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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권 제39 입법계품 8)

 
 
 변행 외도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부동 우바이에게서 법을 듣고 일심으로 기억하여 가르친 것을 모두 믿어 받고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점점 나아가 여러 나라와 도시를 지나서 도살라성에 이르렀다. 해가 질 무렵에 성중에 들어가서 상점과 골목과 네거리로 다니면서 변행 외도를 찾았다. 
 성 동쪽에 산이 있으니 이름이 선득이었다. 밤중쯤 되어 선재동자가 산꼭대기를 보니 초목과 바위에 광명이 환하게 비추어 마치 해가 처음 뜨는 듯하였다. 이것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기를 '내가 아마 여기서 선지식을 만나려나 보다' 하고, 성에서 나와 산으로 올라갔다. 이 외도가 산 위의 평탄한 곳에서 천천히 거니는데, 생긴 모습이 원만하고 위엄과 광채가 찬란하여 대범천왕으로도 미칠 수 없으며, 십천의 범천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그 앞에 나아가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변행 외도는 대답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에 편안히 머물렀고, 세간을 두루 관찰하는 삼매의 문을 성취하였고, 의지한 데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의 힘을 성취하였고, 넓은 문 반야바라밀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넓은 세간에서 가지가지 방소와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행과 이해로 온갖 길에 나고 죽나니, 이른바 하늘 길·용의 길·야차의 길과 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지옥·축생의 길이며, 염라왕 세계와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의 모든 길이니라. 
 여러 가지 소견에 빠지고 이승을 믿고 대승을 좋아하는 이런 중생들 가운데서 나는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지혜의 문으로 이익케 하노라. 혹 모든 세간의 갖가지 기술을 연설하여 온갖 공교한 기술 다라니 지혜를 갖추게 하며, 네 가지로 거두어 주는 방편을 말하여 온갖 지혜의 길을 구족케 하기도 하며, 모든 바라밀을 말하여 온갖 지혜의 지위로 회향케 하기도 하며, 보리심을 칭찬하여 위없는 도의 뜻을 잃지 않게도 하며, 보살의 행을 칭찬하여 부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소원을 만족케도 하며, 나쁜 짓을 하며 지옥 따위에 빠져 여러 가지 고통 받는 일을 말하여 나쁜 업을 싫어하게도 하며, 부처님께 공양하고 선근을 심으면 온갖 지혜의 과보를 얻는다 말하여 환희한 마음을 내게도 하며, 모든 여래·응공·정등각의 공덕을 찬탄하여, 부처의 몸을 좋아하고 온갖 지혜를 구하게도 하며, 부처님의 위엄과 공덕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무너지지 않는 몸을 좋아하게도 하며, 부처님의 자유자재한 몸을 찬탄하여 여래의 가릴 수 없는 큰 위덕을 구하게도 하노라. 
 또 선남자여, 이 도살라 성중의 여러 곳에 있는 여러 종류의 남녀들 가운데서, 나는 갖가지 방편으로 그들의 형상과 같이 나투고 그에게 알맞게 법을 말하거든, 그 중생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알지도 못하거니와 듣는 이로 하여금 사실대로 수행케 하노라. 
 선남자여, 이 성에서 중생들을 이익케 하는 것처럼 염부제의 여러 성중과 도시와 마을의 사람이 사는 곳에서도 이와 같이 이익케 하노라. 
 선남자여, 염부제에 있는 96종 외도들이 제각기 야릇한 소견으로 고집을 세우거든, 나는 그 가운데서 방편으로 조복하여 모든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하며 염부제에서와 같이 다른 사천하에서도 그렇게 하고, 사천하에서와 같이 삼천대천세계에서도 그렇게 하며,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의 중생 바다에서도 중생의 마음을 따라서 갖가지 방편·갖가지 법문·갖가지 몸·갖가지 말로써 법을 말하여 이익케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만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의 몸은 온갖 중생의 수효와 같고, 중생들과 차별이 없는 몸을 얻으며, 변화한 몸으로 모든 길에 두루 들어가 모든 곳에 태어나되, 여러 중생의 앞에서 청정한 광명으로 세간에 널리 비추고 걸림없는 소원으로 온갖 겁에 머무르며, 제석의 그물 같은 비등할 이 없는 행을 얻어, 모든 중생을 항상 이익케 하고 항상 함께 거처하면서도 집착이 없으며, 삼세에 두루 평등하여 나가 없는 지혜로 널리 비추고 크게 자비한 광으로 모든 것을 관찰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광대요, 거기 향을 파는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우발라꽃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향팔이 장자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인하여 몸과 목숨도 돌보지 않고, 재물에도 집착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을 좋아하지도 않고, 오욕을 탐하지도 않고, 권속을 그리워하지도 않고, 왕의 지위를 소중히 여기지도 아니하였다. 
