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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장(讀書章) 제사(第四)

 


배우는 자는 항상 이 마음을 보존하여 사물에게 이김을 당하지 않게 하고, 반드시 이치를 궁구하여 선을 밝힌 뒤에야 마땅히 실천해야 할 도리가 분명하게 앞에 나타나게 되어서 진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에 들어감은 이치를 궁구하는 것보다 먼저 할 것이 없고, 이치를 궁구함은 책을 읽는 것보다 먼저 할 것이 없으니, 성현들께서 마음을 쓴 자취와 선과 악 중에서 본받고 경계해야 할 것이 모두 책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무릇 책을 읽는 자는 반드시 단정히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공경하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마주하여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극진히 하며 자세히 생각하고 함영(涵泳 익숙히 읽고 깊이 생각함을 이른다.]하여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구절마다 반드시 실천할 방법을 구해야 하니, 만일 입으로만 읽고 마음에 체득하지 않고 몸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이고 나는 나대로일 것이니,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먼저 《소학》을 읽어, 어버이를 섬기고 형을 공경하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스승을 높이고 벗을 사귀는 도리에 대해 일일이 자세히 익혀서 힘써 실행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과 《대학혹문》을 읽어, 이치를 궁구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며, 자기 몸을 닦고 남을 다스리는 도리에 대해 일일이 참되게 알아서 진실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논어》를 읽어 인을 구하고, 참된 자신을 위한 학문을 하고, 본원을 함양하는 공부에 대해 일일이 자세히 생각하고 깊이 체득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맹자》를 읽어, 의리와 이익을 분명하게 분별하는 일과, 인욕을 막고 천리를 보존하는 내용에 대해 일일이 밝게 살펴서 확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용》을 읽어, 성정의 올바른 뜻과 미루어 지극히 하는 공부와 천지가 제자리를 얻고 만물이 생육되는 미묘한 이치에 대해 일일이 깊이 음미하고 탐색하여 터득함이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경》을 읽어, 성정의 간사하고 올바름과 선악을 칭찬하고 징계함에 대해 일일이 깊이 생각하여 선한 마음을 감발(感發)하고 악한 마음을 징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예경》을 읽어, 천리의 절문과 의칙의 도수에 대해 일일이 강구해서 확립함이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서경》을 읽어, 이제와 삼왕이 천하를 다스린 대경대법(大經大法)에 대해 일일이 요령을 터득하여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다음에 역경을 읽어, 길흉과 존망, 진퇴와 소장의 기미에 대해 일일이 관찰하여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춘추》를 읽어, 성인이 선을 기리고 악을 벌하며, 억양하고 조종하는 은미한 말씀과 오묘한 뜻에 대해 일일이 자세히 연구하여 정확하게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오서와 오경을 돌려 가며 익숙히 읽어 이해하기를 그만두지 않아서 뜻과 이치로 하여금 날로 밝아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송나라의 선현들이 지은 책으로서 이를테면 《근사록》, 《가례》, 《심경》, 《이정전서》, 《주자대전》, 《어류》 및 기타 성리설 같은 책을 마땅히 틈틈이 정독해서 의리로 하여금 항상 내 마음속에 젖어 들어 어느 때고 끊어짐이 없도록 하고, 남은 여가에 또한 역사책을 읽어 고금의 사변을 통달하여 식견을 신장시켜야 할 것이다. 이단이나 잡류로 바르지 못한 책 같은 경우는 잠깐 동안이라도 펼쳐 보아서는 안 된다.
무릇 책을 읽을 때에는 반드시 한 책을 익숙히 읽어서 의미를 다 깨달아 꿰뚫어 통달하고 의심스러운 것이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다시 다른 책을 읽을 것이요, 많이 읽기를 탐내고 얻기를 힘써서 바삐 섭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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