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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신께 바치는 노래

1
당신은 나를 영원하게 하셨어요. 
그게 당신의 기쁨이겠죠.
이 연약한 그릇 같은 나를 당신은 끊임없이 비우시고 새로운 생명으로 영원히 채우고 계세요.
이 가느다란 갈대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너머로 가져가시며,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계시죠.
당신의 영원한 손길에 내 작은 가슴은 기쁨에 젖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외쳐요.
끝없는 당신의 선물을 나는 이 작은 두 손으로 받고 있어요. 
오랜 세월이 지나가도 당신은 여전히 채워주고 계시는데, 아직도 채울 자리가 내게는 남아있어요.

2
당신이 나에게 노래하라고 명령하실 때, 내 가슴은 자랑스러움으로 터질 것 같았어요.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죠.
내 삶 속에 깃든 거칠고 어긋난 모든 것들이 한 줄기 아름다운 화음으로 녹아들고 있어요. 
내 찬미는 바다를 날아가는 새처럼 즐겁게 날개를 펼쳐요.
당신이 내 노래를 듣고 계신다는 걸 알아요.
오직 노래하는 사람으로만 당신 앞에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활짝 펼친 내 노래의 날개 끝으로 감히 닿을 수 없는 당신의 발을 어루만져요.
노래하는 기쁨에 취해서, 나는 나를 잃고 주인인 당신을 친구라고 부르게 돼요.

3
당신이 어떻게 노래하시는지 나는 알 수가 없어요. 
고요한 기쁨 속에서 나는 언제나 당신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요.
당신이 부르시는 노래의 빛이 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어요.
당신의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거룩한 생명의 숨결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성스러운 음악의 물결이 온갖 장애물을 넘어 달려가요.
내 마음은 당신과 함께 노래하기를 열망하고 있어요.
하지만 헛되이 가슴만 태우고 있을 뿐이에요. 
지금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아요.
내 말이 노래로 바뀌지 않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당신은 끊임없이 물결치는 음악의 함정에 나를 빠뜨리셨어요.


4
내 생명의 근원이여, 나는 언제나 몸을 깨끗하게 하고 있어요.
당신의 손길이 내 몸을 어루만지고 계신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나는 언제나 내 생각에서 모든 거짓을 씻어내려고 노력해요. 
내 마음속에 깃든 이성의 등불에 불을 밝힌 진리가 당신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나는 내 가슴에서 모든 죄악을 물리치고 사랑이 피어나도록 노력해요. 
내 가슴 가장 깊은 곳, 그곳에 당신이 머물고 계신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내 행동으로 나타나도록 노력해요. 
나에게 행동할 힘을 주는 것이 당신의 권능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5
잠시라도 당신 곁에 있을 수 있는 은혜를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하던 일은 나중에 하겠어요.
당신의 모습을 보지 않으면 내 마음은 안정도 휴식도 없어요. 
내 일은 끝없는 고통의 바다에서 허덕이는 것이 되어버려요.
여름은 산들바람과 속삭임으로 내 창가에 다가왔어요. 
벌들은 꽃이 핀 정원에서 부지런히 시를 낭송하고 있어요.
지금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당신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이 평화로운 여유 속에서 생명의 헌사를 노래할 시간이에요.

6
망설이지 말고 이 꽃을 따세요. 
덧없는 시간이 흘러서 꽃이 시들어 땅에 떨어지는 게 두려워요.
이 꽃이 당신의 화관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해도, 영광스럽게 당신의 손길이 닿는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이 꽃을 따세요. 
해가 저물어 당신에게 꽃을 바칠 여유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는 게 두려워요.
비록 그 색깔이 강렬하지 못하고 향기도 진하지 못하지만, 이 꽃으로 당신을 섬기려고 해요.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이 꽃을 따세요.

7
내 노래는 장식을 벗어던졌어요. 
노래는 화려한 옷과 치장을 자랑하지 않아요. 
장신구는 우리의 결합에 상처를 만들고, 당신과 나 사이에 끼어들 거예요. 

요란하게 짤랑거리는 소리는 당신의 속삭임을 지워버릴 거예요.
시인의 허영도 당신의 모습 앞에서 스스로 모습을 감추고 있어요.
오, 위대한 시인이여. 나는 당신의 발치에 무릎을 꿇어요. 
당신을 위해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갈대 피리처럼, 내 삶을 단순하면서도 올바르게 해주세요.

8
왕자의 옷으로 치장하고 목에 보석 목걸이를 한 어린아이는 도무지 즐겁게 놀 수가 없어요. 
화려하고 무거운 옷이 걸을 때마다 방해하기 때문이에요.
옷이 닳는 게 두려워서, 흙으로 더러워지는 게 두려워서 어린아이는 세상에서 자신을 격리시켜요. 
움직이는 것도 두려워하게 되죠.
어머니, 옷치장을 하는 당신의 노력은 아무 소용없어요. 
만약 그것이 대지의 싱싱한 흙으로부터 차단하는 것이라면, 평범한 삶의 위대한 박람회에 입장할 권리를 빼앗아버린다면 말이에요.

