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00:00

백유비유경 21~40

 

21. 외아들을 죽인 여자

옛날 어떤 부인이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아들을 낳고 다시 아들을 낳고자 다른 부인에게 물었다.
“누가 나로 하여금 다시 아들을 두게 하겠는가.”
어떤 노파가 말하였다.
“내가 능히 아들을 얻게 해 줄 터이니 하늘에 제사하라.”
부인은 물었다.
“그 제사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합니까.”
노파는 말하였다.
“너의 아들을 죽여 그 피로 하늘에 제사하면 반드시 많은 아들을 얻을 것이다.”
부인은 그 노파의 말에 따라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옆에 있던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꾸짖었다.
“어찌 그처럼 어리석고 무지한가. 아직 낳지 않은 아이니 얻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를 위해 현재의 아들을 죽이려 하는구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아직 나지 않은 즐거움을 위하여 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고 갖가지로 몸을 해치면서 천상에 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 

22. 물에 젖은 나무로 숯을 만든 사람

옛날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바다에 들어가 여러 해 동안 물에 잠겨 있던 나무를 건져내어 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팔려고 하였다.
그러나 값이 비쌌기 때문에 얼른 사는 사람이 없었다.
여러 날이 지났으나 팔지 못하여 마음은 괴롭고 몸도 피로하였다.
옆 사람이 숯을 파는데 당장 그 값을 받는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차라리 이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빨리 그 값을 받는 것이 낫겠다.’
그리하여 그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았다. 그러나 반 수레의 숯 값밖에 받지 못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부처의 결과를 구하다가 그것을 얻기 어렵다고 하여 곧 물러나서, 차라리 마음을 내어 성문(聲聞)의 결과를 구하여, ‘빨리 생사를 끊고 아라한이 되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 

23. 비단과 낡은 베옷

옛날 한 도적이 부잣집에 들어가 비단을 훔쳐 그것으로 낡은 베옷과 갖가지 재물을 샀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믿는 마음이 있어 부처님의 법안에 들어가 선한 법과 온갖 공덕을 닦다가 이익을 탐하여 청정한 계율과 온갖 공덕을 부수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 

24. 참깨를 볶아서 심은 사람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깨를 날로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그래서 깨를 볶아 먹었더니 매우 맛이 있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차라리 볶아서 땅에 심어 키운 뒤에 맛난 것을 얻는 것이 좋겠다’고.
그리하여 볶아서 심었다. 그러나 복은 참깨에서 싹이 날 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도 그러하다.
보살로서 오랜 겁 동안 어려운 행을 닦다가, 그것이 즐겁지 않다 하여 ‘차라리 아라한이 되어 빨리 생사를 끊으면 그것이 차라리 쉽겠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부처의 결과를 구하려 하던 것이 끝내는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것은 저 볶은 종자가 다시 날 이치가 없는 것처럼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또한 그와 같다.


■ 

25. 불과 물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불과 찬물이 필요하여 곧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불 위에 두었다.
한참 뒤에 가보니 불은 전부 꺼졌고 찬물은 더워졌다. 그리하여 불과 찬물은 두 가지를 모두 잃어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부처님 법안에 들어가 도를 구하다가 다시 그 처자와 권속들을 생각하고, 세상일과 다섯 가지 탐욕 때문에, 그 공덕과 계율을 잃어버린다.


■ 

26. 실룩거리는 왕의 눈

옛날 어떤 사람이 왕의 환심을 사려고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왕의 환심을 살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왕의 환심을 사려거든 왕의 형상을 본 받아라.”
그는 왕궁에 가서 왕의 눈이 실룩거리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본받아 똑같이 눈을 실룩거렸다.
왕이 물었다.
“너는 무슨 눈병에 걸렸는가. 혹은 바람을 맞았는가. 왜 눈을 실룩거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눈을 앓지도 않고 또 바람도 맞지 않았습니다만 왕의 환심을 사려고 그것을 본받은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화를 내어 사람을 시켜 갖가지로 벌을 준 뒤에 나라에서 쫓아내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러하여 법을 듣거나 혹은 글귀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문구가 있으면 곧 그것을 비방하거나 헐뜯는다.
그 때문에 부처님 법안에서도 선(善)한 것을 잃어버리고 세 갈래 나쁜 길[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이니 저 왕의 실룩거리는 눈을 본받은 사람과 같은 것이다.


