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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도량의 건립

 

15. 도량과 능엄신주

“아난아, 네가 마음 거둬들이는 법을 물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먼저 삼매에 들어가서 닦고 배우는 묘한 문을 설했으니, 보살도를 구하려면, 반드시 먼저 이 네 가지 율의(律儀)를 얼음과 서리처럼 깨끗하게 지켜야 한다. 그러면 저절로 일체의 가지와 잎이 생길 수 없으니, 마음으로 짓는 세 가지 업과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업(業)이 생길 까닭이 없느니라.
아난아, 이러한 네 가지 계율을 잃지 않고 지킨다면, 마음은 조금도 색과 냄새와 맛과 촉감에 붙들리지 않을 텐데, 일체 마구니의 장애가 어떻게 발생하겠느냐?
만일 묵은 습기를 없애지 못할 경우에는 너는 그 사람에게 일심으로 나의 불정광명에서 나온 마하살달다반달라무상 신주(神呪)를 외우게 하라.
이는 이 여래의 무견정상무위심불이 정수리로부터 빛을 놓고 보배 연꽃에 앉아서 설하신 마음의 주문이니라.

또 너는 지난 세상에 마등가와 여러 겁을 지내면서 인연을 맺어왔으니, 맺은 은혜와 사랑의 습기는 한 생이나 한 겁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등가는 내가 한 번 선양한 주문으로 애욕에 얽힌 마음을 영원히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마등가는 오히려 음녀로서 수행할 마음이 없었음에도, 은연중 신비한 힘이 안으로 감응하여 빨리 무학을 증득했으니, 어찌 너희들은 이 모임의 성문으로서 최상의 법을 구하여 성불을 확고한 데 비기겠느냐? 비유하면 너희들은 마치 순풍에 티끌을 날리듯 순조로운데 무슨 어려움이 있다고 하겠느냐?
만일 말세에 태어나서 도량에 앉고자 한다면, 먼저 비구의 청정한 금계를 지키면서 반드시 청정한 계행이 가장 뛰어난 사문을 선택하여 스승을 삼아야 한다. 만일 참답게 청정한 스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네 계율의 위의는 결코 성취하지 못하리라.
계행을 성취한 뒤에는 깨끗한 새 가사를 입고 향을 태우며 조용히 머물러서, 이 마음 부처님이 설하신 신비한 주문을 일백팔 편 독송한 뒤에, 일정한 경계를 정하여 도량을 건립하고, 현재 시방국토에 계시는 더없이 훌륭한 여래들께 대비의 광명을 놓아 이마에 비춰주시기를 원하라.
아난아, 이렇게 말세의 청정비구와 비구니와 세속 신도가 마음속에 음행의 탐욕을 멸하여 부처님의 청정한 계율을 지니고, 도량 안에서 보살의 원을 일으켜 출입할 때마다 목욕하고 여섯 때에 도를 행하여 잠을 자지 않고 삼칠일을 보낸다면, 나는 스스로 몸을 나타내어 그 사람 앞에 가서 이마를 만지며 위로하고 그를 깨우쳐 주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래의 더없이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들어 마음은 이미 깨달아서 스스로 무학의 도를 닦고 증득하고 이루는 법을 알았으나, 말법의 수행자가 도량을 건립하려면 어떻게 수행의 경계를 정해야만 부처님의 청정한 법도에 알맞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말세의 수행자가 도량을 세우고자 한다면, 먼저 설산에서 비니향초를 먹고 자란 힘이 센 흰 소를 찾아야 한다. 이 소는 오직 설산의 깨끗한 물만 마시기 때문에 그 똥이 미세하다. 그 똥을 취하여 전단과 섞어서 그 땅에 발라야 한다. 만일 설산의 흰 소똥이 아니면, 그 소똥은 냄새가 더럽고 추해서 땅에 바를 수 없다. 또 따로 평원에서 땅 겉을 다섯 자쯤 파서 버리고 그 아래 황토를 취하여, 위의 전단과 침수, 소합, 훈육, 울금, 백교, 청목, 영릉, 감송, 계설향과 섞을 때, 이 열 가지를 미세하게 갈아 가루로 만들고 황토와 합하여 짓이겨서 도량 세울 땅에 발라야 하느니라.
여기에 모나고 둥근 열여섯 자의 팔각단을 세워서, 단 복판에 금과 은과 동과 나무로 만든 한 연꽃을 두고, 그 연꽃 안에 발우를 놓고, 발우 속에 먼저 팔월의 이슬 물을 담아서, 이슬 물 속에는 그 시절 따라 있는 꽃과 잎을 두고, 여덟 개의 둥근 거울을 취해서 각각 그 모서리에 두어 꽃과 발우를 에워쌀 것이며, 거울 밖에는 열여섯 연꽃을 세우고, 꽃 사이마다 열여섯 향로를 놓아 향로로 장엄하고, 순전히 침수 향만을 태우되 불이 보이지 않게 하라.
또 흰 소의 젖을 열여섯 그릇에 담아 놓고, 우유로 만든 전병과 온갖 사탕과 기름떡과 젖 죽과 소합과 꿀 저린 생강과 순소와 순 꿀과 온갖 과자와 음식과 포도와 벌꿀 등 여러 가지 맛이 뛰어나고 미묘한 음식을 연꽃 밖에 각각 열여섯 그릇씩 담아 놓고 연꽃 밖을 둘러싸서 모든 부처님과 훌륭한 보살들을 받들어라.
언제나 식사 때는, 만일 밤이면 식사 때를 중야에 맞추고, 꿀 반 되에 수 세 홉을 취해서 준비한 다음, 단 앞에 따로 작은 화로 하나를 놓고, 도루바향을 달인 향 물로 그 숯들을 듬뿍 적셔서 불꽃이 맹렬히 타게 하고, 소와 꿀을 화로 안에 던져 연기가 없어질 때까지 태워서 불보살께 공양하여라.
그 사방 둘레에는 두루 기와 꽃을 달고, 단실 안의 네 벽에는 시방 여래와 모든 보살들의 장식된 형상을 설치하되, 마땅히 정면에는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과 미륵불과 아촉불과 아미타불을 차례로 모시고, 온갖 뛰어난 변화를 갖춘 관음보살의 형상과 함께 금강장보살을 그 좌우편에 안치하고, 제석과 범왕과 화두금강신(火頭金剛)과 청면금강신(淸面金剛)과 모든 삼목금강신(三目金剛)과 지만길금강신(持鬘髻金剛)과 사천왕 등과 빈나(頻那)와 야가(夜迦)를 문 옆 좌우로 안치하라.
또 여덟 거울을 가지고 허공에 엎어 매달아 단 마당에 둔 거울 면과 서로 마주하여 그 형상과 그림자를 겹겹이 서로 비치게 하라.

