 훈습하여 듣는 성품을 수행하는 삼매에서 나온 무심작용의 묘한 힘으로 자재하게 성취한 법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이 듣는 성품을 훈습하여 듣는 성품을 수행하는 삼매의 무심작용의 묘한 힘(聞熏聞修金剛三昧無作妙力)으로, 시방삼세의 일체 6도 중생과 함께 간절한 소원이 동일하기 때문에, 모든 중생이 저의 몸과 마음에서 열네 가지 무외공덕을 얻게 합니다.

첫째는 저는 스스로 소리를 관찰하지 않고 관찰하는 자체를 관찰함에 따라, 저 시방세계의 고통받는 중생들의 그 음성을 관찰케 하여 해탈할 수 있게 하고, 

둘째는 알고 보는 작용을 돌이켜 회복함에 따라, 중생들이 큰불 속에 들어갈지라도 불이 태울 수 없게 하며, 

셋째는 성품으로 관하여 듣고 돌이켜 회복함에 따라, 중생들이 큰물에 떠내려갈지라도 물에 빠지지 않게 합니다.

넷째는 허망한 생각을 단멸하여 마음에 살해하려는 생각이 없어짐에 따라, 중생들이 귀신 세상에 들어가도 귀신이 해칠 수 없게 하고, 

다섯째는 듣는 성품을 훈습해서 듣는 성품을 성취하여 여섯 감관을 소멸하고 근원을 회복하여 소리와 들음이 동일함에 따라, 중생들이 피해를 당할 지경에 놓일지라도, 칼은 조각조각 부서지고, 군사의 무기는 마치 물을 베고 빛을 불어 끄듯이, 성품이 흔들리지 않게 하며, 

여섯째는 듣는 작용을 훈습한 지혜가 정교하게 밝고 밝음이 법계에 두루 원만하여 온갖 깊은 어둠이 제 성질을 전혀 지키지 못함에 따라, 그 중생들 곁에 야차·구반다귀·비사차·부단나 등이 가깝게 있을지라도 눈으로 볼 수 없게 합니다.

일곱째는 소리의 성질이 원만하게 소멸하고 관찰하여 듣는 작용을 돌이켜 들어가서 소리의 온갖 허망한 경계를 벗어남에 따라, 그 중생의 몸에 구금하고 묶는 칼과 족쇄가 붙을 수 없게 합니다.

여덟째는 소리를 멸하고 듣는 성품이 원만하여 두루 사랑의 힘이 나옴에 따라, 그 중생들이 험한 길을 갈지라도 도적이 겁탈할 수 없게 하고, 아홉 번째는 듣는 본성을 훈습하여 소리의 경계를 벗어나서 요망한 색이 겁탈할 수 없음에 따라, 음욕이 많은 중생들을 애정의 탐욕에서 멀리 벗어나게 하며, 열 번째는 소리가 순수하고 소리의 경계가 없어져서 감관과 경계가 원만하게 융통하여 마주할 자와 마주할 상대가 없어짐에 따라, 노여움과 원한이 많은 일체중생을 온갖 성냄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열한 번째는 소리의 경계를 소멸하여 밝음을 돌이켜서 법계의 몸과 마음이 유리처럼 밝게 사무쳐 장애가 없어짐에 따라, 어둡고 우둔하여 성품이 막힌 일체 일천제(자신이 최고라 고집하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어둠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며, 

열두번째는 형체를 두루 녹여 듣는 본성을 회복하여 도량에서 움직이지 않고 세간을 끌어들이지만 세계를 허물지 않으면서, 티끌처럼 많은 여래들을 공양하며 각각 부처님의 곁에서 법왕자가 됨에 따라, 자식이 없어서 남자아기를 원하는 법계의 중생들에게 복덕과 지혜를 갖춘 남자아기를 탄생케 하며, 

열세 번째는 여섯 감관을 원만하게 통달하여 차별 없이 밝게 비추고, 시방세계를 머금어 크고 둥근 거울의 공한 여래장을 세워서,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여래의 비밀법문을 받들어 순종하고 받아들인 법을 잃지 않음에 따라, 자식이 없어서 여자아기를 원하는 법계의 중생들에게 단정하고 복덕을 갖추고 유순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귀하게 여길 잘생긴 여자아기를 탄생케 합니다.

