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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어 13 해탈하는 법 

 

1. 한 물건 

 한 물건이 있으니 천지가 생기기 정에도 항상 있었고, 천지가 다 없어진 후에도 항상 있다. 천지가 천번 생기고 만번 부서져도 이 물건은 털끝만치도 변동 없이 항상 있다.


 크기로 말하면 가없는 허공의 몇억만 배가 되어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래서 이 물건의 크기를 큰 바다에 비유하면, 시방의 넓고 넓은 허공은 바다 가운데 있는 조그마한 물거품과 같다.
 또 일월보다 몇억만 배나 더 밝은 광명으로써 항상 시방세계를 비추고 있다. 밝음과 어두움을 벗어난 이 절대적인 광명은 항상 우주 만물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이 물건은 모든 명상과 분별을 떠난 절대적인 것이다. 절대라는 이름도 붙일 수 없지만 부득이해서 절대라는 것이다.
 한 물건이란 이름도 지을 수 없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한 물건이란 이름을 붙일 때 벌써 거짓말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일시에 나타나서 억천만겁이 다하도록 설명하려 해도, 이 물건을 털끝만치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가 깨쳐서 쓸 따름이요, 남에게 설명도 못하고 전할 수도 없다.
 이 물건을 깨친 사람은 부처라 하여, 생사고를 영원히 벗어나서 미래가 다하도록 자유자재한 것이다.
 이 물건을 깨치지 못한 중생들은 항상 생사바다를 헤매어 사생육도에 윤회하면서, 억천만겁토록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중생이라도 다 이 물건을 가지고 있다. 깨진 부처나 깨치지 못한 조그마한 벌레까지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다른 것은, 이 물건을 깨쳤느냐 못 깨쳤느냐에 있다.
 석가와 달마도 이 물건은 눈을 들고 보지도 못하고, 입을 열어 설명하지도 못했다. 이 물건을 보려고 하면 석가도 눈이 멀고 달마도 눈이 먼다. 또 이 물건을 설명하려고 하면 부처와 조사가 다 벙어리가 되는 것이다. 오직 깨쳐서 자유자재하게 쓸 따름이다.
 그러므로 고인이 말씀하기를, "대장경은 모두 고름 닦아 버린 헌종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말하노니, "팔만대장경으로써 사람을 살리려는 것은 비상으로써 사람을 살리려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경전 가운데도 소승과 대승이 있으니, 대승경에서는 말하기를 "설사 비상을 사람에게 먹일지언정 소승경법으로써 사람을 가르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나 대승경 역시 비상인 줄 왜 몰랐을까? 알면서도 부득이한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크게 정신차려야 한다.
 오직 이 한 물건만 믿는 것을 바른 심신이라 한다. 석가도 쓸데없고 달마도 쓸데없다. 팔만장경이란 다 무슨 잔소리인가? 오로지 이 물건만 믿고 이것 깨치는 공부만 할 따름이요, 그 외에는 전부 외도며 마구니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염불해서 죽어 극락세계에 가서 말할 수 없는 쾌락을 받는데, 나는 이 한 물건 찾는 공부를 하다가 잘못되어 지옥에 떨어져 억천만겁토록 무한한 고통을 받더라도, 조금도 후회하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오직 이 공부를 성취하고야 만다!' 이러한 결심이 아니면 도저히 이 공부는 성취하지 못한다.
 고인이 말씀하기를, "사람을 죽이면서도 눈 한번 깜작이지 않는 사람이라야 공부를 성취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말하노니, "청상과부가 외동아들이 벼락을 맞아 죽어도 눈썹 하나 까딱 이지 않을 만한 무서운 생각이 아니면 절대로 이 공부할 생각을 말아라"고 하겠다.
 천근을 들려면 천근 들 힘이 필요하고, 만근을 들려면 만근들 힘이 필요하다. 열근도 못 들 힘을 가지고 천근 만근을 들라면,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면 미친 사람일 것이다. 힘이 부족하면 하루바삐 힘을 길러야 한다.
 자기를 낳아 길러준 가장 은혜 깊은 부모가 굶어서 길바닥에 엎어져 죽더라도 눈 한번 거들떠보지 않는 무서운 마음, 이것이 고인의 결심이다.
 제왕이 스승으로 모시려 하여도 복을 베면 베었지 절대로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고인의 지조이다.
 사해의 부귀는 풀잎 끝의 이슬 방울이요, 만승의 천자는 진흙 위의 똥덩이라는 이런 생각, 이런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야 꿈결 같은 세상 영화를 벗어나 영원불멸한 행복의 길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털끝만한 이해로써 칼부림이 나는, 소위 지금의 공부인과는 하늘과 땅인 것이다.
 다 떨어진 누더기로써 거품 같은 이 몸을 가리고 심산 토굴에서 감자나 심어 먹고 사는, 최저의 생활로써 최대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오직 대도를 성취하기 위하여 자나깨나 죽을 힘 다해서 공부해야 한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키지 않으면 대는 도저히 성취하지 못한다.
 사람 몸 얻기도 어렵고, 불법 만나기도 어렵다. 모든 불보살은 중생들이 항상 죄 짓는 것을 보고 잠시도 눈물 마를 때가 없다고 한다.
 중생이란 알고도 죄 짓고 모르고도 죄 짓는다. 항상 말할 수 없이 많이 지은 죄보로써 사생육도를 돌아다니며,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 몸 얻기란 사막에서 풀잎 얻는 것과 같다. 설사 사람 몸 얻게 된다 하더라도 워낙 죄업이 지중해서 불법 만나기란 더 어렵고 어렵다. 과거에 수많은 부처님이 출현하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했건만 아직껏 생사고를 면치 못한 것을 보면, 불법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것이다.
 이렇게 얻기 어려운 사람 몸을 얻어 더 한층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만났으니, 생명을 떼어놓고 공부를 하여 속히 이 한 물건을 깨쳐야 한다.
 사람의 생명은 허망해서 믿을 수 없나니, 어른도 죽고, 아이도 죽고, 병든 사람도 죽고, 멀쩡한 사람도 죽는다. 어느 때 어떻게 죽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생명이니 어지 공부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리오?
 이 물건을 깨치기 전에 만약 죽게 된다면, 또 짐승이 될는지, 새가 될는지, 지옥에 떨어질는지, 어느 때 다시 사람 몸 받아서 불법을 만나게 될는지, 불법을 만나도 최상 최고의 길인 이 이 한 물건 찾는 공부를 하게 될는지, 참으로 발 뻗고 통곡할 일이다.
 이다지도 얻기 어려운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에 공부하여 이 몸을 건지리오?
 제일도 노력, 제이 제삼도 노력, 노력 없는 성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노력한 그만큼 성공하는 법이니, 노력하고 노력할지어다. 


