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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비유경 61~80

 

61. 누가 만물을 만들었나

 브라만들은 모두 말하였다.

“대범천왕은 이 세상의 아버지다. 그는 능히 만물을 만든다.”
만물을 만든 주인의 제자가 있었다. 그도 말하였다.
“나도 능히 만물을 만든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어리석으면서 자신이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범천에게 말하였다.
“나는 만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범천왕은 말하였다.
“그런 생각을 말라. 너는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범천왕의 말을 듣지 않고 만물을 만들려고 하였다. 범천은 그 제자가 만든 물건을 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든 것은 머리가 너무 크고 목은 너무 가늘다. 손은 너무 크고 팔은 너무 작다. 다리는 너무 작고 발꿈치는 너무 크다. 그래서 마치 귀신과 같구나.”
모든 것은 각기 업대로 만들어진 것이요, 범천이 만든 것도 그 누구가 만든 것도 아니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은 이렇게 설법하셨다.
“두 극단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즉 단견(斷見)에도 집착하지 않고 상견(常見)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여덟 가지 바른 도의 설법[八正道]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여러 외도들은 ‘이것은 단(斷)이다. 이것은 상(常)이다’고 보아, 곧 거기에 집착하여 세상을 속여 그것이 법인 양 꾸미지만 그것은 진실로 바른 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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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꿩 한 마리만 먹은 환자

옛날 어떤 사람이 병으로 위독하였다. 훌륭한 의사는 점을 치고 말하였다.
“항상 꿩고기 한 종류만 먹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그는 시장에 가서 꿩 한 마리를 샀다. 그러나 그것을 먹고는 더 먹지 않았다.
그 뒤에 의사가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 병은 고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의사님은 전에 내게 늘 꿩고기를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 마리를 먹고 감히 다시 먹지 않습니다.”
의사는 다시 말했다.
“꿩 한 마리를 다 먹었으면 왜 또 먹지 않느냐? 너는 지금 꿩 한 마리만 먹고 어떻게 병이 낫기를 바라느냐?”

모든 외도들도 그와 같다.
그들이 의사와 같은 부처님이나 보살의 훌륭한 말씀을 들었으면, 벌써 마음의 근본을 알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시간은 무한하다[常見]고 하여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오직 하나로서 옮아가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마치 꿩 한 마리를 먹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들은 유혹과 번뇌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다.
큰 지혜를 가진 여러 부처님은 그들을 가르쳐 상견을 없애기 위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찰나에 나고 사라진다. 어떻게 변하지 않겠느냐?”
마치 저 의사가 ‘다시 꿩을 먹어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가르친 것처럼, 부처님도 중생들을 가르쳐 모든 법을 알게 하셨다.
“무너지기 때문에 항상 이루어지지 않고, 이어가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그들의 상견의 병을 잘라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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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가짜 귀신에 놀란 사람들

옛날 간다르바국에 여러 사람들이 마침 흉년을 만나 음식 있는 곳을 따라 다른 나라로 가게 되었다. 도중에 바라신산(山)을 지나게 되었다.
그 산에는 본래부터 사람을 잡아먹는 나쁜 귀신 락사사가 많았다.
그들은 산중에 모여 잠을 잤다. 산중에는 바람이 몹시 찼기 때문에 불을 피우고 누워 있었다. 그들 중에 추위를 몹시 타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장난으로 귀신 락사사의 옷을 입고 불을 쪼이며 앉아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어떤 이가 잠이 깨어 보니 불 옆에 귀신 락사사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 그만 그 곳에서 달아나 버렸다. 그 바람에 잠자던 사람들도 놀라 엉겁결에 모두 내달았다. 그래서 그 락사사의 옷을 입은 이도 놀라 그들을 쫓아 죽어라 뛰었다.
그들은 뒤에 락사사가 쫓아오는 것을 보고 해치러 오는 줄로만 생각하고는 더욱 더 놀라고 두려운 나머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구렁에 몸을 던졌다. 그리하여 몸도 다치고 극도로 피로하여 모두 쓰러졌다가 날이 밝아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님을 알았다.