열네 번째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백억 일월에서 현재 세간에 살고 있는 62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법왕자들이 법을 닦고 모범을 드리워 중생들을 교화하고 있으나, 중생에 맞춰 따르는 방편과 지혜는 각기 다릅니다. 제가 얻은 원만하게 통달한 근본 감관의 경우에는, 묘한 귀의 문을 연 뒤에 몸과 마음이 미묘하게 두루 법계를 머금어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의 이름을 부르는 중생의 공덕을 저 62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법왕자들의 이름을 다 부르는 중생의 공덕과 비교해도, 두 사람의 복덕은 동등하여 다르지 않게 합니다. 세존이시여, 나의 한 이름의 공덕이 저 수많은 이름의 공덕과 다르지 않음은 제가 수행하여 진실하고 원만한 통달 법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중생들이 복을 갖추도록 베푸는 열네 가지 두려움이 없는 힘'이라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이 원만한 통달 법을 얻고 더없이 높은 도를 닦아 증득했기 때문에, 또 네 가지 부사의한 무심 작용의 묘한 공덕을 잘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제가 처음에 묘하고 또 묘한 듣는 마음을 얻고, 마음이 정밀하여 듣는 작용을 버리니,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작용이 따로 가로막히지 않게 되어, 한결같이 원만하고 융통하고 청정하고 보배로운 깨달음을 성취하였습니다. 따라서 저는 뜻대로 여러 가지 묘한 용모를 나타내어, 한없는 비밀신주를 마음대로 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머리 세 머리, 다섯 머리 일곱 머리, 아홉 머리 열 한 머리에서, 이렇게 백 팔 머리 천 머리 만 머리, 팔만 사천 금강머리를 나타내기도 하고, 두 팔 네 팔, 여섯 팔 여덟 팔, 열 팔 열두 팔, 열네 팔 열여섯 팔, 열여덟 팔 스무 팔에서, 스물네 팔까지, 이렇게 일백 팔 팔천 팔, 만팔 팔만 사천 수인 팔을 나타내기도 하며, 두 눈 세 눈, 네 눈 아홉 눈에서, 이렇게 백팔 눈 천 눈, 만 눈 팔만 사천 청정한 보배의 눈을 나타내기도 하며, 때로는 자비로, 때로는 위엄으로, 때로는 선정으로, 때로는 지혜로, 중생을 구제하여 보호하는데 뛰어나게 자재한 능력을 얻었습니다.

둘째는 제가 듣고 생각하는 지혜로 여섯 경계를 벗어 나옴이 마치 소리가 담을 넘어도 장애가 없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저는 묘하게 낱낱 형상을 나타내어 낱낱 주문을 설할 수 있으며, 그 형상과 그 주문은 중생들에게 두려움이 없는 법을 잘 베푸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국토에서는 저를 '두려움이 없는 법을 베푸는 자'라고 부릅니다.

세 번째는 제가 본래 묘하고 청정하고 원만하게 통달한 근본 감관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유행하는 세계마다 중생들이 몸에 지닌 진귀한 보배의 애착을 버리면서 저에게 가엾게 여겨 구제해 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제가 부처님의 마음을 얻고 구경법을 증득했기 때문에, 가지가지 진귀한 보배로 시방 여래께 공양하게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법계의 육도중생이 아내를 구하면 아내를 얻게 하고, 자식을 원하면 자식을 얻게 하며, 삼매를 구하면 삼매를 얻게 하고, 긴 수명을 원하면 긴 수명을 얻게 하며, 이와 같이 또 대열반을 구하면 대열반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한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귀의 문에서 원만하게 비춰 밝히는 삼매로부터 인연하는 마음이 자재하고, 그 자재한 마음으로 흐르는 모양에 들어가서 삼매를 얻고 깨달음을 이루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 부처님 여래께서는 '원만하게 통달하는 법문을 훌륭하게 얻었다'고 감탄하시며, 큰 법회에서 저를 수기하시어 관세음의 이름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저의 관찰하여 듣는 법이 시방에 원만하게 밝혀졌기 때문에 관음이란 이름이 시방세계에 두루 알려진 것입니다.”