9
오, 어리석은 그대여, 자신의 어깨 위에 자신을 지고 어디로 가려는 거예요!
오, 거지여, 자신의 집에 구걸하러 오는 거예요!
그대의 무거운 짐을 견딜 수 있는 그분의 손에 모든 걸 맡기세요. 
그리고 미련한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그대의 욕망에서 나오는 숨결은 등불의 빛을 꺼뜨려요.
그건 불경한 행동이에요. 
욕망에 얼룩진 더러운 손으로 선물을 잡지 마세요. 
오직 신성한 사랑이 주는 것만 받아들이세요.

10
당신의 발판은 그곳에 있어요.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천한 사람이 사는 곳, 당신의 발길은 그곳에 머물러요.
당신에게 무릎 꿇으려 해도 내 예배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천한 사람들 속에서 당신이 머무는 저 깊은 곳까지는 미치지 못해요.
허영심을 품고는 결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거예요. 
당신은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들 속에서 헐벗은 옷을 입고 계세요.
내 마음은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천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당신이 고독한 사람들의 벗이 되는 그곳에 이르는 길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어요.

11
이제 찬송가와 기도를 그만두세요. 
문을 닫아버린 사원의 쓸쓸한 구석에서 당신은 누구에게 기도하고 있는 거예요? 두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세요.
그 어디에도 신은 보이지 않아요.
신이 머무는 곳은 농부가 황폐한 땅을 일구는 곳, 일꾼들이 돌을 깨뜨리는 곳이에요.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신은 열심히 그들과 함께 있어요. 
신의 옷은 언제나 먼지로 뒤덮여 있어요.
당신도 화려한 옷을 벗고 먼지투성이 흙더미 속으로 걸어가세요.
깨달음을 구한다고요? 그런데 깨달음이 어디에 있다는 거예요? 우리의 신은 창조의 속박을 짊어지고 있어요. 
신은 영원히 우리의 인연과 연결되어 있어요.
이제는 명상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향도 그대로 두세요. 
당신의 옷이 흙먼지로 더러워지고 찢어진다 해도 무슨 해가 있겠어요? 당신 이마에 배어있는 땀과 노역 속에서 신을 만나세요.

12
내 여행 시간은 길고 무척 먼 길이에요. 
나는 이른 아침 빛나는 햇살의 수레를 타고 출발했어요. 
그토록 많은 별과 유성에 내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우주로 항해했어요.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가장 먼 길이며, 그 시련은 가장 단순한 가락을 따라가는 가장 복잡한 것이에요.
순례자는 자신의 집에 이르기 위해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지막 가장 깊은 성소에 다다르기 위해 온갖 바깥 세계를 방황해야 해요.
나는 오랫동안 돌아다니다가 비로소 눈을 감고 말해요.
"당신은 이곳에 머물고 있어요!"
"오, 어디에요?"
이런 질문과 외침은 천 갈래 눈물의 시내로 녹아 내리고
"나는 여기에 있다!"
당신의 확언이 홍수처럼 세계를 범람해요.

13
내가 부르려던 노래는 지금까지도 불려지지 않고 있었어요.
나는 악기를 연주하며 며칠을 그대로 보냈어요.
때는 적절하지 않았고 말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어요.
오직 내 가슴속에는 소원의 괴로움만 있을 뿐이에요.
꽃은 피어나지 않았고, 오직 바람만 한숨을 쉬며 지나갈 뿐이에요.
나는 아직도 당신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어요. 
오직 나는 당신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를 들었을 뿐이에요.
마루 위에 당신의 자리를 펼치는 일에 긴 하루를 보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등잔에는 아직 불이 켜지지 않았으니, 나는 당신을 청할 수도 없어요.
나는 당신과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이 만남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14
내 욕망은 산더미처럼 크고 내 울음소리는 처절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굳은 거절로 나를 구원해주었어요.
당신의 엄중한 사랑이 내 생명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어요.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당신은 날마다 깨끗하고 커다란 선물을 보내주고 있어요 - 하늘과 빛, 이 육신과 생명과 마음, 이런 것들을 나에게 베풀어주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지나친 욕망의 위험에서 나를 구해주고 있어요.
내가 쓸쓸하게 서성거리는 시간이나, 눈을 떠서 목적지를 향해 서두르는 시간에도 당신은 언제나 냉정하게 모습을 감추세요.
날마다 당신은 나를 거절하면서 나로 하여금 당신을 더욱 온전히 알게 하세요. 
두렵고 불안한 욕망의 위험에서 나를 보호하는 거예요.

