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진실의 뜻을 펴다
1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보살과 일체 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모든 선남자들아, 너희들은 반드시 여래께서 진실하게 밝히시는 참다운 말씀을 똑똑히 듣고 이해하여 굳게 믿도록 하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너희들은 반드시 여래께서 진실하게 밝히시는 참다운 말씀을 똑똑히 듣고 이해하여 굳게 믿도록 하라.”
부처님께서는 또다시 많은 대중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너희들은 반드시 여래께서 진실하게 밝히시는 참다운 말씀을 똑똑히 듣고 이해하여 굳게 믿도록 하라.”
2
이때, 보살대중 가운데 미륵보살이 선두가 되어 모두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원하고 원하옵나니 그 진실을 설하여 주옵소서. 저희들은 기필코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겠나이다.”
이렇게 세 번이나 여쭙고 나서 또다시 여쭈었다.
“오직 원하옵나니 그 진실을 설하여 주옵소서. 저희들은 반드시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받들겠나이다.”
2장 근본을 바로 나타내시다
1
이때, 세존께서는 여러 보살들이 세 번이나 청하고도 그 간절한 마음이 그치지 않을 것을 아시고 말씀하시었다.
“너희들은 여래의 비밀한 신통력을 자세히 들으라. 모든 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석씨의 왕궁을 나와 가야성에서 가까운 도량에 앉아 위없이 높고 바른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선남자들아, 내가 성불한 지는 실로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이 지났느니라.
2
비유하면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삼천대천세계를 어떤 사람이 부수어서 아주 작은 티끌로 만들어 그것을 가지고 동방으로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세계를 지날 때마다 티끌 하나를 떨어뜨리되 이와 같이 하여 동쪽으로 가면서 마침내 그 모두를 다 떨어뜨렸다면 선남자들아,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이 모든 세계를 생각으로나 계산으로 그 수를 알 수 있겠느냐.”
미륵보살과 여러 대중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가이없어 산수로도 알 수 없고 마음의 생각으로도 알 수가 없나이다. 또 일체 성문과 벽지불이 미혹을 완전히 없앤 지혜를 발휘하여 깊이 생각하여도 그 수를 알 수 없으며, 저희들이 물러서지 않는 경지에 있다 해도 지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런 일은 도저히 알지 못하나니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가이없나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큰 보살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선남자들아, 이제 너희들에게 분명히 말하겠노라. 이 모든 세계에 작은 티끌이 떨어진 곳과 떨어지지 아니한 곳을 모두 다시 부수어 티끌로 만들고 이 한 티끌을 일 겁이라 하더라도 내가 부처를 이룬 것은 이보다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 겁이나 더 오래 되었느니라.
3
그로부터 지금까지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있으면서 중생에게 설법하여 교화하였고 또 다른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나라에서도 중생들을 인도하여 이익되게 하였느니라.
4
선남자들아, 나는 한량없는 과거로부터 무한한 미래에 이르기까지 살아있지만 이 중간에서 내가 연등불이라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이름의 부처님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였음을 설하였고, 또 그 부처님들이 세상을 떠나시는 열반도 설하였으나 이와 같은 것은 모두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그렇게 설명한 것이니라.
선남자들아, 만일 어떤 중생이 내가 있는 곳에 찾아오면 나는 부처님의 눈으로 그의 신심과 모든 근기의 날카롭고 둔함을 보아 제도할 바를 따라 곳곳에서 설하되, 부처님들의 이름이 같지 아니하며 또 부처님의 수명에 대해서도 길고 짧음이 있는 것처럼 설하였으므로 연대가 많고 적으며, 그리고 부처님의 수명이 다하여 열반에 든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능히 기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느니라.
5
선남자들아, 여래는 모든 중생들이 소승의 법을 좋아하여 덕이 적고 업장이 무거운 것을 보면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설하되 「나는 젊어서 출가하여 위없이 높고 바른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실로 부처를 이루기는 이와 같이 오래 되었으므로 다만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부처님 도에 들게 하려고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여러 선남자들아, 여래께서 말씀하신 경전들은 다 중생을 구제하고 미혹에서 해탈케 하기 위한 것이니, 어느 때에는 부처님의 본체에 대하여 설하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특정한 모습을 가지고 출현하시는 부처님에 대해 설하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부처님의 몸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시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다른 성인이나 훌륭한 사름으로 출현하시기도 하며, 혹은 부처님의 구제를 직접 나타내 보일 적도 있고, 혹은 다른 일들 사이에서 간접으로 구제함을 보이기도 하니, 비록 그 형태는 여러 가지로 변하지만 그 설하시는 것은 모두 진실하여 헛되고 거짓됨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욕계·색계·무색계의 참 모습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태어나고 죽고하여 반드시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오직 현상 위에서만의 일에 불과하며, 여래의 눈으로 그 속의 실상을 보면 모든 것은 사라지지도 않고 나타나지도 않으며 모든 생명체는 그대로 살아있을 뿐, 이 세상에 있다든가 세상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본래 없음이라, 눈 앞에 사물이 실제로 있다고 보는 것도 잘못이며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잘못이니, 중생이 삼계를 보는 것과 여래가 삼계를 보는 것이 다르니라.
