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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어떻게 해석할까


꿈의 해석은 겉으로 드러난 꿈내용을 가지고 그 꿈내용을 만들어낸 꿈작업을 풀어헤쳐 배후의 꿈사고를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꿈을 해석한다는 건 쉽지 않다. 꿈내용에 나타난 요소를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반대항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과거의 회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유사어로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꿈은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가령 꿈내용에 물이라는 요소가 나타났을 때 꿈사고는 불일 수도 있고 내가 실제로 마신 물일 수도 있고 순결을 상징할 수도 있고 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유일무이한 해석을 하고 싶어하지만 하나의 꿈을 완전무결하게 해석해 나는 무엇을 원한다는 형식으로 환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꿈에는 단 하나의 소원만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꿈요소는 여러 개의 의미를 가지며 여러 개의 연상과 결합된다.

따라서 이 복잡다단한 꿈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꿈내용과 관련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연상하는 것이다. 이름해 ‘자유연상법’이다. 그러나 자유연상은 쉽지 않다. 심리적 저항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항은 꿈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미치지만 꿈을 연상하고 해석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연상을 하는 사람도 많은 훈련을 해야 하지만 분석가의 풍부하고 노련한 경험도 요구된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있는 소원은 성적 욕망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꿈을 해석하기 힘든 또 하나의 이유는 꿈이 쉽게 망각되기 때문이다. 망각은 우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꿈을 망각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심리적 저항은 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힘을 되찾아 자신의 힘이 약했을 때, 다시 말해서 자는 동안에 허용한 꿈을 즉시 제거하려고 한다. 그래서 어제 그제 꾼 꿈보다 몇 년 전에 꾼 꿈이 오히려 또렷하게 기억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최근에 꾼 꿈은 검열에 잘 걸리지만 예전에 꾼 꿈은 상대적으로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꿈은 단번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처럼 꿈을 해석하는 것은 물론 어렵다. 하지만 상형문자를 해석하는 것보다는 쉽다.

꿈해석은 조각 그림 맞추기와 비슷하다. 꿈을 만들어내는 꿈사고들은 논리적 인과 관계에 따라서 배열되는 것이 아니라 한 자리에 그냥 같이 놓인다. 꿈은 논리적 관계를 묘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꿈은 꿈사고의 알맹이만을 받아들여 가공한다. 꿈작업이 파괴한 관계를 되살리는 것은 해석자의 몫이다.  

무의식 속의 소원은 원래의 감각 기억을 재현하고 싶어하지만 검열 장치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의식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나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는 검열 장치가 완화된다. 만약 검열 장치가 밤에도 강력하게 작동해 무의식의 소원을 계속 내리누른다면 우리는 꿈을 꾸지 않을 것이다. 꿈은 빗장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무의식 속의 소원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검열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만약 소원이 원래 모습 그대로 나타날 경우 당장 발각돼 무의식 속으로 다시 추방당할 것이다. 그래서 소원은 낮에 받은 인상 중에서 남아 있는 사소한 표상과 결합해 본래 모습을 숨기고 나타난다. 그것은 마치 합법적 면허를 가진 사람의 명의를 빌려 진료하는 무면허 의사와도 같다. 

꿈 속의 심리적 과정은 깨어있을 때의 심리적 과정과 다르다. 깨어있을 때는 우리의 감각으로 들어온 지각 내용들이 앞으로 ‘진행’하여 사고를 만들어낸다. 꿈 속에서는 반대다. 무의식 속의 꿈사고가 자꾸만 자신을 낳았던 원래의 감각으로 ‘퇴행’하려 한다. 깨어있을 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이 워낙 많아서 퇴행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수면 중에는 이것이 가능해진다. 꿈사고는 원래의 감각 원료로 해체된다. 고향을 찾아간다. 꿈은 시각 형상으로 바뀐 사고다. 억제됐거나 무의식 속의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고만 이런 변화를 겪는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퇴행은 무의식 속의 사고가 정상적 경로를 통해 의식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는 저항의 산물이며 강한 감각성을 지닌 기억들이 무의식 속의 사고를 빨아들이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더 큰 맥락에서 보았을 때 퇴행은 인류의 태고적 유산과 정신적 근원을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 앞에 열어준다. 

그 정신적 근원은 꿈에서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꿈에도 상징은 등장한다. 꿈에 나오는 상징의 대부분은 성적 상징이다. 하지만 그 상징은 꿈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술, 문학, 언어와 공유되는 상징이다. 개인의 무의식 속에는 그 사람만의 체험에 의해 만들어진 그물망처럼 복잡한 세계가 있다. 상징은 그 중 극히 일부분만을 드러낼 뿐이다. 그 세계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고정되지 않고 사방으로 뻗어가는 자유연상의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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