15
당신을 찬미하기 위해 나는 여기에 있어요. 
당신이 머무는 이곳 구석자리에 앉아 있는 거예요.
당신의 세계에서 나는 할 일이 없어요. 
내 쓸모없는 목숨은 노래를 통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을 뿐이에요.
어두운 밤, 사원에서 당신의 침묵의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는, 당신 앞에 나를 세워서 노래하도록 해주세요.
아침 하늘에 황금의 하프가 은은하게 울릴 때, 내가 당신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명령해주세요.

16
나는 이 세계의 축제에 초대받았어요. 
내 생명은 진정한 축복을 받은 거예요. 
내 눈으로 직접 보았으며 내 귀로 들었어요.
이 향연에서 내가 맡은 일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에요. 
나는 정성스럽게 연주했어요.
이제 나는 질문해요. 
내가 들어가서 당신의 얼굴을 보고 당신에게 침묵의 인사를 드릴 때가 마침내 다가오지 않았나요?

17
당신의 손길에 나를 맡길 수 있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너무 늦어버렸고 태만의 죄를 저지른 거예요.
사람들은 그들의 규칙이나 법을 적용시켜서 밧줄로 재빨리 나를 묶으려고 해요. 
하지만 나는 그걸 피해 달아나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손길에 나를 맡길 수 있기 위해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나에게 욕설을 해요. 
그들의 욕설은 어쩌면 당연한 거예요. 
장은 파장하고 분주한 일도 이제는 끝났어요.
나를 찾으러 온 사람들은 화를 내며 돌아가고 있어요. 
헛수고를 했기 때문이에요. 
나는 당신의 손길에 나를 맡길 수 있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어요.

18
구름 위에 또 쌓이는 구름 때문에 지금은 몹시 어두워요.
오, 사랑하는 당신은 어째서 나를 홀로 문 밖에 기다리게 하고 있나요?
나는 할 일이 많은 한낮 시간에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어둡고 쓸쓸한 날에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만약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이 나를 전혀 모른다고 한다면 비가 내리는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어요.
나는 먼 하늘의 어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요. 내 마음은 좀처럼 찾을 길 없는 바람과 더불어 울부짖으며 방황하고 있어요.

19
만약 당신이 아무 말씀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의 그 침묵으로 내 가슴을 가득 채워서 살아갈 거예요. 
나는 별이 빛나는 밤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머리를 숙이며 조용히 기다릴 거예요.
마침내 어둠이 사라지고 아침이 밝아오면, 당신의 목소리는 하늘을 흘러가는 황금의 강물 위로 쏟아져 내려요.
당신의 말씀은 노래가 되어서 내 모든 새들의 둥지에서 날아오를 거예요. 
당신의 선율은 내 숲에서 자라는 나뭇가지의 꽃으로 피어날 거예요.

20
연꽃이 피었던 날, 내 마음은 헤매고 있었어요. 
나는 꽃이 핀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내 바구니는 비어 있었으며, 그 꽃은 돌아보지도 않았어요.
가끔 슬픔이 나를 찾아왔어요. 
나는 꿈에서 깨어나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묻어나는 한 줄기 감미로운 향기를 맡았어요.
그 어렴풋한 감미로움은 내 가슴을 그리움으로 아프게 했어요. 
그건 나에게 완성을 찾는 여름의 뜨거운 숨결로 보였어요.
그것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그것이 내 소유라는 사실을, 이 완전한 감미로움이 내 자신의 깊은 가슴속에서 피어난 것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는 알지 못했어요.

21
나는 배를 저어서 앞으로 나가고 있어요. 
아, 강의 기슭에서 고달픈 시간은 헛되이 흘러가요. 
내 신세는 몹시 처량해요.
봄은 꽃을 피우더니 다시 사라져가고 있어요. 
나는 시들어서 빛이 바랜 꽃을 등에 짊어지고 다시 방황하고 있어요.
거친 물결이 일어나고 제방 위의 그늘진 오솔길에는 마른 나뭇잎이 팔랑거리며 떨어져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나요! 저편 기슭에서 흘러나오는 아득한 노래가 바람 속에서 전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나요?

22
당신은 멈추지 않고 비가 쏟아지는 칠월의 깊은 그늘 속을 비밀스러운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어요. 
어두운 밤처럼 사람들을 피하며 걸어가는 거예요.
동쪽에서 불어오는 사나운 바람의 부름에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언제나 깨어 있는 푸른 하늘 위에는 두터운 베일이 덮여 있었어요.
숲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모든 집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어요.
당신은 인적이 없는 길을 홀로 걸어가는 순례자예요.
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당신, 나의 유일한 친구여, 내 집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 
- 그렇게 꿈처럼 지나가지는 마세요.

