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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권 제39 입법계품 16)

* 석가녀 구파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가비라성을 향하면서 태어나는 해탈을 생각하고 닦아 더 늘게 하며 광대하게 하여 기억하고 버리지 아니하며, 점점 행하여 보살들이 모여 있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범한 강당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신이 있으니 이름이 근심 없는 덕이었고, 궁전을 맡은 1만 신들과 함께 와서 선재동자를 맞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시도다. 장부여, 큰 지혜가 있고 큰 용맹이 있어 보살의 부사의하고 자재한 해탈을 닦으며, 마음에는 광대한 서원을 항상 버리지 않고, 법의 경계를 잘 관찰하며, 법의 성에 편안히 있으면서 한량없는 방편문에 들어가 여래의 큰 공덕 바다를 성취하였고, 묘한 변재를 얻어 중생들을 잘 조복하며, 거룩한 지혜의 몸을 얻어 항상 따라 수행하고,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이 차별함을 알아 그들이 기뻐서 부처님 도로 나아가게 하나이다. 
 내가 보건대 당신은 묘한 행을 닦는 마음이 잠깐도 게으르지 않으며, 동작하는 위의가 모두 청정하니, 당신은 오래지 않아서 여래의 청정하게 장엄한 위없는 삼업을 얻을 것이며, 여러 가지 잘생긴 모습으로 몸을 장엄하고, 십력의 지혜로 마음을 훌륭하게 장식하여 모든 세간에 다니리이다. 
 또 보니 당신은 용맹하게 정진함이 비길 데 없으니, 오래지 않아서 삼세의 부처님들을 보고 그의 법을 들을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모든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의 낙을 얻을 것이며, 오래지 않아서 여러 부처님 여래의 깊은 해탈에 들어갈 것이외다. 
 왜냐하면 선지식을 보면 친근하게 공양하며 그의 가르침을 받고는 기억하고 닦아 행하며, 게으르지 않고 물러가지 않고 근심이 없고 뉘우침이 없고 장애가 없으며, 마와 마의 백성들이 저해하지 못하며, 오래지 않아 위없는 과를 이를 연고외다.”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지금 말씀하신 것을 내가 모두 얻으려 하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모든 중생들이 번뇌를 쉬며 나쁜 업을 여의고, 안락한 곳에 나서 깨끗한 행을 닦기로 내가 원하옵나니, 거룩하신 이여, 모든 중생이 번뇌를 일으키고 나쁜 업을 지어 악취에 떨어져서 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살이 보면 걱정하고 괴로운 마음을 내는 것이외다. 
 거룩하신 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지극히 사랑하는 외아들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아들의 몸을 할퀴고 찢는 것을 보면 아픈 가슴을 참을 수 없습니다.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번뇌로 업을 짓고 삼악취에 떨어져 모든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근심하고 걱정할 것이며, 만일 중생들이 몸과 말과 뜻으로 세 가지 착한 업을 짓고 천상이나 인간에 나서 쾌락을 받는 것을 보면 보살이 매우 즐거워할 것이외다. 
 그 까닭을 말하면, 보살은 자기를 위하여서 온갖 지혜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 나고 죽는 일과 모든 욕락을 탐하지 않으며 뒤바뀐 생각과 뒤바뀐 소견과 뒤바뀐 마음과 얽매임과 따라다니며 잠자게 하는 것과 애착하고 억측하는 힘을 따라 옮겨지지 않으며, 중생들의 여러 가지 즐기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여러 선정의 즐거움에 맛들이지도 않고, 장애가 되거나 고달프거나 물러가서 생사에 머물지도 아니하나이다. 
 다만 중생들이 모든 존재에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것을 보고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큰 서원의 힘으로 두루 거두어 주며, 자비와 서원의 힘으로 보살의 행을 닦나니, 모든 중생의 번뇌를 끊기 위하여, 여래의 온갖 지혜의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모든 넓고 큰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의 욕락과 그의 몸과 마음으로 행하는 일을 깨끗이 다스리기 위하여, 나고 죽는 속에서 고달픈 줄을 모르나이다. 
 거룩하신 이여,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에게 장엄이 되나니 인간과 천상에서 부귀의 낙을 내게 하는 연고며, 부모가 되나니 그를 위하여 보리심을 잘 정돈하는 연고며, 양육함이 되나니 그의 보살의 도를 성취케 하는 연고며, 호위함이 되나니, 삼악도를 여의게 하는 연고며, 뱃사공이 되나니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하는 연고며, 의지할 데가 되나니 마와 번뇌의 공포를 버리게 하는 연고며, 끝단 데가 되나니 서늘한 낙을 영원히 얻게 하는 연고며, 나루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바다에 들어가게 하는 연고이나이다. 
 길잡이가 되나니 온갖 법 보배가 있는 섬에 이르게 하는 연고며, 묘한 꽃이 되나니 부처들의 공덕의 마음을 피게 하는 연고며, 장엄거리가 되나니 복덕과 지혜의 빛을 놓는 연고며, 좋아할 것이 되나니 무릇 하는 일이 모두 단정한 연고며, 존경할 만하니 모든 나쁜 업을 멀리 여의는 연고며, 보현보살이 되나니 단정하고 엄숙한 몸을 갖춘 연고며, 크게 밝음이 되나니 항상 지혜의 깨끗한 광명을 놓는 연고며, 큰 구름이 되나니 모든 감로의 법을 비내리는 연고이나이다. 
 거룩한 이여, 보살이 이렇게 수행할 때에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사랑하고 좋아하여 법의 즐거움을 구족케 하나이다.”
 이 때 선재동자가 법당에 오르려 하매, 근심 없는 덕과 여러 신들이 천상의 것보다 더 좋은 화만·바르는 향·가루향과 여러 가지 장엄거리로 선재에게 흩으며 게송을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세간을 뛰어나 
 세상의 큰 등불 되고 
 모든 중생을 두루 위하여 
 위없는 깨달음 부지런히 구하니 
 
 한량없는 억천 겁에 
 당신을 뵈올 수 없어 
 공덕의 햇빛 하늘에 떠서 
 세간의 어둠 없애고 
 
 당신은 모든 중생들이 
 번뇌에 덮임을 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스승 없는 도를 증득하려고 
 
 당신은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보리 구하여 
 선지식 받들어 섬기며 
 몸과 목숨 아끼지 않아. 
 
 당신은 모든 세간에 
 의지도 없고 애착도 없고 
 넓은 마음 걸림없이 
 깨끗하기 허공 같으며 
 
 당신은 보리의 행을 닦아 
 공덕이 모두 원만하고 
 큰 지혜의 광명 놓아 
 모든 세간 널리 비추며 
 
 당신은 세간을 떠나지 않고 
 세간에 집착하지도 않아 
 걸림없이 세간에 다니기 
 바람이 허공에 다니는 듯 
 
 마치 화재가 일어날 적에 
 무엇으로도 끌 수 없듯이 
 당신이 보리를 닦는 
 정진의 불 그와 같네. 
 
 용맹하고 크게 정진함 
 견고하여 동할 수 없으며 
 금강 같은 지혜의 사자 
 어디 다녀도 두려움 없듯 
 
 모든 법계에 있는 
 여러 세계 바다에 
 당신이 모두 나아가 
 선지식을 친근히 모시네. 
 
