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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지진풍뢰(地震風雷)

일본에는 들이 많고 산이 적어서 예부터 지진이 많았다. 
황추포(黃秋浦)가 사절로 갔을 때도 하루도 지진 없는 날이 없었고 관백이 거주하는 5층 건물이 그로 인하여 무너져서 압사한 사람이 4백여 명이고, 풍외주에 있는 큰 부락에서는 3천 4백 호가 꺼져서 큰 못이 되어 버리고, 산 위에 있는 큰 소나무가 겨우 그 끝만 드러났고 죽은 사람이 무수하였다. 
그 중 5천 6백 명은 무엇이 집어던지는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산 위에 던져졌다.
 터진 곳에는 흐린 물이 팥죽처럼 흘러나오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런데, 거기서는 별로 이상할 것 없는 것처럼 생각하였다. 
모든 땅속에는 텅 빈 곳이 많았다.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도 종종 깊이를 알 수 없는 석굴이 있는 것을 보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 
더러는 오랜 세월을 지나서 돌이 깎이고 흙이 무너지면 텅 빈 속에서 소리가 진동한다. 
 이것이 지진이 되는 것이다. 
또는 땅속이 꺼지면서 지면에까지 올라오게 되는데, 이것을 지함(地陷)이라고 한다. 
중국에도 이러한 곳이 많이 있다. 
힘은 우주에 충만되어 있다. 
 그러므로 물체가 없는 틈바구니에도 이 힘이 없는 곳은 없다. 
큰 덩어리가 떨어져 내려올 때는 그 속도가 매우 급하다. 
그러므로 그 힘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가령 깊은 구덩이에 갑자기 큰 물건을 던져보라. 힘이 반드시 위로 솟아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땅이 꺼질 때에 사람과 물건이 날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흐르는 물이 갑자기 끊어지는 곳이 더러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5년 전인 정축년(1577)에 안주의 청천강과 정선의 대음강이 수개월 동안 물이 끊어졌다. 
이것도 땅속이 텅 비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 텅 빈 곳은 반드시 바다와 서로 통하며 흙과 돌 사이에 지맥이 툭 터져서 물이 그쪽으로 새어 나간다. 
오래되면 그 하류가 무너지고 막혀서 본래와 같이 된다. 
그러면 꺼진 웅덩이에 물이 다시 채워져 원상대로 흐르게 된다. 
 또 강물이 붉고 탁한 것도 물에서 이변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에 용이 강을 따라 올라가는데, 천둥이 일어나고 폭풍이 불고 우박이 떨어지며 풀과 곡식들이 하나도 없이 다 없어졌다. 
그 넓이는 3~4백 보에 불과하였다. 
용이 다시 물로 들어가서 10리쯤 가다가 다시 조령을 넘어서 낙동강으로 들어갔는데, 강 동쪽에는 풀 한 포기도 움직이지 아니하였으며 한강은 10여 일 동안 붉고 탁한 물이 흘렀다. 
시냇물이 흘러갈 때 모래흙을 파내면 물이 흐리게 된다.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또 천둥 치는 것이 이상스럽지마는 그것도 놀랄 것 없다. 
용과 악어와 물속에 있는 큰 짐승들이 바다와 산 굴속에 있다가 간혹 성을 내어 싸우며 하늘로 올라가게 되면 물이 터지고 바람이 사나워 나무가 뽑히며 산이 무너지고 사람이나 가축이 수없이 죽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매우 많다. 
대체로 천둥이라는 것도 하늘이 노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면에서의 거리가 멀지 아니하니, 저 아득한 하늘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아마도 땅의 기운이 쇠하게 되면 이러한 것들이 그 틈을 타서 야로를 부리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이 불길을 나타내는 이변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43. 동방인문(東方人文)

단군 시대는 원시적이어서 문화가 개척되지 못했고 천백여 년을 지나서 기자가 동쪽 지방에 봉함을 받게 되면서 암흑이 걷혀 졌으나, 그것도 한강 이남까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9백여 년을 지나 삼한시대에 이르러 이 지역의 경계선이 모두 정해져 삼국의 영토가 정해졌고, 
 또 천여 년을 지나 우리 왕조가 창건되면서 문화가 바로 열렸다. 
 중세 이후에는 퇴계가 소백산 밑에서 태어났고, 남명이 두류산 동쪽에서 태어났다. 
 모두 경상도의 땅인데, 북도에서는 인을 숭상하였고 남도에서는 의를 앞세워 유교의 감화와 기개를 숭상한 것이 넓은 바다와 높은 산과 같게 되었다. 
 우리의 문화는 여기에서 절정에 달하였다. 
나는 두 분의 후대에 출생하였다. 
그런대로 도가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았으나 지금 이후로는 여울을 내려가는 배와 같이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시 몇 겹의 파란과 웅덩이를 거치게 될지 모른다. 
후대 사람들은 반드시 나를 보고 일어설 것이다.