23
나의 친구여, 이렇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 당신은 사랑의 여정을 떠나려고 하나요? 하늘은 마치 절망한 사람처럼 슬프게 신음하고 있어요.
나의 친구여, 나는 오늘 잠들 수 없어서 문을 열고 어둠 속을 살펴봐요.
하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당신은 어느 길을 걸어가고 있는 거예요?
나의 친구여, 어두운 강, 어두운 기슭, 어느 험준한 숲, 짙은 어둠의 길을 지나서 당신은 나를 찾아오고 있는 거예요?

24 
날은 저물고 새소리도 멈췄어요. 
지쳐버린 바람도 수그러들고 있을 때, 짙은 어둠의 베일로 나를 감싸주세요. 
마치 당신이 부드러운 잠의 이불로 대지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혹은 저녁에 연꽃잎을 부드럽게 닫아주는 것처럼요.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음식은 바닥나고 옷은 찢어져서 흙먼지에 덮여 있어요. 
당신이 부드러운 밤의 장막으로 감싸주었던 꽃처럼 순례자의 생명도 새롭게 만들어주세요.

25
권태로운 밤 시간에는 모든 것이 당신에게 의지한 채 잠들게 해주세요. 
당신에게 드리는 예배를 위해 초라한 준비로 허덕거리게 하지 말아주세요.
하루의 피곤한 눈 위에 밤의 베일을 친 것은 당신이에요. 
더욱 신선한 기쁨으로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바로 당신이에요.

26
당신은 내 곁에 앉아 있었는데, 내 영혼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어요. 
그건 얼마나 원망스러운 잠이었을까요.
오, 불행한 내 영혼이여.
당신은 밤이 깊었을 무렵의 고요함 속에서 찾아왔어요. 
하프를 연주하는 당신의 선율에 따라 내 꿈은 흘러가고 있었어요.
아, 내 밤은 어떻게 이렇게 모두 잃어버리는 거예요?
아, 당신의 숨결이 내 잠에 와 닿아도 나는 당신을 볼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해야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27
빛이여! 오, 빛은 어디에 있나요? 타오르는 욕망으로 불을 붙이도록 해주세요.
등불은 있지만 불꽃의 일렁거림이 생겨나지 않는 - 그게 당신의 운명인가요, 내 가슴은? 아, 죽음이 당신에게는 훨씬 좋을 거예요!
비참히 당신의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해요. 
당신의 주인은 잠에서 깨어나 있어요. 
당신의 주인은 밤의 어둠을 통해 당신에게 사랑의 약속을 구하고 있음을 전해드려요.
하늘은 구름으로 덮이고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있어요. 
나는 내 내부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요.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거예요.
갑자기 타오르는 번갯불은 더욱 깊은 어둠을 나에게 보여주고, 내 가슴은 밤의 음악이 흐르는 어둠 속으로 걸어가요.
빛이여! 오, 빛은 어디에 있나요? 타오르는 소망의 불을 붙여주세요! 
천둥이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있어요.
밤은 검은 돌처럼 검은 빛이에요. 
어둠 속에서 시간이 흐르지 않도록 해주세요. 
당신의 생명으로 사랑의 등불을 켜세요.

28
나를 억누르고 있는 멍에는 몹시 완고하지만, 내가 그걸 끊으려고 할 때는 마음이 아파요.
내가 바라는 것은 자유가 전부지만, 그걸 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에요.
당신에게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는 보배가 가득하고, 당신이 내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믿고 있지만, 내 방에 가득한 허울 좋은 값싼 물건들을 모두 처분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먼지와 죽음의 베옷이에요. 
나는 이 옷을 저주하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내 부채는 많고 실패도 커서 몹시 부끄러워요. 
하지만 내가 행복을 바라고 있을 때는, 나는 내 기도가 받아들여지는 게 두려워서 몸을 떨고 있어요.

29
내 이름으로 둘러싸인 당신은 감옥에 갇혀서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나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당신의 주위에 담을 쌓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을 둘러싼 벽이 높아지는 것에 따라서 어두운 그림자도 넓어지고 있어요. 
나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진실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돼요.
나는 높은 담에 대해 자랑을 해요. 
그리고 먼지와 모래를 섞어서 담을 바르고 작은 틈도 없도록 해요. 
여기에는 하찮은 구멍이라도 남기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나는 쓸모없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기에 진정한 자아를 상실하게 돼요.

30
밀회를 위해 나는 고독하게 떠났어요. 
그런데 침묵의 어둠 속에서 내 뒤를 따라오는 그는 누구예요?
나는 그를 피하기 위해 옆으로 비켰어요. 
하지만 좀처럼 그를 피할 수가 없었어요. 
그는 자랑스러운 걸음으로 먼지를 일으키고 내 말에 참견을 하기도 해요.
그는 바로 내 자아예요. 
그는 수치스러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나는 그와 함께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갈 수가 없어요. 
그건 몹시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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