■ 

27. 말똥을 상처에 바른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매를 맞았다. 그는 매를 맞고는 그 상처를 빨리 고치려고 말똥을 발랐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확실히 치료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곧 집으로 돌아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등을 쳐라. 좋은 치료법을 얻었는데 지금 시험해 보리라.”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쳤다.
그러자 그는 거기에 말똥을 바르고 의기양양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사람이 ‘부정관(不淨觀)을 닦으면 곧 오온(五蘊)의 몸의 부스럼을 고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말하기를,
“나는 여식(女色)과 다섯 가지 탐욕을 관하리라”고 한다.
그러나 그 더러운 것은 보지 못하고 도리어 여색에 홀리어 생사에 흘러 다니다 지옥에 떨어진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실로 이와 같다.


■ 

28. 부인의 코를 자른 남편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 부인은 매우 아름다웠으나 코가 흉하였다.
그는 밖에 나가 남의 부인의 얼굴이 아름답고 그 코도 매우 예쁜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지금 저 코를 베어다 내 아내의 얼굴에 붙이면 좋지 않겠는가’고.
그리하여 그는 곧 남의 부인의 코를 베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급히 부인을 불렀다.
“당신 빨리 나오시오. 당신한테 좋은 코를 주리다.”
부인이 나오자 그는 곧 부인의 코를 베어 내고 남의 코를 그 자리에 붙였다. 그러나 코는 붙지 않았다. 그는 부인의 코만 잃어버리고 큰 고통을 주게 되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늙은 바라문이 세상 사람의 공경과 큰 이익을 받는 것을 보고서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다”고. 스스로 거짓으로 일컫는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죄가 되어 이익도 잃고 다시 그 행을 해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남의 코를 베어 스스로 해치는 것과 같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다.


■ 

29. 베옷을 불사른 어리석은 사람

옛날 어떤 가난한 사람이 남의 품을 팔아 굵은 베옷 한 벌을 사 입었다.
이웃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단정한 귀족의 아들인데, 왜 이런 낡고 굵은 베옷을 입었소? 당장 그대에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옷을 얻을 수 잇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 터이니 내 말을 따르시오. 나는 결코 그대를 속이지 않을 것이오.”
그는 기뻐하면서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그 사람은 그 앞에서 불을 피워 놓고 말하였다.
“지금 그 추한 베옷을 벗어 이 불 속에 던지시오. 그것이 탄 곳에서 훌륭하고 아름다운 옷을 얻도록 하겠소.”
그는 입었던 옷을 불 속에 던졌다. 그러나 그것이 탄 자리에서 아무리 좋은 옷을 찾으려고 해도 얻을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도 그와 같다.
과거 온갖 선한 법을 닦아 사람의 몸을 얻었는데, 그것을 보호하여 덕을 쌓고 업을 닦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도의 삿되고 나쁜 말과 헛된 욕심에 홀려 버린다.
곧 ‘너는 지금 내 말을 믿고 온갖 고행을 닦아라.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지거나 불 속에 들어가라. 이 몸을 버린 뒤에는 범천에 나서 언제나 쾌락을 받을 것이다’라고.
그 말을 따라 목숨을 버리고 죽는다면 뒤에 지옥에 떨어져 갖은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사람의 몸을 잃고 아무 얻음도 없는 것은 마치 저 가난한 사람과 같다.


■ 

30. 양치는 사람의 어리석음

옛날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양을 잘 키워 양이 무려 천만 마리나 되었다. 그러나 매우 탐욕스럽고 인색하여 다른 데에는 쓰지 않았다.
그 때 간사한 사람이 계교를 갖고 그 사람을 찾아가서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와 아주 친해 한 몸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어떤 집에 예쁜 여자가 있는 것을 안다. 너를 위해 주선하리니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양치는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많은 양과 온갖 재물을 주었다.
그 사람은 다시 말하였다.
“네 아내가 오늘 아들을 낳았다.”
양치는 사람은 아직 그 아내도 보지 못하였는데 벌써 아들을 낳았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또 그에게 재물을 주었다.
그 뒤에 그 사람은 또 그에게 말하였다.
“네 아들이 태어났다가 그만 죽었다.”
양치는 사람은 그만 그 말을 듣고 슬피 흐느껴 울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이미 많은 명예와 이익을 얻고도 그것을 숨기고 아끼며 남을 위해 교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번뇌스러운 몸에 홀려 허망하게 세상의 향락을 기대한다. 또 그것을 자기의 처자처럼 생각하다가 거기에 속아 선한 법을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뒤에 자기 신명과 재물을 모두 잃고 슬피 울면서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니 마치 저 양치는 사람과 같다.


