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죄인이여, 나에게 알려다오. 누가 너를 가두었는가?"
"나의 주입니다."
죄인이 대답했어요.
"나는 부귀와 권력에 있어서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왕처럼 많은 재물을 보고에 간직해두었어요.
졸음이 오자 나는 주인의 침대에 누웠어요.
그런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보고 속의 죄인이 되어 있었어요."
"죄인이여, 나에게 알려다오. 이 끊기지 않는 쇠사슬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건 바로 나예요."
죄인이 대답했어요.
"나는 이 쇠사슬을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었어요.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는 내 강한 힘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내가 완전한 자유를 누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는 밤낮으로 뜨거운 불과 제련으로 쇠를 달구어서 사슬을 만들었어요.
마침내 모든 쇠사슬이 단단히 이어졌을 때, 그 쇠사슬에 묶여 있었던 건 바로 나였어요."
32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온갖 이유로 나를 묶어두려고 해요.
하지만 그들의 사랑과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커다란 당신의 사랑은 달라요.
당신은 나를 자유로운 상태로 놓아두고 있어요.
혹시 내가 그들을 잊어버리게 되는 게 두려워서, 그들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가도 그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아요.
내가 기도를 올릴 때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내 마음속에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않아도, 나를 향하는 당신의 사랑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요.
당신은 언제까지나 내 사랑을 기다리고 있어요.
33
그들이 내 집으로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는 낮이었어요.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작은 방을 차지할 따름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당신이 신에게 올리는 기도를 도와주겠어요.
그리고 우리 몫만큼 신의 은총을 나누어 받고 싶어요."
그들은 구석자리에 앉아서 조용하고 온순하게 머물러 있었어요.
그런데 밤의 어둠 속에서 그들은 난폭하게 내 신성한 신전으로 침입했어요.
그리고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제단에 쌓여 있는 제물을 강탈했어요.
34
내 존재를 조금만 남겨주세요.
그 존재에 의해 당신을 내 모든 것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내 의지를 조금만 남겨주세요.
그 의지에 의해 나는 도처에 있는 당신을 느끼고,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을 만나고, 어느 순간에도 당신에게 사랑을 바칠 수 있도록.
내 존재를 조금만 남겨주세요.
그 사슬에 의해 나는 당신과 영원히 연결되어 있어요.
당신의 뜻은 내 생명 속에서 이뤄져요.
그게 바로 당신의 사랑이에요.
35
마음속에는 아무런 두려움도 없고 머리를 높이 들어올릴 수 있는 곳,
모든 인식이 자유로운 곳,
세계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지 않는 곳,
진리의 근원에서 말이 흘러나오는 곳,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내미는 곳,
맑은 이성의 흐름이 무의미한 관습의 거친 사막에 흘러가지 않는 곳,
당신에게 이끌리는 마음과 생각과 행위가 더욱 발전하는 곳—
주여, 자유의 하늘로 이 나라를 깨우쳐주세요.
36
주여, 당신에게 바치는 내 기도예요.
내 마음속에 깃든 가난의 뿌리를 잘라내어주세요.
내 기쁨과 슬픔을 조용히 인내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당신에게 바치는 내 사랑이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가난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거나 오만한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도록 해주세요.
내 마음이 일상의 허무한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해주세요.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복종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37
내 능력은 소진되었으며 여행은 끝났어요.
길은 막혀있고 음식은 떨어졌어요.
이제는 조용하고 은밀한 장소에 내 몸을 숨길 시간이 되었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내 종말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낡은 말이 혀에서 사라지고 있을 때, 새로운 선율이 내 마음속에서 흘러나왔어요.
낡은 길이 멀어지고 있을 때, 새로운 나라가 놀라운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38
나는 당신을 원해요.
오직 당신만을 - 내 마음이 언제까지나 당신을 원하도록 해주세요.
낮이나 밤이나 내 마음을 뒤흔드는 모든 욕망은 거짓되고 허무한 것이에요.
어두운 밤이 빛을 숨겨두고 있는 것처럼, 의식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려요 - 나는 당신을 원해요, 오직 당신만을.
폭풍우가 소란을 일으켜서 평온을 위협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언제나 평온으로 끝이 나는 것처럼 내 반란도 당신의 사랑을 거역하지만 이렇게 말해요 - 나는 당신을 원해요, 오직 당신만을.
39
마음이 메말랐을 때는 자비의 소나기를 내리며 오세요.