44. 재이(灾異)

임금은 지극히 높으나 임금 위에는 하늘이 있다. 
임금이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마치 백성이 임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 
백성이 나쁜 짓을 하는 것에는 국가에 일정한 법률이 있으나 임금이 임금 노릇을 못하는 것엔 하늘이 반드시 벌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간혹 불길한 징조가 하늘에서 나타나더라도 임금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춘추》 이후로 불길한 징조가 나타날 적마다 반드시 인간과의 관계와 결부시켰는데, 동중서(董仲舒)·유향(劉向) 같은 사람은 가장 철저하였다. 
 그러나 쳐다보고 내려다보아도 서로 들어맞지 않을 것이 많으므로 임금이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시골의 사나운 백성이 나쁜 짓을 했는데도 우연히 법망에 걸리지 않은 것을 가지고 아무런 걱정이나 것이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준엄한 법률과 국가의 권력이 있는 것이다.
 대개 재이란 하늘에 속한 것, 땅에 속한 것, 사람에 속한 것이 있으나 이를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늘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해와 달, 그리고 다섯 별이 모두 일정한 궤도가 있는데, 그것이 얇아지거나 부식되거나 능멸하고 침범을 당하는 현상이 어찌 국가의 조그마한 문제나 미세한 사건 때문에 나타나겠는가? 
 “임금의 말 한 마디에 별이 3사(舍 30리가 1사가 됨)를 뒷걸음쳤다.”는 따위의 얘기는 나는 믿을 수 없다. 
꽁지별·패(孛)·치우(蚩尤) 따위가 여러 날 계속되어 모든 나라에서 다 볼 수 있는 것은 곧 시국 운명과 관계가 있는 것이며 하늘에 속한다.
 산이 무너지고 물이 마르고 땅이 갈라지고 물이 싸우는 것들은 다 땅에 속하는 것으로, 그것이 인간의 문제로 그렇게 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대기의 증발과 번화 속에서 인간이 태어났으니 모든 대기는 곧 인간을 기르는 힘이다. 
가령 사람이 신체에 질병이 생긴다고 할 때 좋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면 내부의 모든 기관이 다 고통을 느끼게 된다. 
어느 한 부분만이 고통을 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천하의 모든 나라가 성하고 쇠하는 운명은 대체로 일치하다. 
그 피해가 경하고 중하거나 잘되고 못되는 차이는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섶을 안고 불에 뛰어들 때도 메마른 것이 먼저 타고 평지에 물이 쏟아졌을 때도 습기가 있는 것에 물이 먼저 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섶이 젖어 있거나 지면이 건조하면 별 이상이 없을 수도 있다. 
《시경》에,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때에 따라 자신을 보호한다.” 하였으니, 임금이 이런 문제에 대하여 조심하고 두려워하고 백성을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며 화평한 분위기에서 백성이 즐겁게 살게 하여 자신은 훌륭한 덕을 지니고 신선한 기운이 신을 감동 시킨다면, 
 그릇에 물이 가득할 때는 장마가 져도 그 이상 물의 피해가 없고 불길이 하늘에 닿아도 지저분한 편이지만 저절로 없어지게 되는 것과 같게 될 것이니, 하늘과 땅이 면할 수 없는 재난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다.
 해와 별이 환하게 밝은 것은 하늘의 현상이요, 추위와 더위, 낮과 밤은 땅의 움직이는 힘이다. 
이 힘이 중간에서 작용하여 맑고 흐리고 순수하고 복잡한 현상을 나타내며, 모이고 흩어지며 떠오를 때는 김이 서리어 구름과 안개가 되고 충격을 주면 천둥과 번개가 되며, 치솟으면 별이 되고 뭉치면 운석이 된다.
 자연스러울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다. 
좋은 징조도 되며 불길한 징조도 된다. 
이것은 하늘과는 거리가 먼 현상이니, 하늘이야 무슨 의식적인 암시가 있으랴? 
 역시 땅에 속한 것이다.
임금이 땅을 두려워하는 것도 하늘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야 된다. 
 사람이 땅 위에서 살면서 호흡이 땅의 대기와 서로 통하고 크고 작은 것이 관련되어 혼합하여 한 분위기를 이룬다. 
좋은 꽃 한 송이가 끊임없이 향기를 피울 때 방에 두면 방안에 향기가 가득하고 마루에 두면 마루에 가득한 것과 같이, 직접적인 영향이 틀림없이 나타나서 좋은 일이나 궂은 일에 변동이 일어나는 데 따라 재난을 예시하는 현상이 곧장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그렇게 불러들이는 것이다. 
양고기에 노린내가 나면 개미가 모여들고 젖이 시어지면 모기가 달려드는 것도 그와 같은 이치이다.
 내가 보건대, 용이 제 굴에 가만히 있을 때는 구름을 피워내며 비를 내리고 초목이 무성하여 곡식이 잘 익는다. 
그러나 한 번 성이 나서 일어나면 모든 물이 끓어오르고 큰 나무가 뽑힌다. 
저런 물건 하나가 성질을 부릴 때에도 잠깐 사이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임금이란 모든 백성의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생각해야 한다. 
 비유하면 모든 불이 한꺼번에 켜지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다 비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그 기운이 작용하면 불길함을 상징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무지개·흐린 날씨·이상한 곡식·꿩·괴상한 짐승·전염병·가뭄·홍수·도깨비·메뚜기 따위들이 날마다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땅에 속한 것이 아니므로 시국 정치에 소속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인간이 불러들이는 재난은 땅의 운기와의 관계에서 발생 되기 때문에 정치가 잘못 되었는데도 재난이 없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데도 이변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그 분수에 따라 일정하지 아니하다.
 또 간혹 돌이 날아오고 물건이 난데없이 쌓이는 따위는 또한 도깨비들의 장난이다. 
이치를 아는 사람이면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대체로 괴상한 변화로 이상스러운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그 괴변은 인간의 덕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는 이치다. 
임금이 이변이 있을 때 두려워하며 이변이 없을 때도 두려워하면 이변이 변하여 상서가 될 수 있다. 
임금을 섬기는 사람이 만일 하나하나에 대하여 문제를 삼는다면 쓸데없이 믿지 않는 마음만 생기게 만들 것이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45. 남무동전서주(南畝東田西疇)


