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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비유경 41~60


41. 두 귀신의 다툼 

옛날 비사사라는 두 귀신이 있었다.
그들은 상자 하나와 지팡이 한 개와 신발 한 켤레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었지만 해가 지도록 해결하지 못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것을 보고 두 귀신에게 물었다.
“이 상자와 지팡이와 신은 어떤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너희들은 그처럼 서로 성을 내어 다투는가?”
두 귀신은 대답하였다.
“이 상자는 의복, 음식, 평상, 침구 따위의 생활 도구 등을 모두 만들어 내고, 이 지팡이를 잡으면 어떤 원수도 모두 와서 항복하고 감히 다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신만 신으면 어디든지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조금 떨어져 있으라. 너희들에게 고루 나누어주리라.”
그들은 이 말을 듣고 이내 멀리 피하였다. 그는 곧 상자를 안고 지팡이를 들고 신을 신고는 날아가 버렸다.
두 귀신은 깜짝 놀랐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다투고 있는 물건을 지금 내가 가져간다. 이제 너희들은 다투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비사사라는 귀신은 온갖 마(魔)와 외도들에게 비유한 것이고 보시는 그 상자와 같아서 인간이나 천상의 모든 생활 도구가 다 그 안에서 나오며, 선정은 그 지팡이와 같아서 마군과 번뇌의 적을 항복 받고, 계율은 신과 같아서 반드시 인간이나 천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魔)와 외도들이 상자를 놓고 다투는 것은 그들이 모든 번뇌 속에 있으면서 억지로 좋은 과보를 구하지만 아무 소득이 없는 데 비유한 것이다.
만일 선행과 보시와 계율과 선정을 닦아 행하면, 곧 괴로움을 떠나 깨달음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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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낙타 가죽과 비싼 천

어떤 장사꾼이 장사하러 다니는 도중에 낙타가 갑자기 죽어 버렸다. 낙타 등에는 여러 가지 보물과 곱고 부드러운 천과 갖가지 물건이 많이 실려 있었다.
낙타가 죽자 상인은 곧 가죽을 벗긴 뒤 두 제자에게 말하였다.
“낙타 가죽을 잘 간수하여 젖거나 썩게 하지 말라.”
그 뒤에 비가 왔다. 두 제자는 우직하고 어리석어 좋은 천들로 낙타 가죽을 덮었다. 천은 모두 썩어 허물어졌다. 그러나 가죽은 별 가치가 없었고 천은 값비싼 것이었는데 그들은 어리석어 비싼 천으로 가죽을 덮었던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살생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천에 비유한 것이요, 낙타 가죽은 재물에 비유한 것이며, 비가 와서 젖고 썩은 것은 방일함으로써 선행을 깨뜨리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살생하지 않는 계율은 곧 부처님이 되는 최상의 묘한 씨앗이다. 그러나 그것을 닦지는 않고 다만 재물로써 온갖 탑을 만들고 공양하면서, 그 근본을 버리고 끝을 취한다. 그리하여 다섯 갈래 길을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나오지 못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알뜰한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는 계율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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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돌을 갈아 소를 만든 사람

어떤 사람이 부지런히 공을 들여 큰돌을 갈아 조그만 장난감 소를 만들었다. 공은 매우 많았으나 얻은 것은 매우 적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큰돌을 간다는 것은 부지런히 애써 공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고, 조그만 소를 만들었다는 것은 명예를 위하여 서로 다투는 데 비유한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자세히 연구하고 박학하여 많이 알고 그대로 실행하여 훌륭한 결과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눈앞의 명예만 구하면, 교만하고 허황되어 허물과 근심만 더욱 자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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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떡 반개에 배부른 사람

어떤 사람이 배가 고파 일곱 개의 떡을 먹으려 하였다.
여섯 개 반을 먹자 벌써 배가 불렀다. 그는 화를 내고 후회하며 제 손으로 자기를 때리면서 말하였다.
“내가 지금 배부른 것은 이 반 개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에 먹은 여섯 개는 공연히 버린 것이다. 만일 이 반개로써 배가 부를 줄 알았더라면 그것을 먼저 먹었어야 할 것이었는데.”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원래부터 즐거움이란 항상 있는 것이 아닌데, 어리석고 뒤바뀐 생각으로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떡 반개에 배부르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오직 부귀로 즐거움을 삼지만 부귀란 구할 때 매우 괴롭고, 이미 얻은 뒤에는 지켜 간수하기도 괴로우며, 잃은 뒤에 또다시 괴로운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옷과 밥을 겸하기 때문에 즐겁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 세계는 안락은 없고 모두 괴로움뿐인데 중생들은 뒤바뀐 생각으로 미혹하여 제멋대로 즐겁다는 생각을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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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대문과 나귀와 밧줄만 지킨 하인

