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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기연 : 천원행사, 남악회양, 영가현각

행사선사의 성은 유씨이고 길주 안성 사람이다.
조계의 법석이 성황을 이룬다는 말을 듣고 바로 와서 예를 드리고 물었다.
“마땅히 어떻게 힘써야 계급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조사가 말씀하시길 “네가 일찍이 무엇을 어떻게 해 왔느냐?” 하시니
“성인의 진리도 또한 하지 않았습니다.”하므로

“어떠한 계급에 떨어졌느냐?” 하시니
“성인의 진리도 오히려 하지 않았는데 무슨 계급이 있겠습니까?” 하므로 조사가 깊이 법기로 여기시고 행사를 대중의 우두머리로 삼으셨다.
어느 날 조사가 말씀하시기를 “너는 마땅히 한 지방을 맡아 교화하여 법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여라.” 하셨다.
행사가 이미 법을 얻었으므로 길주의 청원산으로 돌아가 법을 크게 펴고 교화하였다.


회양선사는 금주 두씨의 아들이다. 
처음에 숭산의 안국사를 뵈었는데 안국사가 조계에 가서 뵈옵고 물어보라 하므로 찾아와서 예배하였다.
조사가 말씀하셨다.
“어느 곳에서 왔는고?”
“숭산에서 왔습니다.”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
“한 물건이라고 말하여도 맞지 않습니다.”
(8년 뒤 대답)
“도리어 가히 닦아서 증득할 수 있는 것이냐?”
“닦아 증득함은 없지 않으나 물들어 더럽혀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때묻지도 물들지도 않는 이것을 모든 부처님이 호념하시는 바인데 네가 이미 이와 같고 나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서천의 반야다라가 예언하시기를 너의 발아래에 망아지가 한 마리 나와서 천하의 사람을 밟아 죽이리라 하셨으니 마땅히 네 마음에만 두고 모름지기 속히 설하지 말지어다.”
회양이 활연히 깨닫는 바가 있어서 좌우에서 모시기를 15년이니 하였으며, 날로 더욱 깊고 오묘한 경지에 들어갔으며 뒤에 남악으로 가서 선종을 크게 드날렸다.


영가 현각선사는 온주대씨의 자손이다.
젊어서부터 경과 논을 익혀 천태의 지관 법문에 정통하였는데 유마경을 보다가 마음자리를 밝히게 되었다.
우연히 조사의 제자인 현책이 찾아와서 그와 더불어 법에 대하여 깊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하는 말이 은근히 조사들의 뜻에 맞으므로 
현책이 “인자에게 법을 주신 스승은 누구십니까?” 하니 
현각이 말하길 “내가 방등경론을 들을 적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뒤에 유마경에서 불심종(佛心宗)을 깨닫고는 아직 증명해 주실 분이 없습니다.” 하였다.
현책이 “위음왕불 이전에는 그럴 수 있었지만 위음왕불 이후에는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닫는다는 것은 천연외도라 하였습니다.” 하니 
현각이 “그렇다면 나를 위하여 증거 하여 주십시오.” 하므로 
현책이 말하기를 “나의 말은 가볍습니다. 조계에 육조대사가 계시는데 사방에서 모여들어 법을 받고 있으니 만일 가시겠다면 함께 가겠습니다.” 하였다.
현각이 드디어 현책과 같이 와서 찾아뵈었는데 조사의 주위를 세 번 돌고는 지팡이를 짚고 서 있으므로 
조사가 “무릇 사문은 3천의 위의와 8만의 세행을 갖추어야 하는데 대덕은 어느 곳에서 왔기에 큰 아만을 부리는가?” 하시니, 
현각이 말하길 “생사의 일이 크고 무상이 신속하나이다.” 하므로 
“어찌 나는 것이 없음을 체달하지 못하며 빠르지 않음을 깨닫지 못하느냐.” 하시자 
“체달함에는 곧 생겨남이 없고 요달함에는 본래 빠름이 없습니다.” 하기에 
조사가 “옳다. 옳다.”하시니 현각이 바야흐로 위의를 갖추어 예배하고 곧 하직인사를 드렸다. 
조사가 “도리어 너무 빠르지 않느냐?” 하시니 
“본래 스스로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어찌 빠름이 있겠습니까.”하였다.
조사께서 “누가 움직이지 않음을 아는가?” 하시니 
“스승께서 스스로 분별을 내십니다.” 하였다.
조사께서 “네가 완전히 무생의 뜻을 얻었도다.”하시니 
“무생이 어찌 뜻이 있겠습니까?”하므로
“뜻이 없으면 누가 마땅히 분별하겠느냐?”하시니 
“분별도 또한 뜻이 아닙니다.” 하였다.
조사가 이르시기를 “장하도다. 하룻밤이라도 쉬어 가도록 하라.” 하셨다.
그때의 일로 그를 일숙각(깨닫고 하룻밤 잠)이라 하였는데 뒤에 증도가를 지으니 세간에 성행하였다. 