온 나라가 통일되면 천하 토지의 명칭이 하나로 된다. 
 주에서는 남무, 한에서는 동전이라고 한 것이 왕제에 보이며 진에서는 서주라 하였고 북을 붙인 명칭은 없다. 
그것은 북쪽은 후면이기 때문인 듯하다. 
주의 수도가 기0(岐)와 풍(豊)이며 그의 통치 지역은 섬(陝)을 동서로 나누어 가졌으니 이른바, 남국이다. 
 그러므로 남무라 하였다. 
한은 진 나라의 뒤를 이어받아서 수도가 옹주에 있었으니, 이는 서쪽에서 동쪽을 통치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동이라 하였다.
도연명(陶淵明)은 건강 시대의 사람이다. 
이때 진에서 통치하는 지역은 양자강과 한수 이남에 국한되었고, 건강이 동쪽에 있으므로 서주라 하였으니, 그는 모든 토지가 천자의 소유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왕망 때에는 천하의 토지를 왕전이라 하였으니, 이것도 같은 의미다.



46. 하투(河套)

하투는 황하가 북으로 흐르다가 꺾어져서 중국 내지로 들어오며 만리장성이 그 남쪽으로 걸쳐 있는 곳이다. 
6~7백 리를 돌아서 흐르는데 삼면이 황하와 연접되었다. 
전국 시대에는 상군이었는데 몽염(蒙恬)이 흉노를 쫓아내고 그 지역을 점령하고 하남지라 하였다. 
한 무제가 주보 언(主父偃)의 건의를 받아들여 삭방군을 설치하고 황하를 튼튼한 방어선으로 삼았다.
 하 나라의 혁련발발(赫連勃勃 5호16국시대 북하의 초대황제, 유발발)·이계천(李繼遷) 같은 사람은 모두 강하게 북방을 점령하였고, 송에 와서 원호(元昊)는 하의 황제라는 칭호를 썼다. 
이 지역은 모든 곡식이 잘되는데, 특히 벼와 보리가 더 잘된다. 
장인원(張仁愿)이 항복을 받은 성이 세 곳이 있는데 모두 하투의 북쪽이다.
홍무(洪武) 이후로는 수복했다가 또 잃어버렸다 했다. 
화사(火篩)와 엄답(唵嗒)은 모두 이 지역의 큰 도둑이다. 
지금 들으니, 중국에는 항상 서달(西㺚)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만일 그들이 중국을 침략하지 못하게하고 장병을 경계로 삼는다면 옛날 험윤(玁狁 옛날 종족의 하나. 당·우 이전에는 산융·훈육이라 하였고 은나라 때에는 귀방이라 했으며, 주나라 때는 험윤이라 했고, 한 나라에서는 흉노라 했음.)이나 훈육 정도에 불과하여 무력을 행한다면 끝날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진 대에서 송 대까지에 북방 종족이 들어와서 중국 내지를 점령한 자가 많아 본시부터 저들의 땅이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그들의 목표가 국경 지역을 침략하는 정도로 알 것이 아니다.
옛적에 유유(劉裕 남조 송 무제를 말함)가 양자강 남쪽에서 나와서 가까스로 관중 지방을 평정하였고 기회를 노려서 주머니에 든 물건을 꺼내듯이 공격·탈취하였다. 
 그러나 천하의 지리적인 조건을 생각해 보면 언제나 양자강과 한 수를 경계선으로 하여 남북을 구획하고 있는데, 양자강과 한수를 거슬러 올라가서 관중과 섬(陜) 지방으로 통하게 될 때는 하투는 바로 그 겨드랑이가 될 것이요, 이렇게 되면 북쪽 지역과 연결되어 크게 중국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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