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권 제39 입법계품 9)
* 바수밀다 여인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큰 지혜의 광명이 비치어 마음이 열리며 생각하고 관찰하여 법의 성품을 보고, 모든 음성을 아는 다라니문을 얻었으며, 모든 법륜을 받아 지니는 다라니문을 얻었으며, 모든 중생의 돌아가 의지할 데가 되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을 얻었으며, 모든 법의 이치를 관찰하는 광명의 문을 얻었으며, 법계에 가득한 청정한 서원을 얻었으며, 시방의 모든 법을 두루 비추는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며, 모든 세계를 두루 장엄하는 자유자재한 힘을 얻었으며, 모든 보살의 업을 널리 발기하는 원만한 서원을 얻고서, 점점 가다가 험난국의 보배로 장엄한 성에 이르러 간 데마다 바수밀다 여인을 찾았다.
성중의 어떤 사람은 이 여인의 공덕과 지혜를 알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동자는 여러 감관이 고요하고 지혜가 명철하며, 미혹하지도 않고 산란하지도 않으며, 앞으로 한 길쯤을 자세히 보면서 게으르지도 않고 집착함도 없으며,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으며, 너그럽고 깊기는 큰 바다와 같으니, 이 바수밀다 여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이나 뒤바뀐 마음이 없을 것이며, 깨끗하다는 생각을 내거나 욕심을 내어서 이 여인에게 반하지도 아니할 것이다. 이 동자는 마의 행을 행하지도 않고 마의 경계에 들어가지도 않고 탐욕의 수렁에 빠지지도 않고 마의 속박을 받지도 아니하여, 하지 아니할 것은 능히 하지 아니할 것이거늘, 무슨 뜻으로 이 여인을 구하는가?'
그 사람들 중에는 이 여인이 지혜가 있는 줄을 아는 이가 있어서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 이 바수밀다 여인을 찾으니, 그대는 이미 광대한 좋은 이익을 얻었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결정코 부처의 자리를 구할 것이며, 결정코 모든 중생의 의지가 되려는 것이며, 결정코 모든 중생의 탐애의 화살을 뽑을 것이며, 결정코 모든 중생이 여자에게 대하여 가지는 깨끗하다는 생각을 깨뜨리게 할 것이다. 선남자여, 바수밀다 여인은 이 성중의 저자 북쪽에 있는 자기의 집에 있느니라.”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즐거워 뛰놀면서 그의 문 앞에 이르렀다. 그 집을 살펴보니, 크고 훌륭하여 보배 담과 보배 나무와 보배 해자가 각각 열 겹으로 둘려 있고, 그 해자에는 향수가 가득하고 금 모래가 깔렸으며, 하늘의 보배 꽃과 우발라꽃·파두마꽃·구물두꽃·분타리꽃들이 물 위에 덮여 피었다.
궁전과 누각이 여기저기 세워졌는데, 문과 창호가 간 데마다 마주 섰고, 모두 그물과 풍경을 베풀었으며, 번기와 당기를 세우고 한량없는 보배로 훌륭하게 꾸미었다.
유리로 땅이 되었는데 여러 가지 보배가 사이사이 장식되었고, 침수향을 피우고 전단향을 발랐으며, 보배 풍경은 바람에 흔들려 소리를 내고 하늘 꽃을 흩어 땅에 깔았으니, 가지가지로 아름다움을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모든 보물 고방은 그 수가 백천이고, 열 군데의 숲 동산으로 장엄하였다.
이 때 선재동자는 그 여인을 보았다. 용모는 단정하고 모습이 원만하며, 살갗은 금빛이요, 눈매와 머리카락이 검푸르러 길지도 짧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욕심 세계의 사람이나 하늘로는 비길 수 없었다. 음성이 미묘하여 범천보다도 뛰어나며, 모든 중생의 갖가지 말을 모두 구족하여 알지 못함이 없었으며, 글자와 문장을 잘 알고 언론이 능란하며, 눈어리 같은 지혜를 얻어 방편의 문에 들어갔고, 보배 영락과 장엄거리로 몸을 단장하고 여의주로 관을 만들어 머리에 썼다.
또 한량없는 권속들이 둘러 모셨으니, 선근이 같고 행과 소원이 같고 복덕의 큰 갈무리가 구비하여 다함없었다.
