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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권 제10 보살문명품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각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마음의 성품은 하나인데 어찌하여 가지가지 차별한 것을 보나이까? 
 이른바 선한 갈래에도 가고 나쁜 갈래에도 가며, 여러 근이 원만하기도 하고 모자라기도 하며, 태어나는 것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며, 단정하기도 하고 누추하기도 하며, 고통을 받고 낙을 받는 것이 같지 않나이까? 
 업은 마음을 알지 못하고 마음은 업을 알지 못하며, 수는 과보를 알지 못하고 과보는 수를 알지 못하며, 마음은 수를 알지 못하고 수는 마음을 알지 못하며, 인은 연을 알지 못하고 연은 인을 알지 못하며 지혜는 경계를 알지 못하고 경계는 지혜를 알지 못하나이까?”
 
 각수보살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당신이 이런 뜻을 지금 물으니 
 중생들을 알게 하기 위함이로다. 
 그 성품과 꼭 같이 대답하리니 
 당신이여, 자세히 들으시오. 
 
 모든 법은 작용이 없는 것이며 
 그 자체의 성품도 또한 없는 것 
 그러므로 저러한 온갖 것들이 
 각각 서로 알지를 못한다네. 
 
 이를테면 강 가운데 흐르는 물이 
 빠르게 흐르면서 경주하지만 
 제각기 서로서로 알지 못하니 
 여러 가지 법들로 그러하니라. 
 
 또 말하면 크나큰 불무더기에 
 맹렬한 불길들이 함께 일지만 
 제각기 서로서로 알지 못하니 
 여러 가지 법들도 그러하니라. 
 
 또 말하면 바람이 오래 불 적에 
 물건에 닿는 대로 흔들지마는 
 제각기 서로서로 알지 못하니 
 여러 가지 법들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각기 다른 땅덩이들이 
 차례차례 의지해 머물지마는 
 제각기 서로서로 알지 못하니 
 여러 가지 법들도 그러하니라. 
 
 눈과 귀와 코거나 혀와 몸이나 
 마음과 뜻과 정과 모든 근들이 
 이런 것이 언제나 흘러 굴지만 
 그래도 굴리는 인 없는 것이라. 
 
 법의 성품 본래는 나지 않지만 
 나타내 보이므로 나는 것이니 
 거기는 나타내는 자체도 없고 
 나타낸 물건들도 없는 바니라. 
 
 눈과 귀와 코거나 혀와 몸이나 
 마음과 뜻과 정과 모든 근들이 
 일체가 공하여서 성품 없지만 
 망심으로 분별하매 있는 것이니 
 
 실제의 이치대로 관찰해 보면 
 온갖 것이 모두 다 성품 없나니 
 법의 눈은 헤아릴 수가 없는 것 
 이렇게 보는 것은 잘못 아니라. 
 
 진실커나 진실치 아니하거나 
 허망한 것 허망치 아니한 것과 
 세간의 일이거나 출세간들이 
 모두가 가명으로 하는 말씀뿐. 
 
 문수사리보살이 재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일체 중생이 중생이 아니거늘 어찌하여 여래께서 그 때를 따르고 그 명을 따르고 그 몸을 따르고 그 행을 따르고 그 알음알이를 따르고 그 언론을 따르고 그 좋아함을 따르고 그 방편을 따르고 그 생각함을 따르고 그 관찰함을 따라서, 이러한 중생들 가운데 그 몸을 나타내어 교화하고 조복하나이까?”
 재수보살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이것은 적멸함을 좋아하면서 
 많이 들은 이들의 경계거니와 
 내 이제 당신 위해 말을 하리니 
 어진 이여, 자세히 잘 들으시오. 
 
 분별하여 이 몸을 관찰하시라 
 이 가운데 무엇을 나라 하리요. 
 만일 능히 이렇게 이해한다면 
 나랄 것 있고 없음 통달하리라. 
 
 이 몸은 거짓으로 되어 있는 것 
 머물러 있는 곳도 방소 없나니 
 진실하게 이 몸을 분명히 안인 
 이 속에 집착하지 아니하리라. 
 