 그 때 근심 없는 덕 신이 이 게송을 말하고 법을 좋아하는 연고로 선재동자를 따라다니며 항상 떠나지 않았다. 
 이 때 선재동자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명한 강당에 들어가 석씨녀를 두루 찾다가, 강당 안에서 보배연꽃 사자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팔만 사천의 시녀들이 둘러 모시었는데, 그 시녀들도 모두 왕의 가문에서 났으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으며 선근을 함께 심고 보시와 좋은 말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이미 온갖 지혜의 경계를 분명히 보았고, 부처님의 보리의 행을 함께 닦았으며, 바른 선정에 항상 머물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데 항상 노닐며,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주기를 외아들같이 하고, 인자한 마음을 갖추고 권속이 청정하였으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교묘한 방편을 성취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하며, 보살의 모든 바라밀을 구족하고 모든 집착을 여의어 생사를 좋아하지 않으며, 비록 번뇌와 업이 있는 데 다니어도 마음은 항상 청정하며, 온갖 지혜의 도를 항상 관찰하여 장애의 그물을 떠나 집착하는 데서 뛰어났으며, 법의 몸으로부터 나툰 몸을 보이며, 보현의 행을 내고 보살의 힘을 자라게 하며, 지혜의 해와 슬기의 등불이 이미 원만하였다. 
 그 때 선재동자는 석녀 구파에게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해야 생사 중에서 생사의 걱정에 물들지 않으며, 법의 성품을 깨달아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머물지 않으며, 부처의 법을 구족하고도 보살의 행을 닦으며, 보살의 지위에 있으면서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며, 세간에서 초월하고도 세간에 태어나며, 법의 몸을 성취하고도 그지없는 여러 가지 육신을 나타내며, 형상 없는 법을 증득하고도 중생을 위하여 모든 형상을 나타내며, 법은 말할 것 없음을 알고도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며, 중생이 공한 줄 알면서도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버리지 않으며, 부처님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음을 알면서도 부지런히 공양하고 물러가지 않으며, 모든 법이 업도 없고 과보도 없음을 알면서도 여러 가지 착한 행을 닦아 항상 쉬지 않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그 때 구파녀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보살마하살의 이와 같이 행하는 법을 묻는구나. 보현의 모든 행과 원을 닦는 이라야 능히 이렇게 묻느니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그대에게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들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하리라.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선지식을 의지하는 연고며, 광대하고 훌륭한 이해를 얻는 연고며, 청정한 욕망을 얻는 연고며, 온갖 복과 지혜를 모으는 연고며, 여러 부처님에게서 법을 듣는 연고며, 마음에 항상 삼세 부처님을 버리지 않는 연고며, 모든 보살의 행과 같은 연고며, 모든 여래가 보호하고 염려하는 연고며, 큰 자비와 묘한 서원이 다 청정한 연고며, 지혜의 힘으로 모든 생사를 모두 끊는 연고니, 이것이 열이니라. 만일 보살들이 이 법을 성취하면 인다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의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하느니라. 
 불자여, 만일 보살이 선지식을 친근하면 정진하고 물러가지 아니하여 다함이 없는 부처의 법을 닦아서 내느니라. 불자여, 보살은 열 가지 법으로 선지식을 친근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자기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세상의 즐거워하는 도구를 탐내어 구하지 않으며, 모든 법의 성품이 평등한 줄을 알며, 모든 지혜와 서원을 영원히 퇴타하여 버리지 않으며, 모든 법계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하며, 마음에는 모든 존재의 바다를 항상 떠나며, 법이 공함을 알고 마음에 의지함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큰 원을 성취하며, 모든 세계 바다를 항상 나타내며, 보살의 걸림없는 지혜 바퀴를 깨끗이 닦는 것이니라. 
 불자여, 마땅히 이 법으로 모든 선지식을 섬기고 어기지 말라.”
 그 때 석가 구파녀는 이 뜻을 거듭 펴려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시방을 관찰하고 게송을 말하였다. 
 
 보살이 모든 중생 이익하려고 
 바른 생각 선지식을 친히 섬기며 
 부처같이 공경하고 게으름 없어 
 이 행은 이 세상의 인다라 그물 
 
 좋은 이해 넓고 크기 허공 같아서 
 이 가운데 삼세가 모두 들었고 
 국토·중생·부처님도 그러하나니 
 이것은 넓은 지혜 광명행이며 
 
 즐거운 맘 허공같이 끝단 데 없고 
 번뇌는 아주 끊고 때를 여의고 
 모든 부처 계신 데서 공덕 닦으니 
 이 행은 이 세상의 몸 구름의 행 
 
 보살이 온갖 지혜 닦아 익히고 
 헤아릴 수가 없는 공덕 바다에 
 모든 복덕 지혜의 몸 깨끗이 하니 
 이 세상에 물들지 아니하는 행 
 
 모든 세계 부처님 여래에게서 
 그 법문 들어 받기 싫은 줄 몰라 
 실상의 지혜 등불 능히 내나니 
 이 행은 이 세상의 두루 비춘 행 
 
 시방의 부처님들 한량이 없어 
 한 생각에 모든 것에 다 들어가며 
 마음에는 여래를 버리지 않나니 
 보리를 향해 가는 큰 서원의 행 
 
 부처님의 여러 대중 모인 회상과 
 수없는 보살들의 삼매 바다와 
 서원 바다·방편 바다 다 들어가니 
 이 행은 이 세상의 인다라 그물 
 
 모든 부처님들의 가피를 입어 
 그지없이 오는 세월 끝날 때까지 
 간 데마다 보현의 도 닦아 행하니 
 이것은 보살들의 몸 나투는 행 
 
 중생들의 많은 고통 받음을 보고 
 대자대비한 맘으로 세간에 나서 
 법의 광명 연설하여 어둠 없애니 
 이런 것은 보살의 지혜 해의 행 
 
 중생들 여러 길에 있음을 보고 
 그지없는 묘한 법륜 위해 모아서 
 그들의 생사 흐름 끊게 하나니 
 이것은 보현행을 수행하는 것 
 
 보살이 이 방편을 닦아 행하고 
 중생의 마음 따라 몸을 나투어 
 모든 세계 좋고 나쁜 여러 길에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오며 
 
 대자대비 여러 가지 방편으로써 
 세간에 두루하게 몸을 나투고 
 중생들의 욕망 따라 법을 말하여 
 모두들 보리도로 향하게 하네. 
 