그 때 바수밀다 여인의 몸에서 광대한 광명을 놓아 그 집의 모든 궁전에 비추니, 이 광명을 받는 이는 모두 몸이 서늘하고 상쾌하였다. 선재동자는 그 앞에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그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탐욕의 짬을 여읨이니라. 그들의 욕망을 따라 몸을 나타내노니, 하늘이 나를 볼 적에는 나는 천녀의 형상이 되어 광명이 훌륭하여 비길 데 없으며, 그와 같이 내지 사람이나 사람 아닌 이가 볼 적에 나도 사람이나 사람 아닌 이의 여인이 되어 그들의 욕망대로 나를 보게 하노라.
어떤 중생이 애욕에 얽매여 나에게 오거든,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면 그는 법을 듣고는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집착 없는 경계의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환희한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와 말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걸림없는 음성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내 손목을 잡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 가는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내 자리에 잠깐만 올라와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해탈한 광명의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살펴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의 활개 뻗는 것을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외도를 굴복시키는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나의 눈이 깜짝이는 것을 보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부처 경계에 광명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나를 끌어안으면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고 떠나지 않는 삼매를 얻느니라. 어떤 중생이 나의 입술만 한 번 빨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모든 중생의 복덕을 늘게 하는 삼매를 얻느니라.
무릇 중생들이 나에게 가까이하면 모두 탐욕이 여의는 짬에 머물러 보살의 온갖 지혜가 앞에 나타나는 걸림없는 해탈에 들어가느니라.”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거룩한 이께서는 어떠한 선근을 심고 무슨 복업을 닦았사온대 이렇게 자재함을 성취하였나이까?”
바수밀다 여인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지난 세상에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고행이었고, 그 나라의 서울은 묘문이었느니라.
선남자여, 그 고행여래께서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서울에 들어오시어 성문의 턱을 밟으니, 그 성안에 있던 모든 것이 진동하며 갑자기 넓어지고 모든 보배로 장엄하며, 한량없는 광명이 서로 비추고, 가지각색 보배 꽃을 땅에 흩으며 하늘 풍류를 한꺼번에 잡히고 모든 하늘이 허공에 가득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 때에 장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이름은 선혜였다. 부처님의 신통을 보고 마음이 깨달아졌다. 남편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보배 돈 한 푼으로 공양하였더니, 그 때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의 시자가 되었다가 나에게 법을 말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탐욕의 짬을 여읜 해탈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그지없이 교묘한 방편의 지혜를 성취하여 그 광대한 광의 경계가 비길 데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선도요, 그 성에 거사가 있는데 이름이 비슬지라니, 그가 항상 전단좌부처님 탑에 공양하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 비슬지라 거사를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점점 가다가 선도성에 이르러 거사의 집에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거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반열반의 짬에 들지 않음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여래가 이미 반열반에 들었다거나, 이렇게 여래가 지금 반열반에 든다거나, 이렇게 여래가 장차 반열반에 들리라거나 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노라. 나는 시방 모든 세계의 부처님 여래들이 필경에 반열반에 드는 이가 없는 줄을 알거니와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일부러 보이는 것을 제외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전단좌여래의 탑 문을 열 때에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의 종자가 다함이 없음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생각마다 이 삼매에 들고, 생각마다 모든 한량없이 훌륭한 일을 아느니라.”
선재동자가 물었다.
“이 삼매는 그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거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삼매에 들고는 차례차례 이 세계의 부처님들을 보았으니, 이른바 가섭불·구나함모니불·구류손불·시기불·비바시불·제사불·불사불·무상승불·무상연화불이니, 이런 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잠깐 동안에 백 부처님을 보고, 천 부처님을 보고, 백천 부처님을 보고, 억 부처님·천억 부처님·백천억 부처님·야유다 억 부처님·나유타 억 부처님을 보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을 차례로 다 보노라.
또 저 부처님들이 처음으로 마음을 내고 선근을 심고 훌륭한 신통을 얻고 큰 원을 성취하고 묘한 행을 닦고 바라밀을 구족하며,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서 청정한 법의 지혜를 얻고 마군들을 항복 받고 정등각을 이루어 국토가 청정하고 대중이 둘러싸고 있음을 보노라.
