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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사친장(事親章)
 

무릇 사람들이 부모에게 마땅히 효도해야 함을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되 효도하는 자가 심히 드무니, 이것은 부모의 은혜를 깊이 알지 못하는 데서 말미암은 연고이다.

《시경》에 이르지 않았던가.

“아버님!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 나를 기르시니, 그 은덕을 갚고자 할진댄 하늘 같아 다함이 없다.”고 하였으니,

자식이 생명을 받을 적에 성명과 혈육이 모두 어버이가 남겨 주신 것이다.

숨을 쉬어 호흡함에 기맥이 서로 통하니, 이 몸은 나의 사유물이 아니요, 바로 부모께서 남겨 주신 기운이다.

그러므로 《시경》에

“슬프고 슬프다. 부모님이여! 나를 낳으시느라 수고로우셨도다.” 하였으니,

부모의 은혜가 어떠한가. 어찌 감히 스스로 자기 몸을 사유하여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이 항상 이 마음을 지닐 수 있다면 저절로 부모를 향한 정성이 생길 것이다.

무릇 부모를 섬기는 자는 한 가지 일과 한 가지 행실일지라도 감히 스스로 멋대로 하지 말고, 반드시 부모에게 명령을 받은 뒤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일 중에서 해도 좋을 것을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시거든 반드시 자세히 말씀드려서 허락하신 뒤에 시행할 것이요, 만일 끝내 허락하지 않으시더라도 또한 곧바로 자기 뜻을 이루어서는 안 된다.

매일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 빗고 옷을 입고 띠를 띠고서 부모의 침소로 나아가 기운을 낮추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여 더운지 추운지와 편안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여쭙고, 날이 어두워지면 침소에 나아가 이부자리를 정해 드리고, 따뜻한지 서늘한지를 살펴보며, 낮 동안 받들어 모실 적에는 항상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고 용모를 공손히 하여 응대하기를 공경히 하고, 좌우로 나아가 봉양하여 그 정성을 극진히 하며, 나가고 들어올 적에는 반드시 절하고 하직하며, 절하고 뵈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양육을 받기만 하고 자기 힘으로 부모를 봉양하지 못하니, 이와 같이 하여 어느덧 세월을 보낸다면 끝내 정성으로 봉양할 때가 없을 것이다. 반드시 몸소 집안일을 담당하여 스스로 맛있는 음식을 마련한 뒤에야 자식의 직분이 비로소 닦여지는 것이니, 만일 부모님께서 굳이 들어주지 않으시면 비록 집안일을 담당하지는 못하나, 또한 마땅히 이리저리 움직여 도와드려서 힘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얻어, 어버이의 입맛에 맞도록 함이 옳다. 만일 마음과 생각이 항상 어버이를 봉양하는 데 있다면, 진미를 또한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매양 왕연(王延 진나라 때의 효자)이 한겨울 몹시 추운 때에 자기 몸에는 성한 옷이 없었으되 어버이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극진하게 대접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하고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 집안에서 부자간에 대부분 사랑이 공경보다 지나치니, 반드시 옛 습관을 통렬히 씻어 버려, 존경을 극진히 하여야 한다.

부모가 앉고 누우시는 곳에는 자식이 감히 앉거나 눕지 않으며, 부모가 손님을 접대하시는 곳에서는 자식이 감히 사사로운 손님을 접대하지 않으며, 부모가 말을 타고 내리시는 곳에는 자식이 감히 말을 타고 내리지 않는 것이 옳다. 부모의 뜻이 만일 의리에 해로운 것이 아니면, 마땅히 부모의 뜻을 따라 부모의 뜻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받들어 순종하여 조금이라도 어기지 말 것이요, 만일 의리에 해로운 것이면 기운을 온화하게 하고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며 음성을 따뜻하게 하여 간해서, 반복하여 아뢰어 반드시 들어 따르시게 하기를 기약하여야 한다.

부모께서 병환이 걸리시면 마음으로도 근심하고 얼굴빛으로도 근심하여, 다른 일은 버려두고 다만 의원에게 묻고 약을 짓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니, 병이 그치면 평소대로 돌아간다. 일상생활 하는 사이와 잠깐 동안이라도 부모를 잊지 않은 뒤에야 효도한다고 이름 할 수 있으니, 저 몸가짐을 삼가지 않으며 말을 함에 법도가 없어 장난이나 치면서 세월을 보내는 자는 모두 부모를 잊어버린 것이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버이를 섬기기를 오래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식 된 자는 모름지기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미치지 못할까 염려하듯 함이 옳다. 옛사람의 시에 이르기를,

“옛날 사람은 하루의 봉양을 삼공(三公)의 높은 벼슬과도 바꾸지 않는다.” 하였으니, 이른바 날을 아낀다는 것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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