모든 범부들도 그와 같다.
번뇌 속에 살면서 선한 법에 굶주려, 위없는 법을 구하다가, 다섯 가지 쌓임[五蘊] 속에 ‘나’라는 소견 때문에 생사에 흘러 다니면서 번뇌에 쫓기어 자유를 얻지 못하고 세 갈래 나쁜 길[三惡道]의 구렁에 떨어진다.
날이 밝았다는 것은 생사의 밤이 다하고 지혜의 밝은 새벽이 되어 비로소 다섯 가지 쌓임 속에는 ‘참 나’가 없다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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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문을 밀고 당긴 두 사람

옛날 오래된 집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집에는 항상 나쁜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여 모두 두려워하며 감히 거기서 자거나 쉬지 못하였다.
그때 자기가 대담하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 방에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리라.”
그는 곧 들어가 잤다.
뒤에 또 한 사람이 앞의 사람보다 더 대담하고 용맹스럽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곁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했다.
“이 방안에는 항상 나쁜 귀신이 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가려 하였다. 그러자 앞의 사람은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곧 안에서 문을 막고 서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뒤의 사람도 또 그것을 귀신이라 생각하고 밀고 들어가고자 하였다. 그렇게 다투다가 날이 밝아 서로 보고서야 비로소 귀신이 아닌 것을 알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인연이 잠깐 모였을 뿐 아무것도 주인이 없는데 낱낱이 분석해 본들 그 무엇이 ‘나’인가.
그런데 중생들이 제멋대로 옳고 그름을 헤아려 굳이 다투는 것은 저 두 사람과 다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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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독이 든 약

옛날 어떤 여자가 음탕하여 법도가 없었다.
그는 욕정이 왕성해지자 그 남편을 미워한 나머지 늘 죽일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갖가지 계책을 다 써 보았지만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마침 남편이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부인은 가만히 계획을 세우고 독이 든 환약을 만들어 남편을 해치려고 거짓으로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멀리 사신으로 가시는데, 혹 배고플 때가 있을 까 걱정입니다. 나는 지금 이 횐희환 오백 개를 만들어 당신에게 드립니다. 당신이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시어 배가 고프실 때에는 이것을 드십시오.”
남편은 그 말대로 그것을 받고 다른 나라로 갔으나 아직 그것을 먹지 않았다. 밤중이 되어 숲 속에서 자다가 모진 짐승들이 무서워 나무에 올라가 피해 있었다. 그러면서 환희환은 잊어버리고 나무 밑에 두었다.
마침 그 날 밤에 오백 명의 도적이 그 나라 왕의 말 오백 마리와 여러 가지 보물을 훔쳐 가지고 오다가 그 나무 밑에서 쉬었다. 너무 빨리 달려 왔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마침 나무 밑에 있는 환희환을 보고 그들은 제각기 한 알씩 먹고는 독약의 기운이 거세어 오백 명이 한꺼번에 죽고 말았다.
날이 밝아, 그는 도적 떼들이 모두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거짓으로 칼과 화살로 그 시체들을 베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말들과 보물을 거두어 가지고 그 나라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 왕은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도적들을 뒤쫓아 왔다. 왕은 도중에서 그를 만났다.
왕은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그 말은 어디서 얻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아무 나라 사람입니다. 길에서 도적 떼를 만나 서로 싸우다가 칼로 베고 활로 쏘아 지금 오백 명의 도적 떼가 모두 저 나무 밑에 죽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말과 보물을 얻어 왕의 나라로 가져가는 중입니다. 만일 믿지 못하시겠다면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 보십시오.”
왕이 신하를 보내어 확인해 보았더니 과연 그 말과 같았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였다. 그리고 나라에 돌아가서는 곧 많은 보물을 주고 또 마을을 봉(封)해 주었다.
왕의 대신들은 모두 그를 시기하여 왕에게 아뢰었다.
“저 사람은 멀리서 온 사람으로서 아직 믿을 수 없사온데, 왜 갑자기 그처럼 심히 사랑하고 우대하십니까? 그리고 벼슬이나 상은 저희들보다 더 많군요.”
그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나와 시합하려는가? 저 넓은 벌판에 가서 기능을 겨루어 보자.”
그 뒤에 그 나라에는 사나운 사자가 있어서 길을 막고 사람을 죽이므로 왕성으로 가는 길까지 끊어졌다.
그 때에 대신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멀리서 온 사람은 스스로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아무도 대적할 이가 없다고 한다. 지금 만일 저 사자를 죽여 나라의 화를 없앤다면 그것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의논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칼과 몽둥이를 그에게 주어 곧 보내었다.
그 때 그는 이미 왕의 명령을 받은 지라. 뜻을 굳게 하여 사자에게로 향해 갔다. 사자는 그를 보고 분격하여 고함을 치면서 뛰어나왔다. 그는 당황하여 곧 나무 위로 올라갔다. 사자는 입을 벌리고 머리를 치켜들어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무섭고 급한 나머지 잡았던 칼을 떨어뜨렸다. 마침 그 칼은 사자 목을 찔러 사자는 이내 죽었다.
그는 기뻐하며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왕은 더욱 사랑하고 우대하였다.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도 그를 인정하고 공경하며 모두 그를 찬탄하였다.