이때 세존께서 사자좌에서 온몸으로 똑같은 보배의 광명을 놓으셔서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여래와 법왕자 보살들의 이마를 비추셨으며, 저 모든 여래께서도 온 몸으로 다 같이 보배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은 미진 세계를 거쳐 와서 부처님의 이마를 비추고, 아울러 법회의 뛰어난 보살과 아라한들을 비췄다. 그러자 숲과 나무와 못과 시냇물들은 다 법을 연설하였으며, 교차된 광명은 서로 짜여 보배 실 그물처럼 어우러지니, 대중들은 이전에 본적이 없는 광경을 보면서 모두들 널리 금강삼매를 얻었다. 
즉시 하늘에서 온갖 보배의 연꽃이 비 오듯 내리니,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 하얀색이 사이마다 섞이고 현란하게 조화되어 시방허공은 온통 일곱 가지 보배 색으로 변했다. 이 사바세계의 대지와 산과 강은 동시에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직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국토가 합쳐서 하나가 된 세계만 보이는 가운데, 자연히 울려 퍼지는 범패와 영가의 소리가 들릴 뿐이다.
여기에 여래께서 문수사리 법왕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 스물다섯 뛰어난 무학보살과 아라한들을 보아라. 그들은 각기 최초의 성도방편을 설하면서 다들 진실한 원통 법을 닦았다고 말했다. 저들의 수행은 참으로 우열과 전후의 차별이 없다. 내가 이제 아난을 깨우치려면, 25행 가운데 어떤 법이 그 근기에 가장 알맞겠으며, 또 내가 열반한 뒤에 이 사바세계 중생들이 보살 법에 들어가서 더없이 높은 도를 구하려면, 어떤 방편문을 닦아야 쉽게 성취할 수 있겠느냐?”

문수사리 법왕자가 부처님의 자비로운 뜻을 받들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어서 게송으로 부처님께 답하였다.

깨달음의 본래성품 고요하고 원만하며
원만하게 고요한 깨달음은 미묘합니다.
원래 밝음 비치어 밝힐 대상 생겨나니
밝힐 곳 서고 나서 밝은 성품 없어졌고

미혹 망상 아득하여 허공으로 변했으며
넓은 허공 의지하여 모든 세계 세워지자
헛된 생각 가라앉아 온갖 국토 되었으며
허망하게 지각하여 중생으로 변합니다.

깨달음의 둥근 데서 불쑥 생긴 저 허공도
넓은 바다 작디작은 한 방울의 거품인데
생멸 따라 변화하는 티끌처럼 많은 국토
하나같이 허공에서 생겨 나온 존재이니

물거품이 사라지면 저 허공도 본래 없는데
그 가운데 삼계인들 어느 곳에 기대리까.
근원으로 가는 성품 두 갈래 길 없사오나
방편 따라 가는 길엔 여러 문이 있습니다.

성인 성품 무엇에나 거침없이 통달하여
알맞음도 거슬림도 한결같이 방편 되나
초심자가 수행하여 선정삼매 들 때에는
늦고 빠른 근기 달라 한결같지 않습니다.

