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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경 2. 법장비구 48대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일찍이 헤아릴 수 없는 과거, 한량없고도 불가사의한 겁 이전에 정광여래(錠光如來)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한량없는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해탈시켜 모두 도(道)를 얻게 하고, 열반에 드셨느니라.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여래께서 계셨으니, 명호가 광원불이니라. 
그 다음으로 월광불·전단향불·선산왕불·수미천관불·수미등요불·월색불·정념불·이구불·무착불·용천불·야광불·안명정불·부동지불·유리묘화불·유리금색불·금장불·염광불·염근불·지종불·월상불·일음불·해탈화불·장엄광명불·해각신통불·수광불·대향불·이진구불·사염의불·보염불·묘정불·용립불·공덕지혜불·폐일월광불·일월유리광불·무상유리광불·최상수불·보리화불·월명불·일광불·화색왕불·수월광불·제치명불·도개행불·정신불·선숙불·위신불·법혜불·난음불·사자음불·용음불·처세불 등 여러 부처님들께서 지나가셨느니라.
그 다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가 세자재왕(世自在王) 여래·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니라.
그때 국왕이 있었으니,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참된 무상보리심을 발하여 나라를 버리고 왕위를 내어 놓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는데, 그 이름을 법장(法藏)이라 하였느니라. 재주가 뛰어나고 용감하고 슬기로움은 세상에서 뛰어났느니라. 그는 세자재왕 여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느니라.

빛나는 얼굴은 당당하시고
위엄과 신통은 그지없으니
이와 같이 밝고 빛나는 광명
뉘라서 감히 따르리이까.

해와 달과 마니 구슬의
빛이 빛나고 불꽃처럼 타올라도
모두 다 완전히 가려지니
마치 덩어리진 검은 먹과 같네.

여래의 얼굴은 거룩하시어
이 세상을 무엇으로도 견줄 이 없고
바른 깨달음의 크신 음성
시방에 널리 울리네.

계(戒)와 다문(多聞)과 정진(精進)
삼매(三昧)와 지혜(智慧)
그리고 위덕은 짝할 자가 없으니
수승하고도 희유하도다.

모든 부처님들의 법의 바다(法海)를
자세히 보고 깊이 생각해
끝까지 밝히고 속까지 뚫어
그 안과 바닥을 두루 비추네.

무명과 탐욕과 성냄
세존은 영원히 여의었으며
사자와 같은 위대한 이의
신묘한 공덕은 헤아릴 수 없네.

크신 덕과 넓은 공적
그 지혜 또한 깊고 오묘하오니
광명과 위엄을 갖춘 그 모습
대천세계를 떨치네.

원하건대 제가 부처님 되어
거룩한 공덕 저 법왕처럼 갖추어
생사(生死)의 중생 모두 건지고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지이다.

보시하고 뜻을 조화롭게 하고
계행을 지니고 인내하고
끊임없는 정진 거듭하면
이러한 삼매 지혜 으뜸일세.

나도 맹세코 부처님 되어
두루 이러한 서원 행하고
두려움 많은 중생 위하여
편안한 의지처 되리라.

만일 수많은 부처님 계심이
백천만억이라도
한량없는 큰 성인들
그 수가 항하의 모래알과 같아도

이렇듯 많은 부처님들
빠짐없이 받들어 공양하여도
보리도를 굳게 구하여
물러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하리.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많고 많은 부처님 세계
그보다 더 많아 헤아릴 수 없고
그 많은 세계의 국토에

부처님 광명 널리 비치어
모든 국토에 두루하니
이와 같은 정진과 위신력
무슨 재주로 세어 보리요.

만일 제가 부처 된다면
국토 장엄은 으뜸 되고
그곳 중생들은 한결같이 훌륭하며
도량은 참으로 수승하오리.

국토가 마치 열반과 같아서
세상에서 둘도 없으며
마땅히 모든 중생 불쌍히 여겨
내가 제도하고 해탈케 하리라.

시방에서 오는 중생들이
마음이 즐겁고 청정하게 되어
이미 나의 국토에 도착하면
유쾌하고 즐겁고 안온하게 되리라.

원컨대 부처님 굽어 살피사
진실한 저의 뜻 증명하소서.
저 국토에 원력을 세워
있는 힘을 다해 정진하리라.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
그 밝은 지혜 걸림 없으니
저의 마음과 수행 정진을
항상 살펴주옵소서.

