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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안장 : 점차수행법과 보살의 세계 인식

이 때에 보안 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조아려 예배하고, 존경의 표시로 우측으로 세 번 돌며 두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모으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크게 자비로우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이 법회의 모든 보살과 말세의 일체중생을 위하여 보살의 수행의 차례를 말씀하여 주옵소서. 또한 이것을 어떻게 사유하며 어떻게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합니까. 중생들이 아직 깨닫지 못했다면 무슨 방편으로 두루 그 가르침을 알아듣도록 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만약 저 중생들이 바른 방편과 바른 사유가 없다면, 부처님께서 허깨비 같은 삼매(三昧)를 설하는 것을 듣고도 마음이 미혹 흐릿하여, 곧 원각에 깨달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바라옵건대 자비심을 일으키어 저희와 말세의 중생들을 위하여 임시로 방편을 설하여 주옵소서.”
이 말을 마치고서 오체투지하며, 이와 같이 거듭 세 번 청함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간청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 보안 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너희들이 능히 모든 보살과 말세의 중생들을 위하여 여래의 수행점차와 사유 및 거기에 머무르는 법과 임시로 설한 여러 가지 방편을 묻는구나.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설하리라.”
그러자 보안 보살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환희하며 모든 대중과 함께 묵연히 부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선남자여, 새로 배우는 보살과 말세의 중생이 여래의 청정한 원각심을 구하려면 응당 정념(正念)으로 모든 허깨비를 여의어야 한다. 먼저 여래의 사마타행에 의지하여 굳게 계율을 지니며 편안하게 대중과 함께 생활하고, 조용한 수행처에서 고요하고 단정하게 좌선하며 항상 이러한 생각을 지녀야 한다.
‘지금 나의 몸은 지(地)․수(水)․화(火)․풍(風) 사대가 합하여 만들어졌다. 이른바 머리털과 손톱, 치아와 살갗, 근육과 뼈, 골과 뇌 등으로 만져지는 모든 것은 썩어서 땅으로 돌아가고, 콧물과 피고름, 침과 눈물, 정액과 대소변 등으로 손에 적셔지는 축축한 모든 것은 물로 돌아가며, 몸의 따뜻한 기운은 불기운으로 돌아가고, 들숨과 날숨같이 몸 속에서 움직이는 모든 기운은 바람으로 돌아간다. 몸이 각자 사대로 흩어진다면 지금의 허망한 이 몸은 어디에 있겠는가.’
이것으로 이 몸은 결국 실체가 없이 인연으로 화합하여 만들어진 모습이니, 진실로 허깨비로 이루어진것과 같음을 알 것이다. 네 가지 인연이 임시로 화합하여 허망하게 육근(六根, 여섯가지 감각기관)이 있게 되고, 육근과 사대가 안팎에서 합해져 몸이 형성되면, 허망하게 인연되는 기운이 그 자리에 쌓이어 인연의 모습이 있는 듯하니, 이를 잠시 마음이라 부른다.
선남자여, 이 허망한 마음은 육진(六塵, 여섯가지 감각대상)이 없다면 곧 존재할 수 없으며, 사대로 흩어지면 얻을 수 있는 육진의 경계도 없다. 그 가운데 인연의 경계가 제각기 흩어져 없어지면 마침내 볼 수 있는 반연된 마음도 없다.
선남자여, 저 중생의 허깨비인 몸이 멸했으므로 허깨비인 마음도 멸하고, 허깨비인 마음이 멸했으므로 허깨비인 경계도 멸하며, 허깨비인 경계가 멸했으므로 허깨비를 멸한다는 것도 없어지니, 허깨비를 멸한다는 것이 없어졌기에 허깨비 아닌 것은 멸해지지 않는다. 이는 마치 거울을 닦아서 더러운 먼지가 사라지니 밝은 거울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선남자여, 신심(身心)은 모두 허망한 번뇌로서 이 번뇌의 모습이 영원히 사라져야 시방세계가 청정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남자여, 비유하면 청정한 마니보주가 다섯 가지 색에 비추일 때에 보는 방향에 따라 각기 색깔이 나타나니, 어리석은 사람들은 마니보주에 실제 다섯 가지 색깔이 있다고 보는 것과도 같다.
선남자여, 원각의 청정한 성품이 신심에 나타남이 중생의 종류에 따라 각각 반응하나, 저 어리석은 사람들이 청정한 원각에 실제 이와 같은 신심 자체의 모습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 이 때문에 환화를 멀리 여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신심을 허망한 번뇌라 말하는 것이다. 허깨비인 번뇌를 여읜 사람에 대하여 보살이라 하나, 번뇌가 다하여 상대적 경계가 제거되면 곧 대치할 번뇌나 이와 관련하여 이름 붙일 것이 없다.
선남자여, 이 보살과 말세의 중생은 모든 환의 실체를 알아 허망한 영상을 멸하였기에, 그 때에 시공을 초월한 청정을 얻는다.
끝없는 허공은 깨달음에서 나타났다. 깨달음이 두렷하게 밝으므로 마음의 청정이 드러나고, 마음이 청정하므로 견진(見塵)이 청정하며, 견(見)이 청정하므로 안근(眼根)이 청정하고, 근(根)이 청정하므로 안식(眼識)이 청정하다. 식(識)이 청정하므로 문진(聞塵)이 청정하고, 문(聞)이 청정하므로 이근(耳根)이 청정하며, 근(根)이 청정하므로 이식(耳識)이 청정하고, 식(識)이 청정하므로 각진(覺塵)이 청정하듯 비(鼻)․설(舌)․신(身)․의(意)도 또한 이와 같다.