 이 몸을 분명하게 관찰한 이는 
 온갖 것을 모두 다 밝게 보리니 
 모든 법이 허망한 줄 알게 되어서 
 마음 내어 분별하지 아니하리라. 
 
 수명은 어찌하여 일어났으며 
 무엇으로 인하여 멸해지는가 
 불 돌리는 바퀴와 흡사하여서 
 처음이나 나중을 알지 못하리. 
 
 지혜가 있는 이는 온갖 법들이 
 무상한 것인 줄을 관찰하리니 
 모든 법이 공하고 나가 없어서 
 영원히 온갖 모양 떠났느니라. 
 
 모든 과보 업을 따라 나는 것이니 
 진실치 아니함이 꿈과 같아서 
 언제나 잠깐잠깐 멸해지는 것 
 지나간 것과 같이 앞도 그러해. 
 
 세간에서 보는 바 모든 법들이 
 마음으로 주재가 되는 것이라 
 소견 따라 모든 모양 취하게 되면 
 전도하여 실제와 같지 않으리. 
 
 세간에서 언론으로 따지는 것은 
 온갖 것이 모두 다 분별뿐이니 
 이 가운데 본래부터 한 법이라도 
 법성에 들어가지 못하느니라. 
 
 반연하고 반연할 바 그런 힘으로 
 가지가지 모든 법이 생기거니와 
 곧 멸하고 잠깐도 못 머무나니 
 찰나찰나 모두 다 그러하니라. 
 
 문수사리보살이 보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온갖 중생들이 다 같이 사대를 가졌으므로 나도 없고 내 것도 없거늘, 어찌하여 괴로움을 받고 즐거움을 받으며 단정하기도 하고 누추하기도 하며 안이 좋고 밖이 좋으며 적게 받고 많이 받으며, 그 생의 보를 받기도 하고 후생의 보를 받기도 하나이까. 그러나 법계 가운데는 아름다운 것도 없고 모진 것도 없나이다.”
 때에 보수보살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네들의 행하는 업을 따라서 
 그와 같은 과보가 생기거니와 
 짓는 이도 짓는 업도 없는 것이니 
 이것은 부처님이 하신 말이다. 
 
 비유컨댄 깨끗하고 밝은 거울이 
 앞에 와서 대하는 바탕을 따라 
 그림자 나타냄이 같지 않나니 
 모든 업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밭에 심은 여러 씨앗이 
 제각기 서로 알지 못하지마는 
 자연히 움과 싹을 내는 것이니 
 모든 업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공교로운 요술장이가 
 사방으로 통하는 길거리에서 
 여러 가지 빛과 모양 나타내나니 
 모든 업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기관으로 만든 허수아비가 
 여러 가지 소리를 능히 내지만 
 나도 없고 나 아님도 없는 것이니 
 모든 업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뭇 새들의 많은 종류가 
 모두 다 알 속에서 나왔지마는 
 소리들은 제각기 같지 않나니 
 모든 업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비유하면 태 속에 크는 아기가 
 모든 근이 차례로 이룩되지만 
 그 신체 오는 데가 없는 것이니 
 모든 업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지옥 안에 있는 중생들 
 가지가지 고통 받는 모든 일들이 
 어디서부터 온 데 없는 것이니 
 모든 업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비유하여 말하면 전륜성왕이 
 일곱 가지 보배를 성취하지만 
 온 데를 구하여도 찾지 못하니 
 모든 업의 성품으로 그러하니라. 
 
 또 마치 온 시방의 여러 세계를 
 큰 불이 일어나서 타게 되지만 
 이 불이 좇아온 데 없는 것이니 
 모든 업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이 때에 문수사리보살이 덕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여래가 깨달은 것은 오직 한 가지 법이온데, 어찌하여 한량없는 법을 말하며 한량없는 세계를 나타내며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며 한량없는 음성을 연설하며 한량없는 증생을 교화하며 한량없는 음성을 연설하며 한량없는 몸을 보이며 한량없는 마음을 알며 한량없는 신통을 나타내며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진동하며 한량없는 훌륭한 장엄을 나타내며 끝없는 여러 가지 경계를 나타내어 보이나이까. 그러나 법의 성품 가운데는 이러한 차별한 모양을 찾아볼 수 없나이다.”
 때에 덕수보살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불자여, 지금 묻는 그러한 뜻은 
 매우 깊어 알기가 어렵거니와 
 지혜 있는 사람이 이것을 알고 
 부처님의 공덕을 항상 즐기네. 
 
