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권 제16 범행품
이 때 정념천자가 법혜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시여, 온 세계의 모든 보살들이 여래의 가르침을 의지하여 물든 옷을 입고 출가하였으면, 어떻게 하여야 범행이 청정하게 되오며, 보살의 지위로부터 위없는 보리의 도에 이르리이까?”
법혜보살이 말하였다.
“불자여, 보살마하살이 범행을 닦을 때에는 마땅히 열 가지 법으로 반연을 삼고 뜻을 내어 관찰하여야 하나니, 이른바 몸과 몸의 업과 말과 말의 업과 뜻과 뜻의 업과 부처님과 교법과 승단과 계율이니라. 마땅히 관찰하기를 몸이 범행인가, 내지 계율이 범행인가 할 것이니라.
만일 몸이 범행이라면, 범행은 선하지 않은 것이며 법답지 않은 것이며 흐린 것이며 냄새 나는 것이며 부정한 것이며 싫은 것이며 어기는 것이며 잡되고 물든 것이며 송장이며 벌레 무더기인 줄을 알 것이니라.
만일 몸의 업이 범행이라면, 범행은 곧 가는 것·머무는 것·앉는 것·눕는 것·왼쪽으로 돌아보는 것·오른쪽으로 돌아보는 것·구부리는 것·펴는 것·숙이는 것·우러르는 것이니라.
만일 말이 범행이라면, 범행은 곧 음성·숨·가슴·혀·목구멍·입술·뱉고 삼킴·들고 놓음·고저·청탁일 것이니라.
만일 말의 업이 범행이라면, 범행은 곧 안부를 묻거나 대강 말하고 자세히 말하고 비유로 말하고 직설하고 칭찬하고 헐뜯고 방편으로 말하고 세속을 따라 말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리라.
만일 뜻이 범행이라면, 범행은 곧 깨달음이며 관찰이며 분별이며 가지가지 분별이며 기억함이며 가지가지 기억함이며 생각함이며 가지가지 생각함이며 요술이며 꿈이리라.
만일 뜻의 업이 범행이라면, 범행은 곧 생각함이며 생각이며 추위며 더위이며 주림이며 목마름이며 괴로움이며 즐거움이며 근심이며 기쁨이리라.
만일 부처님이 범행이라면, 색온이 부처인가 수온이 부처인가 상온이 부처인가 행온이 부처인가 식온이 부처인가 상이 부처인가 호가 부처인가 신통이 부처인가 업행이 부처인가 과보가 부처인가.
만일 교법이 범행이라면, 적멸이 법인가 순종치 않음이 법인가 얻을 바 없음이 법인가 열반이 법인가 나지 않음이 법인가 일어나지 않음이 법인가 말할 수 없음이 법인가 분별 없음이 법인가 행할 바 없음이 법인가 모이지 않음이 법인가.
순종치 않음이 법인가 얻을 바 없음이 법인가 열반이 법인가 나지 않음이 법인가 일어나지 않음이 법인가 말할 수 없음이 법인가 분별 없음이 법인가 행할 바 없음이 법인가 모이지 않음이 법인가.
만일 승가가 범행이라면, 예류향이 승가인가 예류과가 승가인가 일래향이 승가인가 일래과가 승가인가 불환향이 승가인가 불환과가 승가인가 아라한향이 승가인가 아라한과가 승가인가 삼명이 승가인가 육신통이 승가인가.
만일 계율이 범행이라면, 계단이 계율인가 청정한가 묻는 것이 계율인가 위의를 가르침이 계율인가 갈마를 세 번 말함이 계율인가 화상이 계율인가 아사리가 계율인가 머리 깎는 것이 계율인가 가사 입는 것이 계율인가 걸식함이 계율인가 정명이 계율인가.
이렇게 관찰하면, 몸에 취할 것이 없고 닦는 데 집착할 것이 없고 법에 머물 것이 없으며, 과거는 이미 멸하였고 미래는 이르지 못하였고 현재는 고요하며, 업을 짓는 이도 없고 과보를 받을 이도 없으며, 이 세상은 이동하지 않고 저 세상은 바뀌지 아니하느니라.
이 가운데 어느 법이 범행인가, 범행은 어디서 왔으며 누구의 소유며 자체는 무엇이며 누구로 말미암아 지었는가. 이것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색인가 색이 아닌가, 수인가 수가 아닌가, 상인가 상이 아닌가, 행인가 행이 아닌가, 식인가 식이 아닌가.
이렇게 관찰하면, 범행이란 법은 얻을 수 없는 연고며, 삼세의 법이 다 공적한 연고며, 뜻에 집착이 없는 연고며, 마음에 장애가 없는 연고며, 행할 것이 둘이 없는 연고며, 방편이 자재한 연고며, 모양 없는 법을 받아들이는 연고며, 모양 없는 법을 관찰하는 연고며, 부처님 법이 평등함을 아는 연고며, 온갖 부처님 법을 갖춘 연고로 이렇게 청정한 범행이라 이름하느니라.
다시 열 가지 법을 닦아야 하나니,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아는 지혜, 지난 세상․지금 세상․오는 세상의 업과 과보를 아는 지혜, 모든 선정 해탈 삼매를 아는 지혜, 모든 근성의 승하고 열함을 아는 지혜, 가지가지 이해를 아는 지혜, 가지가지 경계를 아는 지혜, 온갖 곳에 이르는 길을 아는 지혜, 천안통이 걸림없는 지혜, 숙명통이 걸림없는 지혜, 습기를 영원히 끊는 지혜니, 여래의 십력을 낱낱이 관찰하며, 낱낱 힘에 한량없는 뜻이 있는 것을 마땅히 물어야 하느니라.
둘은 뒤에는 크게 자비한 마음을 일으키나니, 중생을 관찰하여 버리지 아니하며, 모든 법을 생각하여 쉬지 아니하며, 위없는 업을 행하고도 과보를 구하지 말며, 경계가 요술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변화와 같음을 분명히 알지니라.
만일 보살들이 이렇게 관행함으로 더불어 서로 응하면, 모든 법에 두 가지 이해를 내지 아니하여 온갖 부처님 법이 빨리 앞에 나타날 것이며, 처음 발심할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온갖 법이 곧 마음의 성품임을 알 것이며, 지혜의 몸을 성취하되 다른 이를 말미암아 깨닫지 아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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