그 부인의 환희환은 더러운 보시에 비유한 것이요, 왕이 사신으로 보낸 것은 선지식에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여러 하늘에 비유한 것이요, 도적 떼를 죽인 것은 다섯 가지 탐욕과 온갖 번뇌를 굳게 끊는 데 비유한 것이며, 다른 나라의 왕을 만나는 것은 성현을 만나는 데 비유한 것이다. 그 나라의 신하들이 시기한 것은, 외도들이 지혜 있는 사람이 번뇌와 다섯 가지 탐욕을 끊는 것을 보고 그럴 수가 없다고 비방하는 데 비유한 것이다.
또 그가 ‘그들 대신으로는 아무도 나와 대적할 이가 없다’고 말한 것은 외도들이 감히 저항하거나 다투지 못하는 데 비유한 것이며, 사자를 죽이는 것은 악마를 부수어 번뇌를 끊고 집착이 없게 된 데에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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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말로만 배를 잘 운전하는 사람

옛날 어떤 장자의 아들이 여러 장사꾼들과 함께 보물을 캐러 바다로 갔다.
만일 바다에 들어가 물이 돌거나 굽이치거나 거센 곳에서는 어떻게 배를 잡고 어떻게 바로 하며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신 있는 장자의 아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바다에 들어가는 방법을 나는 다 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깊이 믿었다.
바다 가운데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장이 병으로 갑자기 죽었다. 그래서 장자의 아들이 그를 대신해서 일을 맡게 되었다.
물이 굽이쳐 돌며 급히 흐르는 곳에 배가 이르렀을 때 그는 외쳤다.
“배를 이렇게 잡고 이렇게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배는 빙빙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르기도 전에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참선하는 법이나 숨길을 세는 법이나 또는 부정관(不淨觀)을 조금 익혀 비록 그 문자는 외우지만 이치나 갖가지 방법을 알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잘 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망령되이 선정의 법을 가르치니 앞의 사람을 미혹케 하고 어지럽혀 마음을 잃게 한다. 또한 법에 대한 해석이 뒤섞여 일생 동안 아무 소득도 없게 하니, 그것은 저 어리석은 사람이 남들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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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떡 하나 때문에 도둑맞은 부부

옛날 어떤 부부가 떡 세 개를 가지고 서로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각기 한 개씩 먹고 하나가 남았다. 그래서 서로 약속하였다.
“누구든지 말을 하면 이 떡을 먹을 수 없다.”
이렇게 약속하고는 그 떡 하나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가 도적이 그 집에 들어왔다. 도적은 그들의 재물을 모두 훔쳤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한 것이 있어 눈으로 보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도적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남편 앞에서 그 부인을 겁탈하려 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것을 보고도 말하지 않았다. 아내는 곧 ‘도적이야’ 하고 외치면서 남편에게 말하였다.
“이 어리석은 사람아, 어쩌면 떡 한 개 때문에 도적을 보고도 외치지 않습니까.”
그 남편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야, 이제 이 떡은 내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그들을 비웃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조그만 이름이나 이익을 위하여 거짓으로 잠자코 고요히 있지만 헛된 번뇌와 갖가지 악한 도적의 침략을 받아 선법을 잃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출세할 길만 구한다.
그래서 바로 다섯 가지 쾌락에 빠져 놀면서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환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 어리석은 남편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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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남을 해치려다 손해 본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을 미워하여 늘 시름에 잠겨 있었다.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늘 근심에 잠겨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를 몹시 헐뜯는데 힘으로는 그에게 보복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보복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근심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말하였다.
“비타라 주문(呪文)이라면 그를 해칠 수 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만일 그를 해치지 못하게 될 때 도리어 자기를 해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게 가르쳐 주기만 하시오. 비록 나 자신을 해치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를 해치고야 말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남을 해치기 위해 비타라 주문을 구하지만 끝내 해치지 못한다. 그것은 먼저 남을 미워하였기 때문에 도리어 자기를 해쳐,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에 떨어지리니 저 어리석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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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음식을 급히 먹는 남편