주인이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하인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문을 잘 지키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펴라.”
주인이 떠난 뒤 이웃집에서 풍류놀이를 하는 자가 있었다.
하인은 그것을 보고 싶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밧줄로 문을 매어 나귀등에 얹고 놀이터로 가서 그 풍류를 즐겼다.
하인이 나간 뒤에 도적이 와서 집안의 재물을 모두 훔쳐 가 버렸다.
주인이 돌아와 하인에게 물었다.
“재물은 모두 어쨌느냐?”
하인은 대답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아까 저에게 문과 나귀와 밧줄을 부탁하셨습니다. 그 밖에는 제가 알 바가 아닙니다.”
주인은 다시 말하였다.
“너를 남겨 두고 문을 지키라 한 것은 바로 재물 때문인데, 재물을 모두 잃었으니 문은 어디에 쓸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이 애욕의 종이 되는 것도 이와 같다.
부처님은 항상 ‘여서 가지 감관의 문을 잘 단속하고 여섯 가지 경계에 집착하지 말며, 애욕의 밧줄을 잘 보라’고 훈계하셨다.
그런데 비구들은 부처님의 교훈을 받들지 않고 이양(利養)을 탐하여 구하고, 거짓으로 청렴한 체하며 고요한 곳에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음은 흐르고 달리며 다섯 가지 쾌락에 탐착한다.
즉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에 홀리고 어지럽혀 무명(無明)은 마음을 덮고 애욕의 밧줄을 얽고 묶는다. 그리하여 바른 생각과 깨달음의 뜻인 도품(道品)의 재물을 모두 잃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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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소를 훔친 사람

어떤 마을 사람들이 남의 소를 훔쳐서 잡은 뒤 모두 나누어 먹었다.
소를 잃은 사람이 그 흔적을 따라 이 마을까지 찾아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놓고 사정을 말하면서 물었다.
“너는 이 마을에 있지 않느냐, 너는 소를 훔치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게는 마을이 없습니다.”
“너희들 마을 복판에 못이 있는데 그 못 가에서 소를 나누어 먹지 않았는가?”
“못이 없습니다.”
“못 곁에 나무가 있지 않는가?”
“나무가 없습니다.”
“소를 훔칠 때 이 마을 동쪽에 있지 않았는가?”
“동쪽이 없습니다.”
“소를 훔친 때는 한낮이 아니었는가?”
“한낮이 없습니다.”
“비록 마을은 없고 나무는 없다 하더라도, 어떻게 천하에 동쪽이 없고 한낮이 없겠는가, 네가 거짓말하는 것을 알겠고 너의 말은 모두 믿을 수가 없다. 너는 소를 훔쳐먹지 않았는가?”
“사실은 먹었습니다.”

계율을 깨뜨린 사람도 그와 같다.
자기의 죄를 덮어두고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면 여러 하늘의 선신(善神)들이 하늘눈[天眼]으로 보기 때문에 다시는 덮어 둘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소를 잡아먹은 사람이 끝내 속이며 버틸 수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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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말하는 원앙새

옛날 어느 나라에는 명절이나 경삿날에는 부녀자들이 모두 꽃으로 머리를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다.
어떤 가난한 사람의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만일 우트팔라꽃을 얻어 내게 주면 나는 당신의 아내로 있겠지만 얻어 오지 못하면 나는 당신을 버리고 가겠습니다.
그 남편은 이전부터 원앙새 우는소리 흉내를 잘 내었다.
그래서 곧 궁궐 못에 들어가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면서 우트팔라꽃을 훔치고 있었다.
그때 못을 지키는 사람이 물었다.
“못 가운데 그 누구냐?”
그는 그만 실수하여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원앙새입니다.”
못 지기는 그를 붙잡아 데리고 왕에게 갔다. 도중에 그는 다시 부드러운 소리로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었다.
연못 지기는 말하였다.
“너는 아까는 내지 않고 지금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어 무엇 하느냐.”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이와 같다.
죽을 때까지 살생하면서 온갖 악업을 짓고, 착한 일을 하지 않다가 임종 때가 가까워서야 비로소 말한다.
“나도 지금부터 착한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옥졸이 그를 데리고 가서 염라왕에게 넘기면 아무리 착한 일을 하고자 하나 이미 때는 늦어 그럴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왕에게 가서 원앙새 우는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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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부러진 나뭇가지에 얻어맞은 여우