 오직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부처의 국토를 깨끗이 하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법의 참된 성품을 알고, 모든 보살의 공덕 바다를 닦아 모으고, 모든 공덕을 닦아 행하여 물러가지 않고, 모든 겁마다 큰 서원으로 보살의 행을 닦고, 모든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 속에 들어가고, 한 삼매의 문에 들어가서 모든 삼매문의 자재한 신통의 힘을 나타내고, 부처님의 한 털구멍에서 모든 부처님을 보아도 만족함이 없고, 모든 법의 지혜 광명을 얻어서 모든 부처의 법장을 보호하고 유지하기를 원하였다. 
 이러한 모든 부처와 보살의 공덕을 일심으로 구하면서 점점 나아가 광대국에 이르러서는 장자의 앞에 가서 엎드려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모든 부처님의 평등한 지혜를 구하려 하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큰 서원을 만족하려 하며, 모든 부처님의 가장 높은 육신을 깨끗이 하려 하며,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법의 몸을 뵈오려 하며, 모든 부처님의 광대한 지혜의 몸을 알고자 하며, 모든 보살의 행을 깨끗이 다스리려 하며, 모든 보살의 삼매를 밝히려 하며, 모든 보살의 다라니에 머물고자 하며, 모든 장애를 없애려 하며, 여러 시방세계에 다니려 하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서 온갖 지혜의 지혜를 내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장자는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여 알며, 모든 향을 조화하여 만드는 법을 아노니, 이른바 모든 향·모든 사르는 향·모든 바르는 향·모든 가루향이며, 이런 향이 나는 곳도 아노라. 
 또 하늘 향·용의 향·야차의 향과 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이들의 향을 잘 알며, 또 병을 다스리는 향·나쁜 짓을 끊는 향·환희한 마음을 내는 향·번뇌를 늘게 하는 향·번뇌를 없애는 향·함이 있는 법에 애착을 내게 하는 향·함이 있는 법에 싫은 생각을 내게 하는 향·모든 교만과 방일을 버리는 향·마음 내어 염불하는 향·법문을 이해하는 향·성인이 받아 쓰는 향·모든 보살의 차별한 향·모든 보살의 지위의 향들이니라. 
 이런 향의 형상과 생기는 일과 나타나고 성취함과 청정하고 편안함과 방편과 경계와 위덕과 작용과 근본의 모든 것을 내가 다 통달하노라. 
 선남자여, 인간에 향이 있는데 이름은 상장이요, 용이 싸울 적에 생기며, 한 개만 살라도 큰 향 구름을 일으키어 서울에 덮으며, 이레 동안 가는 향 비를 내리나니, 몸에 닿으면 몸이 금빛이 되고, 의복이나 궁전이나 누각에 닿아도 금빛으로 변하며, 바람에 날려 궁전 안에 들어가면 그 향기를 맡은 중생은 이레 동안 밤낮으로 환희하고 몸과 마음이 쾌락하며, 병환이 침로하지 못하고 모든 근심이 없어져 놀라지도 무섭지도 어지럽지도 성내지도 않으며, 인자한 마음으로 서로 대하고 뜻이 청정하여지거든, 나는 그것을 알고 법을 말하여, 그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마라야산에서는 전단향이 나는데 이름은 우두니라. 몸에 바르면 불구렁에 들어가도 타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바다 속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이길 이 없음이니라. 북이나 소라에 바르면 소리가 날 적에 모든 적군들이 모두 물러가느니라. 