색상이란 망상으로 얽혀 짜인 경계로서
정교하게 추궁해도 사무칠 수 없사온데
명철하게 꿰뚫어서 알아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음성이란 온갖 말이 두루 섞인 경계로서
낱말들과 이름들과 구절들의 내용일 뿐
한 마디로 일체 뜻을 담아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향냄새란 화합으로 맡아 아는 경계로서
인연 화합 떠난다면 향냄새가 원래 없어
항상 느껴 알 수 없는 오락가락 저 냄새로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맛봄이란 그 자체가 본연 아닌 경계로서
혀를 대어 맛볼 때만 온갖 맛을 알게 되니
그 느낌이 한결같이 있지 않는 저 맛으로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감촉이란 닿음 따라 밝혀 아는 경계로서
닿는 대상 없어지면 감촉인줄 모르는데
대고 떼는 그 성질이 정처 없는 감촉으로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법 경계란 뜻을 따라 인연하는 경계로서
경계 따라 인식할 때 그 대상이 있게 되니
능과 소를 떠나서는 알지 못할 저 법으로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보는 성품 환히 밝혀 온갖 것을 본다 해도
보는 앞은 분명하나 뒤는 밝게 볼 수 없어
네 구석에 하나 반이 보는 작용 부족한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코로 쉬는 들숨날숨 들이쉬고 내쉬지만
들고나는 그 중간에 어우러진 숨결 없어
내쉬거나 들이쉴 뿐 두루 밟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법으로 원통 법을 이루리까.

맛을 보고 아는 데는 그 까닭이 확실해서
단맛 쓴맛 있어야만 이를 따라 느끼지만
단맛 등이 없어지면 아는 작용 없어지니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몸의 작용 닿는 경계 합할 때는 동일하나
각기 따로 지각할 때 원만하지 못하면서
몸과 촉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이 법으로 원통 법을 이루리까.

뜻 감관은 생각으로 어지럽게 뒤섞여서
고요하여 맑은 경지 볼 여가가 아예 없어
생각하고 기억하며 벗어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세 가지가 섞여 합한 안식으로 보는 작용
그 근원을 따져보면 제 모양이 있지 않아
자체부터 애매하여 결정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시방곳곳 막힘없이 마음으로 듣는 법은
마음 다한 첫 수행의 큰 힘에서 나왔으니
초심자가 들기에는 너무 높은 경지인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코끝에다 모은 생각 본래부터 방편으로
그 마음을 잡아들여 머물도록 단속할 뿐
머물 때는 그 마음이 머무를 곳 머무르니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설법이란 음성으로 문자들을 농하는 일
여러 생을 갈고 닦아 깨친 이는 가능하나
이름이나 구절들은 무루법이 안 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지와 범의 계율 닦아 이 한 몸을 단속하나
이 한 몸을 떠나서는 단속 대상 전혀 없어
원래부터 모든 것에 원만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신통술은 본래부터 많은 생에 닦은 인연
법 경계를 분별함과 무슨 상관있으리까.
생각하는 인연들은 물체에서 못 떠나니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흙의 요소 그 본질을 세밀하게 살핀다면
단단하고 걸리어서 뚫려 있지 아니하고
변화하는 생멸 법은 진실성품 아니거니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물의 요소 그 본질을 면밀하게 살핀다면
생각이나 기억들은 진실 법이 아니어서
부동불변 여여 경지 추궁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불의 요소 그 본질을 자상하게 살핀다면
존재현상 싫어함도 해탈이라 할 수 없어
초심자가 방편 삼아 수행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바람요소 그 본질을 섬세하게 살핀다면
흔들림과 고요함이 서로기대 마주 서니
마주서면 무상각을 성취하지 못 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공의 본질 그 바탕을 깊이깊이 살핀다면
둔탁하고 어두움은 깨달음이 원래 없어
깨달음이 아니라면 보리라고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인식 성질 그 근본을 꼼꼼하게 살핀다면
관찰하는 인식부터 영원히 머물지 않고
마음 쓰는 그 자체가 부질없고 허망한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변천하는 온갖 행이 영원하지 아니해서
염불하는 그 성품도 원래부터 생멸인데
원인결과 지금 와서 달리 받긴 하였으나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저는 이제 제 소견을 부처님께 아룁니다.
세존께서 중생 위해 사바세계 나오셔서
이 세상의 중생들을 교화하는 진실 법도
부처님의 청정하신 음성 따라 듣게 되니
누구든지 수행하여 삼매를 취하려면
듣는 성품 돌이켜야 들어가기 쉽습니다.