큰 광명을 놓으며 묘한 법륜을 굴리며 신통으로 변화하는 가지가지 차별을, 내가 다 지니고 내가 다 기억하고 살펴보고 분별하여 나타내노라. 미래의 미륵불 등 여러 부처님과 현재의 비로자나불 등 여러 부처님도 다 그와 같이하며, 이 세계에서와 같이, 시방세계에 계시는 삼세의 모든 부처님·성문·독각·보살 대중들도 그와 같이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들이 얻는 반열반의 짬에 들지 않는 해탈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한 생각의 지혜로 삼세를 두루 알며, 잠깐 동안에 모든 삼매에 두루 들어가며, 여래의 지혜 해가 항상 마음에 비치어 모든 법에 분별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이 다 평등하고, 여래와 나와 모든 중생이 평등하여 둘이 없음을 알며, 모든 법의 성품이 청정함을 알아 생각함도 없고 움직임도 없지만, 모든 세간에 두루 들어가며, 모든 분별을 여의고 부처의 법인에 머물러서 법계의 중생들을 모두 깨우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으로 가면 보달락가산이 있고, 거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의 관자재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리고 게송을 말하였다.
바다 위에 산이 있고 성인 많으니
보배로 이루어져 매우 깨끗해
꽃과 과실 나무들이 우거져 섰고
샘과 못과 시냇물이 갖추어 있는데
용맹하고 장부이신 관자재보살
중생을 이익하려 거기 계시니
너는 가서 모든 공덕 물어 보아라.
그대에게 큰 방편을 일러 주리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 관자재보살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저 거사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저 보살의 해탈하는 갈무리에 들어가고, 저 보살의 생각을 따라주는 힘을 얻었고, 저 부처님들의 나타나시는 차례를 기억하고, 저 부처님들이 계속하는 차례를 생각하고, 저 부처님의 명호의 차례를 지니고, 저 부처님들의 말하시는 법을 관찰하고, 저 부처님들의 갖추신 장엄을 알고, 저 부처님들의 정등각을 이룸을 보고, 저 부처님들의 부사의한 업을 분명하게 알고서, 점점 다니다가 그 산에 이르러 간 데마다 이 대보살을 찾고 있었다.
문득 바라보니, 서쪽 골짜기에 시냇물이 굽이져서 흐르고 수목은 우거져 있으며 부드러운 향풀이 오른쪽으로 쓸려서 땅에 깔렸는데, 관자재보살이 금강석 위에서 가부하고 앉았고, 한량없는 보살들도 보석 위에 앉아서 공경하여 둘러 모셨으며, 관자재보살이 대자대비한 법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게 하고 계시었다.
선재동자가 보고는 기뻐 뛰놀면서 합장하고 눈도 깜짝이지 않고 쳐다보면서 생각하기를 '선지식은 곧 여래며, 선지식은 모든 법 구름이며, 선지식은 모든 공덕의 광이라, 선지식은 만나기 어렵고, 선지식은 십력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다함이 없는 지혜의 횃불이며, 선지식은 복덕의 싹이며, 선지식은 온갖 지혜의 문이며, 선지식은 지혜 바다의 길잡이며, 선지식은 온갖 지혜에 이르는 길을 도와주는 기구로다' 하고 곧 대보살이 계신 데로 나아갔다.
그 때 관자재보살은 멀리서 선재동자를 보고 말하였다.
“잘 왔도다. 그대는 대승의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주고, 정직한 마음으로 불법을 구하고, 자비심이 깊어서 모든 중생을 구호하며, 보현의 묘한 행이 계속하여 앞에 나타나고, 큰 서원과 깊은 마음이 원만하고 청정하며, 부처의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모두 받아 지니고, 선근을 쌓아 만족함을 모르며, 선지식을 순종하여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문수사리의 공덕과 지혜의 바다로부터 났으므로 마음이 성숙하여 부처의 세력을 얻고, 광대한 삼매의 광명을 얻었으며, 오로지 깊고 묘한 법을 구하고,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크게 환희하며, 지혜가 청정하기 허공과 같아서 스스로도 분명히 알고 다른 이에게 말하기도 하며, 여래의 지혜의 광명에 편안히 머물러 있도다.”