 선남자여, 아나바달다 못가에서는 침수향이 나는데 이름은 연화장이니라. 삼씨만치를 태워도 향기가 염부제에 풍기며, 중생들이 맡으면 모든 죄를 여의고 계행이 청정하여지느니라. 
 선남자여, 설산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아로나니라. 중생이 이 향을 맡으면 마음이 결정되어 물드는 집착을 여의며, 내가 법을 말하면 때 여읜 삼매를 얻지 못하는 이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찰 세계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해장이니라. 이 향은 전륜왕만이 사용하는데, 한 개만 피워서 풍겨도 전륜왕과 네 가지 군대가 모두 허공에 나르느니라. 
 선남자여, 선법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정장엄이니라. 한 개만 피워서 풍겨도 여러 하늘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생각하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수야마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정장이니라. 한 개만 피워서 풍겨도 수야마천 무리들이 천왕의 처소로 모여와서 함께 법을 듣느니라. 
 선남자여, 도솔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선타바니라. 일생보처 보살이 앉은 앞에서 한 개만 피우면 큰 향 구름을 일으켜서 법계를 뒤덮고 모든 공양거리를 비내려 모든 부처와 보살들께 공양하느니라. 
 선남자여, 선변화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탈의니라. 한 개를 피우면 이레 동안에 모든 장엄거리를 비내리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향을 화합하는 법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나쁜 버릇을 여의어 세상 탐욕에 물들지 않으며, 번뇌 마군의 오랏줄을 아주 끊고 여러 길에서 뛰어나며, 지혜의 향으로 장엄하여 세간에서 물들지 않으며, 집착이 없는 계율을 구족하게 성취하며, 집착이 없는 지혜를 깨끗이 하고 집착이 없는 경계에 향하며, 모든 곳에 애착이 없고 마음이 평등하여 집착도 없고 의지함도 없음이야, 내가 어떻게 그 묘한 행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청정한 계율의 문을 나타내며, 그 허물 없이 짓는 업을 보이며, 그 물들지 않는 몸과 뜻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은 누각이요, 거기 뱃사공이 있으니 이름이 바시라라 하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바시라 뱃사공을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누각성을 향하면서 길을 살피니, 길이 높고 낮음을 보며, 길이 평탄하고 험함을 보며, 길이 깨끗하고 더러움을 보며, 길이 굳고 곧음을 보았다. 점점 나아가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저 선지식을 친근하리니, 선지식은 보살의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바라밀의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중생을 거둬 주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법계에 두루 들어가되 장애가 없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나쁜 꾀를 덜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교만한 도를 여의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번뇌를 없애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여러 가지 소견을 버리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온갖 나쁜 가시를 뽑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며, 모든 중생에게 온갖 지혜의 성에 이르게 하는 도를 수행함을 성취할 원인이 되리라. 
 왜냐하면 선지식에게서 모든 착한 법을 얻는 연고며, 선지식의 힘으로 온갖 지혜의 길을 얻는 연고며, 선지식은 보기 어렵고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걸어가다가 누각성에 이르렀다. 그 뱃사공은 성문 밖 바닷가에 있으면서 백천의 장사꾼들과 한량없는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바다의 일을 말하며,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방편으로 일러 주는 것을 보고, 그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며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뱃사공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이제 또 큰 지혜를 내는 인과 모든 생사의 괴로움을 끊는 인과 온갖 지혜의 보배 섬에 가는 인과 무너지지 않는 마하연의 인과 이승들이 생사를 두려워하고 고요한 삼매의 소용돌이에 머무름을 멀리 여의는 인과 큰 서원의 수레를 타고 모든 곳에 두루하여 보살의 행을 수행하되 장애가 없는 청정한 도의 