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장(持身章) 제삼(第三)〉
배우는 자는 반드시 진실한 마음으로 도를 향하여 세속의 잡된 일로 자신의 뜻을 어지럽히지 않은 뒤에야 학문을 함에 기초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부자(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충과 신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셨으니, 주자께서 이를 해석하여 말씀하시기를, “사람에게 충과 신이 없으면 하는 일이 모두 진실함이 없어서 악을 저지르기는 쉽고 선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반드시 이를 중심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고 하셨으니, 반드시 충과 신을 중심으로 삼고 용감하게 공부에 착수한 뒤에야 성취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면재(勉齋) 황간(黃幹)의 이른바 “마음을 진실하게 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공부하라.”는 두 마디 말씀이 그 뜻을 다하였다고 할 것이다.
몸과 마음을 거두어들이는 방법은 구용(九容)보다 더 친절한 것이 없고, 배움을 진보시키고 지혜를 더하는 방법은 구사(九思)보다 더 친절한 것이 없다.
이른바 구용이라는 것은,
발의 움직임을 무겁게 하고, [가볍게 거동하지 않음이다. 어른 앞에서 종종걸음으로 걸을 적에는 이 조목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손 모양을 공손히 하고,[손을 함부로 늘어뜨리지 않음이다. 일이 없을 때는 마땅히 단정히 손을 모으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눈 모양을 단정히 하고,[눈동자를 안정시켜 마땅히 시선을 바르게 할 것이요, 흘겨보거나 훔쳐보아서는 안 된다.]
입은 꼭 다물고,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가 아니면 입은 항상 움직이지 않는다.]
목소리는 조용히 하고, [마땅히 형기를 가다듬어 구역질을 하거나 트림을 하는 따위의 잡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머리는 곧게 세우고, [마땅히 머리를 바르게 세우고 몸을 곧게 해야 하며 기울여 돌리거나 한쪽으로 치우치게 해서는 안 된다.]
숨쉬기는 조용하게 하고, [호흡을 고르게 하여 소리가 나게 해서는 안 된다.]
서 있는 모양은 덕스럽게 하고,[똑바로 서고 치우치지 않아서 엄숙하게 덕스러운 기상을 지녀야 한다.]
얼굴 모양을 장엄하게 하는 것이요. [얼굴빛을 단정히 하여 태만한 기색이 없어야 한다.]
이른바 구사라는 것은,
볼 때는 분명하게 볼 것을 생각하고, [사물을 볼 때 시선에 가리는 바가 없으면 분명하여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
들을 때는 분명히 들을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 막히는 바가 없으면 분명하여 듣지 못하는 것이 없다.]
얼굴빛은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얼굴빛을 온화하고 부드럽게 하여 화를 내거나 사나운 기색이 없어야 한다.]
용모는 공손할 것을 생각하고, [일신의 태도가 단정하고 씩씩하지 않음이 없게 한다.]
말은 진실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한 마디 말이라도 진실하지 않음이 없게 한다.]
일은 경건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한 가지 일이라도 경건하고 삼가지 않음이 없게 한다.]
의심이 나면 질문할 것을 생각하고, [마음속에 의심이 있으면 반드시 선각자에게 나아가 자세히 물어서 모르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분할 때는 환난을 생각하고, [분이 나면 반드시 징계하여 이치로써 스스로 이겨 내야 한다.]
얻을 것을 보면 의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재물을 마주했을 때는 반드시 의와 리(利)를 분명히 구분하여, 의에 부합된 뒤에야 취한다.]
항상 구용과 구사를 마음속에 붙잡아 두어 자기 몸을 단속하여 잠깐 동안이라도 놓아 버리지 말 것이요, 또 이것을 앉는 자리의 귀퉁이에 써 붙여 놓고 때때로 눈을 붙여 보아야 할 것이다. 학문을 하는 것은 일상적으로 행하는 일 속에 있으니, 만약 평소 생활할 때에 거처함을 공손히 하고, 일을 집행하기를 공경히 하고, 남과 함께 할 때 진실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학문이라 하는 것이니, 책을 읽는 것은 이 이치를 밝히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의복은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움을 추구해서는 아니 되고 추위를 막을 정도면 그만이요, 음식은 달고 맛있기를 추구해서는 아니 되고 굶주림을 면할 정도면 그만이요, 거처는 편안함을 추구해서는 아니 되고 병들지 않을 정도면 그만이다. 오직 학문하는 힘과 마음을 수양하는 올바른 방법과 몸가짐을 단속하는 법칙은 날마다 부지런히 힘써, 스스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자기의 사욕을 이기는 공부가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절실하다.
