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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병통 

{75}
참선하는 사람이 본지풍광은 밝히지 못하면 
높고 아득한 진리의 빗장을 어떻게 뚫어 내겠는가.
禪學者 本地風光 若未發明 則孤峭玄關 擬從何透。
때로는 단멸공을 참선으로 삼고 
때로는 무기공을 공부길로 삼고 
때로는 일체가 모두 없다는 것을 대단한 소견으로 삼는데,
이것은 어리석게 공만 고집하는 것이라 병통에 갇히고 만다.
요즘 세상에서 참선을 말하는 사람들은 대게 이런 병통에 주저앉아 있다.
徃徃 斷滅空 以爲禪 無記空 以爲道 一切俱無 以爲高見, 此㝠然頑空受病幽矣。 
今 天下之言禪者 多坐在此病。

{76}
종사 스님에게도 또한 여러 가지 병통이 있다.
병통이 귀와 눈에 있는 사람은
눈에 힘을 주고 눈썹을 실룩거리고 두눈을 부릅뜨거나,
귀를 들이대며 고개를 끄덕대는 것을 참선으로 여긴다.
병통이 입과 혀에 있는 사람은
뒤바뀐 말을 하거나 함부로 할과 방을 외치는 것을 참선으로 여긴다. 
병통이 손과 발에 있는 사람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동쪽을 가리키면서 서쪽을 그리는 것을 공부로 삼는다.
병통이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아득하고 현묘한 도리에 빠지거나 감정이 넘치거나 견해를 버리는 것을 공부로 삼으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대로 병통 아닌 것이 없다.
宗師亦 有多病。 病在 耳目者 以瞠眉努目 側耳點頭 爲禪, 病在 口舌者 以顚言倒語 胡喝亂喝 爲禪, 病在 手足者 以進前退後 指東畵西 爲禪, 病在 心腹者 以窮玄究妙 超情離見 爲禪, 據實而論 無非是病。

{77}
본분을 마친 종사 스님이라면 
이러한 구절을 오롯하게 들어보이심이
마치 나무 장승 노래 부르듯이
붉은 화로에 눈송이 떨구듯 한다.
또한 부싯돌의 번갯불과 같아서
도학자가 이를 따라하거나 입을 뗄 수도 없다.
本分宗師 全提此句, 如 木人唱拍 紅爐點雪 亦如 石火電光, 學者 實不可擬議也。

그러므로 옛 어른은 스승의 은혜를 알라며 말하였다.
앞선 가시는 스승님의 수행이나 덕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승님께서 우리를 위해 설파해 주셨는지가 중요하다.
故 古人 知師恩曰, 不重 先師道德 只重 先師不爲我說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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