인과 보살의 행으로 깨뜨릴 수 없는 온갖 지혜를 장엄하는 청정한 도의 인과 모든 시방의 법을 두루 관찰하되 장애가 없는 청정한 도의 인과 온갖 지혜의 바다에 빨리 들어가는 청정한 도의 인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이 성의 바닷가에 있으면서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의 행을 깨끗하게 닦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염부제에 있는 빈궁한 중생들을 보고 그들을 이익케 하려고 보살의 행을 닦으며, 그들의 소원을 모두 만족케 하는데, 먼저 세상 물건을 주어 마음을 채우고 다시 법의 재물을 보시하여 환희케 하며, 복덕의 행을 닦게 하고 지혜를 내게 하고, 선근의 힘을 늘게 하고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보리의 원을 깨끗케 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견고케 하고, 생사를 없애는 도를 닦게 하고 생사를 싫어하지 않는 행을 내게 하고, 모든 중생 바다를 거둬 주게 하고 모든 공덕 바다를 닦게 하고, 모든 법 바다를 비추게 하고 모든 부처 바다를 보게 하고, 온갖 지혜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여기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뜻을 가지고 이렇게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바다에 있는 모든 보배의 섬과 모든 보배의 처소와 모든 보배의 종류와 모든 보배의 종자를 알며, 나는 모든 보배를 깨끗케 하고 모든 보배를 연마하고 모든 보배를 내고 모든 보배를 만들 줄을 알며, 나는 모든 보배의 그릇과 모든 보배의 쓰임과 모든 보배의 경계와 모든 보배의 광명을 알며, 나는 모든 용궁의 처소와 모든 야차 궁전의 처소와 모든 부다 궁전의 처소를 알고 잘 회피하여 그들의 난을 면하노라. 
 또 소용 도는 데·얕은 데·깊은 데와 파도가 멀고 가까운 것과 물빛이 좋고 나쁜 것들이 여러 가지로 같지 아니한 것을 잘 분별하여 알며, 또 일월성신이 돌아가는 도수와 밤과 낮과 새벽과 신시 때와 시각과 누수가 늦고 빠름을 잘 분별하여 알며, 또 배의 철물과 나무가 굳고 연한 것과 기관이 만만하고 거셈과 물이 많고 적음과 바람이 순하고 거슬림을 알며, 모든 편안하고 위태한 것을 분명하게 알고서 갈 만하면 가고 못갈 만하면 안 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런 지혜를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안전한 배로 장사 무리들을 태우고 편안한 길을 가게 하며 다시 법을 말하여 기쁘게 하면서, 보배 있는 섬으로 인도하여 여러 가지 보물을 주어 만족케 한 연후에 염부제로 돌아오노라. 
 선남자여, 나는 큰 배를 가지고 이렇게 다니지만 한 번도 실수한 일이 없노라. 어떤 중생이 내 몸을 보거나 내 법을 들은 이는 영원히 나고 죽는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고 온갖 지혜의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애욕의 바다를 말리고 지혜의 광명으로 삼세 바다를 비추며 모든 중생의 고통 바다를 끝나게 하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를 깨끗이 하고 모든 세계 바다를 빨리 청정케 하며, 시방의 큰 바다에 두루 가서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를 알고 모든 중생의 수행 바다를 순종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의 행을 얻었으므로, 만일 나를 보거나 내 음성을 듣거나 나와 함께 있거나 나를 생각하는 이는 하나도 헛되지 않게 하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의 생사의 바다에 다니면서도 모든 번뇌 바다에 물들지 않고 모든 허망한 소견 바다를 버리며, 모든 법의 성품 바다를 살피고 사섭법으로 중생 바다를 거두어 주며, 이미 온갖 지혜의 바다에 머물러서 모든 중생의 애착 바다를 소멸하고 모든 시간의 바다에 평등하게 있으면서 신통으로 중생 바다를 제도하며 때를 놓치지 않고 중생 바다를 조복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즐거운 성이 있고,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무상승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고 슬프게 울면서 선지식을 구하는 마음이 만족한 줄 모르며 하직하고 떠났다. 

 
 무상승 장자를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크게 인자하므로 두루하는 마음과 크게 가엾이 여기므로 윤택하는 마음을 일으켜 계속하여 끊이지 아니하고, 복덕과 지혜 두 가지로 장엄하며, 모든 번뇌의 때를 버리고 평등한 법을 증득하여 마음이 높고 낮지 아니하며, 착하지 않은 가시를 뽑아 모든 장애를 없애며 견고하게 정진함으로 담과 해자를 삼고 매우 깊은 삼매로 정원을 만들며, 지혜의 햇빛으로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고 방편의 봄 바람으로 지혜의 꽃을 피게 하며, 걸림 없는 서원이 법계에 가득하고 마음은 항상 온갖 지혜의 성에 들어가서, 이렇게 보살의 도를 구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그 성내에 이르렀다. 