살아가면서 우아함을 잃어버렸을 때는 노랫소리를 들려주며 오세요.
번잡한 일들이 사방에서 나를 묶어놓았을 때는 당신의 평화와 휴식을 동반하고 오세요.
말없는 나의 주여.
구걸하는 사람 같은 내 마음이 구석자리에 웅크리고 있을 때는 이 문을 열고 위엄으로 오세요.
나의 왕이여.
욕망에 사로잡힌 내 마음이 헛된 생각과 먼지로 뒤덮여 있을 때는 당신의 빛과 천둥을 데리고 오세요.
성스러운 당신이여, 언제나 깨어있는 당신이여.
40
메마른 내 가슴속에, 신이여,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있어요.
수평선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요.
물기를 머금고 있는 구름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고,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기색도 보이지 않았어요.
당신의 뜻이라면, 죽음의 어두운 폭풍우를 보내세요.
번개를 내려서 하늘이 놀라도록 하세요.
하지만 가득한 침묵의 열기를 불러들이세요.
무서운 절망으로 마음을 졸이는 침묵의 날카롭고 냉혹한 열기를.
자비의 구름이 드리워지도록 하세요.
아버지가 몹시 화를 내고 있을 때,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41
사랑하는 이여, 당신은 그들 뒤에 드리워져 있는 어느 그늘 속으로 모습을 숨기려고 하나요? 그들은 먼지가 일어나는 길에서 당신을 밀치며 지나가요.
그들은 당신의 모습을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나는 여기에서 당신에게 드릴 내 예물을 준비해놓고 몇 시간 동안이나 지치도록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바구니의 꽃을 한 송이씩 가져가버렸어요.
이제 바구니는 거의 비었어요.
아침이 지나가고 낮이 되었어요.
다시 저녁 무렵의 그림자 속에 내 눈은 잠으로 감겨져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내요.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돼요.
나는 거지 아이처럼 앉아서 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그들이 물어볼 때, 나는 두 눈을 감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아요.
오,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것을 내가 어떻게 그들에게 말할 수 있겠어요? 내 결혼지참금을 준비하기 위해 이 가난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부끄럽게 말할 수 있겠어요? 아, 나는 가슴속 깊숙이 은밀한 긍지를 품고 있어요.
나는 풀밭에 앉아서 하늘을 보며 당신이 다가오는 급작스러운 광휘를 꿈꾸고 있어요.
반짝거리는 모든 빛들과 당신의 수레 위로 펄럭거리는 황금빛 깃발을 바라보고 있어요.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안, 당신은 흙먼지를 헤치고 다가와서 나를 일으켜 세우고,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덩굴처럼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으로 몸을 떠는 이 남루한 구걸 소녀를 당신 앞에 앉히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그런데 시간은 미끄러져 지나가고 아직까지도 당신의 수레바퀴 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많은 행렬이 차례로 소란스럽게 떠들며 화려한 영광을 떨치고 지나가요.
오직 당신만이 그들 뒤에 있는 그늘 속에서 말없이 서 있어야 하나요? 그리고 오직 나만이 헛된 동경으로 오랫동안 기다리며 뜨거운 눈물로 내 가슴을 지치게 해야 하나요?
42
이른 아침에 당신과 내가 작은 배를 타고 떠나야 한다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머무를 곳도 없고 끝도 없는 우리의 순례여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기슭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당신이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귀를 기울여준다면, 말의 속박에서 벗어난 내 노래는 물결처럼 자유롭게 풍요로운 선율로 흘러갈 거예요.
그 시간이 아직도 다가오지 않았나요?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나요? 벌써 저녁이 기슭 위에 내려왔고 희미한 빛 속에서 물새들이 둥지를 찾아서 떠나가요.
언제 이 사슬이 풀려서 작은 배가 저물어가는 해의 마지막 빛처럼, 어두운 밤의 영역 속으로 사라질 때를 어느 누가 알겠어요?
43
그날은 당신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나의 왕이여, 당신은 초대받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 사이에 끼여들어서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서둘러 지나가는 내 인생에 영원이라는 도장을 찍었어요.
그런데 오늘 뜻밖으로 당신의 도장을 보았어요.
그 속에는 잊어버렸던 시절의 기쁨과 슬픔의 기억이 흙먼지에 뒤덮여 있었어요.
당신은 흙먼지에 뒤덮인 내 유치한 장난을 보면서도, 나를 경멸하며 떠나가지 않았어요.
