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미륵장 : 윤회의 근본과 5가지 중생의 성품
이 때에 미륵 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조아려 예배하고 존경의 표시로 우측으로 세 번 돌며 두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모으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크게 자비로우신 세존이시여, 널리 일체보살을 위하여 여래의 비밀 창고를 여시니,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깊이 윤회를 깨닫게 하여 삿됨과 바름을 분별하게 하셨습니다. 능히 말세의 일체중생에게 두려움이 없는 도(道)의 안목을 베풀어 대열반에서 결정적 믿음을 내게 하니, 다시 그들이 생사윤회의 경계를 따라 되풀이되는 생사의 견해를 일으킬 것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모든 보살과 말세의 중생이 여래의 대적멸의 바다에서 노닐려면 어떻게 윤회의 근본을 끊어야 하며, 모든 윤회에는 몇 종류가 있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수행하는 데에는 어떠한 차별이 있으며, 깨달음을 얻어 중생의 세계에 회향함에 있어 몇 종류의 교화 방편을 베풀어야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세상을 구할 큰 자비를 버리지 마옵시고, 수행하는 일체보살과 말세중생의 지혜로운 안목을 청정케 하여, 환히 그들의 거울 같은 마음을 비추어 여래의 무상지견(無上知見)을 원만히 깨닫게 하옵소서.
이 말을 마치고서 오체투지하며, 이와 같이 거듭 세 번 청함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간청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 미륵 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너희들이 능히 모든 보살과 말세의 중생을 위하여 여래의 깊고 비밀하여 오묘한 이치를 간청하여 물어, 모든 보살로 하여금 지혜의 안목을 청정하게 하며, 일체 말세의 중생으로 하여금 영원히 윤회를 끊게 하여, 그 마음으로 실상을 깨닫게 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갖추게 하는구나.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설하리라.
그러자 미륵 보살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환희하며 모든 대중과 함께 묵연히 부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선남자여, 일체중생은 무시 이래로 여러 가지 은애(恩愛)와 탐욕으로 말미암아 윤회가 있게 되었다. 만약에 모든 세계의 일체종성(一切種性)인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이 모두 음욕으로 인하여 생명을 받았다면, 마땅히 윤회는 애욕이 근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든 욕망이 있음으로 애욕의 성품을 드러내게 되니, 이 때문에 중생들로 하여금 생사를 상속하게 한다. 욕망은 애욕으로 인하여 생겨나고 생명은 욕망으로 인하여 있게 되니, 중생이 생명을 아끼고 좋아하는 것은 욕망이란 근본에 의지하는 것이다. 애욕(愛欲)이 원인이 되고, 생명을 아끼고 좋아하는 것은 결과가 된다.
탐욕의 경계로 말미암아 수순하고 거역하는 마음이 일어나니, 그 경계가 좋아하는 마음을 등지면 증오와 질투가 생겨나서 여러 가지 업을 짓고, 이 때문에 지옥과 아귀의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탐욕을 싫어해야 할 것으로 알고 업을 싫어하는 도(道)를 좋아하여, 악을 버리고 선을 즐긴다면 하늘과 인간의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또 싫어하고 미워해야 할 모든 애욕을 알기에, 애욕을 버리고 평등한 마음을 즐거워하더라도 이것은 도리어 애욕의 근본을 자라게 하는 것이니, 설사 문득 유위법을 더 좋게 하는 과보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모두 윤회하기에 거룩한 도를 성취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중생이 생사를 벗어나 모든 윤회를 면하려면, 먼저 탐욕을 끊고 애욕의 갈증을 제거해야 한다.
선남자여, 보살이 원력으로 변신하여 세간에 자기의 모습을 나타내어 보임은 애욕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비심으로 저 중생들로 하여금 애욕을 버리게 하기 위하여, 모든 탐욕의 모습을 빌어서 중생의 생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만약에 말세의 일체중생이 모든 욕망을 버리고서 증오와 사랑하는 마음을 제거하여, 영원히 윤회를 끊고 부지런히 여래의 원각 경계를 구할 수만 있다면, 청정한 마음에 문득 깨우침을 얻게 될 것이다.