온갖 고통 벗어나서 해탈경지 이룬 이여
훌륭하다 그 이름 관세음보살이여
항하강의 모래처럼 많은 겁이 지나도록
티끌처럼 많고 많은 불국토에 들어가서
훌륭하고 걸림 없는 자재한 힘 성취하여
고통 받는 중생에게 무외법을 베풀면서

묘음으로 설법하고 세상 소리 관찰하여
때에 맞는 해조음과 집착 떠난 범음으로
이 세상을 구제하여 너나 없이 편케 하고
출세간의 수행자는 상주 진리 얻는구려.

저는 이제 부처님께 제 진심을 아룁니다.
관세음이 설한 법을 비유하여 말한다면
사람들이 소리 없이 조용하게 쉬는 곳에
시방에서 한꺼번에 북을 쳐서 소리 내면
온갖 곳에 고루 퍼져 한 순간에 다 들리니
이 경지가 바로 원만의 진실입니다.

눈을 뜨고 본다 해도 막힌 곳을 볼 수 없고
입과 코의 그 작용도 이 경우와 한가지며
몸의 촉은 닿아야만 닿는 줄을 알게 되고
마음으로 생각할 땐 두서없이 섞이지만

소리 듣는 그 성품은 담과 벽에 막힘없어
먼 곳이나 가까운 곳 하나같이 다 들어서
다섯 감관 이와 달라 듣는 작용 못 따르니
이 경지가 바로 통달의 진실입니다.

소리 경계 그 본질은 움직이고 조용하여
듣는 성품 가운데서 있다 없다 작용하니
듣는 소리 없을 때는 듣는 성품 없다 하나
듣는 성품 실제로는 없어지지 아니하여

소리작용 없다 해도 없어진 일 원래 없고
소리작용 있다 해도 생겨난 일 본래 없어
생과 멸의 두 경계를 뚜렷하게 떠났으니
이 경지가 바로 영원의 진실입니다.

깊이 잠든 꿈속에서 소리 듣고 생각하여
마음 쓰지 아니해도 생각 없지 아니하니
깨침으로 관찰하여 사유의 길 떠난 자리
몸과 마음 다하여도 따를 수가 없습니다.

넓고 많은 세계 중에 사바국토 중생들은
음성으로 담론하며 자기 뜻을 밝히지만
중생들은 우둔하여 듣는 본성 미혹하고
소리만을 따르면서 윤회하고 있습니다.

아난 비록 많이 외워 아는 지식 뛰어나도
삿된 생각 떨어짐을 면할 길이 없었으니
음욕 늪에 빠지는 일 벗어나질 못했으나
소리 흐름 돌이키면 헛된 생각 없습니다.
 
아난이여 너는 이제 나의 말을 잘 들어라.
나는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서
금강처럼 견고하고 환술처럼 부사의한
부처님의 근본이신 진실한 삼매를
너를 위해 설하여 밝혀 주리라.

지금 너는 한량없는 부처님을 받들면서
하고 많은 비밀법문 남김없이 들었으나
처음부터 음욕번뇌 제거하지 못하다가
듣는 지식 쌓아올려 과오를 저질렀다.

들음으로 부처님의 바른 법을 지니면서
어찌하여 듣는 성품 들으려고 안 했느냐? 
들음이란 자연으로 발생하지 아니하고
소리 따라 이름이나 글자들만 있느니라.

듣는 성품 돌이켜서 소리에서 해탈하면
해탈한 자 네가 아닌 누구라고 하겠느냐?
한 감관을 돌이켜서 근원으로 돌아가면
여섯 가지 감관들도 남김없이 해탈한다.