 2. 상주불멸 

 부처님께서 도를 깨치고 처음으로 외치시되 "기이하고 기이하다. 모든 중생이 다, 항상 있어 없어지지 않는 불성을 가지고 있구나! 그것을 모르고 헛되이 헤매며 한없이, 고생만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셨다.
 이 말씀이 허망한 우리 인산에게 영원불멸의 생명체가 있음을 선언한 첫소식이다. 그리하여 암흑 속에 잠겼던 모든 생명이 영원한 구제의 길을 얻게 되었으니, 그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 수 있으랴! 억만겁이 다하도록 예배드리며 공양을 올리고 찬탄하자.
 영원히 빛나는 이 생명체도, 도를 닦아 그 광명을 발하기 전에는 항상 어둠에 가려서 전후가 캄캄하다. 그리하여 몸을 바꾸게 되면 전생 일은 아주 잊어 버리고 말아서, 참다운 생명이 연속하여 없어지지 않는 줄은 모른다.
 도를 깨치면 봉사가 눈뜬 때와 같아서 영원히 어둡지 않아, 천번 만번 몸을 바꾸어도 항상 밝다. 눈뜨기 전에는 몸 바꿀 때 아주 죽는 줄 알았지만 눈뜬 후는 항상 맑으므로, 몸 바꾸는 것이 산 사람 옷 바꿔 입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눈뜨기 전에는 항상 업에 끄달려 고만 받고 조금도 자유가 없지만, 눈을 뜨면 대자유와 대지혜로써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의 실생활에서 보면, 아무리 총명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도 도를 깨치기 전에는, 잠이 깊이 들었을 때는 정신이 캄캄하여 죽은 사람같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조를 깨친 사람은 항상 밝기 때문에 아무리 잠을 자도 캄캄하고 어두운 일이 절대로 없다. 그러므로 참으로 도를 깨쳤나를 시험하려면 잠을 자 보면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천하없이 크게 깨친 것 같고 모든 불법 다 안 안 것 같아도, 잠잘 때 캄캄하면 참으로 깨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큰 도인들이 여기에 대해서 가장 주의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명과 암을 초월한 절대적인 광명이니, 곧 사물의 법성이며, 불성 자체이다.
 상주불멸하는 법성을 깨치고 보면, 그 힘은 상상할 수도 없이 커서 비단 세속의 학자들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재가 말하는 법성은 깨치고 보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니, 이것은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이 일시에 나타나서 천만년이 다하도록 그 법성을 설명하려 하여도 털끝 하나만큼도 설명하지 못할 만큼 신기하다. 시방허공이 넓지마는 법성의 넓이에 비교하면 법성은 대해 같고 시방허공은 바다 가운데 조그마한 거품과 같다. 허공이 억천만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있지만 법성의 생명에 비교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불과하다.'고 하시니, 이것이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설명이다. 이렇듯 거룩한 법을 닦게 되는 우리의 행복을 어디다 비유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고인은 이 법문 한마디 들으려고 전신을 불살랐으니, 이 몸을 천만 번 불살라 부처님께 올려도 그 은혜는 천만 분의 일도 갚지 못할 것이다. 오직 부지런히 공부하여 어서 빨리 도를 깨칠 때, 비로소 부처님과 도인스님들의 은혜를 일시에 갚는 대이니, 힘쓰고 힘써라! 


