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밀린다왕과 나선비구의 마지막
왕이 말했다.
“스승을 모시되 나선대사 같은 분을 모시고, 제자를 두되 나 같은 사람을 두면 도를 빨리 성취할 수 있으리라.”
왕이 묻는 여러 가지 질문에 나선이 즉시 대답하니 왕은 크게 기뻐했다.
왕은 즉시 창고에서 10만에 해당하는 좋은 옷을 꺼내서 나선에게 올리고 나선에게 말했다.
“이제 가신 뒤에 어느 날 나선대사께서 8백의 사문과 함께 오셔서 궁중에서 공양을 드시면 좋겠습니다.
또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제가 다 드리겠습니다.”
나선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도를 닦는 사람입니다.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나선대사께서는 자신을 보호하셔야 하고, 나도 내 몸을 보호하여야 합니다.”
나선이 물었다.
“내 몸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며, 또 대왕의 몸을 보호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나선대사께서 여러 가지 의문을 다 풀어주셨는데도 왕이 아무 것도 하사하지 않는다면 왕이 인색하다고 사람들이 수근거릴까 두렵습니다.
또 혹은 나선대사께서 왕의 의문을 풀어주시지 않았기 때문에 왕이 아무 상도 내리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릴까 두렵습니다.”
“나선대사께서 받으시는 것이 나에게 복을 받게 하시는 것이고, 나선대사 역시 그 이름을 보호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사자가 우리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항상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도 지금 나라를 위해 성 안에 있지만 그 마음은 기쁘지 않습니다.
나라를 벗어나 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왕이 말을 마치자 나선은 즉시 절로 돌아갔다.
나선이 돌아간 후 왕은 남몰래 혼자서 ‘나는 나선대사에게 어떤 일들을 물었으며, 나선대사는 나를 위해 어떤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주었나’ 하고 생각했다.
왕은 또 ‘나의 의문에 대해 나선대사가 대답을 못해 준 것이 하나도 없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나선 역시 절에 돌아가서 ‘왕이 나에게 어떤 것을 물었으며, 나는 어떻게 대답하였나’ 하고 혼자 생각하였다.
나선은 ‘왕의 의문을 내가 모두 풀어주었구나’ 하고 혼자 생각하였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날이 밝았다.
다음날 나선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왕의 궁전에 들어가 왕의 전각에 올라앉았다.
왕은 나선에게 예를 올린 후 물러나 앉았다.
왕이 나선에게 말했다.
“나선대사께서 가신 후 나는 혼자 생각하였습니다.
대사께 무엇을 물었으며, 대사께서 어떻게 대답해 주셨나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물은 것에 대해 대사께서 모든 의문을 풀어주신 것도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며 기쁘고 안심되어 누웠는데 날이 밝았습니다.”
나선이 말했다.
“나도 절에 돌아가서 생각하였습니다.
대왕께서 나에게 어떤 것에 대해 물었으며, 내가 어떻게 대답하였나를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또 생각하기를 대왕의 물음에 대해 내가 즉시 의문을 풀어주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기뻤는데 날이 밝았습니다.”
말을 마치자 나선이 돌아가려고 하였고, 왕은 즉시 일어나 나선에게 예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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