옛날 어떤 사람이 북인도에서 남인도로 가서 거기서 오래 사는 동안에 그곳의 여자를 맞이하여 부부가 되었다.
어느 때 그 아내가 남편을 위해 음식을 차렸다. 남편은 급히 먹느라고 뜨거운 것도 생각지 않았다. 아내는 이상히 여겨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
“여기는 사람을 겁탈할 도적도 없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어 그처럼 바쁘게 드십니까?”
남편은 대답하였다.
“비밀한 좋은 일이 있는데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소.”
아내는 그 말을 듣고 이상한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간절히 물었다.
남편은 한참 만에야 대답하였다.
“우리 조부 때부터 항상 음식을 발리 먹는 법을 지켜 왔소. 나도 지금 그것을 본받기 위해 빨리 먹는 것이오”

세상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바른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여 선과 악을 알지 못하고 온갖 그릇된 일을 행하면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조부 때부터 이런 법을 행했다’고 하면서 죽을 때까지 끝내 그것을 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빨리 먹는 습관을 좋은 법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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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과일을 일일이 맛보고 사는 사람

옛날 어떤 장자가 하인에게 돈을 주어 남의 농장에 있는 암바라 열매를 사 먹으려고 그에게 분부하였다.
“달고 맛난 것을 사 오너라.”
그 사람은 돈을 가지고 가서 과일을 사려고 하였다.
주인은 말하였다.
“우리 집의 과일은 모두 맛나고 좋아 하나도 나쁜 것이 없다. 네가 하나 맛보면 알 것이다.”
그는 맛본 뒤에 사기로 생각했다.
“나는 지금 하나하나 맛본 뒤에야 사겠소. 하나만을 맛보고 어떻게 알겠소.”
그리고는 그는 곧 과일을 가져다 하나하나 맛본 뒤에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자는 그것을 보고 나쁘다 하며 먹지 않고 전부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계율을 가지고 보시를 행하면 큰 부자가 되고, 몸은 항상 안락하여 어떤 병도 없다‘는 말을 듣고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고 말하기를, ”보시로 복을 얻는다 하지만 내가 얻은 뒤에 라야 믿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 눈으로 ‘현세의 귀천과 빈궁이 모두 전에 지은 업의 결과임’을 보고도 그 하나를 미루어 인과를 구할 줄을 모른다.
따라서 그것을 믿지 않고 스스로 겪어 보아야 한다고 하다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마치면 재물을 모두 잃고마니, 그것은 저 하나씩 맛보고 산 과일을 모두 버리게 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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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두 아내 때문에 실명한 남자

옛날 어떤 사람에게 두 명의 부인이 있었다. 그런데 한 부인을 가까이 하면 다른 한 부인이 화를 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사람은 두 아내 중간에 몸을 누이고 자기로 약속하였다.
마침 큰비가 내렸다. 집이 새어 물과 흙이 한꺼번에 내려와 그의 눈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미 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감히 일어나 피하지 못하고 마침내 실명하고 말았다.

