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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현장 : 환으로 환을 닦음

이 때에 보현 보살이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조아려 예배하고 존경의 표시로 우측으로 세 번 돌며 두 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을 모으면서 부처님께 사뢰었다.
“크게 자비로우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이 법회에 참여한 보살과 말세의 일체중생들이 대승을 닦게 하기 위해서는, 이 원각의 청정한 경계를 듣고서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까.
세존이시여, 만약 저 중생이 일체가 환(幻) 같음을 아는 자라면 그의 신심(身心)도 또한 환이거늘 어떻게 환으로써 환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모든 환의 성품이 일체 다 멸하였다면 곧 마음이 없는 것이니 누가 수행하게 될 것이며, 어떻게 다시 수행이 환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만약 모든 중생이 애초부터 수행하지 않는다면 저 생사 가운데 항상 환화(幻化)에 머물러 일찍이 그 자리가 환과 같은 경계임을 알지 못하리니, 그 망상(妄想)을 어떻게 해탈시킬 수 있겠습니까.
바라옵건대 말세의 일체 중생들을 위하소서. 어떤 방편으로 점차 수습해야 그 중생들이 온갖 환(幻)에서 영원히 떠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까.”
이 말을 마치고서 오체투지하며, 이와 같이 거듭 세 번 청함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간청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 보현 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너희들이 능히 모든 보살과 말세의 일체중생을 위하여 여래에게 보살의 환(幻) 같은 삼매(三昧)인 방편점차(方便漸次) 수습(修習)하는 것을 자문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환을 여읠 수 있게 하는구나. 너희들은 이제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설하리라.”
그러자 보현 보살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환희하며 모든 대중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묵연히 부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선남자여, 일체중생의 온갖 환화(幻化)가 모두 여래의 원각묘심(圓覺妙心)에서 나오는 것이니, 이는 마치 허공의 꽃이 허공에서 나왔다가 허공에서 사라지더라도 허공의 성품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같다. 중생의 환심(幻心)도 또한 환(幻)에 의지하여 멸하게 되나, 모든 환(幻)이 다 멸하더라도 각심(覺心)은 움직이지 않는다. 환(幻)에 의지하여 각(覺)을 설한 것도 또한 환(幻)이 된다 하니, 각(覺)이 있다고 설하더라도 아직 환(幻)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며 각(覺)이 없다고 설하는 것도 또한 환(幻)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환(幻)이 멸한 자리를 부동(不動)이라 한다.
선남자여, 일체보살과 말세의 중생은 응당 일체 환화(幻化)로 된 허망한 경계를 멀리 여의어야 한다. 허망한 경계를 멀리 벗어나려는 마음을 집착함으로 말미암아 생긴 환(幻) 같은 그 마음에서도 다시 멀리 벗어나야 하며, 환(幻) 같은 그 마음을 멀리 벗어나려는 것도 환(幻)이 되니, 여기에서도 다시 멀리 벗어나야 한다.
모든 곳에서 멀리 벗어나려는 환(幻)을 벗어나고 또 다시 벗어나서 벗어날 바 없는 곳을 얻게 된다면 곧 모든 환(幻)이 제거된다.
불을 지핌에 두 나무를 서로 비벼 생긴 불이 그 불을 만들어낸 나무를 다 태워 그 나무가 재와 연기로 사라지듯, 환(幻)으로써 환(幻)을 닦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모든 환(幻)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단멸(斷滅)에 들어가지 않게 되니, 선남자여, 환(幻)을 알면 곧 환(幻)을 벗어나는 것이니 방편을 쓰지 아니하고 환(幻)을 여의면 곧 각(覺)이니 또한 여기에 점차(漸次)가 없는 것이다.
일체보살과 말세의 중생은 이에 의지하여 수행해야 할 것이니, 이와 같아야 모든 환(幻)을 영원히 벗어날 수 있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하여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보현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시방세계 일체 모든 중생의 삶에
근원을 알 수 없는 환 같은 무명
그 모두는 여래의 빛나는 원각
거기에서 생겨 나와 흘러간다네.
이는 마치 허공의 꽃과 같아서
그 모습을 허공에서 의지하다가
허공의 꽃 다시금 사라졌어도
허공의 그 근본은 부동이라네.
허깨비가 각에서 생겨났다가
허깨비가 사라져도 각은 원만해
각심의 그 근본은 부동이니라
예리한 근기의 모든 보살과
어리석은 말세의 일체중생이
언제나 허깨비를 멀리한다면
모든 환을 모조리 벗어나리라
이는 마치 나무에서 생긴 불길이
나무가 타버리면 사라지듯이
깨달으면 점차가 없는 것이며 방편
또한 마찬가지 없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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