만일 이 몸이 어쩌다가
온갖 고난에 빠진다 한들
제가 나아가며 정진하고
참지 못하고 후회하오리까.”

이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 비구는 이 게송을 읊은 후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느니라.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는 위없이 바른 깨달음(無上正覺)을 얻고자 발원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하여 널리 경전의 가르침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마땅히 수행하되 부처님 국토가 청정하고 장엄하여 한량없이 청정 미묘하게 국토를 장엄하겠습니다. 저로 하여금 세상에서 빨리 정각을 이루게 해 주시옵고, 생사 괴로움의 뿌리를 뽑아 버리도록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에 세자재왕 여래께서 법장 비구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대가 수행하고자 하는 바와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은 그대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니라.’
이에 비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그 뜻이 크고 깊어 저의 경계가 아니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저를 위하여 모든 부처님들께서 정토를 이룩한 수행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그것을 듣고자 하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마땅히 수행하여 소원을 원만히 성취하고자 합니다.’
그때 세자재왕 여래께서는 법장 비구의 높고 밝은 뜻과 서원이 심오하고도 광대한 것을 아시고는 법장 비구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느니라.
‘비유하면 큰 바다에서 한 사람이 적은 양이라도 억 겁의 세월 동안 퍼내면 마침내 바닥에 닿아 미묘한 보배를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정진하여 부처님 도를 구하기를 쉬지 않으면 마땅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니, 어떠한 소원도 이루지 못할 것 없느니라.’
그리고는 세자재왕 여래께서는 그를 위하여 210억의 여러 불국토에 살고 있는 천상과 인간의 선악 그리고 국토의 거칠고 미묘함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리고 법장 비구의 소원대로 모두 낱낱이 나투어 보여 주셨느니라.
그때 법장 비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고, 또한 장엄하고 청정한 국토를 그대로 친견하였느니라. 그리하여 더없이 수승하고 가장 뛰어난 원을 세웠느니라. 그때 그의 마음은 맑고 고요했으며, 또한 뜻에 집착하는 바가 없었으니, 일체의 세간에서 그에게 미치는 자가 없었느니라. 그리하여 5겁 동안 사유하였으며, 불국토를 장엄하기 위한 청정한 수행법을 받아들였느니라.”

이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불국토의 수명은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42겁이니라.
그때 법장 비구는 210억이나 되는 여러 부처님들의 미묘한 국토에서의 청정한 수행을 다 거두어 받아들였느니라. 그렇게 수행하고 나서 다시 세자재왕 여래의 처소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합장하고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일찍이 장엄한 부처님의 국토에서의 청정한 수행을 모두 섭취(攝取)하였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법장 비구에게 말씀하셨느니라.
‘법장 비구여, 지금이야말로 그대의 서원과 수행의 결과를 대중에게 널리 알려 기쁘게 보리심을 일으키게 할 때이니라. 보살들은 이미 들은 대로 이 법을 수행하여 그것으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대원(大願)을 성취할 것이니라.’