 비유하면 땅의 성품 하나이거늘 
 중생들이 따로따로 머무르지만 
 땅으론 같고 다른 생각 없나니 
 부처님의 모든 법 그러하니라. 
 
 또 마치 불의 성품 한가지로서 
 여러 가지 물건을 능히 태우나 
 불꽃은 모든 차별 없는 것이니 
 부처님의 모든 법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큰 바닷물 하나이거늘 
 파도는 천만 가지 다르지마는 
 물의 성품 가지가지 차별 없나니 
 부처님의 모든 법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바람 성품 한가지로서 
 여러 가지 바람을 능히 불지만 
 바람은 같고 다른 생각 없나니 
 부처님의 모든 법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큰 구름 우레소리에 
 온갖 곳에 두루두루 비 내리지만 
 빗방울은 차별이 없는 것이니 
 부처님의 모든 법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땅덩이는 하나로서 
 가지가지 움과 싹 능히 내지만 
 땅 자체는 차별이 있지 않나니 
 부처님의 모든 법도 그러하니라. 
 
 마치 해에 구름이 가리지 않아 
 두루두루 온 시방에 비치지마는 
 광명은 다른 성품 없는 것이니 
 부처님의 모든 법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허공 중에 떠 있는 달을 
 세간에서 못 보는 데가 없지만 
 밝은 달은 그 곳에 가지 않나니 
 부처님의 모든 법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대범천의 임금께서는 
 삼천세계 가득 차게 응하지마는 
 그의 몸 다른 차별 없는 것이니 
 부처님의 모든 법도 그러하니라. 
 
 이 때에 문수사리보살이 목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여래의 복밭은 평등하여 다름이 없거늘, 어찌하여 중생들의 보시한 과보가 같지 않음을 보나이까. 이른바 가지가지 빛 가지가지 형상 가지가지 집 가지가지 근 가지가지 재물 가지가지 주인 가지가지 권속 가지가지 벼슬 지위 가지가지 공덕 가지가지 지혜이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러한 것에 마음이 평등하여 다른 생각이 없나이다.”
 목수보살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비유컨댄 땅덩이는 하나인데도 
 씨앗 따라 제각기 싹이 나지만 
 저기에 원수거나 친함 없나니 
 부처님의 복밭도 그러하니라. 
 
 또는 마치 물 맛은 한결같지만 
 그릇 따라 차별이 있는 것이니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중생의 마음 따라 다르느니라. 
 
 또 마치 공교로운 요술장이가 
 여러 사람 기쁘게 하는 것 같이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을 공경하고 기쁘게 하네. 
 
 또 마치 재주 있고 지혜론 임금 
 대중으로 하여금 기쁘게 하듯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여러 사람 모두 다 안락케 하네. 
 
 또 마치 깨끗하고 밝은 거울이 
 빛을 따라 그림자 나타내나니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마음 따라 모든 과보 얻게 하도다. 
 
 비유하여 말하면 아가다약이 
 온갖 독을 넉넉히 다 고치나니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번뇌의 모든 근심 멸하느니라. 
 
 비유하여 말하면 해가 뜰 적에 
 온 세간에 환하게 비추이나니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여러 가지 캄캄함을 없애느니라. 
 
 또 마치 깨끗하온 저 보름달이 
 넓은 땅에 골고루 비추이나니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온갖 곳에 모두 다 평등하니라. 
 
 또 마치 바람이란 거센 폭풍이 
 넓은 땅에 골고루 진동하나니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삼유의 중생들을 동하느니라. 
 
