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잉태했을 때의 고통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길
"이제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하여 소상하게 말해주리라. 어머니가 아이를 갖게 되면 열 달 동안 그 고통과 수고가 말할 수 없느니라.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한지 첫 달이 지나면 그 기운이 마치 풀 위에 맺힌 이슬과 같아서 아침에는 잘 보존하나 저녁에는 보존하지 못한다. 이는 이른 새벽에는 피가 모여 들었다가 낮이 되면 흩어지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잉태한지 두 달이면 마치 엉킨 우유와 같이 되느니라.
어머니가 잉태한지 셋째 달에는 태아가 마치 엉킨 피와 같느니라.
어머니가 잉태한지 넷째 달에는 점차로 사람의 모양을 갖추게 되며
어머니가 잉태한지 다섯 달이 되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다섯 부분의 모양이 생겨나게 된다. 이 다섯 부분의 모양이란 머리가 한 부분이고, 두 팔꿈치를 합하여 셋이 되며, 무릎을 합하여 모두 다섯 부분이 되느니라.
어머니가 잉태한지 여섯 달이 되면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 여섯 가지 정기(六精)가 열리게 되느니라. 여섯 가지 정이란, 첫째 눈이 한 정기요, 둘째로 귀가 한 정기이며, 셋째는 코가 한 정기이며, 넷째 입이 한 정기이고, 다섯째 혀가 한 정기이며, 여섯째로 뜻이 한 정기이니라.
어머니가 잉태한지 일곱 달이 되면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 3백 6십 뼈마디와 8만 4천의 털구멍이 생기게 되느니라.
어머니가 잉태한지 여덟 달이 되면 그 뜻과 감정이 생기고 아홉 개의 구멍이 뚜렷하게 되느니라.
어머니가 잉태한지 아홉 달이 되면 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무엇인가를 먹게 된다. 복숭아나, 배, 마늘은 먹지 않고 오곡만을 먹게 되느니라.
어머니의 생장은 아래로 향하고, 숙장은 위로 향한 사이에 한 산이 있는데 세 가지 이름을 갖느니라. 한 이름은 수미산이요, 또 한 이름은 업산이요, 또 한 이름은 혈산이다. 이 산 이 한번 무너지게 되면 한 덩어리의 엉킨 피가 되어서 태아의 입속으로 흘러들게 되느니라.
어머니가 잉태한지 열 달이 되면 비로소 태어나게 되는데 만일 효순(孝順)할 아들이라면,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나오므로 어머니의 몸을 상하지 않게 한다. 그러나 만일 오역의 죄를 범할 자식이면 어머니의 아기집을 찢어 놓고, 손으로는 어머니의 심장이나 간을 움켜쥐며, 다리로는 어머니의 엉덩이뼈를 밟아서 어머니로 하여금 마치 1천개의 칼로 쑤시며 1만개의 송곳으로 심장을 쑤시는 것처럼 고통을 주게 된다. 이처럼 고난을 주고 이 몸 받아 생을 얻었음에도 그 위에 오히려 열 가지 은혜가 있는 것이다."
제 4장 낳으시고 기르신 은혜
첫째, 아이를 잉태하여 지키고 보호해 주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여러 겁 거듭하여 온 무거운 인연으로
금생에 다시 와서 모태에 들었네.
날 지나고 달이 지나서 오장이 생겨나고
일곱 달이 되어서 육정이 열렸네.
한 몸뚱이 무겁기가 산악과 한 가지요
가고서는 몸놀림에 바람과 재앙 조심하며
좋고 좋은 비단옷 모두 다 입지 않고
매일 단장하던 거울에는 티끌만 묻었네.
둘째, 아이를 낳으실 때 수고하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아이를 배어 열 달 지나
어려운 해산날이 다가오면
아침마다 흡사 중병 든 사람 같고
나날이 정신마저 흐려지고
두렵고 겁난 마음 어이 다하리
근심 짓는 눈물은 흉금을 채우고
슬픈 빛을 띠우고 주위에 하는 말
이러다가 죽지 않나 겁이 나네.