어떤 여우가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불어 가지가 부러져 그만 여우의 등에 떨어졌다.
여우는 곧 눈을 감고 다시 나무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곳을 떠나 딴 곳으로 달아났다.
날이 저물어도 그는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여우는 멀리서 바람이 불어 큰 나뭇가지가 아래위로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나를 다시 나무 밑으로 오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리석은 제자들도 그와 같다.
집을 떠나 스승에게 배우다가, 조금 꾸지람을 들으면 곧 달아난다.
그 뒤에 나쁜 벗을 만나 끝없이 번민하다가는 비로소 본래 스승에게로 돌아온다. 이와 같이 오가는 것을 어리석고 미혹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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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털 한 줌을 놓고 다툰 어린 아이

옛날 어떤 두 아이가 강에 들어가 놀다가 물밑에서 털 한 줌을 얻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이것은 선인(仙人)의 수염이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말했다.
“이것은 큰곰의 털이다.”
그때 그 강가에 어떤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다.
이 두 아이는 서로 다투다가 할 수 없이 그 선인에게 가서 의심나는 것을 판결해 달라고 하였다.
선인은 곧 쌀과 깨를 입에 넣고 씹다가 손바닥에 뱉어 놓고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내 손바닥에 있는 것은 공작의 똥과 같다.”
이처럼 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선인을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이와 같다. 
설법할 때에도 쓸데없는 것은 모두 설명하면서 바른 이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 선인이 묻는 것에는 대답하지 않고 깨를 씹어 뱉는 것과 같다.
근거 없는 빈말도 또한 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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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두 눈알이 튀어나온 의사

어떤 사람이 곱추 병을 앓아 의사를 청해 치료하였다.
의사는 거기에 타락웃물을 바른 뒤에 아래위로 널판을 대고 힘을 다해 눌렀다.
너무 힘을 쓴 나머지 두 눈알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의사는 자기의 두 눈알이 튀어나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복을 닦기 위하여 살림 살고 장사하면서 온갖 법답지 않은 일을 하니 일은 비록 성취하지만 그 이익은 손해를 보충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미래의 세상에 지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마치 두 눈알이 빠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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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매맞는 계집종

다섯 사람이 계집종 하나를 샀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종에게 말하였다.
“내 옷을 빨아라.”
다음에 또 한사람도 말했다.
“내 옷도 빨아라.”
그 종은 다음 사람에게 말하였다.
“저 분의 옷을 먼저 빨게 되어 있습니다.”
뒤 사람이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었다.
“나도 저 사람과 함께 다같이 너를 샀는데 왜 저 사람의 것만 빨려 하는가?”
그리고 매 열 대를 때렷다. 그러자 다른 네 사람도 모두 각기 열 대씩 때렸다.

다섯 가지 쌓임도 또한 그와 같다.
다섯 가지 번뇌의 인연이 모여 이 몸을 이루었는데, 그 다섯 가지 쌓임이 항상 생, 노, 병, 사의 한량없는 고뇌로 중생을 매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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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왕의 거짓말

어떤 아이가 왕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왕은 돈을 천 냥을 주기로 약속하였다.
아이가 왕에게 돈을 요구하였다. 왕은 주지 않고 말하였다.
“네가 아까 음악을 연주하였지만 그것은 한 낱 내 귀만 즐겁게 하였을 뿐이다. 내가 너에게 돈을 주겠다고 한 것도 다만 네 귀를 즐겁게 한 것뿐이다.”

세상의 바보도 그와 같다. 인간이나 천상에서 조그만 즐거움을 받지만 그것은 실(實)이 없어, 덧없고 멸하는 것이다. 또한 오래 머무르지 못하나니 마치 저 빈 음악 소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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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스승의 두 다리를 부러뜨린 제자

어떤 스승이 두 제자를 두었다. 그 스승은 아픈 다리를 두 제자에게 내밀면서 하나씩 주무르라고 하였다.
두 제자는 늘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였다. 한 제자가 다른 제자에게 가서 그가 주무르는 스승의 다리를 붙잡고 돌로 때려 부러뜨렸다.
다른 제자가 이것을 보고 몹시 분하게 여겨, 또 그가 주무르는 다리를 때려 부러뜨렸다.