선남자여, 근(根)이 청정하므로 색진(色塵)이 청정하고, 색(色)이 청정하므로 성진(聲塵)이 청정하듯 향(香)․미(味)․촉(觸)․법(法)도 또한 이와 같다.
선남자여, 육진이 청정하므로 지대(地大)가 청정하고, 지대(地大)가 청정하므로 수대(水大)가 청정하듯 화대(火大)와 풍대(風大)도 또한 이와 같다.
선남자여, 사대가 청정하므로 십이처․십팔계․이십오유(二十五有)가 청정하고, 그들이 청정하므로 십력(十力)․사무소외(四無所畏)․사무애지․부처님의 십팔불공법․삼십칠조도품이 청정하듯 팔만사천다라니문 일체가 청정하다.
선남자여, 일체의 실상(實相)은 그 성품이 청정하므로 하나의 몸이 청정하고, 하나의 몸이 청정하므로 모든 몸이 청정하며, 모든 몸이 청정하므로 시방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의 원각이 청정하다.
선남자여, 하나의 세계가 청정하므로 모든 세계가 청정하고, 모든 세계가 청정하므로 허공계가 다하고 삼세를 싸안으며 일체 평등으로 모든 원각이 청정 부동(不動)한 것이다.
선남자여, 허공이 이와 같이 평등하여 부동하니, 이는 각성(覺性)이 평등하여 부동한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사대가 부동하므로, 이는 각성이 평등하여 부동한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팔만사천다라니문까지 평등하여 부동하니, 이는 각성이 평등하여 부동한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선남자여, 각성이 두루 가득 청정하고 부동하여 두렷해 끝이 없으므로, 이는 육근(六根)이 법계에 두루 가득함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근(根)이 두루 가득하므로, 이는 육진이 법계에 두루 가득함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진(塵)이 법계에 두루 가득하므로, 이는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가 법계에 두루 가득하고, 나아가 팔만사천다라니문이 법계에 두루 가득함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선남자여, 저 묘각(妙覺)의 성품이 법계에 두루 가득하므로, 육근(六根)의 성품과 육진의 성품이 서로 허물거나 섞이지 않으며, 근진(根塵)이 허물어지지 않으므로 팔만사천다라니문이 허물어지거나 섞이지 않는다. 이는 마치 백 천 개의 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하나의 방안을 비출 때, 그 불빛이 방안에 두루 가득하여 그 방을 비춰주지만 각기 빛이 서로 허물어지거나 섞이지 않는 것과 같다.
선남자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깨달음을 성취하기에 보살은 어떠한 법에도 묶이지를 않고 어떠한 법에서도 해탈하지를 않으며, 생사를 싫어하지도 않고 열반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계율 지닌 것을 공경하지도 않고 금계(禁戒) 훼손하는 것을 미워하지도 않으며, 오랫동안 수행하여도 그 수행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고, 초학자라 할지라도 가볍게 보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일체가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눈빛이 앞의 경계를 환히 아는 것과 같아 그 눈빛이 원만하여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것과 같으니, 왜냐하면 빛의 바탕은 분별이 없기에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보살과 말세의 중생이 이 마음을 닦아 공부를 성취한 그 자리는 닦을 것이나 성취할 것도 없으니 원각이 두루 비추어 적멸과 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 백천만억아승지 말할수 없이 많은 모든 부처님 세계가 마치 허공의 꽃과 같이 어지럽게 피어나고 사라진다. 이는 원각 자체가 아니면서 원각을 벗어난 것도 아니어서 여기에 묶이거나 벗어날 것도 없다. 중생이 본래 성불하여 생사와 열반이 어젯밤 꿈과 같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선남자여, 일체가 어젯밤 꿈과 같으므로, 생사와 열반이 생겨나거나 멸할 것이 없으며 오거나 갈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증득된 원각도 얻거나 잃게 될 것이 없고 취하거나 버릴 것이 없으며, 원각을 깨닫는 자도 깨달음을 대상으로 하여 작(作)․지(止)․임(任)․멸(滅)의 과정이 없다. 이 원각을 증득한 가운데는 주체도 없고 객체도 없으니, 결국에 증득할 것과 증득할 자가 없어, 일체의 법성이 평등하여 허물어지질 않는다.
선남자여, 저 모든 보살은 이와 같이 수행하고, 이와 같은 점차로 이와 같이 사유하고, 이와 같이 머물러 지니며, 이와 같은 방편으로 이와 같이 열어 깨달으며, 이와 같은 법을 구하면 보살은 또한 미혹이나 흐릿함이 없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하여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보안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시방세계 두루한 모든 중생들
그들의 몸과 마음 모두 환이니
몸이란 지수화풍 사대 뿐이고
마음은 육진경계 따라가나니
사대의 바탕이 흩어진다면
누가 있어 이것을 모아놓을까
이와 같이 점차로 수행을 하면
일체 미혹 끊어져 청정해지니
움직이지 않고도 법계에 두루
짓거나 멈추거나 임하거나 멸하는
작지임멸(作止任滅) 수행이 필요치 않고
원각을 증득할 자 또한 없다네.
일체처에 두루한 부처님 세계
허공의 꽃과 같아 실체가 없고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평등해
결국에는 가고 옴이 전혀 없다네.
보리심 처음 발한 보살님들과
근기 약한 말세의 모든 중생이
불도에 들어가려 마음 낸다면
당연히 이와 같이 수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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