셋째, 자식을 낳고 모든 근심을 잊어버리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자비로운 어머니 그대 낳은 날
오장이 모두 열려 벌어진 듯
몸과 마음이 함께 까무러쳤고
피를 흘려놓은 것이 양을 잡은 듯하네.
낳은 아이 건강하다는 말 듣고
그 환희가 배로 늘었네.
기쁨이 가라앉자 다시 슬픔이 오고
아픔이 심장까지 미치네.
넷째, 쓴 것은 삼키시고 단 것은 뱉어 먹이시는 은혜를 노래하노라.
무겁고도 깊으신 부모님 은혜
베푸시고 사랑하심 한 때도 변치 않고
단 것은 다 뱉으시니 잡수실 것 무엇이며
쓴 것만을 삼키셔도 싫어함이 없으시네.
사랑이 무거우니 정을 참기 어렵고
은혜가 깊으니 슬픔만 더하도다.
다만 어린 자식 배부르기만 바라시고
자비하신 어머니 굶주려도 만족하시네.
다섯째, 마른자리 아이 누이시고 젖은 자리 누우시는 어머니 은혜를 노래하노라.
어머니 당신은 젖은 자리 누우시고
아이는 안아서 마른자리 누이시네.
두 젖으로는 목마름을 채워 주시고
고운 옷소매로는 찬바람 막아 주시네.
아이 걱정에 밤잠을 설치셔도
아이 재롱으로 기쁨을 다하시네.
오직 하나 아이를 편하게 하시고
자비하신 어머니 불편도 마다 않으시네.
여섯째,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어머니의 깊은 은혜 땅과도 같고
아버지의 높은 은혜 하늘과 같네.
깊은 마음 땅과 같고, 높은 마음 하늘같아
어머니마음 그러하고, 아버지마음 그러하네.
두 눈이 없다 해도 좋아하는 마음 끝이 없고
손발이 불구라 해도 귀여워하시네.
내 몸 속에서 키워 낳으신 까닭에
온 종일 아끼시며 사랑하시네.
일곱째, 깨끗하지 못한 것을 씻어주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아아, 아름답던 옛 얼굴
아리따운 그 모습 소담하신 몸매.
푸른 눈썹은 버들 빛을 가른 듯
붉은 두 뺨은 연꽃 빛을 안은 듯
은혜가 더할수록 그 모습은 여위었고
더러움 씻기다 보니 이마에 주름만 느네.
아아, 아들 딸 생각하는 가없는 노고
어머니의 얼굴이 저리 변하였네.
여덟째, 자식이 멀리 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를 노래하노라.
죽어서 이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살아서 생이별 또한 고통스러운 것.
자식이 집 떠나 멀리 나가면
어머니의 마음 또한 타향에 가 있네.
낮이나 밤이나 자식 뒤쫓는 마음
흐르는 눈물은 천 갈래 만 갈래
새끼를 사랑하는 어미원숭이 울음처럼
자식생각에 애간장이 녹아나네.
아홉째, 자식을 위한 마음으로 나쁜 업을 행하시는 은혜를 노래하노라.
아버지 어머니 은혜 강산같이 소중하나
갚고 갚아도 갚기 어려워라.
자식의 괴로움 대신 받기 원하시고
자식이 고단하면 어머니 마음 편치 않네.
자식이 먼 길 떠난다는 말 들으시면
가는 길 밤추위 실로 걱정되네.
아들딸의 잠깐 고생도
어머니는 오래도록 마음 졸이네.
열째, 끝없는 자식사랑으로 애태우시는 은혜를 노래하노라.
깊고 무거운 부모님의 크신 은혜
베푸신 큰 사랑 잠시도 그칠 새 없네.
앉으나 일어서나 마음을 놓지 않고
멀거나 가깝거나 항상 함께 하시네.
어머님 연세 백세가 되어도
팔십 된 자식을 항상 걱정하시네.
부모님의 이 사랑 언제 끊어지리이까
이 목숨 다할 때가지 미치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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