 이 때 석가녀 구파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문을 성취하였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구파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해탈문에 들고는, 이 사바세계에서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여러 길에서 헤매면서, 여기서 죽어 저기 나는 일과 선을 짓고 악을 지어 모든 과보를 받는 일과 벗어나기를 구하는 이와 구하지 않는 이와 바로 결정된 것·잘못 결정된 것·결정되지 못한 것과 번뇌 있는 선근·번뇌 없는 선근과 구족한 선근·구족하지 못한 선근과 착하지 못한 뿌리에 잡히는 선근과 선근에 잡히는 착하지 못한 뿌리와 이렇게 모은 선한 법·선하지 못한 법을 내가 다 알고 보노라. 
 또 저 겁 동안에 계시던 부처님의 이름과 차례를 내가 다 알고, 그 부처님 세존께서 처음 발심하던 것과 방편으로 온갖 지혜를 구하던 것과 여러 가지 큰 서원 바다를 내고 부처님들께 공양하며, 보살의 행을 닦으며,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며, 큰 신통을 나투어 중생들을 제도하던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저 부처님들의 대중이 제각기 다를 것을 알며, 그 모인 가운데 중생들이 성문승을 의지하여 뛰어나던 일과 그 성문 대중이 과거에 모든 선근을 닦던 일과 그들이 얻은 여러 가지 지혜를 내가 다 아노라. 
 어떤 중생은 독각승을 의지하여 뛰어나던 일과 그 독각들의 가진 선근과 얻은 보리와 고요하게 해탈하고 신통 변화로 중생을 성숙하며 열반에 드는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저 부처님의 보살 대중과 그 보살들이 처음 발심하여 선근을 닦아 익히고, 한량없는 원과 행을 내고 모든 바라밀을 만족하게 성취하고, 가지가지로 보살의 도를 장엄하는 것을 아노라. 
 자유자재한 힘으로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보살의 지위에 머물고, 보살의 지위를 관찰하고 보살의 지위를 깨끗이 함과 보살 지위의 모양·보살 지위의 지혜·보살에 소속한 지혜·보살이 중생을 교화하는 지혜·보살이 세워 놓는 지혜·보살의 광대한 행의 경계·보살의 신통·보살의 삼매 바다·보살의 방편과 보살이 잠깐 동안에 들어가는 삼매 바다·얻은 온갖 지혜의 광명·얻은 온갖 지혜의 번개빛 구름·얻은 실상의 법 지혜·통달한 온갖 지혜·머무는 세계 바다·들어간 법 바다·아는 중생 바다·머무는 방편·내는 서원·나투는 신통을 내가 다 아노라. 
 선남자여, 이 사바세계에서 오는 세월이 끝날 때까지의 겁 바다가 서로 계속하여 끊어지지 아니함을 내가 다 아노라. 
 이 사바세계를 아는 것처럼, 사바세계 안에 있는 티끌수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 안에 있는 온갖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티끌 속에 있는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밖으로 시방에 새가 없이 있는 세계도 알고, 또 사바세계의 세계종에 소속한 세계도 알고, 또 비로자나 세존의 화장세계해 가운데 있는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종에 소속한 세계들도 아노라. 
 이른바 세계의 넓기·세계의 정돈됨·세계의 바퀴·세계의 도량·세계의 차별·세계의 옮김·세계의 연화·세계의 수미산·세계의 이름과 이 세계해의 끝까지 모든 세계가 비로자나 세존의 본래의 원력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내가 다 알고 능히 기억하노라. 
 또 여래께서 옛날에 있었던 바다도 기억하노니, 이른바 모든 승의 방편을 닦아 모으며, 한량없는 겁 동안에 보살의 행에 머물렀으며,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교화하며, 부처님을 받자와 섬기고 있을 곳을 마련했으며, 법문 말씀함을 듣고 삼매를 얻어 자재하여지며, 보시바라밀을 닦아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며, 계율을 지니고 고행하며, 여러 가지 참음을 갖추고 용맹하게 정진하며, 선정을 성취하고 지혜를 원만하며, 여러 곳에 일부러 태어나며, 보현의 행과 원을 모두 청정히 하며, 여러 세계에 두루 들어가서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의 지혜 바다에 널리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두루 거두어 가지는 것이다. 
 또 여래의 큰 지혜의 광명을 얻고 부처님의 온갖 지혜의 성품을 증득하며, 등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며,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과 그 대중 가운데 중생들이 옛적부터 심은 선근과 처음 발심할 적부터 중생을 성숙하며, 수행하는 방편이 잠깐잠깐마다 증장하여 여러 삼매와 신통과 해탈을 얻은 따위의 모든 일을 내가 분명히 아노라. 
 왜냐하면 나의 이 해탈은 모든 중생의 마음과 행동과 모든 중생의 닦아 행한 선근과 모든 중생의 물들고 청정함과 모든 중생의 갖가지 차별을 능히 알며, 모든 성문의 여러 삼매문과 모든 연각의 고요한 삼매·신통·해탈과 모든  보살·모든 여래의 해탈과 광명을 모두 분명히 아는 연고니라.”
 선재동자는 구파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선남자여, 지난 옛적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썩 좋은 행이요, 세계의 이름은 두려움 없음이며, 그 세계에 안은이란 사천하가 있고, 그 사천하의 염부제에 서울이 있으니 이름이 가장 좋은 나무인데, 80개의 서울 중에 가장 첫째이며, 그 나라의 임금은 재물 주인이니라. 그 왕에게 6만 시녀와 5백 대신과 5백 왕자가 있는데, 그 왕자들이 모두 용맹하고 건장하여 대적을 항복 받았느니라. 
 그 왕의 태자는 이름이 위덕주이니, 단정하고 특출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며, 발바닥은 판판하며 수레바퀴 모양이 구족하고, 발등은 불룩하고, 손과 발가락 사이에는 그물 같은 막이 있고, 발꿈치는 가지런하고 손발이 보드랍고, 이니야 사슴의 장딴지 같고, 일곱 군데가 원만하고, 남근은 으슥하게 숨어 있고, 몸의 윗부분은 사자왕 같고, 두 어깨는 평평하고, 두 팔은 통통하며 길고, 몸이 곧고, 목에 세 줄 무늬가 있고, 치아는 40개인데 가지런하며 빽빽하고, 어금니 4개가 유난이 희고, 혀가 길고 넓고, 범천의 음성을 내고, 눈이 검푸르고 속눈썹이 소와 같고, 미간에는 흰 털이 있고, 정수리에는 육계가 있고, 살결은 보드랍고 연하여 진금빛이요, 몸에 솜털이 위로 쓸리고, 머리카락이 제청 구슬빛 같고, 몸이 원만하기가 니구타 나무와 같았다. 
 그 때 태자는 부왕의 명령을 받고 십천 시녀와 함께 향아원에 가서 구경하며 즐겼다. 태자는 이 때 보배 수레를 탔는데, 수레에는 여러 가지 장엄을 갖추었고, 큰 마니 사자좌를 놓고 그 위에 앉았으며, 5백 시녀는 보배 줄을 잡고 수레를 끌고 가는데, 나아가고 멈춤이 법도가 있어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았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일산을 받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당기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보배 번기를 들고, 백천만 사람은 풍악을 잡히고 백천만 사람은 유명한 향을 사르고, 백천만 사람은 아름다운 꽃을 흩으며 앞뒤로 호위하고 따라갔다. 
 길은 평탄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고, 여러 가지 보배 꽃을 위에 깔았으며, 보배 나무는 줄을 짓고 보배 그물이 가득히 덮였으며, 여러 가지 누각이 그 사이에 뻗었는데, 그 누각에는 갖가지 보물을 쌓아 두기도 하고 모든 장엄거리를 벌여 놓기도 하고 갖가지 음식을 베풀기도 하고 갖가지 의복을 걸어 놓기도 하였으며,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품을 저축하며, 얌전한 여인들과 많은 하인들을 있게도 하고서 요구하는 대로 보시하였다. 
 그 때 잘 나타나는 여인에게 처녀 딸이 있으니 이름이 묘한 덕 갖춘 이이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모습이 점잖으며, 몸과 키가 알맞고 눈과 머리카락이 검푸르며, 소리는 범천의 음성 같고 모든 기술을 통달하고 변론에 능하며, 공손하고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않고 인자하고 사랑하여 남을 해롭게 하지 않으며, 예모를 잘 알고 온화하고 질직하며, 어리석지 않고 탐욕이 없으며, 아첨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는데, 보배 수레를 타고 시녀들께 호위되어 어머니와 더불어 서울에서 나와 태자보다 앞서서 가다가 태자의 음성과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마음이 나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저 사람을 섬기고자 합니다. 만일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살이라도 하겠나이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이 일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저 태자는 전륜왕의 거룩한 모습을 구족하였으니 후일에 왕의 대를 이어 전륜왕이 되며, 보녀가 생겨서 허공으로 자재하게 다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미천하여 그의 배필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일은 가망이 없으니,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그 때 향아원 옆에 법구름 광명이란 도량이 있었고, 그 도량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승일신이요, 십호가 구족하였으며, 세상에 나신 지 이레가 되었다. 그 때 처녀가 잠깐 졸다가 꿈에 그 부처님을 뵈옵고 깨어나니, 공중에서 천인이 말하였다. 
 “승일신여래께서 법구름 광명 도량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지 이레가 되었는데, 보살 대중이 앞뒤에 둘러 모시었고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범천과 내지 색구경천과 지신·풍신·불 맡은 신·물 맡은 신·강 맡은 신·바다 맡은 신·산 맡은 신·나무 맡은 신·동산 맡은 신·약 맡은 신·땅 맡은 신들이 부처님을 뵈오려 모여왔다.”
 이 때 묘한 덕 갖춘 처녀는 꿈에 여래를 뵙기도 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들었던 연고로 마음이 편안하고 두려움이 없어서 태자의 앞에서 게송을 말하였다. 
 