 무상승 장자가 그 성의 동쪽 크게 장엄한 당기 근심 없는 숲 속에 있었는데, 한량없는 장사꾼와 백천 거사들이 둘러쌌으며, 인간의 갖가지 일을 끊어 버리고 법을 말하여, 그들의 모든 교만을 아주 뽑고 나와 내 것을 여의게 하며, 쌓아둔 것을 버리고 간탐한 때를 없애며, 마음이 청정하여 흐리고 더러움이 없으며, 깨끗이 믿는 힘을 얻어 항상 부처님을 보고 법을 받아 지니기를 좋아하며, 보살의 힘을 내고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보살의 삼매에 들어가 보살의 지혜를 얻으며, 보살의 바른 생각에 머물러 보살의 욕망이 늘게 하고 있었다. 
 이 때 선재동자는 그 장자가 대중에게 법을 말함을 보고, 몸을 땅에 던져 그의 발에 절하고 한참 있다가 일어나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일심으로 보살의 행을 구하옵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닦고 배울 적에 모든 중생을 항상 교화하며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뵈오며, 모든 불법을 항상 들으며 모든 불법을 항상 머물러 지니며 모든 법문에 항상 들어가며, 모든 세계에 들어가서 보살의 행을 배우며 모든 겁에 머물러 있으면서 보살의 도를 닦으며, 모든 여래의 신통한 힘을 능히 알며 모든 여래의 생각하여 주심을 능히 받으며, 모든 여래의 지혜를 능히 얻겠나이까?”
 그 때 장자는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이미 내었구나. 선남자여,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하는 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어떤 것을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하는 문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나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욕심 세계에 사는 모든 중생으로 이른바 모든 삼십삼천·모든 수야마천·모든 도솔타천·모든 선변화천·모든 타화자재천·모든 마의 하늘과 그외에 모든 하늘·용·야차·나찰·구반다·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이들의 마을과 성중과 도시의 모든 곳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서 법을 말하노라. 
 그래서 그른 법을 버리고 다툼을 쉬고 싸움을 없애고 성냄을 그치고 원수를 풀고 속박을 벗고 옥에서 나와 공포를 없애고 살생을 끊으며, 내지 삿된 소견과 나쁜 짓과 하지 못할 일을 모두 금하게 하며, 모든 착한 법을 순종하여 배우고 모든 기술을 닦아 익히어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짓게 하며, 그들에게 가지가지 언론을 분별하여 환희심을 내고 점점 성숙하게 하며, 외도를 따라서 훌륭한 지혜를 말하며 모든 소견을 끊고 불법에 들어오게 하며, 내지 형상 세계의 모든 범천에서도 그들에게 훌륭한 법을 말하노라.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내지 시방의 열 곱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서도 내가 그들에게 부처의 법·보살의 법·성문의 법·독각의 법을 말하며, 지옥을 말하고 지옥 중생을 말하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축생을 말하고 축생의 차별을 말하고 축생의 고통을 말하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염라왕의 세계를 말하고 염라왕 세계의 고통을 말하고 염라왕 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하늘 세계를 말하고 하늘 세계의 낙을 말하고 하늘 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인간을 말하고 인간의 고통과 낙을 말하고 인간으로 가는 길을 말하노라. 