이와 같은 일을 여래께서는 밝게 보아 그릇됨이 없건만,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은 저마다 각기 다른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또 제각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고, 또 제각기 다른 행을 하고 있으며 또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사물을 자기 주관에 의해 분별하여 보는 습성이 있으므로, 여래는 모든 중생에게 깨달음의 근본이 되는 모든 선근을 내게 하려고 과거의 인연을 말하거나 비유를 인용하여 가르치거나 알맞은 말로 설명하거나 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설하여 중생을 교화하기를 잠시도 쉬지 않았느니라.
이와 같이 내가 부처를 이룬 지는 매우 오랜 옛날부터였으며 수명도 한량없는 아승지 겁이므로 항상 이 세상에 머물고 있어 멸하는 일이 없느니라.
6
선남자들아, 내가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한 공덕으로 이룬 수명이 매우 길어 지금도 다하지 않았으며 다시 위에서 말한 수명의 배가 남아 있느니라. 나는 그대들에게 내가 잠시 후에 멸도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이것은 참멸도가 아니요 여래는 이런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느니라.
왜냐하면 만일 여래가 이 세상에 오래 머물것이라고 말하면, 박덕한 사람들은 선근을 심지 않아 빈궁하고 천박하여 오욕에 사로잡혀 생각하는 것들이 자기 중심이 되어 허망하고 그릇된 소견의 그물 속에 빠져서 벗어나지 못하며, 만일 여래께서 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언제까지나 살아 있음을 보면, 곧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어 싫증을 내고 게으름을 피워 부처님 만나기가 어렵다는 생각과 진실로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므로 여래는 방편으로 말하느니라.
7
비구들이여, 분명히 알라. 모든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여러 박덕한 사람들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을 지나서 겨우 부처님을 만나뵙기도 하고 혹은 만나뵙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 이런일이 있으므로 나는 이와 같이 말하느니라.
여러 비구들아, 여래를 만나뵙기가 어렵다고 하면 중생들이 이 말을 듣고 반드시 부처님 만나뵙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마음속에 연모하는 생각을 품고 부처님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며 곧 선근을 심으리라. 그러므로 여래는 실로 멸도하지 않건만 멸도한다고 말하느니라.
선남자들아, 모든 부처님 여래의 법이 다 이와 같아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니 모두가 진실하고 거짓이 없느니라.
8
비유하면 어떤 훌륭한 의사가 있었는데 지혜가 총명하고 의약에 통달하여 좋은 처방을 잘 해주고 좋은 약을 만들어 여러 가지 병을 잘 치료했느니라. 그 의사에게는 많은 자식이 있었으니 그 수가 십, 이십 내지는 백 명이나 되었느니라.
9
아버지가 볼 일이 있어서 먼 타국에 간 동안에 여러 아이들이 잘못 알고 독약을 마시니 그 독약의 기운이 온몸에 퍼져 정신이 어지러워 땅에 쓰러져 뒹굴며 괴로워 하였느니라.
10
이때, 그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서 보니 아이들은 독약을 마시고 혹 본 마음을 잃은 아이도 있고 혹은 아직 본마음을 잃지 않은 아이도 있었느니라. 이들이 멀리서 오는 아버지를 바라보고 다 크게 기뻐하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면서 문안드리기를 「편안히 잘 다녀오셨습니까. 저희들이 어리석어 독약을 잘못 마셨사오니 바라옵건대 보시고 구원하시어 다시 수명을 주옵소서.」 하였느니라.
아버지는 자식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보고 여러 가지 처방에 따라 좋은 약초의 빛과 향기와 맛이 다 갖추어 있는 것을 구해다가 방아에 찧고 체로 쳐서 환을 지어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매우 좋은 약이다. 빛깔과 향기와 좋은 맛을 아주 잘 맞추었으니 너희들이 먹으면 고통이 빨리 낫고 다시는 다른 병에 걸리지 않으리라.」 하였느니라.
11
그 여러 자식들 가운데 본마음을 잃지 않은 자식들은 이 좋은 약이 빛깔과 향기가 잘 갖춰져 있음을 보고 좋아하면서 그 약을 먹고 병이 다 없어지고 나았으나, 본마음을 잃은 자식들은 아버지가 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문안드리며 병 고쳐주기를 원하기는 하였으나 약을 주어도 먹지 않았으니, 독약의 독기가 몸속에 깊이 들어가 그 본마음을 잃어버린 까닭으로 이렇게 좋은 빛깔과 향기로운 약을 좋지 않게 생각하였기 때문이니라.