 내 몸은 가장 단정해 
 소문이 시방에 퍼지고 
 지혜는 짝할 이 없으며 
 모든 기술을 모두 잘 알아 
 
 한량없는 백천 무리들 
 나를 보고 욕심 내지만 
 나는 그들에게 
 조금도 애욕이 없어 
 
 성내지도 원망하지도 않으며 
 싫어하지도 기뻐하지도 않고 
 광대한 마음을 내어 
 중생을 이익하려네. 
 
 내가 지금 태자를 보니 
 모든 공덕의 모습 갖추고 
 마음은 기쁘고 경행하며 
 여러 감관이 모두 화평해 
 
 살갗은 빛난 보배 같고 
 고운 머리카락 오른쪽으로 돌고 
 넓은 이마에 눈썹 가늘어 
 나는 당신을 섬기려 하오. 
 
 태자의 몸을 보니 
 순금으로 부은 동상 같고 
 큰 보배 산과도 같고 
 거룩한 모습 맑고 빛나며 
 
 눈은 길고 검푸른 빛 
 얼굴은 보름달, 사자의 뺨 
 화평한 면모, 고운 음성 
 나의 소원 받아 주소서. 
 
 넓고 길고 아름다운 혀 
 붉은 구릿빛 같고 
 범천의 음성, 긴나라 목소리 
 듣는 이 모두 즐거워하며 
 
 입은 방정해 들리지 않고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말하거나 웃을 적에는 
 보는 이가 즐거워하며 
 
 때 없고 깨끗한 몸 
 삼십이 거룩한 모습 
 당신은 반드시 이 세계에서 
 전륜왕이 되오리다. 
 
 태자는 그 처녀에게 말하였다. 
 “너는 누구의 딸이며, 누구의 보호를 받는가? 만일 허락한 데가 있다면 나는 사랑하는 마음을 낼 수가 없소.”
 그 때 태자는 게송으로 물었다. 
 
 그대의 몸 매우 청정하고 
 공덕의 모습 갖추었네. 
 내 지금 묻노니 
 그대는 어디 있으며 
 
 부모는 누구고 
 누구에게 매여 있는가. 
 이미 매인 데 있으면 
 그 사람이 너를 지배하리라. 
 
 그대는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가. 
 남을 해치려는 마음 없는가. 
 삿된 음행 하지 않는가. 
 어떤 말을 의지해 머무는가. 
 
 남의 나쁜 일을 말하지 않는가. 
 남의 친한 이를 헐뜯지 않는가. 
 다른 이의 경계를 침노하지 않는가. 
 남에게 성내지 않는가. 
 
 잘못된 소견을 내지 않는가. 
 어그러지는 업을 짓지 않는가. 
 아첨하거나 잘못된 힘과 
 방편으로 세상을 속이지 않는가. 
 
 부모를 존중하는가. 
 선지식을 공경하는가. 
 가난하고 곤궁한 이에게 
 거두어 줄 생각을 내는가. 
 
 만일 선지식이 
 법을 말하여 주면 
 견고한 마음을 내어 
 끝까지 존중하겠는가. 
 
 부처님을 사랑하는가. 
 보살을 잘 아는가. 
 스님들의 공덕 바다를 
 능히 공경하겠는가. 
 
 법을 능히 아는가. 
 중생을 청정케 할 수 있는가. 
 법에서 살겠는가. 
 법 아닌 데서 살겠는가. 
 
 외로운 이들을 보면 
 인자한 마음을 내겠는가. 
 나쁜 길에 있는 중생에게 
 가엾은 마음을 낼 수 있는가. 
 
 다른 이의 잘 되는 것을 보고 
 환희한 마음을 내겠는가. 
 누가 당신을 핍박하여도 
 성을 내지 않겠는가. 
 
 그대는 보리심을 내어 
 중생을 깨우쳐 주겠는가. 
 끝없는 세월에 수행하여도 
 게으른 생각이 없겠는가. 
 
 그 때 처녀의 어머니가 태자에게 게송을 말하였다. 
 
 태자여, 들으소서. 
 이 딸이 처음 나던 일과 
 자라던 모든 인연을 
 이제 말하오리다. 
 
 태자께서 처음 나던 날 
 이 애가 연꽃에서 났는데 
 눈은 깨끗하고 길고 
 사지가 모두 구족하였소. 
 
 나는 어느 봄철에 
 사라 나무 동산에 구경 갔더니 
 여러 가지 약풀은 
 갖가지로 무성하였고 
 
 이상한 나무에 핀 꽃 
 바라보매 좋은 구름과 같고 
 아름다운 새 화답하는 노래 
 숲 속에서 즐거워하고 
 
 함께 나갔던 8백 아가씨들 
 단정하기 사람 홀리며 
 입은 의복 화려하고 
 노래도 아름다워. 
 
 그 동산에 못이 있어 
 이름을 연꽃 당기 
 나는 시녀들께 둘러싸여 
 연못가에 앉았소. 
 
 그 연못 속에는 
 천 잎 연화가 났는데 
 보배잎, 유리로 된 줄기 
 염부단금 꽃받침 되고 
 
 그날 밤 지새고 
 햇볕이 처음 올라와 
 연꽃이 활짝 피어 
 청정한 광명 놓으니 
 
 그 광명 매우 찬란해 
 해가 처음 떠오르는 듯 
 염부제에 두루 비추니 
 모두들 희한하다고 
 
 막 이 때 옥 같은 딸 
 그 연꽃 속에 태어나는데 
 몸은 한없이 청정하고 
 팔다리 모두 원만해 
 
 이것은 인간의 보배 
 깨끗한 업으로 나는 것 
 전세의 인으로 고스란히 
 이 과보를 받았소. 
 
 검은 머리칼, 청련화 같은 눈 
 범천의 음성, 금빛 광명 
 화만과 보배의 상투 
 깨끗하여 때가 없고 
 
 팔다리 모두 완전하고 
 몸은 아무 흠도 없이 
 마치 순금으로 된 불상 
 보배 꽃 속에 의젓이 앉은 듯 
 
 털구멍에서 나오는 전단 향기 
 모든 것에 풍기고 
 입에서 연꽃 향기 나며 
 범천의 음성을 내나니 
 
 이 처녀 있는 곳에는 
 항상 하늘풍류 잡히니 
 용렬한 인간으로는 
 이런 이를 짝할 수 없어 
 
 이 세상에 어느 사람도 
 아가씨의 남편될 이 없고 
 오직 당신만이 훌륭하오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키가 크지도 짧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훌쭉하지도 않고 
 모든 것이 모두 단정하오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글이나 글씨나 셈하는 법이나 
 여러 가지 기술과 학문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나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여러 가지 무예도 잘 알고 
 어려운 소송도 판결 잘하고 
 화해하기 어려운 일 화해하나니 
 바라건대 받아지이다. 
 