부처님 법을 배우는 사람들도 그와 같다.
대승(大乘)을 배우는 사람은 소승(小乘)을 그르다 배척하고, 소승을 배우는 사람은 또 대승을 그르다 하기 때문에 큰 성인의 가르침의 두 길을 모두 잃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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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뱀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다툰 이야기

어느 날 뱀의 꼬리가 그 머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앞에서 가야 하겠다.”
머리가 말하기를,
“내가 언제나 앞에서 갔는데 갑자기 왜 그러느냐?”
머리와 꼬리는 서로 싸웠다. 끝내 머리가 앞에서 가려고 하자, 꼬리는 나무를 감고 버텼다. 하는 수 없이 머리가 양보했다. 그리하여 결국 꼬리가 앞에서 가다가 곧 불구덩이에 덜어져 타 죽었다.

스승과 제자도 그와 같다. 제자들은,
“스승은 나이가 많다고 하여 늘 앞에 있기를 좋아하지만, 제자인 우리들은 젊으므로 우리가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계율에 익숙치 못한 젊은이는 항상 계율을 범하다가 곧 서로 끌고 지옥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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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왕의 수염 깎기를 택한 사람

옛날 어떤 왕이 믿을 만한 신하를 두었다. 그는 전장에서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왕을 구하여 안전하게 하였다.
왕은 매우 기뻐하여 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구하는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신하는 대답하였다.
“왕께서 수염을 깎으실 때 나를 시켜 깎도록 해 주소서.”
왕은 말했다.
“그 일이 네 마음에 맞는다면 원대로 들어주리라.”
이 어리석은 사람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웃으면서 말했다.
“나라의 반을 다스리는 대신이나 재상 자리도 얻을 수 있었는데, 구태여 천한 업을 구하였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모든 부처님께서 한량없는 겁 동안 어려운 행과 괴로움 행을 겪은 뒤 스스로 부처가 되신 것이다. 그러므로 혹 부처님을 만나거나 부처님이 남긴 법을 만날 수 있더라도 사람의 몸을 얻기는 어렵다.
그것은 마치 눈 먼 거북이가 떠도는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다.
이 만나기 어려운 두 가지를 이제 우리가 만났지만 그 뜻이 용렬하여 조그만 계율을 받들어 가지고는 곧 족하다 생각하고, 열반의 훌륭하고 묘한 법을 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더 나아가 구할 마음이 없이 스스로 삿된 일을 행하면서 곧 만족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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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없는 물건을 청한 사람

옛날 두 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이 깨를 실은 수레를 끌고 험한 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 수레꾼은 이들에게 말하였다.
“나를 도와 수레를 밀어 험한 길을 벗어나게 해 주시오.”
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에게 무엇을 주겠는가”
수레꾼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을 그대들에게 주리라.”
두 사람은 그를 도와 수레를 밀고 평지에 나와 수레군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줄 물건을 가져 오라.”
수레꾼은 대답하였다.
“물건이 없다.”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다시 말하였다.
“그 없는 물건을 가져 오라.”
다른 한 사람이 웃음을 머금고 말하였다.
“저 사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러나 또 한 사람은 수레꾼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 없는 물건을 가져 오라. 반드시 없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無物]이라는 이 두 글자를 한 데 모으면 그것을 거짓 이름[假名]이라 한다. 세속의 범부들은 만일 ‘없는 물건’이라 하면 곧 ‘아무것도 없는 경례[無所有處]’라고 안다.”
또 한 사람은 말하였다.
“없는 물건이란 바로 없는 모양[無相], 없는 원[無願], 없는 지음[無作]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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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발로 장자의 입을 친 하인

옛날 큰 재물을 갖고 있는 장자가 있었다.
좌우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온갖 공경을 다하였다. 장자가 가래침을 뱉을 때에는 좌우의 모시는 사람들이 재빨리 발로 그것을 밟아 문질러 버렸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가래침이 땅에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재빨리 밟아 문질러 버린다. 그렇다면 나는 그가 뱉으려 할 때에 먼저 밟으리라.’
그때에 장자가 막 가래침을 뱉으려 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곧 다리를 들어 장자의 입을 쳐서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러져 버렸다.
장자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내 입을 쳤느냐?”
그는 말했다.
“장자의 침이 입에서 나와 땅에 덜어지기만 하면 좌우의 아첨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밟아 버립니다. 나는 아무리 밟으려 하여도 늘 따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침이 막 입에서 나오려 할 때 다리를 들고 먼저 밟아 장자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것입니다.”