세상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삿된 벗을 가까이하여 법이 아닌 것을 익히고 번뇌의 업을 짓다가,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져 항상 생사에 살면서 지혜의 눈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남편이 두 아내 때문에 두 눈을 잃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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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입이 찢어진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처가에 갔다가 쌀 찧는 것을 보고 쌀을 훔쳐 한 입 넣었다. 그 때 아내가 와서 그에게 말을 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입에 쌀이 가득 찼으므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내는 그가 말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손으로 어루만져 보고, 분명히 입안에 종기가 났다고 생각하고는 그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저의 남편이 오자마자 갑자기 입안에 종기가 나서 도무지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 아버지는 곧 의사를 불러 고치게 하였다. 의사가 그의 입을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이 병은 매우 중한 병입니다. 칼로 입을 째야 됩니다.”
의사는 곧 칼로 입을 쨌다. 그 순간 쌀이 쏟아져 나와 그만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온갖 악행을 짓고 깨끗한 계율을 범하고도 허물을 숨겨 두어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다가 끝내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에 떨어진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조그만 창피 때문에 쌀을 토하려 하지 않아 칼로 입을 째어 그 허물이 드러나고 만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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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거짓말의 결과

옛날 어떤 사람이 검은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아갔다. 그러나 적이 두려워 감히 싸우지 못하였다.
그래서 얼굴에 피를 바르고 거짓으로 죽은 것처럼 꾸며 죽은 사람들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탔던 말은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
군사들이 모두 떠나자, 그도 흰 말꼬리를 베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옆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네가 탔던 말은 지금 어디에 있기에 걸어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 말은 전쟁터에서 죽었다. 그래서 그 꼬리를 가지고 왔다.”
옆 사람이 말하였다.
“네 말은 본래 검은 말인데 왜 흰 꼬리인가?”
그는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스스로 인자한 마음을 잘 닦아 행하므로 술이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생을 살해하고 온갖 고통을 주면서 망령되이 착하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말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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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거짓으로 목욕한 브라만

옛날 어떤 국왕이 새롭게 법을 제정하였다.
“어떤 브라만도 이 나라 안에서는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만일 깨끗이 씻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갖가지 괴로운 일을 하게 하리라.”
그 때 어떤 바라문이 빈 물통을 들고 ‘깨끗이 씻었다’고 거짓으로 말하였다. 옆 사람이 그 물통에 물을 부어 주었다. 그러자 그는 그것을 쏟아 버리면서 말하였다.
“나는 깨끗이 씻지 않아도 좋습니다. 왕이나 깨끗이 씻으소서.”
그는 깨끗이 씻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씻지 않았던 것이다.

집을 떠난 범부도 그와 같다.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속으로는 계율을 범하면서도 겉으로는 계율을 잘 지키는 체 꾸미는 것은, 자기의 이익을 바라고 또 왕의 노역을 피하려는 것이다.
그는 겉으로는 슈라마나와 같지만 속으로는 속이는 것이니 마치 빈 병을 들고 겉모양만 꾸미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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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낙타와 독을 모두 잃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독 속에 곡식을 가득 담아 두었다. 하루는 낙타가 독에 머리를 넣고 곡식을 먹다가 그만 머리를 빼지 못하고 다 죽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떤 노인이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걱정하지 말라. 너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리라. 만일 내 말대로 한다면 반드시 빨리 구해 낼 것이다. 너는 저 낙타의 머리를 베어라. 그러면 저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는 곧 그 말대로 칼로 낙타의 머리를 베었다. 그러자 그만 낙타도 죽고 또 독도 깨져 버렸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어리석은 범부도 그와 같다.
마음으로 깨달음을 바라고 뜻으로 삼승(三乘)을 구하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키고 온갖 악을 막아야 하겠거늘 다섯 가지 욕심 때문에 깨끗한 계율을 깨뜨린다.
이미 계율을 범하였으므로 삼승을 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악도 짓지 않음이 없으니 삼승과 깨끗한 계율을 모두 버리게 된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낙타와 독을 한꺼번에 잃은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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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공주를 사모한 농부

옛날 어떤 농부가 도시를 거닐다가 그 나라 공주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밤낮으로 사모하여 쌓이는 그리운 정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서로 정을 통할 것을 생각하였으나 어떻게 할 길이 없어 결국은 얼굴빛이 노래지면서 중한 병이 들었다.
여러 친척들은 그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렇게 됐느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난번에 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서로 정을 통할 것을 생각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그만 병이 되었습니다. 만일 내가 이 뜻을 이루지 못하면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
친척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좋은 방법을 써서 그를 얻도록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그 뒤에 그들은 다시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일을 되게끔 하였다. 다만 공주가 정을 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틀림없이 될 것이다”고.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춘, 하, 추, 동 시절을 분별하지 않고, 겨울에 종자를 뿌려 그 열매를 얻고자 한다면, 온갖 공만 헛되고 아무 소득이 없을 것이니, 싹이나 줄기나 가지나 잎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조그만 복을 짓고,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며, 또 깨달음을 이미 증득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농부라 공주를 바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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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나귀의 젖을 짜 마신 사람들