 보살의 공덕을 드러내 보이려 하며 생사의 걱정을 여의게 하며, 온갖 지혜를 가진 이의 묘한 공덕을 알게 하며 모든 세계에서 미혹하여 받는 고통을 알게 하며, 걸림이 없는 법을 보게 하며 모든 세간이 생기는 원인을 보이려 하며, 모든 세간의 고요한 낙을 나타내려 하며 중생들의 집착한 생각을 버리게 하며, 부처의 의지함이 없는 법을 얻게 하며 모든 번뇌의 둘레를 없애게 하며 여래의 법륜을 굴리게 하려고, 나는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이 수행하는 청정한 법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자유자재한 신통을 갖추고 모든 부처의 세계에 두루 이르며, 넓은 눈의 지위를 얻어 모든 음성과 말을 들으며, 모든 법에 들어가 지혜가 자재하며, 다투는 일이 없고 용맹하기 짝이 없으며, 넓고 큰 혀로 평등한 음성을 내며, 몸이 훌륭하여 보살들과 같으며, 여래들과 더불어 끝까지 둘이 없고 차별이 없으며, 지혜의 몸이 광대하여 삼세에 두루 들어가며, 경계가 즈음이 없어 허공과 같은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수나요 그 나라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가릉가숲이요, 거기 비구니가 있으니 이름이 사자빈신이니라.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사자빈신 비구니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가 떠나가다가 저 나라에 이르러 이 비구니를 두루 찾았다. 한량없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 비구니는 승광왕이 보시한 햇빛동산에서 법을 말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하느니라????고 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그 동산에 가서 두루 살펴보았다. 그 동산에 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보름달이요, 형상은 누각과 같고, 큰 광명을 놓아 한 유순을 비추었다. 또 잎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덮음이었고, 모양은 일산 같고 비유리 검푸른 광명을 놓았다. 
 또 꽃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화장이었다. 모양이 높고 커서 설산과 같으며, 여러 꽃비를 내려 다함이 없는 것이 도리천의 파리질다라 나무와 같았다. 
 또 단 이슬 과실 나무가 있으니 모양이 금산과 같아서 항상 광명을 놓으며 갖가지 과실이 구족하였다. 또 마니보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장이요, 형상이 비길 데 없으며 심왕마니보배가 맨 위에 있고 아승기 빛깔 마니보배가 두루 장엄하였다. 또 의복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청정이요, 가지각색 의복이 널리어 장식하였다. 또 음악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환희요, 음성이 아름다워 하늘 풍류보다 훌륭하였다. 또 향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장엄이요, 항상 묘한 향기를 내어 시방에 풍기며 걸리는 데가 없었다. 
 동산에는 또 냇물과 샘과 못이 있으니 모두 칠보로 장엄하였고, 흑전단 앙금이 가운데 쌓이고 상품 금모래가 밑에 깔렸으며 팔공덕수가 가득히 찼는데, 우발라꽃·파두마꽃·구물두꽃·분타리꽃들이 위에 덮이었다. 
 한량없는 보배 나무가 행렬을 지어 둘러서고 나무 밑에는 사자좌를 놓았으니, 갖가지 보배로 장엄하고 하늘 옷을 펴고 묘한 향기를 풍기며, 보배 비단을 드리우고 보배 휘장을 쳤으며, 염부단금 그물을 위에 덮었고 풍경은 바람에 흔들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 
 어떤 나무 아래는 연화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향왕마니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용장엄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보사자취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비로자나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시방비로자나마니왕장(十方毗盧遮那摩尼王藏) 사자좌를 놓았는데, 낱낱 사자좌마다 각각 십만 사자좌가 둘리어 있고 각각 한량없는 장엄을 갖추었다. 
 이 큰 동산에는 여러 보배가 가득 찼으니 마치 바다 가운데 있는 보배섬과 같았고, 가린타 옷이 땅에 깔렸으니 보드랍고 아름다워 발이 편안하여, 밟으면 들어가고 들면 나오며, 한량없는 새들이 화평한 소리를 내며, 보배 전단숲에는 가장 훌륭하게 장엄하고 가지각색 꽃이 끊임없이 내리는 것은 제석천왕의 꽃동산 같고, 비길 데 없는 향기가 항상 풍기는 것은 제석천왕의 선법당 같았다. 
 여러 음악 나무와 보배 다라나무에서는 보배 풍경이 묘한 소리를 내는 것이 자재천의 선구천녀가 노래하는 것 같았고 여러 여의수에는 가지각색 옷이 드리워 장엄하여 큰 바다에 한량없는 빛이 있는 것 같았으며, 백천 누각에는 여러 보배로 장엄한 것이 도리천궁의 선견성과 같았고, 보배 일산을 멀리 받은 것은 수미산과 같고 광명이 널리 비치는 것은 범천왕의 궁전과 같았다. 