첫 번째 칠일 동안은 지성으로 시방 여래와 훌륭한 보살들과 아라한들에게 정례하면서, 항상 여섯 때에 주문을 외우고 단을 돌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도를 행하되, 한 때에 항상 일백팔 번씩 행하도록 하라.
두 번째 칠일 동안은 한결같이 온 마음을 기울여 보살 원을 일으켜서, 마음에 잠시도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 그 원에 대한 가르침은 내가 미리 율장에 설해두었으니 그대로 행하라.
세 번째 칠일 동안은 하루종일 한결같이 부처님의 반달라주를 지송하라.
세 번째 칠일 마지막 날이 되면 시방 여래께서 일시에 출현하시니, 거울이 어울려 비치는 곳에서 부처님께서 이마를 만져주실 것이며, 이를 받들어 바로 도량에서 삼매를 닦게 되리라. 일체 여래께서는 이와 같이 말세 수행자들의 몸과 마음을 유리처럼 밝고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아난아, 만일 이 비구의 본 수계사나 같은 모임의 열 비구 가운데, 한 비구라도 계행이 깨끗하지 못한 자가 있으면, 이러한 도량은 흔히 성취되지 않느니라.
삼칠일을 지낸 뒤 단정하게 앉아 편안히 머물러서 백일을 보내면, 뛰어난 근기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수다원을 얻을 것이며, 비록 몸과 마음이 아직 거룩한 과위를  성취하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앞으로 틀림없이 결코 성불하리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리라. 네가 질문한 도량 건립은 이와 같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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