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속효행편
1
손순은 집안이 가난하여 그 아내와 남의 집에 품팔이를 하여 어머니를 봉양했다. [그런데] 자식이 매번 어머니 드실 음식을 빼앗으니, 손순이 처에게 말했다.
“자식이 어머니 드실 음식 빼앗아 먹는데, 자식은 얻을 수 있어도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다오.”
그리고 나서 자식을 업고 귀취산 북쪽 교외로 가서 묻으려고 땅을 팠더니, 갑자기 매우 기이한 석종이 있었다. 놀랍고도 괴이하여 시험삼아 그것을 두드렸더니, 울림이 사랑스러웠다.
아내가 말했다.
“이렇게 기이한 물건을 얻은 것은 분명 아이의 복일테니, 아이를 묻어서는 안됩니다.”
손순이 그러하다 여겨 아이와 돌종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대들보에 종을 매달아 두드렸다.
왕이 맑고 멀리까지 퍼지는 종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여겨 조사하였는데, 그 진실을 듣고나서 말했다.
“옛날 곽거가 아들을 묻으니 하늘이 금으로 된 솥을 내리셨는데, 이제 손순이 자식을 묻으니 땅이 돌로 된 종을 내어주는구나. 옛날과 오늘이 서로 부합하는구나.”
그리고 집 한 채를 내리고, 해마다 쌀 50석을 주었다.
2
상덕이 흉년에 전염병 도는 때를 만나 부모님은 굶주리고 병들어 거의 죽게 되었다. 상덕은 밤낮으로 옷도 벗지 못하고 정성을 다해 편안하게 해드리고 위로했는데, 봉양할 것이 없으면 장딴지 살을 베어 그것을 드시게 했고, 어머니에게 종기가 나자 입으로 빨아 낫게 했다.
왕이 이를 칭찬하며, 매우 두터운 하사품을 내리고, 그 정문(旌門)을 설치하고, 비석을 세워 이 일을 기록하도록 명하였다.
3
도씨 집안은 가난했으나 지극히 효자인지라 숯을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 반찬이 모자라지 않게 했다.
하루는 시장에서 늦어서 바쁘게 돌아가는데, 솔개가 느닷없이 고기를 낙아채 갔다. 도씨가 슬프게 울부짖다가 집에 도착해보니, 솔개가 마당에다 고기를 던져 놓고간 것이다.
하루는 어머니가 아파 때아닌 홍시를 찾으니, 도씨는 감나무 숲을 방황하다 날이 저문 줄도 몰랐다. 어느 호랑이가 앞 길을 여러번 막으면서 올라타라는 뜻을 보이는 것이었다. 도씨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백여리 떨어진 산 동네에 이르러 인가를 찾아 투숙하게 되었다. 얼마 후 집주인이 제삿밥을 권하는데 홍시가 있었다. 도씨는 기뻐하면서 감의 내력을 묻고 다시 자기 뜻을 말했더니 주인이 대답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감을 즐기셨기에 매년 가을마다 감을 200개 골라서 굴 속에 저장해둡니다. 5월이 되면 완전한 것이 일곱, 여덟 개를 넘지 않는데, 이번에는 오십개가 다 익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기이하다 여겼는데, 바로 하늘이 그대의 효심에 감동한 것입니다.”
그러고는 홍시 20개를 남겨주었다.
도씨가 사례하고 문밖으로 나오니, 호랑이가 아직도 엎드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호랑이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닭이 울었다.
훗날 어머니가 천명을 다해 돌아가시자 도씨는 피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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