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성청정, 승만부인
9. 자성청정
“세존이시여, 생사(生死)란 것은 여래장(如來藏)을 의지할 것이니, 여래장인 까닭으로 그 비롯한 때(本際)를 알 수 없다 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장이 있음으로 해서 생사한다고 말하는 것은 훌륭한 말이라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난다, 죽는다 하는 생사라는 것은 바깥 것을 받아들이는 근(根)이 없어지고, 받아들이는 근이 차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을 생사라 합니다.
세존이시여, 죽는다, 난다 하는 것은 이 두 가지 법이 곧 여래장인데, 세간의 말로 말하므로 죽는다, 난다 합니다. 죽는다는 것은 근(根)이 망가지는 것이요, 난다는 것은 새로운 근이 생기는 것일지언정, 여래장이 나고 죽는 것은 아닙니다. 여래장은 유위의 모양을 여의었으므로, 여래장은 항상 머물러 있고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래장은 의지할 데며, 거두어 지니는 것이며, 세워 일으키는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여의지 않고, 끊지 않고, 벗어나지 않고, 달라지지 않는 부사의한 불법이므로, 세존이시여, 끊어지고 벗어나고 달라지는 여러 가지 유위법의 의지가 되고 거두어 지니고 세워 일으키는 것이 곧 여래장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여래장이 없으면 괴로움을 싫어하고 열반을 좋게 여겨 구할 수 없나니, 그 까닭을 말하면, 지금 있는 6식(識)과 이 알음알이 지혜(心法智)와의 일곱 가지 법은 잠깐도 머물러 있지 못하므로 모든 괴로움을 심지 못하며, 괴로움을 싫어하고 열반을 좋게 여겨 구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장은 전제(前際)가 없어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없어지지 아니하는 법이므로 모든 괴로움을 심으며, 괴로움을 싫어하고 열반을 좋게 여겨 구합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장은 내가 아니고 중생이 아니고 목숨이 아니고 사람이 아니므로 여래장은 몸이란 소견에 떨어진 중생이나 뒤바뀐 중생이나 공한 데 뜻이 어지러워진 중생에게는 그들의 경계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장은 곧 법계장(法界藏)이며, 법신장(法身藏)이며, 출세간상상장(出世間上上藏)이며, 자성청정장(自性淸淨藏)입니다. 이 성품이 깨끗한 여래장으로서 객번뇌(客煩惱)·티끌번뇌(客塵煩惱)와 상번뇌에 물드는 것은 부사의한 여래의 경계입니다. 그 까닭을 말하면, 찰나의 선한 마음은 번뇌에 물든 것이 아니며, 찰나의 나쁜 마음도 번뇌에 물든 것이 아니니, 번뇌는 마음에 접촉하지 아니하고 마음도 번뇌에 접촉하지 아니하는 것인데, 접촉하지 아니하는 법으로 어떻게 마음을 물들일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그러나 번뇌도 있고 번뇌가 마음을 물들이는 일도 있사오니, 성품이 깨끗한 마음으로서 물든다는 것은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불세존만이 진실한 눈이시며 진실한 지혜로서 법의 근본이 되시며 법을 통달하시어 바른 법의 의지할 데가 되었으므로 실제와 같이 아시고 보십니다.”
승만 부인이 이렇게 알기 어려운 법을 말하여 부처님께 여쭐 때에 부처님께서는 기뻐하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성품이 깨끗한 마음으로서 물든다는 것은 알기 어려우니라. 두 가지 법이 알기 어려운 것이니, 성품이 깨끗한 마음을 알기 어려우며, 그 마음이 번뇌에 물든다는 것도 알기 어려우니라. 이 두 가지 법은 너와 대승법을 성취한 보살마하살만이 듣고 이해할 수 있거니와, 다른 성문들은 다만 부처의 말씀 믿을 뿐이니라.”
“만일 나의 제자로서 가르침을 따라 믿고, 믿음이 더욱 자란 이는 분명한 믿음을 의지하여 법의 지혜를 따르고 그리하여 끝까지 얻게 되느니라. 법의 지혜를 따른다는 것은 마련된 근(根)과 뜻으로 이해함과 그 경계를 관찰하며, 업을 지어 과보 받는 것을 관찰하며, 아라한의 안(眼)을 관찰하며, 마음이 자재한 즐거움과 선정의 즐거움을 관찰하며, 아라한·벽지불·대력(大力) 보살들의 성스럽고 자재한 신통을 관찰하여 이 다섯 가지 공교한 관찰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내가 멸도한 뒤 이 다음 세상에서 나의 제자가 따라 믿고 믿음이 더욱 자라고 분명한 믿음을 의지하여 법의 지혜를 따르면, 성품이 깨끗한 마음이 번뇌에 물들었으면서도 구경(究竟)을 얻게 되느니라. 이 구경이라는 것은 대승도(大乘道)에 들어가는 원인이니, 여래라 믿는 이는 이러한 큰 이익이 있어서 깊은 이치를 비방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그때에 승만 부인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밖에도 다른 큰 이익이 있사오니, 제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다시 이 이치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다시 말하여 보아라.”