 또 마치 큰 불길이 일어나서는 
 일체의 물건들을 능히 태우니 
 부처님의 복밭도 그와 같아서 
 일체의 유위법을 태우느니라. 
 
 문수사리보살이 근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부처님의 교법은 하나이온데 중생들이 보고 어찌하여 즉시에 모두 다 온갖 번뇌의 속박을 끊고 벗어나지 못하나이까. 그러나 색온․수온․상온․행온․식온과 욕계․색계․무색계와 무명․탐애는 차별이 없사오니, 이것은 부처님의 교법이 여러 중생에게 이익이 있거나 혹은 이익이 없는 것입니다.”
 때에 근수보살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불자여, 자세하게 들어보시오. 
 내 이제 사실대로 대답하리라. 
 어떤 이는 빠르게 해탈을 얻고 
 어떤 이는 벗어나기 어려운 이치. 
 
 만일에 한량없는 모든 허물을 
 끊어서 없애기를 구하려거든 
 마땅히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언제나 용맹하게 정진하시오. 
 
 비유하면 불씨가 적은 데다가 
 쏘시개도 젖으면 잘 꺼지나니 
 부처님의 가르친 법 가운데서 
 게으른 사람들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나무 비벼 불을 구할 제 
 불이 나지 않아서 자주 쉰다면 
 불 기운도 따라서 없어지나니 
 게으른 사람들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어떤 사람 일주를 들고 
 깃으로써 햇빛을 받지 않으면 
 불이라곤 마침내 얻지 못하니 
 게으른 사람들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밝은 해가 비치울 때에 
 어린아이 제 눈을 가리우고서 
 보이지 않는다고 말을 하나니 
 게으른 사람들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어떤 사람 손과 발 없이 
 억새풀로 만든 화살을 쏘아 
 땅덩이를 깨뜨리려 하는 것처럼 
 게으른 사람들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한 터럭의 끝을 가지고 
 큰 바다 많은 물을 찍어 내면서 
 모두 다 말리우려 하는 것처럼 
 게으른 사람들도 그러하니라. 
 
 비유컨대 겁화가 일어날 적에 
 적은 물을 끼얹어 끄려 하나니 
 부처님 가르치신 법 가운데서 
 게으른 사람들도 그러하니라. 
 
 또 마치 어떤 이가 허공을 보고 
 단정히 앉아 있고 일지 않으며 
 어디서나 오른다고 말을 하나니 
 게으른 사람들도 그러하니라.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법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부처님의 말씀처럼 어떤 중생이 바른 법을 받아 지니면 모두 온갖 번뇌를 끊을 수 있다면, 무슨 연고로 바른 법을 받아 지니고도 끊지 못하여, 따르는 탐욕·따르는 진심·따르는 어리석음·따르는 아만·따르는 감춤·따르는 분심·따르는 한탄·따르는 질투 따르는 아낌·따르는 속임 따르는 아첨의 세력에 지배되어 여의려는 마음이 없으며, 바른 법을 능히 받아 지니면서도 무슨 연고로 마음 속에 다시 번뇌를 일으키나이까?”
 법수보살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불자여, 자세하게 잘 들으시오. 
 당신이 물은 것이 사실이오니 
 다만 많이 들었단 것만으로는 
 여래의 법 가운데 들지 못하리. 
 
 어떤 사람 물 속에 표류하면서 
 빠질까 겁내다가 목말라 죽듯이 
 불법을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많이 듣는 것 역시 그러하니라. 
 
 어떤 사람 맛난 음식 베풀어 놓고 
 스스로 굶으면서 먹지 않듯이 
 불법을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많이 듣는 것 역시 그러하니라. 
 
 어떤 사람 약방문을 잘 알면서도 
 자기 병은 고치지 못하는 것처럼 
 불법을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많이 듣는 것 역시 그러하니라. 
 
 어떤 사람 남의 재물 많이 세어도 
 자기 몫은 돈 한푼 없는 것처럼 
 불법을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많이 듣는 것 역시 그러하니라. 
 
 비유컨대 왕궁에 태어난 이가 
 배 고프고 치움을 받는 것처럼 
 불법을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많이 듣는 것 역시 그러하니라. 
 
