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과 혜
「혜능이 이곳 소주에 오게된 것은 여러 관료, 도학자, 재가자 분들과 오랜 전생에 인연이 덕분이기도 합니다. 가르쳐드리는 것은 이전부터 거룩하게 전해진 것이지 혜능 혼자 아는 것을 옳다고는 못합니다. 앞선 거룩한 가르침을 듣고자 한다면 각기 마음을 맑혀야 하고, 듣고나서는 자신의 미욱함이 역대 조사스님들의 깨달음과 같아지기를 발원하십시오.」
혜능대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선지식 여러분!
보리반야의 지혜는 세상사람들이 본래부터 자연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미혹되어서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선지식을 찾아 도를 보이기를 청하여 자성을 보아야 합니다.
선지식 여러분!
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의 불성에는 본래 차별이 없습니다. 단지 미혹함과 깨달음 때문이니, 미혹하면 어리석게 되고 깨달으면 지혜를 이루는 것입니다.
선지식 여러분!
우리의 이 법문은 정과 혜로써 근본으로 삼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정과 혜가 별도라고 어리석게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과 혜, 자체는 하나이지 둘이 아닙니다. 다시말해 정은 바로 혜의 본체이고, 혜는 바로 정의 작용인 것입니다.
혜로 나아갈 때, 정은 혜에 있고 정으로 나아갈 때, 혜는 정에 있습니다.
선지식 여러분!
이 뜻이 바로 정과 혜가 같다는 것입니다.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생각을 일으켜가며 정을 먼저 닦아야 혜가 일어나고, 혜를 먼저 닦아야 정이 일어나서, 정과 혜는 각기 다르다고 말하면 안됩니다. 이런 견해를 일으키는 사람은 법에 대해 분별하는 생각을 가져서 입으로는 좋다고 말하면서 마음은 좋지 않고, 혜와 정이 고르지 않습니다.
마음도 말하는 것도 모두 선하여 안과 밖이 한결같으면 정혜가 고르게 됩니다. 스스로 깨닫고 수행하는 것은 입으로 다투는데 있지 않습니다. 어느 것이 먼저이고 나중인지 다툰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승부에 연연하다 도리어 아집과 법집이 생겨나 사상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일행삼매란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누워있는 행주좌와의 모든 일상에서 언제나 항상 곧은 마음을 행하는 것입니다.
<정명경 유마경>에서
“곧은 마음이 바로 도량이요, 곧은 마음이 바로 정토이다.”라고 하는데,
마음은 사특하게 움직이면서 입으로만 곧아야 하는 법이라고 말하면 안됩니다. 입으로는 일행삼매를 말하면서 직심을 행하지 못하면 부처님의 제자가 아닙니다. 다만 곧은 마음을 행할 뿐, 일체법에 집착함이 없는 것을 일행삼매라 하는 것입니다.
미혹한 사람은 법이란 이러하다라는 생각에 고착되어 일행삼매에 집착하면서 곧은 마음이란 앉아서 꿈쩍도 않는 것이라 합니다. 망상들을 제거하여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야 올바른 일행삼매라고 하는데, 그렇게하면 이 법으로는 무정들과 같아지니 도의 인연에 장애되는 것입니다. 도라는 것은 모름지기 통하고 흘러야 하는 것인데, 도리어 옭아매어서야 되겠습니까?
마음이 머물러 있지 않아야 통하여 흐르게되고, 머무르면 얽매이게 됩니다. [일행삼매가]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것이라면, 이는 유마힐이 숲속에서 편히 앉은 사리불을 꾸짖었다는 것과 맞지 않습니다.
선지식 여러분!
또 어떤 사람들이 앉아서 마음을 간하되 맑음을 간하고, 움직이지도 말고 일어서지도 말라고 남에게 가르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공부하도록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깨닫지도 못하고 집착하여 전도되는 경우가 수백이 됩니다. 이와같이 도를 가르치는 것은 크게 잘못되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선지식 여러분!
정과 혜는 무엇과 비유할 수 있을까요? 등불의 빛과 같습니다. 등불이 있으면 빛이 있고, 등불이 없으면 빛도 없습니다. 등불이 바로 빛의 본체가 되고 빛이 바로 등불의 작용인 것입니다. 이름은 둘이 되지만, 본체는 두 가지가 아닌데, 여기서의 정과 혜의 이치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0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