■ 

31. 옹기장이 대신 나귀를 사 온 제자

옛날 어떤 스승이 큰 잔치를 베풀기 위해 제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질그릇을 구해 잔치에 쓰려고 한다. 지금 시장에 나가 옹기장이 한 사람을 품으로 사 오너라.”
제자는 옹기장이 집으로 갔다.
그때 옹기장이는 질그릇을 나귀에 싣고 시장에 팔러 가다가 잠깐 사이에 나귀가 모두 질그릇을 부숴 버려, 그는 집에 돌아와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였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왜 그리 슬퍼하고 괴로워하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온갖 방법으로 여러 해 동안 고생한 끝에, 비로소 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나쁜 나귀가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렸습니다. 그래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그때 제자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이 나귀야말로 참으로 훌륭합니다. 오랫동안 만든 것을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리다니, 제가 이 나귀를 사겠습니다.”
옹기장이는 기뻐하면서 나귀를 팔았다.
제자는 그 나귀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승은 물었다.
“너는 옹기장이는 데려오지 않고 나귀만 데리고 와 무엇에 쓰려는가?”
제자는 대답하였다.
“이 나귀는 그 옹기장이보다 훌륭합니다. 옹기장이가 오랫동안 만든 질그릇을 이 나귀는 잠깐 사이에 모두 부숴 버렸습니다.”
그 때 스승은 말하였다.
“너는 참으로 미련하여 아무 지혜도 없구나. 지금 이 나귀는 부수는 데는 뛰어나지만 백 년을 두어도 그릇 하나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천백 년 남의 공양을 받고도 조금도 그것을 갚을 줄 모르면서 항상 손해만 끼치고 끝내 이익 됨이 없다.
은혜를 배반하는 사람도 그와 같다.


■ 

32. 금을 훔친 장사꾼

옛날 두 사람의 장사꾼이 함께 장사하러 갔다. 한 사람은 순금을 팔고 다른 사람은 툴라라는 솜을 팔았다.
금을 사려는 사람이 시험하기 위해 금을 불에 태웠다. 다른 장사꾼은 곧 불에 달궈진 금을 훔쳐 툴라솜으로 싸서 숨겼다. 금이 뜨거웠기 때문에 솜은 모두 타 버리고 그 바람에 금을 훔친 사실이 탄로 나서 그는 두 가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외도들이 부처님 법을 훔쳐다가 자기들 법안에 두고 망령되이 자기들 소유라고 하며 부처님 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 외전(外典)이 모두 타 버려 세상에 유행하지 않는 것은, 금을 훔쳤다가 사실이 모두 탄로난 것과 같다.


■ 

33. 나무를 베어 버린 사람

옛날 어떤 국왕에게 좋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것은 키가 크고 가지가 무성하여, 장차 열매를 맺으면 향기롭고 맛있을 것 같았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갔다. 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이 나무는 장차 맛있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먹지 않겠는가.”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나무는 높고 넓어 아무리 열매를 먹고 싶어도 얻을 도리가 없겠군요.”
그래서 그는 그 열매를 얻으려고 나무를 베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한갓 수고만 하였다. 그는 다시 나무를 세우고자 하였으나 이미 죽어 버렸으므로 살아날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법의 왕인 부처님에게는 계율의 나무가 있어 훌륭한 열매를 맺는다. 마음으로 원하고 즐겨 하여 그 열매를 먹으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키고 온갖 공덕을 닦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저 나무를 베어 버린 다음 다시 살리려고 하는 것과 같다.
계율을 부수는 사람도 이와 같다.