 몸이 매우 청결하여 
 보는 이 만족한 줄 모르며 
 공덕으로 꾸미었으니 
 당신이여, 받아 주소서. 
 
 중생들에게 있는 병환 
 그 원인 잘 알고 
 병에 알맞게 약을 주어 
 모든 병 능히 없애며 
 
 염부제의 여러 가지 말 
 차별도 한량없으며 
 음악의 소리까지 
 통달하지 못하는 것 없고 
 
 여자들이 하는 일 
 이 애가 모두 다 알지만 
 여자의 병통이 없으니 
 당신은 빨리 받아 주소서. 
 
 질투도 모르고 간탐도 없고 
 욕심도 없고 성내지도 않아 
 성품이 곧고 부드러워 
 거칠고 나쁜 짓 모두 여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아 
 받들어 섬기고 거역하지 않으며 
 착한 행실 잘 닦나니 
 당신의 뜻을 순종하리다. 
 
 늙고 병든 이·가난한 이와 
 곤란에 빠져서 구원할 이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이 보면 
 항상 가엾은 마음을 내며 
 
 제일가는 이치 늘 관찰하고 
 자기의 이익은 구하지 않으며 
 중생만 이익하려고 
 마음을 장엄했으며 
 
 가고 서고 앉고 눕고 
 모든 일에 방일치 않아 
 말하거나 잠잠하거나 
 보는 이들 기뻐하며 
 
 어떠한 곳에나 
 물들고 집착하지 않지만 
 공덕 있는 사람을 보면 
 반가워서 싫은 줄 몰라 
 
 선지식을 존경하고 
 악을 여읜 이 좋아하며 
 마음이 조급하지 않아 
 생각한 뒤에 일을 처리해 
 
 복과 지혜로 장엄하였고 
 모든 것에 원한이 없어 
 여인 중에는 최상이오니 
 태자님 섬기기 마땅합니다. 
 
 이 때 태자는 향아원에 들어가서 묘한 덕을 갖춘 아가씨와 잘 나타나는 여인에게 말하였다. 
 “착한 여인들이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터이므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한량없는 겁 동안에 온갖 지혜를 돕는 법을 모으며, 그지없는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바라밀을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에게 공양하며,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호해 가지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며, 모든 여래의 성품을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모든 중생의 성품을 따라 성숙케 하며, 모든 중생의 나고 죽는 고통을 없애어 끝까지 안락한 곳에 두며, 모든 중생의 지혜의 눈을 깨끗이 다스리며, 모든 보살의 닦는 행을 익힐 것이며, 모든 보살의 평등한 마음에 머무르며, 모든 보살의 행할 지위를 성취하며, 모든 중생을 두루 기쁘게 하며, 모든 것을 모두 버려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시바라밀을 행하여 모든 중생을 만족케 하며, 의복·음식·처·첩·아들·딸·머리·눈·손·발 따위의 안과 밖에 있는 것을 모두 보시하고 아끼는 것이 없을 것이오. 
 이러하는 때에 그대가 나의 일을 장애하고 재물을 보시할 때 아까워하고, 아들·딸을 보시할 때에 가슴이 아프고, 온몸을 찢을 때에 마음으로 걱정하고, 그대를 버리고 출가할 때에 그대들은 뉘우칠 것이오.”
 이 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이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을 가엾이 여김으로써 
 나는 보리심을 내었으니 
 마땅히 한량없는 겁 동안에 
 온갖 지혜 닦아 익히리. 
 
 한량없는 많은 겁 동안 
 모든 원력 바다 깨끗이 닦고 
 지상에 들고 업장 다스림 
 또 한량없는 겁 지내고 
 
 삼세 부처님들에게 
 육바라밀을 배우고 
 방편의 행 구족하여 
 보리의 도를 성취했으며 
 
 시방의 더러운 세계 
 내가 다 깨끗이 장엄 
 모든 나쁜 길의 환난에서 
 영원히 뛰어나게 하오리. 
 
 나는 장차 방편으로 
 많은 중생 다 제도하여 
 어리석은 어둠 없애고 
 부처님의 지혜에 머물게 하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옵고 
 여러 지위를 깨끗이 하며 
 큰 자비심 일으키어 
 안팎의 물건 모두 버리리. 
 
 와서 달라는 이 네가 보거든 
 인색한 마음 행여 내리라. 
 나는 항상 보시하기 좋아하니 
 그대 내 뜻을 어기지 말라. 
 
 내 머리를 보시하는 것보고 
 삼가 걱정하지 말 것이 
 내 지금 그대에게 말하여 
 그대의 마음 견고케 하며 
 
 내가 손과 발을 끊더라고 
 그대는 구걸하는 이 미워하지 말라. 
 그대여, 내 말 듣고 
 마땅히 잘 생각하여라. 
 
 아들과 딸, 사랑하는 물건 
 모든 것 다 버릴 터이니 
 그대 내 마음 따른다면 
 나도 그대의 뜻 이루어 주리. 
 
 그 때 아가씨는 태자에게 “말씀한 대로 받자오리다????라고 여쭙고 게송을 말하였다. 
 
 한량없는 겁 바다에서 
 지옥 불이 몸을 태우더라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소. 
 
 한량없이 태어나는 곳 
 티끌같이 몸을 부숴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소. 
 
 한량없는 겁 동안에 
 크나큰 금강산이고 다녀도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시면 
 그런 고통 달게 받겠소. 
 
 한량없는 생사 바다에 
 나의 몸과 살 보시하여도 
 당신이 법의 왕 되시는 곳 
 나도 그렇게 하여 주소서. 
 
 만일 나를 받아들여 
 나의 님 되어 주신다면 
 세세 생생 보시하실 때 
 언제나 이 몸을 보시하시라. 
 
 중생의 괴로움 딱하게 여겨 
 보리심 내었을진댄 
 이미 중생들 거두어 주시니 
 이 몸도 응당 거두어 주시리. 
 
 나는 부귀도 바라지 않고 
 다섯 가지 욕락도 탐내지 않고 
 바른 법 함께 행하며 
 당신으로 나의 님 삼으오리. 
 
 검푸르고 길고 넓은 눈 
 인자하게 세간 살피고 
 물드는 마음 내지 않으니 
 반드시 보리를 이루오리. 
 
 태자의 가시는 곳엔 
 땅에서 연꽃이 솟아 
 반드시 전륜왕 되시리니 
 나를 사랑하여 받아 주소서. 
 
 내가 언제 꿈을 꾸는데 
 이 묘한 법 보리 도량에 
 나무 아래 앉으신 여래를 
 많은 대중이 둘러 모셨고 
 
 나는 또 금산과 같으신 
 부처님께서 나의 머리를 
 만져 주시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니 마음이 기뻤소. 
 
 지난 옛날에 권속 하늘로 
 기쁜광명이란 신이 있는데 
 그 하늘이 내게 말하되 
 도량에 부처님 나셨다고. 
 
 나는 일찍이 생각 내기를 
 태자의 몸 보기를 원하였는데 
 그 하늘이 내게 알려주되 
 너는 지금 보리라고. 
 
 지난 옛적에 가졌던 소원 
 지금 모두 이루었으니 
 바라건대 함께 가서 
 저 부처님 공양합시다. 
 