 귀머거리가 음악을 연주하는데 
 다른 사람 즐겨도 저는 못 듣듯 
 불법을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많이 듣는 것 역시 그러하니라. 
 
 소경이 모든 물상 그려내어서 
 다른 이 보이지만 저는 못 보듯 
 불법을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많이 듣는 것 역시 그러하니라. 
 
 말하자면 바다의 뱃사공들이 
 흔히는 바다에서 죽게 되는 것처럼 
 불법을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많이 듣는 것 역시 그러하니라. 
 
 어떤 사람 네거리에 앉았으면서 
 여러 가지 좋은 일 말을 하지만 
 자기 속엔 진실한 공덕 없나니 
 수행하지 않음 역시 그러하니라.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지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불법 가운데는 지혜가 으뜸이온데, 여래께서 무슨 연고로 중생을 위하여 보시를 찬탄하고 혹은 계행을 찬탄하고 인욕을 찬탄하고 정진을 찬탄하고 선정을 찬탄하고 지혜를 찬탄하고, 또 사랑하고 슬피 여기고 기뻐하고 버리는 것을 찬탄하오며, 마침내 한 법만으로 뛰어남을 얻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없음이오니까?”
 지수보살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불자여, 매우매우 희유합니다. 
 중생들의 마음을 능히 아시네, 
 어지신 이 물은 바 뜻과 같나니 
 잘 들으라, 내 이제 말하오리다. 
 
 지나간 세상이나 오는 세상과 
 지금 세상 계시는 도사들께서 
 한 가지 법만으로 보리의 도를 
 얻는다고 말한 이가 없사옵니다. 
 
 부처님이 중생의 마음과 성품 
 제각기 다른 것을 모두 아시고 
 그들을 제도할 수 있음을 따라 
 이러하게 법문을 말씀하셨네. 
 
 인색하면 보시를 찬탄하시고 
 금계를 깨뜨리면 계행 말하고 
 성을 잘 내면 인욕을 칭찬하시고 
 게으른 이 정진하라 말씀하시네. 
 
 믿음이 산란하면 선정 말하고 
 우치하면 지혜를 찬탄하시며 
 악한 이에겐 인자함을 말씀하시고 
 남 해하면 대비를 찬탄하였네. 
 
 걱정 있는 이에겐 기쁨을 칭찬 
 마음이 굽는 이에겐 버리라 하여 
 이러하게 차례로 닦아 나아가면 
 부처님의 모든 법 갖추게 되리. 
 
 비유컨대 집 터를 먼저 닦고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보시와 계행들도 그러하여서 
 보살의 모든 행의 근본이니라. 
 
 또 말하면 성곽을 쌓아 세움은 
 모든 백성 보호하려 하는 것이니 
 인욕이나 정진도 그와 같아서 
 보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니라. 
 
 비유하면 큰 위력 있는 임금을 
 온 천하가 우러러 받듦과 같이 
 선정이나 지혜도 그러하여서 
 보살들의 의지할 곳이 되나니. 
 
 비유해 말하자면 전륜성왕이 
 백성에게 여러 가지 낙을 주나니 
 자·비·희·사 사등심도 그와 같아서 
 보살에게 즐거움 주는 것이다. 
 
 그 때 문수사리보살이 현수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부처님, 세존께서는 오직 한 가지 길로 뛰어남을 얻으셨는데, 어찌하여 지금 보건댄 모든 부처님 국토에 있는 여러 가지 일이 제각기 같지 않나이까? 
 이른바 세계와 중생들과 설법과 조복함과 수명과 광명과 신통과 대중의 모임과 가르치는 의식과 불법의 머물러 있음이 각각 차별이 있사오며, 온갖 불법을 구족하지 않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이가 없나이까?”
 때에 현수보살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문수시여, 모든 법이 항상 그러해 
 법왕께선 홀로 한 법뿐이니 
 일체에 장애함이 없는 사람들 
 한 길로 생사에서 뛰어나니라. 
 