12
그 아버지는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이 자식들이 참으로 불쌍하구나! 독약의 중독으로 마음이 다 뒤집혀서 나를 보고 기뻐하며 병을 고쳐 달라 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약을 먹지 않으니 내가 방편을 베풀어 이 약을 먹게 하리라.」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은 똑똑히 알라. 나는 이제 늙고 쇠약하여 죽을 때가 이미 되었으므로 이 좋은 약을 여기에 남겨 두니 너희들은 가져다 먹되 효험이 없을까 걱정하지 말라.」
이렇게 타일러 놓고 멀리 다른 나라에 가서 사람을 본국의 아이들에게 보내어 「너희 아버지는 이미 죽었다.」고 말하였느니라.
13
이때,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에 크게 금심 걱정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만일 아버지께서 계시면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사랑하여 구원하고 보호하시련만, 지금은 우리들을 버리고 멀리 다른 나라에 가시어 돌아가셨으니 우리는 외롭고 다시 믿고 의지할 데가 없도다.」 하며 항상 슬픈 생각을 품고 지내다가 마음이 마침내 깨어나 이 약의 빛과 향기와 맛이 좋은 줄 알고 곧 약을 찾아 먹으니 독약의 기운이 없어지고 병이 다 나았느니라.
14
그 아버지가 여러 아이들이 약을 먹고 다 나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로 하여금 보게 하는 것과 같으니라.
15
선남자들아,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어떤 사람이 이 의사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허물을 말할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16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부처를 이룬 지가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 겁이지만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방편으로 「반드시 멸도하리라.」고 말한 것이므로, 이 역시 가르침과 같아 내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허물을 말할 사람은 없으리라.”
이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게송으로 읊으시었다.
3장 근본을 바로 설하다
1
내가부처 이룬지는 겁의수로 따지어도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가 되느니라
2
설법으로 한량없는 만억중생 교화하여
부처님도 들게하니 그세월도 무량한겁
4장 방편으로 근본을 나타내다
1
중생제도 위하여서 방편열반 말하지만
실은멸도 하지않고 항상이법 설법하니
나는항상 이곳에서 여러가지 신통으로
어리석은 중생에겐 가까워도 안보인다
나의멸도 보는대중 사리에다 공양하며
연모의정 그리면서 그리운맘 다시내어
중생들이 모두믿고 뜻이곧고 부드러워
몸과목숨 다바쳐서 부처뵙기 원하면은
그때내가 스님들과 영축산에 함께나와
중생들께 말하기를 나는멸도 없지마는
항상이곳 머물면서 방편의힘 베풀어서
멸도하고 불멸함을 나타내어 보이니라
다른나라 중생들이 공경하여 믿으면은
내가다시 그곳에서 위없는법 설하지만
너희들은 듣지않고 나의멸도 말만하네
2
내가보니 여러중생 고통속에 빠졌구나
그러므로 은신하여 그리운맘 내게하고
연모의정 일으키면 나타나서 설법하리
3
신통력이 이와같아 아승지겁 오랜세월
영축산과 다른곳에 머물러서 있느니라
4
중생들이 겁다하여 큰불속에 탈때에도
나의땅은 안온하여 하늘인간 충만하며
동산수풀 여러집들 보배로써 장엄되고
보배나무 꽃과열매 중생들이 즐겨놀며
하늘마다 북을치니 기악소리 항상있고
부처님과 대중에게 만다라꽃 비내리네
5
정토헐림 없건마는 중생들은 불에타고
근심고통 괴로움이 가득함을 다보노라
죄가많은 이런중생 악한업의 인연으로
아승지겁 지나도록 삼보이름 못들으며
모든공덕 잘닦아서 부드럽고 정직한이
여기있는 나의몸이 설법함을 보리로다
이런중생 위하여서 어느때는 말하기를
부처수명 길고길어 무량하다 하지마는
부처님을 오랜만에 만나뵈온 사람에겐
부처님을 친히뵙기 어렵다고 말을하네
6
나의지혜 이와같아 광명또한 한없으며
수명또한 끝없나니 오래닦은 업이니라
너희들은 지혜론자 의심된맘 내지말고
죄업영영 끊어내라 부처말씀 진실이다
7
의사좋은 방편으로 미친자식 구하려고
거짓말로 죽는일이 허망함이 아니듯이
8
나도세간 아비로서 고통받는 환자들과
미친범부 구하려고 거짓멸도 말했노라
나를항상 보게되면 교만하고 방자하여
오욕락에 깊이빠져 악한길에 떨어진다
나는항상 중생보아 행하는도 모두알고
제도할바 근기따라 갖가지로 설법하며
매양하는 이런생각 어찌하면 저중생들
위없는도 들게하여 성불빨리 시킬건가
<여래수량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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