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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무량수경 1. 서분 : 경을 설하신 인연

 


1) 기사굴산의 큰 법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기사굴산(영추산)에 계셨는데, 1250인의 비구들과 3만 2천의 보살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으며, 문수보살이 그 수제자였다.

2) 왕사성의 비극

- 부왕(父王)을 가둠

그때 마가타국의 왕사성에 아사세라 하는 한 태자가 있었다. 그는 제바달다라는 나쁜 벗의 꼬임에 빠져서 아버지인 빈바사라왕을 일곱 겹의 담으로 둘러싼 깊은 감옥에 가두어 놓고,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한 사람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왕비인 위제희 부인은 왕을 흠모하고 슬퍼한 나머지, 깨끗이 목욕을 하고 꿀에 밀가루와 우유를 반죽하여 몸에다 바르고 영락 구슬 속에 포도즙을 담고 하여 가만히 남몰래 왕에게 드리곤 하였다. 그래서 왕은 꿀반죽과 포도즙을 먹고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왕은 평소에 부처님을 신봉하는 마음이 돈독한 분이라, 부처님이 계시는 기사굴산을 향하여 멀리 합장 예배하며 간절히 기원하기를, 
“세존이시여, 제자이신 목련존자는 저의 친구이옵니다. 원하옵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저에게 재가 수행자가 지키는 팔관재계(八關齋戒)를 주도록 하여 주옵소서.”
그때 기사굴산에 있던 목련존자는 이 간절한 소원을 듣고, 마치 새매(鷹隼)와도 같이 재빨리 왕이 갇혀 있는 감옥에 이르러, 왕을 위로하며 왕에게 팔재계를 일러주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시, 설법으로 제일인자인 부루나 존자를 보내시어, 왕을 위하여 설법을 하도록 하셨다.
그래서 갇힌 지 21일 동안이나 지났으나, 왕은 꿀반죽을 먹고 설법을 듣고 하여 그 안색은 이전과 같이 온화하고 마음은 기쁨이 가시지 않았다.

- 어머니를 가둠

어느 날 아사세는 부왕이 갇힌 감옥의 문지기에게 부왕은 아직도 살아 있느냐고 물었더니, 문지기가 대답하기를,
“대왕이시여, 어머니이신 왕대비께서 몸에 꿀반죽을 바르시고 영락 구슬 속에 포도즙을 넣어 가지고 오셔서 부왕님께 올리오며, 부처님의 제자이신 목련과 부루나의 두 스님이 허공으로 날아와서 부왕님께 설법을 하시니 도저히 막을 도리가 없나이다.”
이 말을 들은 아사세는 화가 불같이 치밀어 자기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역적이요, 내 원수인 아버지와 내통을 하다니! 그리고 중들은 남을 홀리는 술법을 써서 나쁜 임금을 오래 살게 하니 악당들이요.”
하면서 곧 칼을 뽑아 들고 그의 어머니를 해치려 하였다.
그때 월광이라는 총명하고 지혜가 많은 대신이 있었는데, 그는 유명한 의사이기도 한 기바 대신과 함께 왕 앞에 나아가 절을 하고 왕에게 여쭈기를 
“대왕이시여, 신들이 저 베다 경전의 말씀을 듣건대, 개벽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쁜 왕들이 왕위를 탐하여 그 부왕을 살해한 자는 무려 일만 팔천 명이나 된다고 하오나, 아직 일찍이 무도하게 자기 어머니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대왕께서 어머니를 해치려 하시니 이는 왕족을 더럽히는 일로서, 신하로서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그러한 짓은 천한 백정만도 못한 짓이오니 저희들은 여기에 더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며 곧 칼을 뽑을 듯이 칼자루에 손을 대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말을 듣고 아사세왕은 크게 놀라고 기가 죽어서 황급히 기바 대신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나를 도와주지 않으려는가?”
라고 하니, 기바 대신이 여쭈기를,
“대왕이시여, 부디 삼가하시고 어머니를 살해하지 마소서.”
왕은 이 말을 듣고 두 대신에게 사과하고 도와주기를 청하였다. 그리고 이내 칼을 버리고 어머니를 살해하지는 않았으나, 내관(內官)에 명령하여 깊은 골방에 어머니를 가두고 다시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  고해(苦海)를 싫어하고 정토를 흠모함