이에 법장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건대 제 말을 듣고 살펴 주소서. 저의 서원(誓願)을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지옥·아귀·축생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목숨이 다한 뒤에 다시 3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진정한 금빛이 나지 않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를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형체와 빛깔이 같지 않아서 아름답고 추한 것의 차이가 나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숙명통(宿命通)을 얻지 못하여 백천억 나유타 겁의 옛 일을 알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천안통(天眼通)을 얻지 못하여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불국토를 보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천이통(天耳通)을 얻지 못하여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지니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타심통(見他心智)을 얻지 못하여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불국토에 있는 중생들이 생각하는 바를 알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인간과 천신들 가운데 신족통(神足通)을 얻지 못하여 한 찰나(一念頃)에 백천억 나유타에 이르는 모든 불국토를 지나가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누진통(漏盡通)을 얻지 못하여 자신의 생각에 탐착하고 계교하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 부처가 되려는 정정취(正定聚)에 머물지 못하여 반드시 열반(涅槃)에 들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저의 광명에 한계가 있어 백천억 나유타에 이르는 모든 불국토를 비추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수명에 한계가 있어 백천억 나유타 겁에 이르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 가운데 성문들을 능히 헤아릴 수 있고 삼천대천세계의 성문과 연각들이 백천 겁 동안 모두 함께 계산하여 그 수를 알 수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으로서 그 수명은 한량이 없으나 다만 중생제도의 서원에 따라 수명의 길고 짧음을 자유자재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와 같이 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이 좋지 않은 일은 물론 나쁜 이름이라도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들께서 저의 이름을 칭찬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믿고 좋아하여(信樂) 저의 국토에 태어나고자 하여 10념(念)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다만 5역죄(逆罪)와 정법을 비방하는 것은 제외합니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의 중생들이 보리심(菩提心)을 일으켜 모든 공덕을 쌓고 지극한 마음으로 서원을 일으켜 저의 국토에 태어나고자 하는데도 그들의 임종시에 제가 대중들과 함께 가서 그들의 앞에 나타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의 중생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저의 국토를 생각한 뒤 많은 공덕의 근본을 심고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하여 저의 국토에 태어나고자 하는데도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이 32상(相)을 원만히 성취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다른 모든 불국토의 보살들이 저의 국토에 와서 태어난다면 반드시 일생보처(一生補處)의 지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다만 그들의 소원에 따라 중생들을 위하여 큰 서원을 세우고 선근 공덕을 쌓아 일체중생을 제도하거나 또는 모든 불국토를 노닐며 보살의 행을 닦고,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항하의 모래알처럼 한량없는 중생들을 교화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부처님의 도를 세우고자 하는 이는 제외할 뿐입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보통 행인의 지위를 초월하여 곧바로 보현보살의 10대원을 닦도록 하고자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고, 한 번 식사하는 사이에 한량없는 나유타의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 두루 다니면서 여러 부처님들을 공양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이 여러 부처님들 앞에서 공덕의 근본을 드러내려 하는데, 구하는 바의 공양물을 마음대로 모두 갖추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이 일체지(一切智)를 얻어 능히 불법을 연설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이 금강역사와 같은 나라연신(那羅延身)을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중생들과 일체 만물은 장엄하고 청정하며 화려하게 빛나며, 그 모양과 색깔이 수승하고 미묘함을 이루 다 헤아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모든 중생들이 천안통을 얻어 그 이름과 수를 능히 분명하게 헤아릴 수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 내지 적은 공덕이라도 있는 자가 그 도량의 나무가 한없이 빛나고 그 높이가 4백 유순이나 되는 것을 능히 알아보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이 경전을 읽고 외우고 남에게 설법할 수 있는 변재(辯才)와 지혜를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이 지니는 지혜와 변재에 한계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불국토가 청정하여 모두 빠짐없이 시방세계에 있는 일체 무량무수의 불가사의한 부처님의 세계를 비추어 보는 것이 마치 맑은 거울로 얼굴을 비춰 보는 것과 같지 않으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지상이나 허공에 있는 궁전과 누각, 시냇물과 연못, 그리고 화초와 나무 등 국토 안에 있는 일체 만물들은 모두 헤아릴 수 없는 보배와 백천 가지의 향으로 이루어지고, 장엄하게 장식되어 기묘하며, 모든 인간계나 천상계보다 뛰어나며, 그 향기가 널리 시방세계에 퍼져 보살들은 그 향기를 맡고 모두 부처님의 행을 닦게 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세계의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중생들이 저의 광명을 입고, 그들의 몸에 비치기만 하여도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경쾌해져 인간계와 천상계를 초월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세계의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중생들로 저의 이름(名字)을 듣고서 보살의 무생법인(無生法忍)과 갖가지 깊은 다라니(總持)를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세계의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여인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환희하고 즐거이 믿고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고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는 것을 싫어하고 멀리하였는데도 목숨을 마친 뒤에 다시 여인의 모습을 받게 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세계의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에 사는 여러 보살의 무리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목숨을 마친 뒤에도 항상 청정하게 수행하고 범행(梵行)을 닦아 성불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시방세계의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에 사는 여러 천인들과 인간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예배하고 환희심을 내어 믿고 좋아하며 보살행을 닦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천인과 사람들이 공경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사람과 천인들이 의복을 얻고자 하면 생각하는 대로 바로 의복이 생기며, 마치 부처님께서 찬탄하시는 바와 같이 법도에 맞는 미묘한 옷이 저절로 몸에 입혀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옷을 바느질하거나 물들이거나 빨래해야 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에 사는 사람과 천인들이 느끼는 유쾌함과 즐거움이 번뇌를 여읜 비구들과 같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이 뜻에 따라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장엄하고 청정한 불국토를 보고자 한다면, 원하는 대로 보배 나무 가운데에서 모두 빠짐없이 비추어 보는 것이 마치 밝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이 비쳐질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다른 국토에 있는 여러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성불할 때까지 온몸의 근기(諸根)가 부족하여 구족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다른 국토에 있는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들은 이는 모두 빠짐없이 청정한 해탈삼매를 얻고, 그 삼매에 머물러 한생각 동안에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되 삼매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다른 국토에 있는 여러 보살들의 무리로서 저의 이름을 들은 이는 수명이 다한 뒤에 존귀한 가문에 태어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다른 국토에 있는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환희하고 뛸 듯이 기뻐하며 보살행을 닦아 모든 공덕을 구족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다른 국토에 있는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들으면 모두 빠짐없이 보등삼매(普等三昧)를 속히 얻을 것이며, 이 삼매에 머물러 성불할 때까지 항상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일체제불을 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그 국토의 보살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서 듣고자 하는 법문을 자연히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다른 국토에 있는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곧바로 불퇴전(不退轉)의 지위에 이르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만일 제가 부처가 될 때 다른 국토에 있는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음향인(音響忍)·유순인(柔順忍)·무생법인(無生法忍)에 이르지 못하고, 모든 불법에 대해 불퇴전에 이르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이와 같이 비구가 부처님께 그의 원을 말씀드렸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법장 비구는 자신의 서원을 모두 말한 다음에 게송으로 아뢰었느니라.