내가 놀이 방에서 들었던 발자국소리는 별에서 별로 메아리치는 그 발자국 소리와 같은 것이었어요.
44
그늘은 빛을 따라다니고, 여름이 오면 비가 와요.
여기에서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 내 기쁨이에요.
사자들이 미지의 하늘에서 소식을 가져와, 나에게 전하고 있어요.
그들은 나에게 인사를 한 다음, 재빨리 길을 재촉해요.
내 가슴은 마음으로 물들고,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도 감미로워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나는 문 앞에 앉아 있어요.
갑자기 행복의 순간이 찾아와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있어요.
그러는 동안, 나는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불러요.
대기는 약속의 향기로 가득 차 있어요.
45
조용한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나요? 오세요, 오세요, 언제라도 오세요.
순간마다 해마다 날마다 밤마다 오세요, 오세요, 언제라도 오세요.
나는 언제나 마음의 느낌에 따라 여러 가지의 숱한 노래를 불러왔지만 그 모든 가락이 언제나 부르짖었던 것은 "오세요, 오세요, 언제라도 오세요."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사월의 향긋한 날에는 숲 속의 오솔길로 오세요, 오세요, 언제라도 오세요.
비가 내리는 칠월의 어둠 속에도 천둥치는 구름 마차를 타고 오세요, 오세요, 언제라도 오세요.
그치지 않는 슬픔 속에 내 가슴을 밟는 것은 당신의 발자국, 내 기쁨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당신의 발이 밟아오는 황금의 촉감이에요.
46
당신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나에게 다가왔는지 나는 알지 못하고 있어요.
해와 별들은 언제까지나 내가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없도록 숨겨두지 못할 거예요.
아침과 저녁마다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당신의 사자가 내 가슴속으로 다가와서 조용히 나를 부르고 있어요.
오늘은 내 생명이 활기에 넘치고 온몸이 들썩거릴 정도의 기쁨으로 넘치고 있지만, 어째서 그런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어요.
이제는 모든 일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나는 부드러운 바람 속에서 당신의 향기를 느끼고 있어요.
47
당신을 기다리며 온 밤을 새웠어요.
하지만 그건 헛된 일이었어요.
아침이 되어서 기다림에 지친 내가 잠이 들었을 때, 당신이 찾아오게 되는 게 두려워요.
오, 친구들이여, 그의 길을 막지 마세요.
당신의 다가오는 것을.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나를 깨우지 않거든, 내 눈을 뜨게 만들지 마세요. 새들의 시끄러운 합창이나 아침 햇살의 축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로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았어요. 갑자기 당신이 내 문 앞으로 온다고 하더라도, 나를 이대로 잠들게 하세요.
아, 내 잠이여. 소중한 내 잠이여. 나는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요. 내 감긴 눈은, 당신의 미소에서 느껴지는 빛을 받아야만 열릴 거예요. 당신의 잠의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꿈처럼 내 앞으로 다가올 때.
모든 빛과 모든 형상 중에서도 가장 먼저의 것으로,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주세요. 내 영혼이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최초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나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신에게 돌아가는 것이 되도록 하세요.
48
침묵의 아침 바다는 새소리로 잔물결을 지었어요. 길을 따라서 피어있는 꽃들은 모두 즐거워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길을 걸어가는 동안 황금의 보화가 구름 사이로 흩어졌어요.
우리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않았으며 놀이를 하지도 않았어요.
우리는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 마을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우리는 말도 하지 않았으며 웃지도 않았어요. 우리는 길에서 머뭇거리지도 않았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걸음을 더욱 빠르게 재촉했어요.
해는 중천에 떠올랐으며, 비둘기는 그늘에서 울었어요. 시들은 잎들이 한낮의 뜨거운 바람에 춤을 추며 펄럭거렸어요.
보리수 그늘에서 졸았던 목동은 꿈을 꾸었고 나는 풀밭에 드러누워서 피로에 젖은 팔과 다리를 뻗었어요.
친구들은 나를 비웃었어요. 그들은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음을 재촉했어요.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도, 쉬지도 않았어요. 그들은 멀리 푸른 안개 속으로 사라졌어요. 그들은 숱한 들판과 언덕들을 넘었고 낯선 나라들을 지나갔어요.
모든 영광은 당신, 끝없는 길의 영웅적인 주에게! 조롱과 비난이 일어나라고 나를 걷어찼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나는 즐거운 굴욕의 수렁 속으로 흐릿한 쾌감의 그늘 속으로 자신을 던졌어요.