무릇 어떤 일이나 때가 있는 것이니, 때가 아직 이르기도 전에 억지로 애를 쓰면 도리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은 마땅히 ‘때’와 ‘때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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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동전을 둘로 나눈 형제

옛날 마라국에 어떤 부자가 있었다. 그는 병이 매우 위중하여 반드시 죽을 것이라 생각하고 두 아들에게 분부하였다.
“내가 죽은 뒤에는 재산을 잘 나누어 가져라.”
두 아들이 분부에 따라 아버지가 죽은 뒤 두 몫으로 재산을 나눌 때, 형이 아우에게 말하였다.
“나누는 것이 공평하지 못하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노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물건 나누는 법을 가르쳐 공평하게 가지게 하리라. 지금 있는 모든 물건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어떻게 부숩니까?”
“옷은 반을 찢어 두 몫으로 만들고, 밥상이나 병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동이나 항아리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고 돈도 부수어 두 몫으로 만들어라.”
이리하여 모든 재산을 두 몫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비웃었다.

그것은 마치 저 외도들이 분별하여 닦는 것과 같다.
모든 외도들은 어리석으면서도 스스로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돈을 부수어 두 조각을 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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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오지 병을 구경하다가 보물을 놓친 사람

두 사람이 옹기 공장에 가서 바퀴를 밟아 오지 병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였다. 그들은 그것을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곳을 떠나 큰 모임에 가서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고 또 보물까지 얻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오지 병 만드는 것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구경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그리하여 머뭇거리며 해가 지도록 그것을 구경하다가 옷과 밥을 놓치고 말았다.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살림살이를 돌보느라고 죽음이 오는 것은 깨닫지 못한다.

오늘은 이 일을 경영하고
내일은 저 업을 짓는다.

모든 부처님이 나타나서
우레 같은 소리가 세상에 가득 차고
바른 가르침이 걸림 없이 내리건만
세상일에 얽히어 듣지 않으며
죽음이 갑자기 닥치는 것도 모른다.

부처님의 법회를 놓치고
법의 보배를 얻지 못하여
언제나 곤궁한 나쁜 길에 살면서
바른 법을 배반해 버리는구나.

그는 오지 병만 바라보며 섬겼기 때문에
마침내 구경하기를 그치지 않았으니
그러므로 그는 법의 이익을 잃고
영원히 해탈할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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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물 속의 그림자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큰못에 가서, 물 속에 있는 순금의 그림자를 보고는 금이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곧 물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면서 금을 찾았다. 그러나 찾지 못하고 몹시 피로한 채 도로 나와 앉아 있었다.
조금 있다가 물이 맑아지자 금빛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다시 들어가 진흙을 헤치고 찾았으나 또 찾지 못하고 지쳐 버렸다.
아버지가 아들을 찾으러 왔다가 거기서 아들을 보고 물었다.
“너는 무슨 일을 하였기에 그처럼 지쳐 있느냐?”
아들이 말하였다.
“물 속에 순금이 있기에 물에 들어가 진흙을 헤치고 찾았습니다. 그러나 금은 얻지 못하고 이처럼 지쳤습니다.”
그 아버지는 물 속의 그림자를 보고, 그 금은 나무 위에 있는 금인데 그 그림자가 물 속에 나타난 것임을 아들에게 알려 주었다.
“이것은 반드시 새가 금을 물고 가다가 나무 위에 둔 것일 게다.”
그는 아버지 말을 따라 나무 위에 올라가서 그 금을 얻었다.

어리석은 저 범부들도
무지하기 그와 같다.
‘나’가 없는 다섯 가지 쌓임 가운데
제멋대로 ‘나’가 있다 생각하나니

저 순금 그림자를 본 사람이 
부지런히 애써 그것을 찾았으나
한갓 수고하고 소득이 없음과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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