이와 같이하여 위제희 부인은 궁중 깊이 갇히게 되어 슬픔과 시름으로 몸은 사뭇 수척해지고 마음은 그지없이 산란하였다. 부인은 멀리 기사굴산을 향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지난날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아난존자를 보내시어 저를 위로하여 주셨사옵니다. 저는 지금 깊은 시름에 잠겨 있사오니 거룩하신 부처님을 뵈올 길마저 없사옵니다. 원하옵건대 목련존자와 아난존자를 보내시어 저를 위로하게 하여 주옵소서.”
라고 말하며 슬픔이 복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멀리 부처님 계시는 곳을 향하여 다시금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부인이 미처 머리를 들기도 전에, 부처님께서는 위제희 부인의 애틋한 하소연을 살피시고, 곧 목련과 아난에게 명하시어 허공으로 날아가도록 하시고 부처님께서도 기사굴산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시어 바로 왕궁에 나투셨다.
그때 위제희 부인이 예배를 마치고 머리를 들자, 천만 뜻밖에 부처님께서 찬란한 자마금색의 몸으로 백천 보배로 이루어진 연꽃 위에 앉아 계심을 뵈올 수 있었다. 그리고 목련존자는 그 왼편에 아난존자는 오른편에 모시었고, 제석천과 범천과 사대천왕 등 여러 천신들은 허공 중에 머물러, 하늘 꽃을 비내리듯 뿌리며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이때 위제희 부인은 부처님을 뵈옵자 스스로 영락 목걸이를 끊어버리고, 몸을 가누지 못하며 흐느껴 울면서 부처님께 사뢰기를,
“세존이시여, 저는 과거 속세에 무슨 죄가 있사옵기에 이러한 악독한 아들을 두게 되고, 부처님께서는 또한 무슨 인연으로 제바달다와 같은 나쁜 무리와 친족이 되셨사옵니까?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괴로움과 번뇌가 없는 처소를 자상하게 말씀하여 주옵소서. 저는 마땅히 그곳에 태어나겠사오며, 이 남섬부주와 같은 혼탁하고 사나운 세상에는 아예 살고 싶지가 않사옵니다. 이 더럽고 악한 세상에는 지옥과 아귀와 축생이 충만하고 못된 무리들이 너무나 많사옵니다. 저는 다음 세상에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고, 사나운 무리들을 만나고 싶지 않사옵니다. 지금 저는 부처님 앞에 오체투지하여 참회하오며 구원을 비옵니다. 진정으로 원하옵나니, 중생의 태양이신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청정한 업으로 이루어진 안락한 세계를 보여주옵소서.”
그때 부처님의 양미간에서 찬란한 금색 광명이 발하여 한량없는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고 그 광명은 다시 돌아와서 부처님의 정수리에 머물러 마치 수미산과 같은 황금의 좌대가 되었다. 그리고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들의 청정미묘한 불국토는 모두 그 가운데 나타나 있었다. 그런데 어느 국토는 칠보로 이루어지고, 어느 국토는 순수한 연꽃만으로 되어 있으며, 어느 국토는 자재천궁과 같이 장엄하고, 어느 국토는 수정의 거울과 같이 영롱한데, 이와같이 헤아릴 수 없는 불국토들을 분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위제희 부인은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이러한 여러 불국토는 모두 다 청정하고 광명이 충만하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중에서도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세계에 가서 태어나고자 원하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에게 극락세계에 왕생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바른 수행법을 말씀하여 주옵소서.”
이 말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니, 오색의 광명이 부처님의 입에서 나와 그 찬란한 빛은 갇혀있는 빈바사라왕의 머리 위를 비추었다. 빈바사라왕은 비록 옥중에 갇혀 있는 처지였으나 문득 마음의 눈이 훤히 열려, 멀리 부처님을 뵈옵고 엎드려 예배를 드리고 나니, 자연히 욕계의 번뇌가 끊어지고 다시 욕계에 물러나지 않는 아나함과(阿那含果)의 경계를 성취하게 되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위제희 부인에게 말씀하셨다.
“부인은 잘 모를 일이나 아미타불은 결코 멀리 계시는 것이 아닙니다. 부인은 마땅히 마음을 가다듬어, 청정한 업으로 이루어진 저 극락세계를 자세히 관찰해 보시오. 나는 지금 부인을 위하여 널리 가지가지의 비유를 들어, 다음 미래 세상의 모든 중생들도 청정한 업을 닦아서 서방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저 극락세계에 왕생하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세 가지의 복을 닦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첫째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섬기며 자비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말고 지성으로 십선업(善業)을 닦는 것입니다. 둘째는 부처님과 불법과 스님들 삼보에 귀의하여 여러 가지 계율을 지키며 위의를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위없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보리심을 내어 깊이 인과의 도리를 믿고 대승경전을 독송하며, 한편 다른 이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힘써 권면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세 가지의 수행을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청정한 업(淨業)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인은 아직 모를 일이나 이 세 가지의 청정한 업은 과거·현재·미래의 삼세 모든 부처님들께서 닦으신 청정한 업의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  극락세계 관찰의 인연

부처님께서는 다시 아난과 위제희 부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잘 듣고 깊이 생각하여라. 내가 이제, 번뇌의 시달림에 괴로워할 미래 세상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청정한 선업(善業)을 말하리라. 착하도다 위제희여, 부인은 미래세의 중생들을 위하여 참으로 좋은 질문을 하였도다. 아난아, 그대는 내가 하는 말을 잘 지니고 기억하여 널리 많은 중생들에게 베풀도록 하여라.
나는 이제 위제희 부인과 미래 세상의 모든 중생들이 서방 극락세계를 관(觀)하도록 가르쳐 주리라. 그래서 그들은 부처님의 위신력에 의지하여 저 청정한 극락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마치 맑은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보는 것과 같이 분명하게 볼 것이니라. 그리하여 극락세계의 지극히 미묘한 장엄과 즐거운 일들을 보고 나면, 그들의 마음은 환희에 사무쳐 바로 불생 불멸의 진리를 깨닫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위제희 부인에게 말씀하셨다.
“부인은 아직 생사를 깨닫지 못한 범부이니 그 마음이 여리고 얕으며, 미처 천안통(天眼通)을 얻지도 못했으니 멀리 볼 수는 없습니다. 오직 부처님의 부사의한 방편에 의해서만 저 극락세계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위제희 부인이 부처님께 사뢰기를,
“세존이시여, 저와 같은 범부는 지금 부처님의 거룩하신 법력에 의지하여 극락세계를 바라볼 수 있사오나, 만약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에 다른 모든 중생들은 마음이 혼탁하고 삿되어 매양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과 이별하는 슬픔 등 다섯가지 괴로움에 사뭇 시달리게 될 것이옵니다. 그와 같은 중생들은 어떻게 하여야 아미타불의 극락세계를 볼 수 있겠사옵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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