■ 

34. 이 백 리 길을 백 이십 리로 줄여 준 임금

옛날 어떤 동네가 있었다. 그 동네는 왕성에서 200리 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 동네에는 맛난 물이 있었다. 왕은 동네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날마다 그 물을 왕성으로 보내도록 하였다.
동네 사람들은 몹시 괴로워하며 차라리 그 곳을 피해 멀리 떠나려 하였다.
그때 마을의 촌장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떠나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왕에게 아뢰어, 200리를 120리로 고쳐 너희들이 다니기 쉽게 하여 고단하지 않게 하리라.”
그는 곧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촌장의 청대로 200리를 120리로 고쳤다.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여전히 본래의 200리에서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왕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끝내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바른 법을 닦아 행하고 다섯 가지 나쁜 길을 건너 깨달음을 향하다가 마음에 싫증을 내어 곧 그것을 버리고 이내 생사의 멍에를 지고 다시 나아가지 못한다.
법의 왕인 부처님께서는 큰 방편으로 일승(一乘, 佛乘)의 법을 셋[보살승, 연각승, 성문승]으로 분별하여 말씀하신다. 그러면 소승(小乘)의 사람들은 그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것은 행하기 쉽다’고 생각하여 선을 닦고 덕을 키워 생사를 건너고자 한다.
그 뒤에 어떤 사람이 ‘삼승(三乘)이란 없고 하나의 길만 있다’고 하는 말을 들어도,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기 때문에 마침내 그것을 버리려 하지 않으니 그것은 저 마을 사람들과 같은 것이다.


■ 

35. 거울 속의 자기(自己)

옛날 어떤 사람이 몹시 곤궁하여 많은 빚을 졌으나 갚을 길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곳을 피하여 아무도 없는 넓은 곳으로 도망쳤다. 그때 그는 보물이 가득찬 상자를 보았다. 그 보물 상자 위에는 거울이 있었는데 그 거울이 보물을 덮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매우 기뻐하며 그것을 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거울 속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합장하고 말하였다.
“나는 상자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대가 여기에 있는 줄은 몰랐다. 성내지 말라.”

어리석은 범부들도 또한 그와 같다.
나고 죽는 마왕(魔王)으로부터 한량없는 번뇌의 시달림을 받고는, 생사를 피해 부처님 법안에 들어와 선한 법을 행하고 온갖 공덕을 지으려 한다.
그러나 보물 상자를 보고 거울 속의 제 얼굴에 미혹된 어리석은 사람처럼 망령되어 ‘나’가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곧 집착하여 그것을 진실로 여긴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보물 상자를 버리는 것처럼, ‘나’라는 소견에 집착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다.


■ 

36. 도인의 눈을 뽑아 온 대신

옛날 어떤 사람이 산에 들어가 도를 배우고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그래서 천안(天眼)으로 땅 속에 묻혀 있는 온갖 것과 갖가지 보배를 환히 볼 수 있었다.
국왕은 이 소문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대신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항상 우리 나라에 머물면서 내 창고에 많은 보물이 쌓이게 할 수 있을까.”
어리석은 대신이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의 두 눈을 뽑아 왔다. 그는 왕에게 아뢰었다.
“신(臣)이 그의 눈을 뽑아 왔습니다. 그는 절대 어디로 가지 못하고 항상 이 나라에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대신에게 말하였다.
“그 사람을 여기 있게 하려는 까닭은 땅 속에 묻혀 있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한 것인데, 네가 지금 그의 눈을 뽑았으니 어떻게 그가 모든 것을 볼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남이 두타(頭陀)의 고행을 하기 위해 산림이나 광야나 무덤 사이나 나무 밑에서 네 가지 바른 끊음과 부정관(不淨觀)을 닦는 것을 보고 억지로 그 집에 데리고 가서 갖가지로 공양하며 그의 선법을 헐어 버리면 깨달음의 결과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대신이 남의 눈을 뽑은 것과 같다.


■ 

37. 소 떼를 죽여 버린 사람

어떤 사람이 250마리의 소를 갖고 있었다. 그는 항상 풀 잇는 곳으로 소를 몰고 가 때를 맞춰 먹였다.
어느 날 호랑이가 와서 소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미 한 마리를 잃었으니 이제 완전한 것이 못 된다. 이 소를 어디다 쓰겠는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깊은 구덩이로 소를 몰고 가서 모두 구덩이에 넣어 죽여 버렸다.

