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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 거가장(居家章)

 

무릇 집에서 머물 때에는 마땅히 삼가 예법을 지켜서 처자와 집안 식구들을 거느려야 할 것이니, 그들에게 직책을 나누어 주고 할 일을 맡겨 주어 그 성공하기를 요구하며, 재용의 절도를 제정하여, 수입을 헤아려서 지출을 시행하며, 가산의 있고 없음에 맞추어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옷과 음식 및 길사와 흉사의 비용을 지급하되 모두 등급대로 조절하여 균일하지 않음이 없게 하며,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고, 사치와 호화를 금지하여 항상 모름지기 남은 것을 조금씩 보존해 두어 예기치 못한 일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관례와 혼례의 제도는 마땅히 《주자가례》를 따라야 할 것이요, 구차스럽게 세속을 따라서는 안 된다.

형제는 부모가 남겨 주신 몸을 함께 받아서 나와 더불어 한 몸과 같으니, 형제를 보기를 마땅히 저와 나의 구분이 없게 하여, 음식과 의복의 있고 없음을 모두 마땅히 함께해야 한다.

가령 형은 굶주리는데 아우는 배부르고, 아우는 추운데 형은 따뜻하다면, 이는 한 몸 가운데에 지체가 어떤 것은 병들고 어떤 것은 건강한 것과 같으니, 몸과 마음이 어찌 한쪽만 편안할 수 있겠는가?

요즘 사람들이 형제간에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모두 부모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찌 그 부모의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형제가 만일 좋지 못한 행실을 저지르면 마땅히 정성을 쌓아 충고해서, 점차 도리로써 깨우쳐 감동하여 깨닫게 하기를 기약할 것이요, 갑자기 노여운 낯빛과 거슬리는 말을 하여 그 화합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학자들은 겉으로는 비록 엄숙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속으로는 독실함이 드물어서, 부부간에 이부자리 위에서 대체로 함부로 정욕을 부려서 그 위엄이 있고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를 잃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부부가 서로 친압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공경할 줄 아는 이가 매우 적으니, 이와 같이 하면서 몸을 닦고 집안을 바로잡고자 한들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

반드시 남편은 온화하면서도 의로써 제어하고, 아내는 유순하면서 올바른 도리로써 받들어 부부 사이에 예의와 공경을 잃지 않은 뒤에야 집안일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종전에 서로 친압하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서로 공경하고자 한다면 그 세가 행해지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아내와 더불어 서로 경계하여 반드시 전날의 습관을 버리고 점차 예에 들어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내가 만일 내가 말하고 움직이는 것이 한결같이 올바른 도리에서 나오는 것을 본다면 반드시 점점 서로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자식을 낳으면 조금 지식이 생길 때부터 마땅히 선으로 인도해야 할 것이다.

만일 어려서 가르치지 않고 이미 장성함에 이르면 그른 것을 익히고 방심하게 되어 이를 가르치기가 매우 어려우니, 가르치는 차례는 마땅히 《소학》을 따라야 할 것이다.

대체로 보아 어떤 집안에 예법이 흥행하고 서간이나 책, 글씨 쓰기 이외에 다른 잡기가 없으면, 자제들 또한 〈마음이〉 밖으로 달려가 배움을 저버리는 병통이 없을 것이다.

형제의 자식은 내 자식과 같으니, 그를 사랑하고 가르치기를 마땅히 균일하게 할 것이요, 경중과 후박을 두어서는 안 된다.

비복(婢僕)들은 나의 수고로움을 대신하니, 마땅히 은혜를 먼저 베풀고 위엄을 뒤에 부려야 비로소 그들의 마음을 얻을 것이니, 임금이 백성에게 있어서와 주인이 비복에게 있어서 그 이치가 똑같은 것이다. 임금이 백성을 돌보지 않으면 백성이 흩어질 것이니, 백성이 흩어지면 나라가 망하며, 주인이 비복을 돌보지 않으면 비복이 흩어질 것이니, 비복이 흩어지면 집이 패망하는 것은 반드시 이르게 되는 형세인 것이다. 그 비복에 대하여 반드시 그들의 추위와 굶주림을 깊이 염려해서 옷과 밥을 대 주어 제자리를 얻게 할 것이요, 허물과 악행이 있으면 먼저 모름지기 부지런히 가르쳐서 그들로 하여금 고치게 하고, 가르쳐도 고치지 않은 뒤에야 초달(楚撻)을 가해서 그 마음으로 하여금 주인의 초달이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요, 미워해서가 아님을 알게 하여야 하니, 그런 뒤에야 마음을 고치고 얼굴을 바꾸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집안을 다스림에 마땅히 예법으로써 내외를 분별하여 비록 비복이라도 남자와 여자가 뒤섞여 거처해서는 안 된다. 남자 종은 시키는 바가 있지 않으면 함부로 안에 들어갈 수 없게 하고, 여자 종은 모두 마땅히 정한 남편이 있게 하여 음란하게 하지 말아야 하니, 만일 음란한 짓을 그치지 않는 자는 마땅히 내쫓아 따로 거처하게 해서 가풍을 더럽히지 않게 해야 한다. 비복을 마땅히 화목하게 해야 할 것이니, 만일 싸우거나 다투고, 시끄럽게 떠드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금지와 제재를 통렬히 가해야 한다.

