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염의편
1
인관은 시장에서 솜을 파는데, 서조라는 사람이 곡식으로 솜을 사서 돌아갔다. 그런데 솔개가 그 솜을 낚아채어 인관의 집에 떨어뜨린 것이다.
인관이 서조에게 [솜을] 돌려보내며 말했다.
“솔개가 그대의 솜을 우리 집에 떨어뜨렸기에 그대에게 돌려보냅니다.”
서조가 말했다.
“솔개가 솜을 가져가 당신에게 준 것은 하늘의 뜻이니, 제가 어찌 받겠습니까?”
인관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에게 [솜 값으로 받은] 곡식을 돌려보내겠습니다.”
서조가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준 지 2일이 지났으니, 곡식은 이미 그대의 것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사양하다가 [솜과 곡식을] 모두 시장에 놓고 갔다.
시장을 맡은 관리가 임금에게 이 일을 아뢰었더니, 모두에게 벼슬을 내리셨다.
2
홍공기섭은 어려서 가난한데다 바라는 것이 없었다. 하루는 아침에 어린 여종이 기쁜 듯 종종 뛰어와서 돈 일곱 냥을 바치며 말했다.
“이것이 솥안에 있었는데, 쌀이라면 여러 석이고, 땔감은 몇 바리가 되는데, 참말로 하늘이 내린 것입니다.”
홍공이 놀라며 말했다.
“이것은 무슨 돈인가?”
그리고는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와서 찾아가라는 글을 써서 대문 앞에 붙여놓고 기다렸다.
잠시 후에 유씨 성을 가진 사람이 와서 글의 뜻을 묻기에 홍공이 그에 대해 모두 말해주자 유씨가 말했다.
“이치상 남의 솥안에서 돈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으니, 결과적으로 하늘이 주는 셈입니다. 어째서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홍공이 대답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어쩌겠습니까?”
유씨가 깊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어젯밤에 솥을 훔치러 왔다가 오히려 가세가 너무 쓸쓸한 것이 불쌍하여서 그 돈을 놓고 간 것입니다. 지금 공의 청렴함에 감동하며 회개하니, 양심에서 절러 우러나오는 것으로 다시는 도적질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원컨대 항상 시중들고자 하니, 염려하지 말고 저를 받아주십시오.”
홍공이 이에 돈을 돌려주면서 말했다.
“그대가 선량해진다면 좋지만, 돈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 받지 않았다.
훗날 홍공은 판서가 되었고, 그의 아들 재룡은 헌종의 국구(임금의 장인)이 되었으며, 유씨 또한 믿음을 보여 자신과 집안 모두가 크게 번창하였다.
3
고구려 평원왕의 딸이 어릴 때 울기를 좋아했는데, 왕이 놀리며 말했다.
“그러면 너를 장차 어리석은 온달에게 시집보내겠다.”
그리고 [딸이] 자라서 상부 고씨집안에 시집보내려 했더니, 딸이 제왕은 식언 할 수 없다며 굳이 사양했다.
마침내 온달의 아내가 되었는데, 온달은 집안이 가난하여 돌아다니며 구걸해서 어머니를 봉양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에 주목하여 어리석은 온달이라 했던 것이다.
하루는 온달이 산중에서 느릅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돌아왔다. 공주가 보고는 말했다.
“나는 그대의 배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머리 장신구를 팔아서 집과 밭과 기물을 다소 넉넉하게 사들였다. 말을 많이 길러서 온달의 밑천이 되게 하였고, 결국 [두각을] 드러내어 부귀영화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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