어리석은 범부들도 이와 같다.
부처님의 계율을 받들어 가지다가 혹 한 가지 계율을 범하면 부끄러워하거나 참회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한 가지 계율을 범했으니 완전히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계율을 가져 무엇하겠는가.”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소 떼를 모두 죽여 한 마리도 남기지 않는 것과 같다.


■ 

38. 나무통에게 화낸 어리석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목이 말라 나무통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실컷 그 물을 마셨다.
물을 실컷 마시고는 손을 들고 나무통에 말하였다.
“이제 나는 실컷 마셨으니 물아, 다시 나오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였으나 물은 여전히 흘러나왔다. 그는 화를 내며 다시 말하였다.
“이제 싫도록 마셨으니 다시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여전히 나오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너는 참으로 어리석어 지혜가 없구나. 왜 네가 떠나지 않고 물을 나오지 말라고 하느냐.”
그리고는 곧 그를 다른 곳으로 끌어다 놓고 떠나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생사의 애욕 때문에 다섯 가지 쾌락의 짠물을 마시다가 이미 다섯 가지 쾌락에 염증이 생기면 저 물을 실컷 마신 사람처럼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있는 것은 나는 다시 필요 없다.”
그러나 그 다섯 가지 쾌락은 계속해 와서 끊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보고 화를 내어 말한다.
“너는 빨리 사라져 다시 생기지 말라고 하였는데 왜 와서 내가 보게 하느냐.”
그때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네가 그것을 떠나려고 하거든 마땅히 너의 여섯 가지 정(情)을 거두고, 그 마음을 닦아 망상을 내지 않으면 곧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구태여 그것을 보지 않음으로써만이 그것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 하는가.”
그것은 마치 물을 마신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


■ 

39. 남의 집 담벽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그 집 담벽을 바르는 것을 보았다. 그 벽은 편편하고 깨끗하여 아주 좋았다.
그는 물었다.
“진흙에 무엇을 섞어 바르기에 그처럼 좋은가.”
주인은 대답하였다.
“벼와 보리를 물에 푹 담가 두었다가 그것을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면 이렇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이 생각하기를
“벼와 보리를 섞어 쓰는 것보다 벼만 쓰면 벽이 희고 깨끗할 것이요 진흙도 고루 묻을 것이다‘ 하였다.
그는 곧 벼를 진흙에 섞어 벽에 바르고는 편편하고 고르기를 바랐다. 그러나 도리어 벽은 높고 낮아 모두 벌어졌다.
결국 벼만 버리고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여 차라리 보시하여 공덕을 쌓는 것만 못하였다.

범부도 그와 같다.
성인이 ‘온갖 선을 닦아 행하면 이 몸을 버린 뒤에는 천상에 나거나 해탈을 얻는다’고 설법하는 것을 듣고, 스스로 제 몸을 죽여 천상에 나거나 해탈을 얻을 것을 기대하지만, 헛되이 제 몸만 죽이고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 

40. 대머리로 고민한 의사

옛날 어떤 사람이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매우 춥고 여름이 되면 매우 덥고, 또한 모기와 벌레가 물기 때문에 밤낮으로 시달려 심한 고통을 받았다.
그때 여러 가지 방술(方術)을 잘 아는 의사가 있었다.
대머리는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원컨대 선생님은 내 병을 고쳐 주십시오.”
그런데 그 의사도 대머리였다. 의사는 곧 모자를 벗고 머리를 그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나도 그 병으로 고통받는 중이오. 만일 내가 그것을 다스려 낫게 할 수 있다면 먼저 내 병을 다스려 이 걱정을 없앨 것이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생로병사의 침노를 받으면서 오래 살 곳을 구하다가, 슈라마나나 바라문들의 좋은 의사가 온갖 병을 잘 고친다는 말을 듣고 그들에게 가서 말한다.
“원컨대 나를 위해 이 덧없는 생사의 걱정을 덜고, 항상 안락한 곳에서 영원히 살아 죽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때 바라문들은 대답했다.
“나도 그 덧없는 생로병사를 걱정해서 갖가지로 영원히 사는 곳을 찾았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소. 만일 지금 내가 그대를 고칠 수 있다면 내가 먼저 내 병을 고친 다음에 그대 병을 고칠 것이오.”
이것은 마치 저 대머리를 걱정하는 사람이 스스로 괴로워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다른 화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