 그 때 선재동자가 이 동산을 보니, 한량없는 공덕과 가지가지 장엄이 모두 보살의 업보로 이루어지고 세상에서 벗어난 선근으로 생기고 부처님들께 공양한 공덕으로 되었으므로 모든 세간에서 같을 이가 없었다. 이것이 다 사자빈신 비구니가 법이 눈어리와 같음을 알면서도 넓고 크고 청정한 복덕과 착한 업을 쌓은 원인으로 생긴 줄을 알았으며, 삼천대천세계의 하늘·용의 팔부신중과 한량없는 중생이 이 동산에 모여와도 비좁지 않았으니, 왜냐하면 이 비구니의 부사의한 위덕과 신통으로 생긴 연고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가 모든 보배 나무 아래 놓인 사자좌에 두루 앉아 있음을 보았다. 몸매가 단정하고 위의가 고요하며 여러 감관이 조화하여 큰 코끼리왕 같고, 마음에 때가 없음이 깨끗한 못과 같으며, 구하는 대로 베풀어 줌이 화수분과 같고, 세상 법에 물들지 않음은 연꽃과 같으며, 마음에 두려움이 없기는 사자왕과 같고, 깨끗한 계율을 보호하여 흔들리지 않음은 수미산과 같으며, 보는 이마다 서늘케 함은 묘한 향과 같고, 여러 중생의 번뇌를 덜어 줌은 설산에 있는 전당향과 같으며, 보는 중생의 괴로움이 소멸함은 선견약과 같고 보는 이마다 헛되지 않음은 바루나 하늘과 같으며, 모든 선근을 길러 줌은 기름진 밭과 같았다. 
 낱낱 사자좌에 모인 대중도 같지 아니하고 말하는 법문도 각각 달랐다. 어떤 자리에는 정거천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대자재천자가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다함이 없는 해탈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범천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애락범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넓은 문이 차별하고 청정한 음성바퀴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타화자재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자재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보살청정심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선변화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선변화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모든 법을 좋게 장엄함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도솔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도솔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심장이 돌음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수야마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수야마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그지없는 장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삼십삼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제석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싫어 떠나는 문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백광명용왕·난타용왕·우바난타용왕·마나사용왕·이라발난타용왕·아나바달다용왕 등의 용자와 용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사가라용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의 신통한 경계 광명장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야차의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비사문천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중생을 구호하는 광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건달바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지국 건달바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다함 없이 기쁨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아수라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나후 아수라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빨리 법계를 장엄하는 지혜의 문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가루라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빨리 잡는 가루라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모든 생사의 바다를 공포하게 동요함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긴나라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큰 나무 긴나라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부처 수행의 광명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마후라가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암라숲 마후라가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부처의 환희한 마음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한량없는 백천 남자·여자가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썩 훌륭한 행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나찰 무리들이 둘러 앉았는데, 정기를 항상 빼앗는 큰 나무 나찰왕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성문승을 믿고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훌륭한 지혜의 광명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연각승을 믿고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 공덕의 광대한 광명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대승을 믿고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넓은 문 삼매 지혜의 광명문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처음으로 마음을 낸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모든 부처의 서원 덩어리였다. 어떤 자리에는 제이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때를 여읜 바퀴였다. 어떤 자리에는 제삼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고요한 장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사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온갖 지혜를 내는 경계였다. 어떤 자리에는 제오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묘한 꽃 갈무리였다. 어떤 자리에는 제육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비로자나장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칠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두루 장엄한 땅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팔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법계에 두루한 경계의 몸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구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얻은 것 없는 힘의 장엄이었다. 어떤 자리에는 제십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걸림 없는 바퀴였다. 어떤 자리에는 금강저를 든 신장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금강 지혜의 나라연 장엄이었다. 
 선재동자가 보니, 이러한 여러 길에 있는 중생들로서 이미 성숙한 이와 이미 조복한 이와 법그릇 될 만한 이들은 이 동산에 들어와서, 제각기 자리 아래 둘러 앉았는데 사자빈신 비구니가 그들의 욕망과 이해함이 승하고 못한 차별을 따라서 법을 말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였다. 
