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열반경의 상락아정
지철스님은 강서 사람이다. 본성은 장씨이고 이름은 행창인데 젊어서는 불한당이었다.
남북이 나뉘어 교화하였지만 두 종주는 네 편, 내 편이 없었는데 그 문도들은 서로 다투며 미워하였다.
그때에 북종의 문인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신수대사를 육조로 삼았으며 조사에게 가사가 전해진 것이 천하에 알려지는 것이 꺼려서 행창을 시켜 조사를 해치려 보냈는데 조사께서는 타심통으로 그 일을 미리 아시고 금 열 냥을 자리 사이에 준비하여 두고 계셨다.
밤이 깊어져 행창이 조사의 방에 들어와 해치려 하니 조사가 목을 쭉 내미시므로, 행창이 칼을 세 번이나 휘둘렀으나 조금도 다치지 않으셨는데
조사께서 “바른 칼은 삿되지 않고 삿된 칼은 바르지 못하니라. 너에게 전생에 돈을 빚졌지만 목숨은 빚지지 않았느니라.” 하시니
행창이 놀라 자빠졌다가가 한참 만에 깨어나 슬피 울며 잘못을 뉘우치며 출가를 원하였으나,
조사가 금을 주시며 말씀하시길, “너는 우선 가거라. 대중들이 도리어 너를 해칠까 걱정되니 네가 다른 날에 모습을 바꾸어 오면 내가 마땅히 받아 주겠노라.” 하셨다.
행창이 조사의 뜻을 받들어 달아났다가 다른 스님을 의탁하여 출가한 뒤, 계를 갖추어 정진하다가 어느 날 조사의 말씀을 기억하고, 멀리서 찾아와 절하고 뵈었다.
조사께서 “내가 너를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찌 이리 늦었는가.” 하시니
“예전에 화상께서 죄를 용서하여 주신 덕분에 지금은 비록 출가하여 고행을 하지만, 그 은덕을 갚기가 어렵습니다. 은덕에 보답하는 길은 오직 법을 전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제자가 일찍이 열반경을 보았으나 상(常)과 무상(無常)의 뜻을 깨닫지 못하겠으니 비옵건대 화상께서 자비를 베풀어 간략히 가르쳐 주십시오.” 하였다.
이에 조사가 “무상이라는 것은 곧 불성이고, 유상이라는 것은 일체 선과 악의 모든 법을 분별하는 마음이다.” 하시니,
“화상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경문에 크게 어긋납니다.” 하므로 조사가 말씀하셨다.
“내가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전하는데 어찌 감히 불경을 어기겠느냐?”
그러자, “경에는 불성이 곧 상이라 하였는데 화상께서는 도리어 무상이라 말하시며 선악의 법과 보리심이 다 무상인데 화상께서는 도리어 상이라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서로 틀리는 것이라 학인으로 하여금 점점 더 의심스럽게 합니다.” 하므로 조사가 말씀하셨다.
“열반경은 내가 옛적에 무진장이라는 비구니가 독송하는 것을 한 번 듣고 곧 그에게 설명해 주었는데 한 글자, 한 뜻도 경에 맞지 않는 것이 없었는데 너에게도 두 가지 말이 있을 수 없느니라.”
“제가 아는 것이 얕고 어두우니 원컨대 화상께서 자세히 가르쳐 주십시오.”
“네가 아느냐? 불성이 만일 상(常)이라면 다시 어떻게 선과 악의 모든 법을 설하겠느냐? 한량없는 세월을 다하더라도 보리심을 일으킬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무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설하신 참된 상(常)의 도리이니라.
또 일체의 모든 법이 만일 무상(無常)이라면 곧 물건마다 모두 자기의 성품이 있어서 생과 사를 받아들이므로 참된 상의 성품이 두루 하지 못하는 곳이 있으리라.
그러므로 내가 말하는 상이라는 것은 바로 부처님께서 참된 무상의 뜻이니라.
부처님께서 평소에 범부와 외도들은 삿된 상(常)에 빠지고 이승의 사람들은 상을 무상으로 알아서 다 같이 여덟 가지 뒤집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열반 요의교를 말씀하시는 가운데에 그런 편견을 없애고자, 진상(眞常)과 진락(眞樂)과 진아(眞我)와 진정(眞淨)을 밝혀 말씀하셨는데 네가 그 말만 의지하여 뜻을 잘못 알고 아무것도 없는 무상(無常)과 고정된 상(常)으로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최후의 미묘한 말씀을 잘못 이해하니 비록 천 번을 본들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행창이 그 순간 크게 깨달아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무상의 마음을 지킴으로 인하여
부처님이 유상의 성품을 설하셨는데
방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여
봄 못 속에 조약돌 주음과 같았다.
내가 이제 아무런 공을 들이지 않았는데
불성이 앞에 나타나니
스승이 주신 것도 아니고
나도 또한 얻은 바가 없도다.
조사가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똑똑히 알았으니 마땅히 이름을 지철이라 하여라.”
지철이 절하고 감사하며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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