 수없는 부처님들 가지신 몸도 
 오직 다만 하나의 법신뿐이며 
 마음도 하나이고 지혜도 하나 
 두려움이 없음과 힘도 그러해. 
 
 애당초 보리도에 이르려 할 때 
 가졌던 회향심과 같이 하므로 
 이러한 세계들과 대중 모임과 
 법문을 연설하게 되는 것이며 
 
 일체의 부처님들 여러 세계를 
 장엄함이 모두 다 원만하건만 
 중생들의 수행이 다름을 따라 
 이렇게 보는 것이 같지 않도다. 
 
 부처님의 세계와 부처님 몸과 
 대중의 모인 것과 말씀하시는 
 이러한 부처님의 모든 법들을 
 중생들이 아무도 보지 못하네. 
 
 그 마음 벌써부터 깨끗하였고 
 모든 소원 모두 다 구족하여서 
 이렇게 밝게 아는 사람이라야 
 이것을 이에 능히 보게 되리라. 
 
 중생들의 마음에 즐거워함과 
 업 지어 과보 받는 힘을 따라서 
 이렇게 차별함을 보게 되나니 
 이것은 부처님의 위신력이요. 
 
 부처님의 세계는 차별이 없고 
 미워함이 없으며 사랑 없건만 
 홀로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이와 같이 소견이 다른 것이라. 
 
 이러므로 온 시방의 세계에 대해 
 보는 일이 제각기 다른 것이매 
 이것은 한량없는 크신 선인인 
 부처님의 허물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온 시방의 모든 세계에 
 교화를 받을 만한 모든 사람은 
 사람 중의 영웅을 항상 보나니 
 부처님의 모든 법 이러하니라. 
 
 그 때 여러 보살들이 문수사리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시여, 우리들의 아는 것을 각각 말하였으니, 원컨대 어지신 이여, 기묘한 변재로 여래께서 소유하신 경계를 말씀하소서. 어떤 것이 부처님의 경계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의 인이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로 제도함이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로 들어감이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의 지혜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의 법이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의 말씀이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의 알음이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의 증득함이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의 나타남이며 어떤 것이 부처님 경계의 넓음이니까?”
 때에 문수사리보살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여래의 깊고 깊은 저런 경계는 
 그 분량이 허공과 평등하여서 
 일체의 중생들이 들어가지만 
 실로는 들어갈 데 없는 것이라. 
 
 여래의 깊고 깊은 그런 경계의 
 생긴 바 훌륭하고 묘한 원인은 
 억겁을 두고 두고 항상 말해도 
 그것을 다할 수가 없는 것이며, 
 
 그네들의 마음과 지혜를 따라 
 인도하며 모두 다 이익케 하되 
 이러하게 중생을 제도하는 일 
 이것을 부처님의 경계라 하네, 
 
 여러 가지 세간들과 모든 국토에 
 일체를 다 따라서 들어가지만 
 지혜 몸은 색상이 있지 않아서 
 저들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부처님의 지혜가 자재하여서 
 삼세에 다녀도 걸림없나니 
 이와 같이 부처님의 지혜 경계는 
 평등하여 허공과 같은 것이라. 
 
 법계거나 여러 가지 중생계거나 
 필경 보면 차별이 없는 것이니 
 이렇게 온갖 것을 분명히 알음 
 이것을 부처님의 경계라지요. 
 
 갖가지 모든 세계 넓은 가운데 
 널리 있는 가지각색 모든 음성을 
 부처님의 지혜로 모두 알지만 
 그래도 분별함이 없는 것이며, 
 
 식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오, 
 믿음으로 알 경계도 또한 아니니 
 그 성품 본래부터 청정하여서 
 이런 것을 중생에게 열어 보이네. 
 
 업과 과보 아니고 번뇌 아니며 
 물건도 없거니와 있는 곳 없고 
 비치는 일도 없고 행도 없어서 
 평등하게 세간에 행하느니라. 
 
 갖가지 중생들의 모든 마음이 
 과거 미래 현재에 두루 있거늘 
 그것을 부처님은 한 생각 동안 
 온갖 것을 분명히 통달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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