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 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 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동포 여러분!
나는 일찍이 우리 독립 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하였거니와,
그것은 우리 나라가 독립국만 되면
나는 그 나라의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다는 뜻이다.
왜 그런고 하면, 독립한 제 나라의 빈천이
남의 밑에 사는 부귀보다 기쁘고 영광스럽고 희망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공자, 석가, 예수의 도를 배웠고 그들을 지성으로 숭배하거니와
그들이 합하여서 세운 천당, 극락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가 아닐진댄
우리 민족을 그 나라로 끌고 들어가지 아니할 것이다.
일찍이 어느 민족 내에서나
혹은 종교로, 혹은 학설로, 혹은 경제적, 정치적 이해의 충돌로 하여
두 파, 세 파로 갈려서 피로써 싸운 일이 없는 민족이 없거니와
지내 놓고 보면 그것은 바람과 같이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이요,
민족은 필경 바람 잔 뒤에 초목 모양으로 뿌리와 가지를 서로 걸고 한 수풀을 이루어 살고 있다.
중국 창사(長沙)의 조선혁명당 본부 남목청에서 회의를 하던 중, 회의장에 난입한 조선혁명당 간부 이운환에게 가슴에 피격당한 후 병상에서.
세계 인류가 너다 나다 구분 없이 한 집이 되어 사는 것은 좋은 일이요, 인류의 최고요, 최후인 희망이요, 이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멀고 먼 장래에 바랄 것이요 현실의 일은 아니다.
사해동포의 크고 아름다운 목표를 향하여 인류가 향상하고 전진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요, 마땅히 할 일이나,
이것도 현실을 떠나서는 안 되는 일이니,
현실의 진리는 민족마다 최선의 국가를 이루고 최선의 문화를 낳아 길러서
다른 민족과 서로 바꾸고 서로 돕는 일이다.
이것이 내가 믿고 있는 민주주의요, 이것이 인류의 현단계에서는 가장 확실한 진리다.
나는 오늘날의 인류의 문화가 불안전함을 안다.
나라마다 안으로는 정치상, 경제상, 사회상으로 불평등, 불합리가 있고,
밖으로 국제적으로는 나라와 나라의, 민족과 민족의 시기, 알력, 침략,
그리고 그 침략에 대한 보복으로 작고 큰 전쟁이 그칠 날이 없어...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결코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어느 민족도 일찍이 그러한 일을 한 이가 없었으니 그것은 공상이라고 하지 말라.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기에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
이 큰 일은 하늘이 우리를 위하여 남겨 놓으신 것임을 깨달을 때에,
우리 민족은 비로소 제 길을 찾고 제 일을 알아본 것이다...
자유와 자유 아님이 갈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법이 어디서 오느냐 하는 데 달렸다.
자유 있는 나라의 법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서 오고,
자유 없는 나라의 법은 국민 중의 특정한 개인 또는 특정한 계급에서 온다.
어떠한 개인에서 오는 것을 전체주의 또는 독재라 하고
어떠한 계급에서 오는 것을 계급독재라 하며 통칭 파쇼(파시즘)라고 한다.
모든 계급독재 중에도 가장 무서운 것은 철학을 기초로 한 계급독재이다.
수백년 동안 이조 조선에 행하여 온 계급독재는
유교 그 중에서도 주자학파의 철학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다만 정치에 있어서만 독재가 아니라 사상, 학문, 사회생활, 가정생활, 개인생활까지도 규정하는 독재였었다.
이 독재정치 밑에서 우리 민족의 문화는 소멸되고 원기는 마멸된 것이었다.
우리 나라가 망하고 민력이 쇠잔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실로 여기 있었다.
그러므로 어느 한 학설을 표준으로 하여서 국민의 사상을 속박하는 것은
어느 한 종교를 국교로 정하여서 국민의 신앙을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옳지 아니한 일이다.
산에 한 가지 나무만 나지 아니하고 들에 한 가지 꽃만 피지 아니한다.
여러 가지 나무가 어울려서 위대한 삼림의 아름다움을 이루고
백 가지 꽃이 섞여 피어서 봄들의 풍성한 경치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세우는 나라에는 유교도 성하고 불교도, 예수교도 자유로 발달하고
또 철학으로 보더라도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 다 들어와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할 것이니
이러하고야만 비로소 자유의 나라라 할 것이요,
이러한 자유의 나라에서만 인류의 가장 크고 가장 높은 문화가 발생할 것이다.
나라에서 국론을 움직이려면
그 중에서 어떤 개인이나 당파를 움직여서는 되지 아니하고
그 나라 국민의 의견을 움직여야 된다.
백성들의 작은 의견은 이해관계로 결정되거니와
큰 의견은 그 국민성과 신앙과 철학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이 생긴다.
국민성을 보존하는 것이나 수정하고 향상하는 것이 문화와 교육의 힘이요,
산업의 방향도 문화와 교육으로 결정됨이 큰 까닭이다.
교육의 기초가 되는 것은 우주와 인생과 정치에 대한 철학이다.
어떠한 철학의 기초 위에 어떠한 생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곧 국민교육이다.
...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의 꽃을 심는 자유다.
동포 여러분!
이러한 나라가 될진대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네 자손을 이러한 나라에 남기고 가면 얼마나 만족하겠는가.
옛날 기자가 우리 나라를 사모하여 왔고, 공자께서도 우리 민족이 사는 데 오고 싶다고 하셨으며,
우리 민족은 인자함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였으니,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는 세계 인류가 모두 우리 민족의 문화를 이렇게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우리 나라의 젊은 남녀가 다 이 마음을 가질진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 백범 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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