이른바 기(己)라는 것은 내 마음이 좋아하는 것이 천리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반드시 내 마음이 여색을 좋아하는가, 이익을 좋아하는가, 명예를 좋아하는가, 벼슬하기를 좋아하는가, 편안하게 지내기를 좋아하는가, 잔치하고 즐기기를 좋아하는가, 진귀한 보배를 좋아하는가를 조사하고 살펴서, 여러 가지 좋아하는 것이 만일 이치에 부합하지 않거든, 일절 통렬히 끊어서 싹이나 맥을 남겨 두지 않은 뒤에야 내 마음이 좋아하는 것이 비로소 의리에 부합되어서 이겨야 할 사욕이 없게 될 것이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은 것은 마음을 수양하는 데 가장 해롭다. 일이 없으면 마땅히 고요히 앉아서 마음을 보존하고, 사람을 만날 때는 마땅히 말을 가려서 간략히 하고 신중히 하여, 때에 맞은 뒤에 말하면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말이 간략한 자가 도에 가깝다.
선왕의 법도에 맞는 옷이 아니면 감히 입지 아니하며, 선왕의 법도에 맞는 말이 아니면 감히 말하지 아니하며, 선왕의 덕행이 아니면 감히 행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은 마땅히 몸을 마칠 때까지 가슴속에 넣어 두어야 할 것이다. 배움을 추구하는 이는 한결같이 도를 향하여 외물에 의해 이김을 당하지 않아야 할 것이니, 외물 중에서 바르지 못한 것은 마땅히 일절 마음에 두지 않아야 한다. 고을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만일 장기나 바둑, 저포 같은 놀이를 벌여 놓았거든 마땅히 눈을 붙여 보지 말고 뒷걸음질쳐 물러 나고, 만일 기생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만나면 반드시 피해 가야 할 것이요, 만일 고을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황을 만나 혹 존장이 억지로 만류하여 피해 물러갈 수 없으면, 비록 그 자리에 있을지라도 용모를 단정히 하고 마음을 맑게 하여 간사한 소리와 음란한 색으로 하여금 나를 침범함이 있지 않게 할 것이며, 잔치를 만나 술을 마실 때에는 빠지도록 취해서는 안 되고, 술기운이 무젖으면 그만 마시는 것이 옳다.
모든 음식은 마땅히 알맞게 먹어야 할 것이니, 뜻대로 실컷 먹어서 기를 손상시키지 말 것이며, 말과 웃음은 마땅히 간략하고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니, 시끄럽게 떠들면서 절도를 넘어서지 말 것이며, 행동거지는 마땅히 편안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할 것이니, 거칠고 경솔하게 하여 몸가짐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일이 있으면 사리대로 일을 처리하고, 책을 읽을 때는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이치를 궁구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조용히 앉아 이 마음을 거두어들여서, 〈마음으로 하여금〉 고요하고 고요하여 어지럽게 일어나는 잡념이 없게 하며, 정신을 바짝 차려서 어두워지는 실수가 없게 하는 것이 옳으니, 이른바 경으로써 마음을 곧게 한다는 것이 이와 같이 하는 것이다. 마땅히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겉과 속이 한결같게 하여야 할 것이니, 깊숙한 곳에 있더라도 드러난 곳에 있는 것처럼 하고, 혼자 있더라도 여럿이 있는 것처럼 하여, 이 마음으로 하여금 푸른 하늘의 밝은 해를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것처럼 하여야 한다.
항상 한 가지라도 의롭지 못한 일을 행하거나,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슴속에 두고 있어야 한다.
경을 실천함으로써 근본을 확립하고,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선을 밝히고, 힘써 행함으로써 그 진실을 실천하여야 하니, 이 세 가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사업이다.
“생각에 부정함이 없다.”는 것과 “공경하지 아니치 말라.”는 오직 이 두 구절만은 일생토록 받아 쓰더라도 다하지 않을 일이니, 마땅히 이것을 벽에 써 붙여서 잠깐 동안이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매일 자주 스스로 점검하되 마음을 보존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학문이 진전되지 않음이 있었던가, 행실을 힘쓰지 않음이 있었던가 반성하여, 있으면 그것을 고치고 없으면 더 힘써서, 부지런히 힘써서 게을리 하지 말아서 죽은 뒤에야 그만둘 것이다.
0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