선남자여, 일체중생은 본래 탐욕이 무명을 발휘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평등하지 않은 오성(五性)의 차별을 드러내니, 두 종류의 장애에 의하여 그 깊고 얕음을 나타낸다. 무엇이 두 종류의 장애인가. 하나는 이치적인 장애로 바른 지견을 장애한다. 또 하나는 실제적인 장애로 생사를 이어지게한다.
어떤 것이 오성(五性)인가. 선남자여, 만약 이 두 장애를 끊어내지 못했다면 성불했다 할 수 없다. 만약 모든 중생이 영원히 탐욕을 버리고자 먼저 실제 장애(事障)를 없앴으나 이치적이 장애(理障)를 끊지 못했다면, 이는 단지 성문과 연각의 경계에만 깨달아 들어갔을 뿐, 아직 보살의 경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선남자여, 만약 말세의 일체중생이 여래의 대원각(大圓覺)의 바다에서 노닐려면 먼저 발원하여 부지런히 사장(事障)과 이장(理障)을 끊어야 할 것이다. 두 장애를 이미 항복 받았다면 보살의 경계에 깨달아 들어갈 수 있고, 사장(事障)과 이장(理障)을 영원히 단멸하였다면 여래의 미묘한 원각에 들어가 보리(菩提)와 대열반을 원만 구족할 것이다.
선남자여, 일체중생이 모두 원각을 증득하나, 선지식을 만나 그들이 성취한 인지법행(因地法行)에 의지할 것 같으면, 이때 수습하는 데에서 문득 단밖에 혹은 점차로 닦아감이 있게 된다. 만약에 여래의 최고 깨달음인 바른 수행길을 만난다면 근기가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모두 부처님의 과위를 이루게 될 것이다.
만약 모든 중생이 비록 좋은 도반을 구하나 삿된 견해 지닌 자를 만났다면 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할 것이니, 이를 외도(外道)의 종성(種性)이라 한다. 이는 삿된 스승의 잘못으로서 중생의 허물이 아니니, 이 차이점을 중생의 오성(五性) 차별이라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보살이 오직 큰 자비의 방편으로 모든 세간에 들어가 깨치지 못한 중생을 깨우치고, 여러 가지 형상을 나타내어 역순(逆順)의 경계에서 그들과 더불어 동사섭(同事攝)을 하며 그들을 교화 성불시키니, 이 모두는 무시이래의 청정한 원력에 의한 것이다.
만약에 모든 말세의 일체중생이 대원각에 의지해서 더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다면, 마땅히 보살의 청정한 대원력을 발하여 “바라옵건대 내가 지금 부처님의 원각에 머물러 선지식을 구하니, 외도나 이승(二乘)을 만나지 않게 하옵소서”라고 해야 한다. 이러한 원력에 의지하여 수행해서 점차 모든 장애를 끊어낸다면, 장애가 다하고 원력이 가득하여 문득 해탈의 청정한 법전(法殿)에 올라가서 대원각의 오묘한 장엄세계를 증득할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하여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미륵 보살이여 마땅히 알라.
시방세계 살아가는 모든 중생이
평화로운 대해탈을 얻지 못함은
이 모두 탐욕으로 말미암기에
윤회하는 생사에 떨어지나니
만약에 중생이 증오와 애욕
탐진치 삼독을 끊어 낸다면
그 성품의 차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다 불도를 이룰 수 있네.
이장(理障)과 사장(事障)의 영원한 소멸
바른 스승 구하여 깨달음 얻고
보살의 대원력에 수순하여서
대열반에 의지하고 안주를 하니
시방세계 대원력의 모든 보살님
모두가 대비심의 원력으로써
그 모습을 나투어 생사에 드네.
정진하는 현재의 수행자들과
佛緣 맺은 말세의 모든 중생이
부지런히 모든 愛見 끊어낸다면
그 자리서 대원각에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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