 그 때 태자는 승일신여래의 이름을 듣고, 매우 기뻐서 부처님 뵈오려고, 그 아가씨에게 5백 마니보배를 흩고, 묘하게 갈문 광명관을 씌우고, 불꽃마니 옷을 입히었다. 
 그 아가씨는 그 때에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고 기쁜 내색도 없이, 다만 합장하고 공경하여 태자를 우러러보면서 잠깐도 한눈 팔지 않았다. 
 잘 나타나는 어머니는 태자의 앞에서 게송을 말하였다. 
 
 이 딸은 매우 단정해 
 공덕으로 몸을 장엄하고서 
 예전부터 태자를 섬기려 하더니 
 이제 소원을 이루었소. 
 
 계행을 지니고 지혜 있어 
 모든 공덕 갖추었으며 
 넓고 넓은 이 세상에 
 가장 훌륭해 짝할 이 없네. 
 
 이 아기 연꽃에서 나 
 가문이 나무랄 것 없고 
 태자와 행과 업 같아 
 모든 허물 멀리 여의고 
 
 이 아기 살갗 보드랍기 
 하늘의 비단솜 같으니 
 손으로 한번 만지면 
 모든 병 소멸합니다. 
 
 털구멍에서 나오는 향기 
 아름답기 비길 데 없어 
 중생이 맡기만 하면 
 청정한 계율에 머물게 되고 
 
 몸은 금빛과 같아 
 연꽃좌대에 앉은 모양 
 중생이 보기만 하면 
 해칠 뜻 없고 인자하여져 
 
 음성이 하도 부드러워 
 듣는 이 모두 기뻐하나니 
 중생이 듣기만 하면 
 여러 가지 나쁜 법 여의게 되네. 
 
 마음은 깨끗하여 티가 없으며 
 아첨과 굽은 일 여의었나니 
 마음에 맞추어 내는 말이라 
 듣는 이 모두 즐거워하며 
 
 화평하고 부드럽고 체면을 차려 
 높은 어른 공경하고 
 탐욕도 없고 속이지 않으며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네. 
 
 이 아가씨 얼굴이나 
 권속을 의뢰하지 않고 
 다만 청정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을 공경합니다. 
 