선자 지황은 처음 오조를 참례하고 스스로 이르기를 이미 삼매를 얻었다 하며 암자에서 20년 동안이나 장좌불와를 하고 있었다. 
조사의 제자인 현책이 사방을 다니다가 하삭(땅이름)에 이르러서 지황의 이름을 듣고 암자로 찾아가 
“그대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십니까?”하니 
황이 말하길 “정에 듭니다.”하므로 
“그대가 정에 든다 하니 마음이 있어 듭니까? 마음이 없어 듭니까? 만일 마음이 없이 든다 하면 일체 무정인 초목과 돌과 기왓장도 마땅히 정을 얻을 것이오. 만일 마음이 있어 든다 하면 알음알이가 있는 온갖 중생들도 마땅히 정을 얻을 것이 아닙니까?” 하니 
“내가 바르게 정에 들 때에는 <있다>, <없다>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지 못합니다.”하므로 
“있다와 없다는 마음이 있음을 보지 못한다면 이것이 곧 항상 정인데 어찌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있습니까? 만일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있다면 큰 정이 아닙니다.” 하자, 
황이 대답을 못하고 한참 있다가 “스님은 누구의 법을 이었습니까?” 라고 물었다.
“나의 스승은 조계의 육조대사입니다.”
“육조는 무엇으로 선정을 삼으십니까?”
“우리 스승의 설법은 묘하고 맑고 둥글고 고요하여 그 체와 용이 여여(如如)합니다.
오음(오온)이 본래 공하고 육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들어오는 것도 아니며 정(定)도 아니고 어지러운 것도 아닙니다. 
참선의 성질은 머무름이 없는지라 고요한데 머무름을 떠났고 선의 성질은 생겨나는 것이 없는지라 선이라는 관념을 내는 것을 떠났습니다. 마음이 허공과 같지만 허공과 같다는 헤아림도 없습니다.” 황이 이 말을 듣고 바로 와서 조사를 찾아뵈니 조사가 물으셨다.
“인자는 어찌 왔는가?” 황이 지난번의 인연을 다 말씀드리니 조사가 말씀하셨다.
“진실로 말한 바와 같다. 그대는 다만 마음을 허공과 같이 하되 비었다는 소견에 집착하지 아니하면 응용하여 걸림이 없으며, 움직임과 고요함에 마음이 없으며,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생각이 없어져 능(주관)과 소(객관)가 다 없어지며, 성품과 형상이 여여하여 정(定)이 아닌 때가 없으리라.”
황이 이에 크게 깨달아서 20년에 얻은바 마음이 도무지 그림자조차도 없었다.
그날 밤 하북 땅의 선비와 백성들이 공중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니 “황 선사가 오늘에야 도를 얻었다.” 하였다.
지황이 뒤에 예배하고 하직하여 다시 하북으로 돌아가 사부대중을 교화하였다.


한 스님이 조사에게 “황매(5조)의 참 뜻을 어떤 사람이 얻었습니까?” 라고 
여쭈니 조사가 “불법을 아는 사람이 얻었느니라.” 하시자 
그 스님이 “화상께서는 얻었습니까?” 하기에 
“나는 불법을 알지 못하노라.” 하셨다.
조사께서 하루는 전해 받으신 법의를 세탁하려 하셨는데 좋은 샘이 없어서 절 뒤로 5리쯤을 가시니 울창한 숲 속에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음을 보시고 주장자를 떨쳐 땅에 세우시니, 샘이 손을 따라 솟구쳐 올라 와 못이 되므로 무릎을 꿇고 돌 위에서 옷을 빨고 있었는데, 
홀연히 한 스님이 앞에 와서 예배하며 말하기를 “저는 방변이라 하는 서촉 사람입니다. 어제 남 천축국에서 달마대사를 뵈었더니, 저에게 당부하시기를 「속히 당나라로 가거라. 내가 전한 대가섭의 정법안장과 승가리가 여섯 대를 전하여 소주의 조계에 있으니 네가 가서 참배하라.」하시기에 제가 멀리서 찾아왔사오니 원하옵건대 전해져 내려오는 의발을 보여 주십시오.” 하므로 조사가 내여 보이신 다음에 물으셨다.
“그대는 무슨 일을 익혔는가?”
방변이 말하기를 “소상을 잘 합니다.” 하므로, 
조사가 정색을 하여 “네가 나의 모습을 한번 만들어 보아라.” 하시니 방변이 망설이다가 수일만에 조사의 실제 모습을 만드니 높이가 7촌이고 아주 절묘하고 세밀하였다.
조사에게 바쳐 드리니 조사가 웃으시며 “네가 다만 흙을 빚는 도리만 알고 불성은 모르는구나.” 하시며 손을 펴서 방변의 이마를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셨다.
“영원히 인간과 천상의 복전이 되어라.”


한 스님이 와륜 선사의 게송이라 하며 외우기를 「와륜은 기량이 있어서 능히 백가지 사상을 끊는지라. 경계를 대하여도 마음이 일어나지 아니하니 보리가 나날이 자라난다.」 하므로 조사가 듣고 말씀하시기를 “이 게는 마음자리를 밝히지 못했으니 만일 이대로 행하면 곧 얽히기만 더 하리라.” 하시며 한 게송을 말씀하셨다.

혜능은 기량이 없어서 
백가지 사상을 끊지 않았네.
경계를 대하면 마음이 자주 일어나니 
보리(菩提)가 어찌 자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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