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지나간 2천수백년에 걸쳐 널리 인류의 스승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깨우쳐 주었고, 불교의 개조로서 받들려온 고타마 붓다 샤캬무니가 실제로 어떠한 생애를 보냈으며, 또 그의 가르침이 무엇이었던가 하는 것을 가능한 한 정확히 밝혀보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불전(佛傳)도 아니고 또 불전의 연구서도 아니다. 모든 불전 속에는 신화적 요소가 많고, 또 석존이 가르쳤다는 설법 속에도 후세 사람들의 가필이나 윤색이 매우 많다. 이와 같은 후대의 요소들을 될 수 있는 한 배제하고, 역사적 인물로서의 석존의 생애와 그 교설을 가능한 한 사실에 가깝게 제시하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그러면 신화적인 석존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서의 고타마 붓다의 생애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가 문제다. 그 목적을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첫째로 우리는 근대 학문의 원전 비판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우리는 종교의 성전이라 할지라도 역사적 소산임을 인정하고, 그것이 사상의 발전에 기초하여 성립한 것임을 생각할 때, 후대의 전적보다도 오래 된 전적에 의지하는 편이 더욱 좋다. 그리고 오래된 전적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부분에 의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다른 모든 불전보다도 원시불교성전 중의 경으로서 파알리 語로 된 것, 혹은 그 한역본을 재료로 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원시경전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숫타니파타>의 마지막 두 장과 많은 게송(韻文, 산스크리트語로 가아타아)은 특히 중요시해야만 되는 것이다.
둘째로 우리는 고고학적 자료에 의거하여 확실한 증거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전 중의 가장 오래된 부분에는 비교적 신화적 요소나 석존의 초인화, 신격화는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런 점이 전무한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문헌에 근거하는 한, 신화적이 아닌 석존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묘사를 꿰뚫고, 역사적 면모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확실한 증거 즉 고고학적 자료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셋째로 우리는 불교경전 중의 가장 오래된 것과 거의 동시대의 다른 종교의 성전과를 비교해서 그 사상의 변화를 밝히는 것이 역사적 인간으로서의 석가의 교설이 지니는 의의를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릇, 한 역사적 인물을 있은 그대로 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우리는 가능한 한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 석존의 면모를 그릴 수가 있지 않을가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먼저 그와 같은 역사적 붓다에 관한 서술을 정확히 한 다음 장을 전개해 나아감에 따라서는 신격화되고 전설화된 불전의 내용도 첨가하기로 한다.
저자 이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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