군자는 도를 근심할 것이요, 가난을 근심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집이 가난하여 의뢰하여 살아갈 수가 없으면 비록 마땅히 빈궁함을 구제할 대책을 생각하여야 하나 또한 다만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수 있을 뿐이요, 많이 쌓아 두고 풍족하게 살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며, 또 세간의 비루한 일을 마음속에 머물러 두어서는 안 된다.

옛날의 은자 중에는 신을 삼아 팔아서 먹고 산 자와 땔나무를 하거나 고기를 잡아서 생활한 자와 지팡이를 꽂아 놓고 김을 매며 산 자가 있었으니, 이런 사람들은 부귀가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에 편안할 수 있었던 것이니, 만일 이해를 따지고 풍성함과 가난함을 헤아리는 생각이 있다면 어찌 마음을 수양하는 데 해롭지 않겠는가.

배우는 자는 반드시 부귀를 가벼이 여기고 빈천을 지키는 것을 마음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집에서 생활할 때에 가난하면 반드시 가난에 찌들려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잃어버리는 자가 많다. 배우는 자는 바로 이런 곳에 힘을 써야 한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곤궁할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행위를 살펴보고, 가난할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는 재물을 살펴본다.” 하였고,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소인은 곤궁하면 넘친다.” 하셨으니,

만일 가난에 마음이 동요되어 올바른 도리를 행할 수 없다면 학문을 어디에 쓰겠는가? 무릇 사양하고 받으며 취하고 주는 즈음에는 반드시 의로운가 의롭지 않은가를 자세히 생각해서 의로우면 취하고 의롭지 않으면 취하지 아니하여, 털끝만큼이라도 그대로 지나쳐 버리지 말아야 한다. 친구로 말하면 재물을 통용해서 쓰는 의리가 있으니, 주는 바를 마땅히 받아야 하되, 다만 내가 궁핍하지 않은데도 쌀이나 삼베를 주면 받아서는 안 된다.

기타 서로 알고 지내는 자는, 다만 명분이 있는 선물을 받을 것이요, 명분이 없는 것은 받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명분이 있다는 것은 상사 때의 부의나, 여행 때의 노자나, 혼인 때의 부조나, 굶주림을 구원해 주는 것 등이 이것이다. 만일 대단한 악인으로서 마음에 더럽고 나쁘게 여기는 사람이면, 그 선물이 비록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받으면 마음이 반드시 편안하지 못할 것이니,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면 그 마음을 억누르고 받아서는 안 된다.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말고, 마땅히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을 바라지 말라.”고 하셨으니, 이것이 바로 의를 행하는 법이다.

중국에는 여러 읍의 수령들에게 사사로운 녹봉이 있다. 그러므로 그 중에서 남는 것을 미루어 남의 위급함을 도와줄 수 있거니와, 우리나라는 수령들에게 별도로 받는 사사로운 녹봉이 없고 다만 나라의 곡식으로써 일상의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데, 만약 사사로이 남에게 준다면 많고 적음을 따질 것 없이 다 죄에 걸려, 심하면 장물공여죄(贓罪)를 범하는 데에 이르고, 받은 사람도 또한 그러하니, 선비가 되어 수령의 선물을 받으면 이는 바로 법금을 범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다른 나라에 들어갈 때에도 그 나라에서 금하는 것을 물었으니, 그 나라에 사는 자가 어찌 법금을 범할 수 있겠는가? 수령의 선물은 대개 받기가 어려우니, 만일 국고의 곡식을 사사로이 준다면 관계의 친소와 명분의 유무와 재물의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모두 받지 말아야 한다.

[만일 친분이 두터운 수령이 관아에 있는 사재로 위급함을 도와준다면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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