태양을 수놓은 초록빛 어둠의 안식이 조금씩 내 가슴을 덮었어요. 나는 무엇 때문에 여행하는가를 잊어버렸고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늘과 노래의 미로에 내 마음을 맡겼어요.
마침내 내가 선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나는 부드러운 미소로 내 잠을 감싸주시는 당신을 보았어요. 그 길이 멀고 힘겨운 것이었음을, 당신에게 이르는 싸움의 고통을 나는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었을까요!
49
왕좌에서 내려온 당신은, 내 초라한 오두막집 문 앞에 서 있었어요.
나는 구석자리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그 노랫소리가 당신의 귀에 들어갔던 거예요. 당신은 내 초라한 오두막집 문 앞에 서 있었어요.
당신의 대청에는 언제나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서, 언제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풋내기의 소박한 노래가 당신의 사랑을 감동하게 만들었던 거예요.
애처로운 한 줄기의 노래가 세상의 위대한 음악과 뒤섞이고 있어요. 당신은 한 송이의 꽃을 상으로 준비하면서 내 초라한 오두막집 문 앞에 서 있었어요.
50
나는 구걸을 하며 길을 걸어갔어요. 그런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당신의 황금마차가 화려한 꿈처럼 나타났어요. 나는 왕 중의 왕이 과연 누구일까 몹시 궁금했어요.
내 희망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어요. 나는 모든 불행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구걸을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당신이 베풀어줄 것이라고 믿었어요. 흙먼지를 따라 뿌려지는 보배를 기대하며 나는 가만히 서 있었어요.
마차는 가까이 다가와서 멈췄어요. 당신은 나에게 다가오며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나는 드디어 행운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은 오른손을 내밀며 말을 했어요.
"나에게 무엇을 주려고 하는가?"
아, 당신은 헐벗은 거지에게 손을 내밀며 구걸을 했어요.
그건 진정으로 왕다운 장난이었어요. 몹시 당황했던 나는 가만히 서 있다가 가방 속에 들어있던 곡식의 낱알을 꺼내서 바쳤어요.
날이 저물어서, 나는 가방 속에 들어있던 것들을 모두 바닥에 쏟아놓았어요. 나는 초라한 물건들 가운데에서 작은 금구슬알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나는 무척 놀랐어요. 나는 소리를 내며 슬프게 울었어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는 마음을 내가 가지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51
밤은 어두워졌고, 우리의 하루 일과는 이미 끝났어요. 밤에 오시는 마지막 손님도 이미 도착했고 마을의 문들도 닫혔다고 우리는 생각했어요. 다만 어떤 사람은 왕이 찾아오실 것이라고 말했어요. 우리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아니, 그렇지 않을 거야!"
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어요. 우리는 그건 바람 소리일 뿐이라고 말했어요. 우리는 등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어요.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저건 왕의 사자야!"
우리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아니, 저건 바람소리야!"
고요한 밤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어요. 우리는 잠을 자며 그건 천둥소리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땅이 움직이고 벽이 흔들렸어요. 그건 잠 속에서 우리를 괴롭혔어요. 어떤 사람은 그게 바퀴소리라고 말했어요. 우리는 잠결에 중얼거리며 말했어요.
"아니, 그건 천둥이 치는 구름소리야!"
북소리가 울렸을 때는 몹시 어두운 밤이었어요.
"일어나라! 잠시도 머뭇거리지 말아라!"
이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어요. 우리는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어요.
어떤 사람이 말을 했어요.
"보라, 왕의 깃발이다!"
우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어요.
"머뭇거릴 수 있는 시간이 없어!"
마침내 왕이 찾아왔어요. 그런데 등불은 어디에 있고 꽃다발은 어디에 있나요? 왕을 모실 수 있는 왕좌는 어디에 있나요? 오, 부끄러움이여! 벗어날 수 없는 부끄러움이여! 왕을 모실 수 있는 방과 장식품은 어디에 있나요?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이렇게 떠들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 빈 손으로 왕을 맞이하며 당신의 빈 방으로 모셔!"
문을 여세요. 소라나팔을 울리세요. 깊은 밤에 우리의 어두운 집으로 왕이 찾아왔어요. 천둥이 하늘에서 우르릉거려요. 어둠이 번개에 몸을 떨고 있어요. 당신의 낡은 돗자리 조각을 가져와서 정원에 펼치세요. 폭풍과 더불어 우리의 왕이 불현듯 찾아왔어요. 무서운 밤의 왕이.