 왜냐하면 이 비구니는 넓은 눈으로 모두 버리는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불법을 말하는 반야바라밀문과 법계가 차별한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장애를 없애는 바퀴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중생의 착한 마음을 내는 반야바라밀문과 훌륭하게 장엄한 반야바라밀문과 걸림 없는 진실한 광 반야바라밀문과 법계에 원만한 반야바라밀문과 마음 갈무리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것을 내는 광 반야바라밀문에 들어갔다. 
 이 열 가지 반야 바라밀문을 머리로 삼아 수없는 백만 반야 바라밀에 들어갔으며, 이 햇빛 동산에 있는 보살과 중생들은 다 사자빈신 비구니가 처음으로 권하여 마음을 내게 하였고, 바른 법을 받고 지니고 생각하고 닦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한 이들이다. 
 이 때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의 이러한 숲동산·이러한 사자좌·이렇게 거니는 것·이러한 모인 대중·이러한 신통·이러한 변재를 보았고, 또 부사의한 법문을 듣고 광대한 법 구름이 마음을 윤택하게 하여 '내가 마땅히 오른쪽으로 한량없는 백천 바퀴를 돌리라'고 생각하였다. 
 이 때 이 비구니가 큰 광명을 놓아 그 동산과 모인 대중과 장엄에 비추니, 선재동자는 자기의 몸과 동산에 있는 나무들이 오른쪽으로 이 비구니를 도는 것을 보았다. 한량없는 백천만 바퀴를 돌고는 선재동자가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친다 하오니 바라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비구니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을 얻었노라.”
 선재가 말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온갖 지혜를 성취한다 하나이까?”
 “선남자여, 이 지혜의 광명은 잠깐 동안에 삼세의 모든 법을 두루 비추느니라.”
 “거룩하신 이여, 이 지혜의 광명은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비구니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지혜의 광명문에 들어가서 모든 법을 내는 삼매왕을 얻었으며, 이 삼매를 인하여 뜻대로 태어나는 몸을 얻게 되어, 시방 모든 세계의 도솔천궁에 있는 일생보처 보살의 처소에 나아가고, 그 낱낱 보살의 앞에서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공양을 하였으니, 이른바 천왕의 몸과 내지 인간왕의 몸으로 꽃 구름을 들고 화만 구름을 들며, 사르는 향·바르는 향·가루향·의복·영락·당기·번기·비단·일산·보배 그물·보배 휘장·보배 광·보배 등의 모든 장엄거리를 받들어 공양하였느니라. 
 도솔천궁에 계시는 보살에게와 같이, 태에 들어 있고 태에서 탄생하고, 집에 있고 출가하고, 도량에 나아가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고, 바른 법륜을 굴리고 열반에 들며, 이러는 중간에 천궁에 있기도 하고, 용궁에 있기도 하고 사람의 궁전에 있기도 하는 그 여러 여래의 계신 데서 이렇게 공양하였느니라. 
 어떤 중생이나 내가 이렇게 부처님께 공양한 줄을 아는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았으며, 어떤 중생이나 나에게 오면 나는 반야바라밀을 말하여 주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모든 중생을 보아도 중생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지혜 눈으로 보는 연고며, 모든 말을 들어도 말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마음에 집착이 없는 연고며, 모든 여래를 뵈어도 여래라는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의 몸을 통달한 연고며, 모든 법륜을 머물러 가지면서도 법륜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의 성품을 깨달은 연고며, 한 생각에 모든 법을 두루 알면서도 모든 법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이 눈어리 같음을 아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마음에 분별이 없어 모든 법을 두루 알며, 한 몸이 단정하게 앉아서도 법계에 가득하며, 자기의 몸에 모든 세계를 나타내며, 잠깐 동안에 모든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며, 자기의 몸 안에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나타내며, 한 털로 말할 수 없는 부처의 세계를 두루 들며, 내 몸의 한 털구멍에 말할 수 없는 세계의 이루어지고 무너짐을 나타내며, 한 생각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들과 함께 있으며, 한 생각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겁에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험난이요, 그 나라에 보배장엄이란 성이 있고, 그 성중에 여인이 있으니 이름을 바수밀다라 하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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