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연분
먼저 인연분(因緣分)을 설하겠다.
【문】
어떤 인연으로 이 논서를 지었는가?
【답】
이 인연이 여덟 가지가 있으니,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인연총상(因緣總相)이니,
이른바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괴로움을 여의고 구경의 즐거움(究竟樂)을 얻게 하기 위할 뿐이요, 세간의 명리(名利)나 공경을 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는 여래의 근본되는 진리를 해석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바르게 알아 틀림 없게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선근(善根)이 성숙한 중생으로 하여금 대승의 법을 감당하여 믿음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기 위하기 때문이다.
넷째는 선근이 미약한 중생으로 하여금 신심을 닦아 익히게 하기 위하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방편(方便)으로 나쁜 업장은 소멸하고 그 마음을 잘 보호하는 법을 보여 주어 어리석음과 교만함을 멀리 여의고 삿된 그물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여섯째는 지(止)와 관(觀)을 닦아 익히는 길을 보여주어 범부와 이승(二乘, 성문 연각)의 마음의 잘못에 떨어지는 것을 물리치게 해 주기 위한 까닭이다.
일곱째는 전일하게 염(念)하는 방편으로 부처님 앞에 태어나는 법을 보여 주어서 반드시 결정코 믿음이 물러나지 않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여덟째는 이익됨을 보여 주어서 수행하기를 권하기 위한 까닭이니, 이와 같은 등등의 인연들이 있기에 이 논을 지었다.
【문】
경전 안에 이 법이 이미 갖추어 있거늘, 어찌 거듭 설할 필요가 있는가?
【답】
경전 안에 비록 이 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생의 근기와 수행이 같지 않고,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는 인연이 다르니, 이른바 여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엔 중생들의 근기가 날카롭고 설하시는 분의 색(色)과 심(心)의 업도 수승하여 원음(圓音)이 한 번 연창(演暢)되면 각기 다른 무리들이 균등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는 혹 어떤 중생은 능히 자기의 힘으로 널리 듣고 깨달음을 얻는 이가 있을 것이며, 어떤 중생은 역시 자기의 힘으로 적게 듣고도 많이 깨닫는 이가 있을 것이고, 흑 어떤 중생은 스스로는 지혜의 힘이 없어서 자세한 논을 인하여야 견해를 얻는 이도 있으며, 자연히 어떤 중생은 도리어 자세한 논의 많은 문장이 번거롭다 여기고, 총괄하면서도 적은 문장에 많은 이치를 포함하고 있음을 즐기어 견해를 얻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이 논은 여래의 광대하고 깊은 법의 끝없는 이치를 총망라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논을 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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