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00:00

10 하택신회


동자가 한 사람 있었는데 이름이 신회이고 양양 고씨의 자손이었다.
나이 13세에 옥천사로부터 와서 참배하니 조사가 “선지식아, 멀리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근본은 얻어 가지고 왔느냐? 만일 근본이 있다면 당연히 주인을 알 것이니 한 번 말해 보아라.” 하시니 
신회가 말하기를 “머무름이 없는 것으로 근본을 삼으니 보는 것이 곧 주인입니다.” 하므로 
조사께서 “이 사미가 어찌 그리 경솔하게 말하는가.” 하셨는데 
“화상께서는 좌선하실 때 보십니까? 보시지 않으십니까?” 하므로 주장자로 세 번이나 때리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때렸는데 아프냐? 아프지 않느냐?”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기도 합니다.”
“나도 역시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느니라.”
신회가 묻기를 “어떤 것이 또한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는 것입니까?” 하니 조사가 말씀하셨다.
“내가 보는 것은 항상 자기 마음의 허물만 보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보는 것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는 것이니라. 네가 말한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기도 하다 하는 것은 어떤 것이냐? 네가 만일 아프지 않다면 나무나 돌과 같고 만일 아프다면 곧 범부와 같아서 곧 성내고 원한을 일으킬 것이니 네가 아까 보거나 보지 않는다는 것은 곧 두 가지 극단이다. 아프거나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은 생, 멸이니라. 네가 자성을 아직 보지 못하였으면서 감히 그렇게 희롱하듯이 말하느냐.”
신회가 뉘우치며 절하고 사과하였다.
조사가 또 말씀하셨다.
“네가 만일 마음이 미혹하여 보지 못한다면 선지식에게 물어서 길을 찾아야 하고 네가 만일 마음을 깨달았다면 곧 스스로 성품을 보고 법대로 수행하여야 할 것인데 너는 스스로 미혹하여 자기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으면서도 도리어 나에게 와서 나의 보고 보지 않음을 묻느냐? 나의 봄은 스스로 아는데 어찌 너의 미혹함을 대신하겠느냐? 네가 만일 스스로 보더라도 나의 미혹함을 대신할 수 없는데 어찌 스스로 알지 못하고 스스로 보지 못하면서 나의 보고, 보지 않음을 묻느냐?”
신회가 다시 백여 번 절을 하며 허물을 사죄하였고 부지런히 모시며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조사가 대중에게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으며 이름도 없고 글자도 없으며 등도 없고 얼굴도 없으니 너희들은 알겠느냐?” 하시니 신회가 나와서 “이것은 모든 부처님의 본원이며 신회의 불성입니다.” 하므로 조사가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이름도 없고 글자도 없다 하였는데 네가 문득 본원이며 불성이라고 하니 너는 어디 가서 지도자가 되더라도 한낱 지해종도(안다는 확신을 내세워 이름이나 글자의 집착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무리) 밖에 만들지 못하겠구나.”
신회가 조사가 돌아가신 후에 서울에 들어가서 조계의 돈교를 크게 넓히고 현 종기를 지으니 세상에 유행하였다.

조사께서는 여러 종파들이 힐난하면서 모두가 나쁜 마음을 품고 모여드는 것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며 말씀하셨다.
“도를 배우는 사람은 일체의 착한 생각과 악한 생각을 마땅히 다 없애어서 무어라 이름 할 것이 없어야 자성의 둘이 없는 성품이라 이름 하는 것이며 이것을 이름 하여 실다운 성품이라 하느니라. 실다운 성품 위에 일체의 교문(敎門)을 세우는 것이니 말 아래에 모름지기 스스로 볼지어다.”
모든 사람들이 이 말씀을 듣고 다 예를 드리고 스승으로 모시기를 청하였다.
 

다른 화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