내가 세운 이 서원은 세상에 없는 일
반드시 위없는 무상도에 이르리라.
이 서원이 원만히 구족되지 않는다면
맹세코 성불하지 않으리.

내가 한량없는 오랜 겁 동안
크나큰 시주가 되지 못하여
가난하고 고통받는 중생 제도하지 못한다면
맹세코 성불하지 않으리.

내가 만일 위없는 부처가 되어
그 명성이 시방세계를 초월할 때
그 명성을 듣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맹세코 성불하지 않으리.

탐욕을 여의고 바른 알아차림 깊이 지니고
청정한 지혜로 도를 닦아서
위없는 진리를 구하고자 뜻을 세워
천상과 인간의 스승 되리.

위신력으로 큰 광명을 펼쳐
널리 끝없는 모든 세계 비추고
세 가지 어두움의 때 소멸시키고
중생의 온갖 재난 구제하리.

그대들 지혜의 눈을 열어
이 세상 어두운 이 눈뜨게 하고
여러 가지 악한 길을 막아 버리고
좋은 세상 가는 길 활짝 열어 주리라.

공덕과 복덕을 두루 갖추어
거룩한 빛 시방세계 널리 비추니
해와 달의 밝은 빛 오히려 무색케 되고
천상의 광명도 숨어 버리네.

중생들을 위하여 법의 창고(法藏)를 열어
널리 공덕의 보배를 베풀고
항상 대중들 가운데 있으면서
사자후로 법을 설하리.

일체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리며
한량없는 공덕 두루 갖추고
서원과 지혜가 빠짐없이 원만하게 이루어
삼계의 영웅이신 부처 되리.

부처님의 걸림없는 지혜와 같이
모든 것에 통달하여 비추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원하옵건대 저의 공덕과 지혜의 힘이
가장 수승한 부처님과 같아지이다.

만약 이 서원이 이루어지면
삼천대천세계가 감동하며
허공에 가득한 모든 천신들
미묘하고도 진기한 꽃비 뿌려 주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 비구가 이 게송을 읊고 나자 두루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천상으로부터 오묘한 꽃이 비 오듯 쏟아져 그 위에 흩날렸으며, 저절로 음악이 울렸고 허공 중에서 ‘결정코 반드시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리라’고 찬탄하는 소리가 들렸느니라.
이에 법장 비구는 이와 같은 크나큰 서원을 구족하여 원만히 성취하려는 진실한 마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세간을 벗어나 깊이 적멸(寂滅)에 들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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