 이 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아씨와 십천 시녀와 그 권속들과 함께 향아원에서 나와 법 구름 광명도량으로 향하였다. 도량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부처님을 뵈오니, 몸매가 단정하고 고요하며 여러 기관이 화순하고 안과 밖이 청정하며, 큰 용의 못과 같아서 흐린 때가 없으셨다. 깨끗한 신심을 내어 기뻐 뛰놀며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여러 바퀴를 돌았다. 
 그 때 태자와 묘한 덕 갖춘 아씨는 각각 5백의 보배 연꽃을 부처님께 흩어 공양하였고, 태자는 부처님을 위하여 5백 절을 지었는데, 모두 향 나무로 지었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5백의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꾸미었다. 
 이 때 부처님은 그들을 위하여 보안등문수다라를 말씀하셨고, 이 법문을 듣고는 모든 법 가운데서 삼매 바다를 얻었으니,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서원 바다를 두루 비추는 삼매·삼세 갈무리를 두루 비추는 삼매·모든 부처님 도량을 보는 삼매·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삼매·모든 세간을 두루 비추는 지혜 등불 삼매·모든 중생의 근성을 두루 비추는 지혜 등불 삼매·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광명 구름 삼매·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크게 밝은 등 삼매·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연설하는 삼매·보현의 청정한 행을 구족한 삼매이었다. 
 이 때 묘한 덕 갖춘 아씨도 이기기 어려운 바다광 삼매를 얻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영원히 물러가지 않았다. 
 이 때 태자는 묘한 덕 갖춘 아씨와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궁중으로 돌아가서 부왕께 나아가 절하고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승일신여래께서 세상에 나셨는데, 이 나라 법구름 광명 보리 도량에서 등정각을 이루신 지 오래지 않았나이다.”
 그 때 대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그런 일은 누가 너에게 말하더냐? 하늘이냐, 사람이냐?”
 태자는 여쭈었다. 
 “그것은 묘한 덕 갖춘 여인이 말하더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가난한 사람이 묻힌 갈무리를 얻은 듯,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부처님은 위가 없는 보배여서 만나기 어려우니, 만일 부처님을 뵈오면 모든 나쁜 길의 공포를 끊을 것이다. 부처님은 의사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병을 다스리고 모든 생사의 고통을 구원할 것이다. 부처님은 길잡이와 같아서 중생들을 끝까지 편안한 곳에 이르게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작은 왕과 대신들과 권속들과 찰리와 바라문들 모든 대중을 모아 놓고, 왕의 지위를 선위하여 태자에게 주면서 정수리에 물 붓는 예식을 마치었다. 그리고 1만 사람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권속들과 함께 물러가지 않았다. 
 그 때 여래는 그 왕과 대중을 살펴보고, 미간의 흰 털로 큰 광명을 놓으니 이름이 모든 세간의 마음 등불이며,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 비추며 모든 세간 밤 맡은 이의 앞에 머물러 여래의 부사의한 큰 신통을 나타내어 교화를 받을 여러 중생의 마음을 청정케 하였다. 
 이 때 여래께서 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몸을 나타내어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고, 원만한 음성으로 대중을 위하여 다라니를 말하니 이름이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이며,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다라니로 권속을 삼았다. 그 왕은 이것을 듣고 즉시에 큰 지혜 광명을 얻었고, 모인 가운데 있는 염부제 티끌 수 보살은 이 다라니를 함께 증득하고, 60만 나유타 사람은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었고, 십천 중생을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은 보리심을 내었다. 
 부처님이 또 부사의한 힘으로 신통 변화를 널리 나투고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서 삼승의 법을 말하여 중생을 제도하시었다. 
 이 때 그 부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집에 있었으면 이렇게 묘한 법을 증득하지 못하려니와 만일 부처님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성취하게 되리라.”
 그리고 부처님께 여쭙기를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워지이다”하였다. 
 부처님은 “마음대로 하되 시기를 알아야 하느니라”하였다. 
 이 때 재물 주인 왕은 십천 사람과 함께 그 부처님에게 한꺼번에 출가하였고, 오래지 않아서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 다라니를 성취하였으며, 또 위에 말한 삼매문들을 얻고, 또 보살의 열 가지 신통문을 얻고, 또 보살의 그지없는 변재를 얻고, 또 보살의 걸림없이 깨끗한 몸을 얻었으며, 시방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법문을 듣고 큰 법사가 되어 묘한 법을 연설하며, 또 신통한 힘으로 시방세계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 몸을 나타내고, 부처님의 나타나심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본래 행하시던 일을 말하며, 부처님의 본래 인연을 보이며, 여래의 자재하신 신통의 힘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말씀하신 교법을 보호하여 유지하였다. 
 그 때 태자는 보름 동안 궁전에 있는데, 시녀들이 둘러 호위하고 일곱 가지 보배가 저절로 이르니, 하나는 바퀴 보배니 이름이 걸림없는 행이요, 둘은 코끼리 보배니 이름이 금강 몸이요, 셋은 말 보배니 이름이 빠른 바람이요, 넷은 구슬 보배니 이름이 햇빛광이요, 다섯은 여자 보배니 이름이 묘한 덕 갖춘 이요, 여섯은 재정 맡은 대신 보배니 이름이 큰 재물이요, 일곱은 군대 맡은 대신 보배니 이름이 때 여읜 눈이었다. 일곱 보배가 구족하고 전륜왕이 되어 염부제의 왕으로서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니 백성들이 쾌락하였다. 
 왕은 1천 아들이 있어 단정하고 용맹하여 원수를 항복 받았으며, 염부제에 80서울이 있고, 서울마다 5백 절이 있으며, 절마다 탑을 세웠는데, 높고 크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하였고, 서울마다 여래를 청하여 부사의한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려 하며, 부처님이 서울에 들어갈 적에 신통한 힘을 나투어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였다. 
 한량없는 중생들이 마음이 청정하여서 부처님을 보고 환희하며 보리심을 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며,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닦아 진실한 이치에 들어갔으며, 법의 성품에 머물러 법의 평등함을 알고 삼세 지혜를 얻어 삼세를 평등하게 관찰하며, 모든 부처님의 나시는 차례를 알고, 여러 가지 법을 말하여 중생을 거두어 주며, 보살의 서원을 내어 보살의 도에 들어가며, 여래의 법을 알아 법 바다를 성취하며, 몸을 널리 나타내어 모든 세계에 두루하며, 중생들의 근성과 욕망을 알고, 그들로 하여금 온갖 지혜의 원을 내게 하였느니라. 
 불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때 왕자로서 전륜왕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한 이는 지금의 석가모니부처님이요, 재물주인 왕은 보화불이니라. 
 그 보화불은 지금에 동방으로 세계해의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서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법계 허공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구름이요, 그 가운데 세계 종이 있으니 이름이 삼세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이요, 그 세계 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원만한 광명이요, 그 가운데 한 도량이 있어서 이름이 모든 세간의 임금의 몸을 나타냄이니, 보화여래가 거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이 앞뒤에 둘러 있으며 법을 말씀하느니라. 
 보화여래가 옛적에 보살의 도를 닦을 때에 이 세계해를 깨끗이 하였으니, 이 세계해에서 과거·현재·미래의 부처님이 나시는 이는 다 보화여래께서 보살이 되었을 적에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 이들이니라. 
 그 때 아씨의 어머니인 잘 나타나는 이는 지금 나의 어머니 좋은 눈이시고, 그 왕의 권속들은 지금 여래에게 모인 대중이니, 모두 보현의 행을 닦아 큰 원을 성취하였으며, 비록 이 대중이 모인 도량에 있으나, 모든 세간에 두루 나타나서 항상 보살의 평등한 삼매에 머물러 있어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뵈옵느니라. 
 모든 여래께서 허공과 평등한 음성 구름으로 법을 말씀하는 것을 다 들어 받으며, 모든 법에 자재함을 얻어 소문이 여러 부처님 국토에 퍼졌으며, 모든 도량에 나아가고 여러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마땅한 대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도를 닦아 사이가 트지 아니하고 보살의 광대한 서원을 성취하느니라. 
 불자여, 묘한 덕 갖춘 아씨와 위덕주 전륜왕이 네 가지로 승일신여래께 공양한 이는 내 몸이었느니라. 
 그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그 세계에 60억 백천 나유타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것을 내가 왕과 더불어 섬기고 공양하였노라. 
 그 첫 부처님은 이름이 청정신이요, 다음 부처님은 일체지월광명신이요, 다음은 염부단금광명왕이요, 다음은 제상장엄신이요, 다음은 묘월광이요, 다음은 지관당이요, 다음은 대지광이요, 다음은 금강나라연정진이요, 다음은 지력무능승이요, 다음은 보안상지요, 다음은 이구승지운이요, 다음은 사자지광명이요, 다음은 광명계요, 다음은 공덕광명당이요, 다음은 지일당이요, 다음은 보련화개부신이요, 다음은 복덕엄정광이요, 다음은 지염운이요, 다음은 보조월이요, 다음은 장엄개묘음성이니라. 
 다음은 이름이 사자용맹지광명이요, 다음은 법계월이요, 다음은 현허공영상개오중생심(現虛空影像開悟衆生心)이요, 다음은 항후적멸향이요, 다음은 보진적정음이요, 다음은 감로산이요, 다음은 법해음이요, 다음은 견고망이요, 다음은 불영계요, 다음은 월광호요, 다음은 변재구요, 다음은 각화지요, 다음은 보염산이요, 다음은 공덕성이요, 다음은 보월당이요, 다음은 삼매신이요, 다음은 보광왕이요, 다음은 보지행이요, 다음은 염해등이요, 다음은 이구법음왕이요, 다음은 무비덕명칭당이요, 다음은 수비요, 다음은 본원청정월이요, 다음은 조의등이요, 다음은 심원음이요, 다음은 비로자나승장왕이요, 다음은 제승당이요, 다음은 법해묘련화니라. 
 불자여, 저 겁 동안에 이러한 60억백천 나유타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이를 내가 다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였노라. 
 그 마지막 부처님의 이름은 광대해니, 그 부처님께서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었고, 그 때 그 부처님이 서울에 들어와서 교화하시는데, 나는 왕비가 되어 왕과 더불어 절하여 뵈옵고, 여러 가지 묘한 물건으로 공양하였으며, 그 부처님이 모든 여래의 등불을 내는 법문을 말씀하심을 듣고, 즉시에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의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을 얻었노라. 
 불자여, 나는 이 해탈을 얻고, 보살과 더불어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부지런히 수행하며,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섬기고 공양하는데, 한 겁에 한 부처님을 섬기기도 하고, 혹은 두 부처님·세 부처님·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만나서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였으나, 보살의 몸과 형상의 크기와 모양과 그의 몸으로 짓는 업과 마음으로 행함과 지혜와 삼매의 경계를 알지 못하였노라. 
 불자여, 만일 중생이 보살을 뵙고 보리의 행을 닦되 의심하거나 믿거나 간에 보살의 세간과 출세간의 갖가지 방편으로 거두어 주고 권속을 삼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느니라. 
 불자여, 내가 저 부처님을 뵈어 이 해탈을 얻고는, 보살과 더불어 백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함께 닦아 익히면서 그 겁 동안에 세상에 나시는 부처님을 내가 다 친근하여 섬기며 공양하고, 말씀하는 법을 듣고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며, 그 모든 여래에게서 이 해탈과 갖가지 법문을 얻고 갖가지 삼세를 알고, 갖가지 세계해에 들어가서 갖가지로 정각을 이룸을 보고, 갖가지 부처님의 대중이 모인 데 들어가서 보살의 여러 가지 서원을 내고, 보살의 여러 가지 묘한 행을 닦아서 보살의 여러 가지 해탈을 얻었으나, 보살이 얻는 보현의 해탈문을 알지 못하였노라. 
 왜냐하면 보살의 보현 해탈문은 큰 허공과 같고 중생의 이름과 같고 삼세 바다와 같고 시방 바다와 같고 법계 바다와 같아서 한량없고 그지 없기 때문이니, 불자여, 보살의 보현 해탈문은 여래의 경계와 같으니라. 
 불자여, 나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보살의 몸을 보아도 만족함이 없었으니, 마치 탐욕이 많은 남녀가 한 데 모이면 서로 사랑하느라고 한량없는 허망한 생각과 감각을 일으키나니, 나도 그와 같아서 보살의 몸을 살펴보니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한량없고 그지없는 광대한 세계가 가지가지로 머물고 가지가지로 장엄한 가지가지 현상을 보며, 가지가지 산과 가지가지 땅과 가지가지 구름과 가지가지 이름과 가지가지 부처님이 나심과 가지가지 도량과 가지가지 대중의 모임과 가지가지 수다라를 연설함과 가지가지 정수리에 물 붓는 일을 말함과 가지가지 승과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로 청정함을 보았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잠깐잠깐마다 그지없는 부처님들이 여러 가지 도량에 앉아서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투고 여러 가지 법륜을 굴리고 여러 가지 수다라를 말하여 항상 끊이지 않음을 보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그지없는 중생들의 여러 가지 머무는 곳과 여러 가지 형상과 여러 가지 짓는 업과 여러 가지 근성을 항상 보노라. 
 또 보살의 낱낱 털구멍에서 삼세 보살들의 그지없이 수행하는 문을 보았으니, 이른바 그지없이 광대한 서원과 그지없이 차별한 지위와 그지없는 바라밀과 그지없는 옛날 일과 그지없이 인자한 문과 그지없이 가엾이 여기는 구름과 그지없이 기뻐하는 마음과 그지없이 중생을 거두어 주는 방편이니라. 
 불자여, 나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에서 잠깐잠깐마다 이렇게 보살의 낱낱 털구멍을 보는 데, 한번 간 데는 다시 가지 않고 한번 본 데는 다시 보지 않지만, 그 끝닿은 데를 얻을 수 없으며, 내지 실달 태자가 궁중에 계실 적에 시녀들이 둘러 호위함을 보나니, 나는 해탈의 힘으로 보살의 낱낱 털구멍을 관찰하여 삼세 법계의 일을 모두 보노라. 
 불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삼매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만을 얻었거니와 보살마하살들이 필경에 한량없는 방편 바다로 모든 중생을 위하여 종류를 따라 몸을 나타내며, 모든 중생을 위하여 좋아함을 따르는 행을 말하며, 낱낱 털구멍에 그지없는 형상 바다를 나타내며, 모든 법의 성품이 없는 성품으로 성품을 삼을 줄을 알며, 중생의 성품이 허공과 같아서 분별이 없음을 알며, 부처님의 신통한 힘이 진여와 같음을 알며, 모든 곳에 두루하여 그지없는 해탈의 경계를 나타내며, 잠깐 동안에 광대한 법계에 들어가서 여러 지위의 법문에 유희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세계 안에 부처님 어머니이신 마야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부처님들께 공양하기를 쉬지 아니하며, 보살의 업을 짓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으며, 온갖 장애를 떠나서 보살의 해탈에 들어가되 다른 이를 말미암지 않으며, 모든 보살의 도에 머무르고 모든 여래의 계신 데 나아가서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닦으며, 대승의 원을 내어 모든 중생의 선근을 증장케 하기를 쉬지 아니하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석가녀 구파가 이 해탈의 뜻을 거듭 밝히려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자와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나 보살이 
 여러 가지 행 닦음을 보고 
 착한 마음·착하지 못한 마음을 내면 
 보살이 다 거두어 주느니라. 
 