승만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 종류의 선남자 선여인이 깊은 이치에 대하여 스스로 손상하지 아니하고 큰 공덕을 내어 대승의 도에 들어갑니다. 어떤 것이 세 종류인가. 선남자 선여인이 깊은 법의 지혜를 스스로 성취하는 것이요, 선남자 선여인이 법의 지혜를 따르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요, 선남자 선여인이 모든 깊은 법을 스스로는 알지 못하나 세존께 미루어서 내가 알 만한 경계가 아니요, 오직 부처님만이 아신다 하면, 이것을 선남자 선여인들이 여래께 미루는 이라 할 것이니, 이 세 종류의 선남자 선여인은 말할 것이 없습니다.”
“이 세 종류를 제외하고 다른 중생들로서 저 깊고 깊은 법에 대하여 허망한 말에 끌리어 바른 법을 등지고 여러 외도의 짓을 익히어 종자가 썩은 이들은 마땅히 국왕의 힘으로나 하늘 사람과 용과 귀신의 힘으로써 조복하여야 합니다.”
그때에 승만 부인이 여러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승만이여, 이 깊은 법을 방편으로 잘 지키어 보호하고 나쁜 법을 항복함은 매우 잘한 일이니라. 너는 지나간 세상에 백천억 부처님을 모셨으므로 이러한 이치를 말하는 것이니라.”
이때에 부처님께서 훌륭한 광명을 놓아 대중을 두루 비추시면서 허공으로 몸을 솟아 7다라수(多羅樹) 높이까지 올라가셔서 공중으로 걸어서 사위국으로 가셨다.
승만 부인과 모든 권속들은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싫어함 없이 보면서 잠깐도 한눈을 팔지 아니하였으며, 부처님께서 가시는 형상이 보이지 아니할 때에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여래의 공덕을 제각기 찬탄하고 부처님을 생각하였다. 승만 부인은 성중으로 돌아와서 우칭왕(友稱王)에게 대승법을 칭찬하였다. 그리고 성중에 있는 일곱 살 이상 된 여자에게 모두 대승법으로 교화하였다. 우칭대왕도 일곱 살 이상 된 남자에게 모두 대승법으로 교화하였으므로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대승으로 향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기원 숲(祇桓林)으로 돌아오셔서 장로 아난(阿難)에게 말하였고, 또 천제석(天帝釋)을 생각하였다. 제석은 여러 권속들을 데리고 어느덧 부처님 앞에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제석과 장로 아난에게 이 경을 자세히 말씀하시고,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잘 외워라. 교시가여, 선남자 선여인이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겁 동안에 보리행(菩提行)을 닦으면서 6바라밀을 행하고, 다른 선남자 선여인은 이 경을 듣고 받고 읽고 외우고 나아가 또 몸에 지닌다면, 이 사람의 복이 앞 사람의 복보다 많을 터인데, 하물며 여러 사람에게 자세히 말하여 줌에 있어서이겠느냐. 그러므로 교시가여, 이 경을 읽어 외우고 33천(天)을 위하여 자세히 분별하여 설해 줌에 있어서이겠느냐.”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4부 대중에게 자세히 일러 주라.”
이때에 천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을 무엇이라 이름하오며,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는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한량없고 가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으므로 온갖 성문이나 연각들로는 끝까지 관찰하거나 알고 볼 수 없느니라. 교시가여, 마땅히 알라. 이 경은 매우 깊고 미묘하며 큰 공덕 덩어리이니라. 이제 너에게 그 이름을 대강 말하거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때에 천제석과 장로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대로 받아 지니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이 경은 여래의 진실한 제일의 공덕(功德)을 찬탄한 것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부사의한 크게 받음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온갖 소원을 거두어들인 대원(大願)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부사의하게 바른 법을 거두어들임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1승에 들어감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끝없는 성제(聖諦)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여래장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닐지니라.
법신(法身)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공한 뜻이 진실한 이치를 가림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한 가지 진실한 법(一諦)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항상 머물고 편안한 한 가지 의지할 데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뒤바뀐 법과 진실한 법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제 성품이 깨끗한 마음을 가림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여래의 참 아들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며, 승만 부인의 사자후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닐지니라.
또 교시가여, 이 경에 말한 것은 온갖 의심을 끊고 올바른 뜻을 결정하여 1승의 도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라. 교시가여, 지금 이 승만 부인이 사자후한 경을 너에게 부촉하노니, 나아가 불법이 머물러 있을 때까지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자세히 분별하여 말하여라.”
제석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감사합니다, 세존이시여, 거룩한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이때에 천제석과 장로 아난과 모임 가운데 있던 하늘 사람·인간 사람과 아수라와 건달바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즐겁게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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