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편 서
이 책의 서문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가훈서를 짓게 된 동기와 자신의 성장과정에 대해 언급하였다. 안지추는 친근하고 자애로운 견지에서 자손들에게 교훈이 될 책을 지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어릴 때 받았던 교육과 성장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고백함으로써, 이 책의 내용이 자신의 일생에서 우러나온 것이고 그것이 자손들에게 감계가 되길 희망하였다.
1. 이 책의 집필 목적
대저 성현이 남기신 글은 사람들에게 충성과 효도를 가르치신 것이니, 말을 삼가고 몸가짐을 단속하여 한 몸을 내세우고 그 이름을 떨치라 하신 가르침 또한 이미 갖추고 있다.
허나 위‧진 이래 쓰인 여러 학자들의 저술은 도리가 중복되고 내용도 되풀이되는 것이 서로 베껴 모방해 마치 지붕 아래에 또 지붕을 내고, 침상 위에 다시 침상을 편 것 같다.
내가 이제 다시금 이런 책을 짓는 까닭은 감히 사물에 법도를 세우고 세상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집안을 바로잡고 자손을 이끌고 타이르는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무릇 똑같이 말을 하더라도 친한 사람의 말은 미덥고, 똑같이 명령을 하더라도 따르던 사람의 명령은 행하기 마련이다.
아이의 심한 장난을 그치도록 하는 데에는 스승의 훈계보다 평소 돌보던 여종의 이끎이 낫고, 평범한 사람들의 형제간 다툼을 그치게 하는 데에는 요순의 도리보다 아내의 달램이 낫다.
이 책이 너희들에게 여종이나 아내보다 지혜로운 것으로 미덥게 여겨지기를 바란다.
2. 내가 자라난 과정
우리 집안의 가풍과 가르침은 평소 엄정하였다.
예전에 나도 일고여덟 살 무렵부터 가르침을 받아 매일 두 형님의 뒤를 따라 아침저녁으로 부모님의 방이 더운지, 춥지는 않은지 살펴드렸으며, 절도 있는 걸음걸이와 조용한 말씨며 단정한 모습 등을 익혔는데, 조심스럽고 공경함이 엄한 임금님을 뵙듯이 하였다.
〈부모님은〉 부드러운 말로 지시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었으며, 모자란 것은 격려하고, 잘한 것은 고무하기를 더할 나위 없이 간절하고 정성스레 하였다.
막 아홉 살이 되었을 때 홀연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온 식구가 다 흩어졌다.
자애로운 형님이 나를 기르느라 온갖 고초를 다 겪었는데 위엄을 보이기보다는 인자하여, 나를 이끌어 가르침에 엄격함이 없었다.
나는 비록 《주례》와 《춘추좌씨전》을 읽었으나, 글쓰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못 물들자 말을 함부로 내뱉을 뿐 아니라 용모나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열여덟아홉 살 때쯤에는 수양할 줄을 조금 알았으나 습관이 타고난 것과 같아 좀처럼 씻은 듯 깨끗해지지 않았다.
스무 살 이후에야 큰 허물이 드물어졌으나 항상 마음과 말이 서로 대적하고, 이성과 감정이 서로 다투었으며, 밤중만 되면 아침의 잘못을 깨닫고, 오늘이 되면 또 어제의 잘못을 뉘우쳤으니, 좋은 교육을 받은 것이 적어 이 지경에 이르렀구나 싶어 스스로 안타까웠다.
지난날의 가르침을 돌이켜 생각하고 몸속 깊이 새겼거니와, 〈그것들은〉 그저 눈으로 훑어보고 귀로 흘려듣던 옛 책의 교훈과는 사뭇 다른 것들이다.
그리하여 이 스무 편을 남기는 것이니, 너희 자손들이 나를 전철로 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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