 멀고 먼 옛적 
 백 세계 티끌 수 겁 전에 
 겁이 있으니 이름이 청정 
 세계 이름은 광명이었소. 
 
 그 겁에 나신 부처님 
 육십천만억인데 
 마지막에 나신 부처님 이름 
 법당등이었고 
 
 그 부처님 열반하신 뒤 
 지혜산이란 임금이 있어 
 남섬부주를 통솔했는데 
 원수나 대적이 없었고 
 
 왕의 아들이 오백 명 
 단정하고 날쌔고 건장하며 
 몸매가 매우 청정해 
 보는 이 기뻐하였네. 
 
 그 왕과 왕의 아들들 
 신심 있어 부처님 공양하고 
 그 법장을 보호해 가지며 
 불법 닦기에 부지런했으며 
 
 태자의 이름은 착한 광명 
 때가 없고 방편 많으며 
 거룩한 모습 원만하여 
 보는 이 싫은 줄 모르고 
 
 오백억 사람 한꺼번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용맹하고 억세게 정진하여 
 부처님 법 보호해 가지고 
 
 서울 이름은 지혜의 나무 
 천억 도시가 둘러 있었고 
 고요한 덕이란 수풀은 
 모든 보배로 장엄했는데 
 
 착한 광명 태자 숲 속에 있어 
 부처님 바른 법 널리 펴시며 
 말 잘하고 지혜의 힘 
 대중을 기쁘게 하였소. 
 
 어느 때 밥을 빌려고 
 그 서울로 들어가는데 
 행동 거지 가장 점잖고 
 바른 지혜에 산란치 않아. 
 
 그 성중에 거사 있으니 
 착한 명예는 그의 이름. 
 나는 그 때 거사의 딸로 
 이름을 일러 맑은 햇빛. 
 
 그 때 나는 성중에 있어서 
 착한 광명 만나니 
 그 모습 매우 아름다워 
 애착하는 마음 내었고 
 
 다음 내 집에 걸식할 적엔 
 내 마음 애정을 참을 수 없어 
 영락을 내어 진주와 함께 
 바리때 속에 넣어 드렸소. 
 
 사랑하는 물든 마음으로 
 그 불자에게 공양했지만 
 이백오십 겁 동안 
 삼악취에 안 떨어지고 
 
 천왕의 집에나 
 인간왕 집에 태어나 
 착한 광명 태자의 몸 
 거룩하게 장엄함 보았네. 
 
 그 뒤부터 지내오면서 
 이백오십 겁 동안 
 잘 나타나는 어머니 집에 
 묘한 덕 갖춘 딸로 태어났는데 
 
 그 때부터 태자를 보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어 
 그를 우러러 모시려 하는데 
 행여나 나를 받아 주시면. 
 
 나는 어느 때 태자와 함께 
 승일신부처님 뵈옵고 
 공양하고 공경하며 
 인하여 보리심 내었소. 
 
 그 한 겁 동안에 
 육십억 여래 나시었는데 
 마지막 나신 부처님 세존 
 이름이 광대해. 
 
 그 부처님께 깨끗한 눈 얻어 
 법의 모양을 분명히 알고 
 태어날 곳을 모두 알면서 
 뒤바뀐 마음 아주 없어져 
 
 나는 보살의 삼매와 
 해탈한 경계 관찰하고 
 잠깐 동안에 시방에 있는 
 부사의한 세계해에 들어가 
 
 깨끗한 세계와 더러운 세계 
 갖가지 다른 것 모두 봤으나 
 깨끗한 것도 탐내지 않고 
 더러운 것도 싫어하지 않았으며 
 
 나는 세계의 모든 도량에 
 앉으신 여래를 뵈오니 
 모두 잠깐 동안에 
 한량없는 광명 놓으리 
 
 말할 수 없는 대중의 모인 곳 
 한 생각 동안에 들어가시고 
 그들이 얻은 
 삼매문도 아시며 
 
 그들의 광대한 행과 
 한량없는 지위와 방편 
 모든 서원의 바다를 
 잠깐 동안에 모두 아시네. 
 
 내가 보니 보살의 몸은 
 그지없는 겁 행을 닦으사 
 낱낱 털구멍의 수효 
 찾아 보아도 얻지 못하며 
 
 털구멍마다 있는 세계들 
 수가 없고 말할 수 없어 
 땅·물·불·바람의 바퀴 
 그 가운데는 없는 것 없어 
 
 가지가지 세워진 것과 
 가지가지의 모든 형상과 
 가지가지 자체와 이름 
 그지없는 갖가지 장엄 
 
 많은 세계해에 있는 
 말할 수 없는 세계와 
 그 안에 계신 부처님 
 법문 말하여 교화함을 보지만 
 
 보살의 몸과 
 몸으로 지은 업 알지 못하며 
 그의 마음도 지혜도 
 여러 겁에 행함도 모두 모르오.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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