보고 듣는 작용들은 헛것 보는 눈병 같고
욕계 색계 무색계는 허공 꽃과 다름없다
듣는 본성 되돌려서 눈병 뿌리 제거하면
티끌번뇌 스러져서 깨달음이 맑아지리.

맑은 경계 끝 간 데서 본래 광명 통달하고
고요하게 밝게 비쳐 온 허공을 두루 삼켜
세상으로 돌아와서 온갖 것을 돌아보면
꿈속 일과 다름없이 허망하게 보이리니

꿈속에서 즐겨 노는 그림자 마등가가
어떤 수로 네 형체를 붙들 수 있겠느냐?

세상에서 묘한 술법 자랑하는 환술사가
교묘하게 환술 부려 남녀들을 부릴 적에
눈과 입과 손과 발이 움직임을 볼지라도
한 기틀의 발동으로 흔들리고 움직이니

한 기틀이 발동 멈춰 고요한 데 돌아가면
환술 따라 놀던 남녀 어디에서 찾겠느냐?

여섯 가지 감관으로 흔들리는 그 작용도
원래부터 한 정기의 밝은 데를 의지하여
따로 각기 여섯으로 어우러져 나눴으니
한 감관만 멈춰 쉬어 밝은 본성 회복하면

여섯 가지 감관들도 모든 작용 멈춰 쉬고
티끌 번뇌 때 번뇌를 마음대로 소멸하여
원만하게 밝고 맑은 묘한 경지 이루리라.
티끌번뇌 남은 동안 유학자리 머물다가
밝은 경지 완연하면 그게 바로 여래니라.
아난이여 대중이여
너희들은 뒤바뀌어 듣는 틀을 되돌려라.
듣는 성품 돌이켜서 제 성품을 듣는다면
제 성품으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루리라.
원만한 통달법도 진실로 이와 같을 뿐이다.
  
이것이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께서
한 길을 따라 행하신 열반의 문이다.
지난 세상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이 열반의 문을 이미 성취하셨고
현재 세상의 여러 보살들도
지금 원만한 밝음에 들어가고 있으며
미래에 닦고 배울 사람들도
마땅히 이러한 법을 의지하리라.
나 또한 이 방법으로 증득했으니
어찌 관세음보살만 그렇겠느냐?

참으로 부처님 세존께서
제게 방편의 선택을 명하신 뜻은
말겁 세상을 구제하시고
세상 사람들을 구출하시려는 것이오니
말겁에 열반의 마음을 성취시키려면
관세음의 방편이 가장 뛰어납니다.
그 외 나머지 모든 방편들은
부처님께서 위신력으로
당한 일에 따라 번뇌를 버리게 하신 법이니
오래 닦고 배우거나 얕고 깊은 근기에게
한가지로 두루 설할 법이 못 됩니다.

번뇌 없는 불가사의한
여래장에 머리 숙여 예를 올리오니
부디 미래중생에게 가피를 내리시어
이 문에 의혹이 없게 하시고
방편을 쉽게 성취케 하옵소서. 

아난과 말겁의 고해 중생들을
교화하기에 가장 알맞은 법이오니
단지 이 감관으로 닦기만 하면
원만한 통달이 다른 방편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이것이 저의 진실한 마음입니다.

여기에 아난과 대중들은 몸과 마음이 시원하게 훌륭한 가르침을 깨닫고, 부처님의 보리와 대열반을 바라보니, 마치 볼일 때문에 먼 곳에 갔던 사람이 아직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확실하게 아는 것과 같았다.
법회에 모인 천룡팔부와 배우는 단계의 이승과 새로 발심한 보살들은, 그 수가 무려 열 항하의 모래처럼 많았으나, 모두들 본 마음을 깨닫고 번뇌를 멀리 벗어나서 청정한 법의 눈을 얻었다. 성비구니는 게송이 끝나자, 아라한을 성취하였으며, 한량없는 중생들은 다 비할 데 없이 평등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깨달음의 마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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