52
나는 당신의 목에 걸려 있던 장미꽃 목걸이를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나는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당신이 떠나갈 때, 침대 위에 떨어져 있는 한두 개의 꽃잎이라도 줍기 위해서.
새벽이 다가오자, 나는 거지가 적선을 구하는 것처럼 떨어져 있는 꽃잎을 찾아보았어요.
아, 그런데 내가 발견한 것이 무엇일까요? 당신의 사랑은 무슨 흔적을 남겨두었을까요? 그건 꽃도 아니고 향료도 아니고 향수가 담겨 있는 병도 아니었어요. 그건 불꽃처럼 번쩍거리고 천둥처럼 무서운 칼이었어요.
창문으로 들어온 신선한 빛이 침대를 비추고 있어요. 아침의 새들이 노래를 부르며 물어보고 있어요.
"여인이여, 무엇을 찾았나요?"
아니에요. 그건 꽃도 아니고 향료도 아니고 향수가 담겨 있는 병도 아니었어요. 그건 무서운 칼이었어요.
당신이 남겨주신 이 선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이걸 어느 장소에 감춰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나는 연약하기 때문에 그걸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이 부끄럽고, 가슴에 안고 있으면 상처를 입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이건 당신의 선물이기에 나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가슴으로 감싸안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제부터 나에게는 이 세상의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아요. 당신은 내 모든 싸움에 있어서 승자가 될 거예요. 당신은 내 동반자로서 죽음을 남겨두고 떠났어요. 내 생명으로 당신의 왕관을 장식할 거예요. 내 사슬을 자르기 위해 당신의 칼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나에게는 이 세상의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아요.
이제는 쓸모없는 치장을 모두 벗어던지고 있어요. 내 마음의 신이여, 더 이상 구석자리에 숨어서 기다리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겠어요. 내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주저하지도 않겠어요. 당신은 나에게 커다란 장식으로 칼을 주었어요. 인형과 같은 장식은 조금도 필요하지 않아요.
53
많은 별들로 장식되고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의 보석을 박아서 만들어진 당신의 팔찌는 몹시 아름다워요. 하지만 나는 비슈누 신을 태우고 있는 새가 황혼 속에서 유연하게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당신의 칼이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 칼에는 번개의 무늬가 새겨져 있어요.
죽음의 마지막 일격을 당하고 고뇌의 황홀 속에서 생명의 마지막 전율이 나타나는 것처럼 당신의 칼이 떨고 있어요. 한 줄기의 강렬한 빛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순수한 불꽃처럼 당신의 칼이 빛나고 있어요.
별과 보석으로 장식된 당신의 팔찌는 아름다운 거예요. 하지만 당신의 칼은, 오, 천둥의 신이여, 바라보거나 생각만 해도 두려운, 가장 극치의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54
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요청하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의 귀에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이별을 알려줄 때,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어요.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우물가에서 나는 홀로 서 있었어요. 갈색의 물 항아리를 가득히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여자들이 소리를 질렀어요.
"함께 가요. 아침이 지나가고 낮이 돼요."
그런데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어요.
당신이 오셨을 때, 나는 그 발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당신은 슬픈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어요.
"아, 나는 목마른 나그네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몹시 지쳐 있었어요. 나는 망상에서 깨어나 당신의 손에 항아리의 물을 부었어요.
나뭇잎은 머리 위에서 살랑거리고 있었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뻐꾸기가 노래를 불렀어요. 길에서는 바브라 꽃향기가 풍기고 있었어요.
당신이 내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 나는 부끄러워서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어요. 당신이 내 이름을 기억할만한 무슨 일을 했다는 거예요? 단지 당신의 목마름이 가시도록 물을 부어드렸다는 기억이 내 가슴에 남아 있어요.
그 기억은 내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있어요. 아침이 지나가면 새들은 피곤한 음률로 노래를 부르고 나뭇잎은 머리 위에서 흔들리게 될 거예요.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어요.
55
그대의 마음에는 우울함이 도사리고 있고 눈에는 아직도 졸음이 남아 있어요.
가시덩굴 사이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다는 소식을 그대는 아직까지도 듣지 못했나요? 일어나세요, 오, 일어나야 해요.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도록 하세요.