3. 위법망구 


 *혜가대사
 달마가 처음으로 법을 전하려고 중국에 가서 소림사 토굴 속에 들어가 9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다. 그때 신광이란 중이 있었는데, 학식이 뛰어나 천하에 당할 사람이 없었다. 학문으로써는 대도를 알 수 없는 줄을 알고 달마를 찾아가서 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하였으나 돌아보지도 않았다. 섣달 한창 추운 계절인데, 하루는 뜰 밑에 서서 밤을 지새니 마침 눈이 와서 허리까지 묻혔다. 그래도 신광은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섰으니 달마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돌아보며 "이 법은 참으로 무서운 결심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니, 너 같은 보잘것없는 심신으로 무얼 하겠느냐?"고 꾸짖으며 "썩 물러가라" 하였다. 신광은 그 말을 듣자 칼을 들어 팔을 끊어 달마대사에게 바치고 도를 구하는 결심을 표시했다. 달마대사는 그제서야 머물기를 승낙하고 법을 가르치니, 신광은 나중에 법을 전한 유명한 2조 혜가대사이시다. 


 *왕화상
 혜통스님은 신라 사람이다. 그 당시 선무외화상이 인도로부터 중국에 들어와 법을 편다는 말을 들은 혜통스님은 수륙만리를 멀지 않게 생각하고 신라에서 중국으로 선무외화상을 찾아갔다.
 가서 제자로 받아 줄 것을 아무리 간청하여도 거절당하였다. 그렇게 3년 동안이나 온갖 노력을 다하여 머물기를 청하였으나 시동 거절당하였다.
 하루는 큰 쇠화로에다 숯불을 가득 담아 그것을 이고 무외스님의 방 앞에 가서 서 있었다. 화로가 달아서 머리가 익어 터지니 소리가 크게 났다. 무외스님이 놀라서 나와 보고 급히 화로를 내려놓고 "왜 이러느냐?"고 물으니, 혜통이 대답하기를, "제가 법을 배우러 천리만리를 멀다 않고 왔습니다. 만약 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신다면 몸이 불에 타서 재가 되어 날아 갔으면 갔지, 죽은 송장으로 절대로 나갈 수 없습니다." 하였습니다. 무외스님은 그 기개를 인정하여 터진 곳을 손으로 만져 합치고 법을 가르쳐 주기로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크게 성공해서 신라로 돌아와 많은 사람을 교화하였다. 그후 머리가 나은 곳에 큰 흉터가 졌는데 왕자 모양이 되어 있어서 세상 사람들이 왕화상이라고 불렀다. 


 *포모시자
 포모시자 초현 통선사는 당나라 때 사람이다. 젊었을 때 육관대사 벼슬을 하다가 홀연히 지상의 허망을 깨달아 벼슬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 그 당시 나무 위에 새집처럼 집을 짓고 사는 이가 있었으니, 유명한 조과선사이다. 찾아가 '법을 배우겠다'하니 스님은 절대로 듣지 않았다. 그래도 가지 않고 모든 시봉을 하며 날마다 법 가르쳐 주지만을 지성으로 빌었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법을 가르쳐 줄까 기다리다가, 세월이 흘러 16년이나 되어도 한말도 일러주지 않았다.
 그렇게 되니 그때는 하도 기가 막혀서 그만 가려고 하니 조과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다른 곳으로 불법을 배우러 갑니다."
 "불법 같으면 나에게 조금은 있다."
 하며 포모를 들고 확 부니, 그것을 보고 초현은 확철히 깨쳤다. 그리고 오랫동안 시봉하다가 나중에 출세해서 큰 도인이 되었으니, 그를 세상에서는 포모시자라 불렀다. 


 *자명선사
 자명선사는 임제종의 대표적인 조인이다. 분양화살 밑에서 지내면서 추운 겨울에도 밤낮으로 정진하며, 밤이 되어 졸리면 송곳으로 허벅다리를 찌르며 탄식하기를, "고인은 도를 위하여 먹지도 아니하고 자지도 않았거늘, 나는 또한 어떤 놈이기에 게으르고 방종하여 살아서는 때에 보탬이 없고 죽어서는 후세 이름 없으니 너는 무엇하는 놈이냐?" 하였다.
이렇게 정성을 다하여 공부하니, 후에 크게 깨쳐 분양선사의 도풍을 크게 떨쳤다. 


 *불등선사
 불등선사는 불감스님 밑에서 지낼 대 하도 공부가 되지 않아서. 크게 분심을 내어 '만약 내가 금생에 철저히 깨치지 못하면 맹세코 자리에 눕지 않겠다'고 작정하고, 49일간을 기둥에 기대어 서기만 하고 조금도 앉지도 않고 꼭 서서 공부를 하여 마침내 크게 깨쳤다. 


 *도안선사
 도안선사는 중국 진나라 때 사람이니, 천고에 드문 천재였으나 도를 깨치려고 홀로 20년간 방에 들어앉아서 죽을 힘을 다하여 공부한 끝에 마침내 깨쳤다. 


 *이암선사
 이암 권 선사는 공부할 적에, 해가 지면 눈물을 흘리며 "오늘도 또 이렇게 헛되이 보냈구나!" 하며 울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리하여 누구와도 절대로 말을 건네지 않고 지내며 정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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