옛날 변방에 있는 사람들은 나귀를 알지 못하고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나귀의 젖은 매우 맛있다’라고 하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 때 그들은 수나귀 한 마리를 얻어 그 젖을 짜려고 서로 다투어 붙잡았다. 그 중에 어떤 이는 머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귀를 붙잡고 어떤 이는 꼬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다리를 붙잡았다.
또 어떤 이는 그릇을 들고 먼저 젖을 짜 마시려고 하였다.
그 중에 어떤 이가 나귀의 생식기를 붙잡고
“이것이 젖이다”고 외쳤다.
그들은 그것을 짜면서 젖을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지치기만 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고 한갓 수고만 하였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외도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도(道)라는 말을 듣고는 구할 곳에서 구하지 않고, 망령되이 잡생각을 내고 갖가지 삿된 소견을 일으켜 발가벗기도 하고 스스로 굶기도 하며 혹은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삿된 소견으로 나쁜 길에 떨어지는 것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망령되이 나귀 젖을 구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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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아버지와 아들의 약속

옛날 어떤 사람이 밤에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일 아침에 너와 함께 저 마을에 가서 거기 있는 것을 가져오자.”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이튿날 아침 아버지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서 그 마을로 갔다. 그 곳까지 가자 몸은 극히 피곤하였고 아무 소득이 없었다. 또 밥을 먹지 못해 주리고 목말라 거의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오는 것을 보고 매우 나무랐다.
“이 미련하고 무지한 것아, 왜 나를 기다리지 않고 공연히 갔다 왔다 하여 한갓 수고만 하고, 모든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느냐?”

범부들도 그와 같다.
비록 집을 떠나게 되어 머리와 수염을 깎고 법복을 입더라도 밝은 스승을 찾아 배우지 않고, 온갖 선정과 도품의 공덕을 잃고 수행의 묘한 결과를 모두 잃어버린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헛되이 갔다 왔다 하면서 스스로 지치기만 하는 것처럼, 형상은 비록 슈라마나 같더라도 실은 아무 소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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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서른 여섯 개의 상자를 짊어진 신하

옛날 한 왕이 무우원(無憂園)에 들어가 즐겁게 놀기 위하여 어떤 신하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궤짝 하나를 들고 저 동산으로 가서, 내가 앉아 쉴 수 있게 하라.”
신하는 남 보기에 창피스러워 들려고 하지 않고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들 수가 없습니다. 지고 가겠습니다.”
그래서 왕은 곧 서른 여섯 개의 궤짝을 그의 등에 지우고 그를 재촉하여 동산으로 갔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여자의 털 하나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계율을 지킨다”고 하며 그것을 집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 뒤에 번뇌에 홀리어, 서른 여섯 가지 물건, 즉 털, 손, 발톱, 이, 똥, 오줌 따위의 더러운 것도 더럽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른 여섯 가지 더러운 물건을 한꺼번에 전부 붙잡고도 부끄러워하는 생각이 없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궤짝을 지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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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엉뚱한 약을 먹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변비가 심하였다. 의사가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관장을 하여야 나을 것이다.”
그 사람은 관장할 준비를 하고 관장하려 했다.
의사가 오기 전에 그 사람은 약을 먹고서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사가 그 까닭을 이상히 여겨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아까 그 관장약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습니다.”
의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나무라면서,
“너는 너무 어리석어 아무 방편도 모르는구나.”
그리고는 곧 다른 약을 먹여 토하게 한 뒤에야 나았다. 그리하여 이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선관(禪觀)의 갖가지 방법을 닦으려 할 때 부정관(不淨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수식관(數息觀)을 익히고 수식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육계(六界)를 관한다. 그리하여 위, 아래를 뒤바꿔 근본이 없이 한갓 신명만 허비하여 그 때문에 지치게 된다.
좋은 스승에게 묻지 않고 선법(禪法)을 뒤바꾸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더러운 것을 먹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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