순박하고 쓸쓸한 시골의 자갈길에 내 친구가 앉아 있어요. 그를 배반하지 않도록 하세요. 일어나세요, 오, 일어나야 해요.
한낮의 뜨거운 태양 빛을 받으며, 숨이 찬 하늘이 헐떡거린다면 어떻게 될 거예요. 만약 불타는 모래가 갈증의 자락을 펼친다면 어떻게 될 거예요.
그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아무런 기쁨도 없다는 거예요? 그대가 걸어가는 발자국마다 하프는 고통의 선율로 소리를 내고 있지 않나요?
56
내 내부에는 당신의 기쁨이 충만해요. 당신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어요. 오, 하늘의 신이여. 만약 내가 없었다고 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지금 어느 곳에서 머물고 있을까요?
당신은 나를 행복의 동반자로 선택했어요. 내 가슴속에는 당신의 끝없는 즐거움이 있어요. 내 생명 속에는 당신의 의지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왕 중의 왕이었던 당신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아름답게 치장을 했어요. 당신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으로 흘러서, 두 사람의 완전한 결합 속에 당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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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여, 내 빛이여, 이 세상을 가득히 채우는 빛이여, 눈에 입을 맞추는 빛이여,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빛이여.
아, 내 사랑이여, 빛은 내 생명 속에서 춤을 추고 있어요. 내 사랑이여, 빛은 내 사랑의 현을 연주하고 있어요.
하늘이 열리고 바람이 불어오고 웃음소리가 지상을 채우고 있어요.
나비들은 빛의 바다에 돛을 올리고 백합과 자스민은 빛의 물결 위에서 춤을 추고 있어요.
빛은 구름마다 황금으로 뿌려지고 있어요. 내 사랑이여, 수많은 보석을 뿌리는 것처럼 흩어져요.
즐거움이 흘러넘치고 있어요. 내 사랑이여, 끝없는 기쁨이 그치지 않아요.
하늘의 강물이 기슭을 적시더니 기쁨이 홍수로 넘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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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곡조를 모두 내 마지막 노래 속에 담겠어요.
기쁨은 대지에 넘치고 풀밭은 자유롭게 흔들려요.
생명과 죽음이라는 쌍둥이가 드넓은 세상에서 춤을 추는 기쁨, 모든 생명을 폭풍의 웃음으로 일깨우는 기쁨, 활짝 피어난 괴로움의 붉은 꽃잎 위에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앉아 있는 기쁨,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먼지 속에 버리고도 한 마디 말을 하지 않는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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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오, 내 마음의 사랑이여. 나뭇잎 위에서 춤을 추는 황금의 빛과 하늘을 따라서 흘러가는 근심스러운 구름과 내 이마에 서늘한 기분을 남겨두고 떠나가는 산들바람이 바로 당신의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침의 빛이 내 눈 가득히 넘치고 있어요. 이건 내 마음으로 보내는 당신의 전갈이에요. 나는 위로 얼굴을 들고, 당신의 눈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내 마음은 당신의 발에 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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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세계의 해변에 어린아이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머리 위에는 무한한 하늘이 펼쳐져 있어요. 바다의 파도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렁거리고 있어요. 끝없는 세계의 해변에 어린아이들이 떠들고 춤을 추며 모여들고 있어요.
어린아이들은 모래로 집을 짓고,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즐겁게 놀이해요. 마른 잎으로 작은 배를 만들어서 깊은 바다에 띄우기도 해요. 어린아이들은 이 세계의 해변에서 놀고 있어요.
어린아이들은 수영을 하는 방법을 몰라요.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방법도 모르고 있어요. 진주를 채취하는 어부는 바다 속을 누비고 상인들은 배를 타고 여행을 해요. 어린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다가 다시 흩어놓아요. 어린아이들은 숨겨진 보물을 찾지도 않고, 그물을 던지려고 하지도 않아요.
바다는 미소를 지으며 파도를 일으키고 있어요. 해변의 미소는 창백하게 반짝거리고 있어요. 죽음을 실어오는 파도는 어머니가 아기를 요람에 재우며 들려주는 것처럼,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노래를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어요. 바다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있어요. 해변의 미소는 파랗게 빛나요.
끝없는 세계의 해변에 어린아이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길을 잃은 폭풍우는 하늘에서 방황하고, 배는 사나운 바다에서 난파를 당해요. 죽음이 엄습하고 있어도, 어린아이들은 여전히 장난을 즐겨요. 끝없는 세계의 해변에 많은 어린아이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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