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린다 왕과 나선비구의 만남
전생에 알았던 한 사람이 바닷가에 있었는데 나라의 왕자가 됐으며 그 이름은 미란(彌蘭)이라 하였다.
미란은 어려서부터 경 읽기와 주장이 다른 학설들을 배우기를 좋아하였다.
주장이 다른 학설들의 경법(經法)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이기는 자가 없었다.
미란 왕자의 부왕이 죽은 후 미란은 왕이 되었다.
미란은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나라 안에 도인이나 또는 사람으로서 나와 경에 대해 논란을 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곁에 있던 신하가 대답하였다.
“불도를 배우는 이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를 사문이라고 부릅니다.
그 사람의 지혜는 뛰어나서 폐하와 경과 도에 대해서 논란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방의 대신국(大臣國)에 사갈(沙竭)이라고 하는 옛 왕의 궁이 있었다.
그 나라의 안팎은 안온하고 사람들은 다 착했다.
그 성의 사방에는 길이 이중으로 나있고, 성문들의 나무나 쇠붙이는 파여져서 새겨져 있으며, 또한 다른 소국들도 다 높고 밝았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은 밝게 빛나며, 국토는 지대가 높고 건조하며 진귀한 보배가 많고 사방에서 모여든 상인들은 돈으로 매매를 하고 오곡은 풍부하고 값이 싸서 집집마다 여축이 있고 그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란왕은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렸으며 재질이 출중하고 지모가 있어서 나라의 행정에 밝았다.
전투에 대한 술수는 모르는 것이 없고, 96종의 도에 대해서도 잘 알아서 그 질문이 끝이 없으며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이미 그 의도를 알아차렸다.
왕은 옆에 있는 신하에게 말했다.
“요즈음 경에 밝은 사문으로서 나와 더불어 경을 논하고 도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이가 없겠는가?”
첨미리망군(沾彌利望群)이라는 왕의 신하는 말했다.
“야화라(野惒羅)라고 하는 사문이 있기는 합니다.
그는 경과 도에 밝아서 폐하와 함께 경도(經道)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즉시 첨미리망군에게 명령을 내렸다.
신하는 곧 야화라에게 가서 말했다.
“대왕께서 대사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
“왕이 나를 뵙고 싶어 하신다니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직접 오셔야 할 것입니다.
나는 가지 않습니다.”
첨미리망군은 즉시 돌아가서 왕에게 야화라가 한 말을 전했다.
왕은 가마에 타고 5백의 기병을 거느리고 절에 도착하였다.
야화라와 만나서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5백의 기병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왕이 야화라에게 물었다.
“대사께서는 어떠한 연유로 집을 버리고 처자를 떠나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사문이 되셨습니까? 대사께서 구하는 도는 어떤 것입니까?”
“우리들은 불도를 배워서 치우치지 않는 바른 행을 합니다.
그리하여 금생에 복을 받고 내생에도 복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들은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사문이 되었습니다.”
“만약 흰 옷을 입고 집에 머물며 처자가 있으면서 치우침이 없는 바른 행을 하면 금세에 복을 받고 내생에도 복을 받지 않습니까?”
“흰 옷을 입고 집에 머물며 처자가 있으면서 치우침이 없는 바른 행을 해도 금생에 그 복을 받고 내생에도 그 복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대사께서 집을 버리고 처자를 떠나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사문이 된 것은 헛된 일이 되는군요.”
야화라는 왕의 말에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왕의 곁에 있던 신하가 말했다.
“이 사문은 크게 뛰어나고 지혜가 있는 이인데 다그쳐서 말을 못할 뿐입니다.”
왕의 신하는 손을 들고 말했다.
“대왕께서 이기셨습니다.”
야화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자기가 진 것을 인정하였다.
왕이 좌우를 돌아보니 우바새의 얼굴에는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왕은 속으로 ‘여러 우바새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나와 경전과 도를 논할 명철한 사문이 있어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하였다.
왕은 곁에 있는 신하인 첨미리에게 말하였다.
“밝은 지혜가 있는 사문으로서 나와 경전과 도에 대해 논할 만한 이가 또 없겠는가?”
나선은 여러 사문들의 스승이 되어 있었고, 여러 경전의 요점과 어려운 것을 알고 있었으며, 12품경을 잘 설했으며, 장단구(章斷句)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특별한 점이 있었다.
열반의 도를 알고 있었으며 그의 말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며 능히 그를 이길 사람이 없었다.
그의 지혜는 강과 바다 같았고, 96종의 외도들을 굴복시키고 불제자들에게는 경애의 대상이 되었으며, 경도(經道)로써 가르쳤다.
나선이 사갈국에 도착하자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또한 고명해졌다. 나선은 마치 용맹한 사자와 같았다.
첨미리는 왕에게 말했다.
“나선이라는 사문이 있는데 지혜가 미묘해서 여러 경전의 요체를 알고 사람들이 의심하는 바를 풀어주며 통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폐하와 함께 경에 대해 논하고 도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나와 더불어 경과 도에 대해서 논할 수 있겠는가?”
“그러하옵니다.
항상 제7천인 범천(梵天)과 경에 대하여 논하고 도에 대하여 말하는데 하물며 사람들의 왕과 못하겠습니까?”
왕은 즉시 첨미리에게 가서 나선을 청해 오도록 명령했다.
첨미리는 곧 나선의 처소에 가서 말했다.
“대왕께서 대사를 뵙고 싶어 하십니다.”
“좋습니다.”
즉시 제자들을 데리고 왕의 처소로 갔다.
왕은 이전에 나선을 본 일이 없었으나 많은 사람 가운데 섞여 있는 나선이 그 옷 입은 모습이나 걷는 모습이나 행동이 다른 이들과 아주 다른 것을 보고 멀리서 나선을 은밀히 알아보았다.
왕은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대중을 본 일이 많고 대중이 앉아 있는 자리에 들어가 본 일도 많은데 일찍이 오늘 나선을 만나면서 느꼈던 두려움 같은 것은 느껴본 일이 없도다. 오늘은 정녕 나선이 나를 이기겠구나. 내 마음이 두렵고 불안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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