이 때 선재동자는 관자재보살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보살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해탈문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으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교화하여 끊이지 아니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에 머물렀으므로 모든 여래의 처소에 항상 있으며 모든 중생의 앞에 항상 나타나서, 보시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말로써 하기도 하고, 이롭게 하는 행으로써 하기도 하고, 같이 일함으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육신을 나투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고, 가지가지 부사의한 빛과 깨끗한 광명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며, 음성으로써 하기도 하고, 위의로써 하기도 하며, 법을 말하기도 하고, 신통변화를 나타내기도 하며, 그의 마음을 깨닫게 하여 성숙케 하기도 하고,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함께 있으면서 성숙케 하기도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을 수행하여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하노니, 모든 중생이 험난한 길에서 공포를 여의며, 번뇌의 공포를 여의며, 미혹한 공포를 여의며, 속박될 공포를 여의며, 살해될 공포를 여의며, 빈궁한 공포를 여의며, 생활하지 못할 공포를 여의며, 나쁜 이름을 얻을 공포를 여의며, 죽을 공포를 여의며, 여러 사람 앞에서 공포를 여의며, 나쁜 길에 태어날 공포를 여의며, 캄캄한 속에서 공포를 여의며, 옮아 다닐 공포를 여의며,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공포를 여의며, 원수를 만나는 공포를 여의며, 몸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며, 마음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며, 근심 걱정의 공포를 여의어지이다 하노라.
또 원하기를, 여러 중생이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일컫거나 나의 몸을 보거나 하면, 다 모든 공포를 면하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런 방편으로써 중생들의 공포를 여의게 하고, 다시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의 모든 원을 깨끗이 하였고, 보현의 모든 행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착한 법을 항상 행하고, 모든 삼매에 항상 들어가고, 모든 그지없는 겁에 항상 머물고, 모든 삼세 법을 항상 알고, 모든 그지없는 세계에 항상 가고, 모든 중생의 나쁜 짓을 항상 쉬게 하고, 모든 중생의 착한 일을 항상 늘게 하고, 모든 중생의 죽살이의 흐름을 항상 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그 때 동방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정취이고, 공중으로부터 사바세계에 와서 철위산 꼭대기에서 발로 땅을 누르니, 사바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모든 것이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다.
정취보살이 몸에서 광명을 놓아 해와 달과 모든 별과 번개의 빛을 가리니, 하늘·용들의 팔부와 제석·범천·사천왕의 광명들은 먹덩이와 같아지고, 그 광명이 모든 지옥·축생·아귀·염라왕의 세계를 두루 비추어 모든 나쁜 길의 고통을 소멸하여 번뇌가 일어나지 않고 근심 걱정을 여의게 하였다.
또 모든 부처님 국토에서 모든 꽃·향·영락·의복·당기·번기를 내리며, 이러한 여러 가지 장엄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중생의 좋아함을 따라 모든 궁전에서 몸을 나타내어 보는 이들을 모두 기쁘게 하였다.
그런 뒤에 관자재보살이 있는 데로 오니, 관자재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정취보살이 여기 오는 것을 보느냐?”
선재는 말하였다.
“보나이다.”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 정취보살을 만나다
이 때 선재동자는 가르침을 받들고 곧 그 보살이 계신 데 나아가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한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하여 주소서.”
정취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넓은 문 빠른 행이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느 부처님에게서 이 법문을 얻었으며, 떠나 오신 세계는 여기서 얼마나 멀며, 떠나 오신 지는 얼마나 오래였나이까?”
정취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일은 알기 어려우니라. 모든 세간의 하늘·사람·아수라·사문·바라문들이 알지 못하느니라. 오직 용맹하게 정진하여 물러가지 않고 겁이 없는 보살들로서, 모든 선지식이 거두어 주고 부처님이 생각하시고 선근이 구족하고 뜻이 청정하여, 보살의 근기를 얻고 지혜의 눈이 있는 이라야, 능히 듣고 능히 지니고 능히 알고 능히 말하느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제가 부처님의 신통하신 힘과 선지식의 힘을 받자와 능히 믿고 능히 받겠사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정취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동방 묘장 세계의 보승생부처님 계신 데로부터 이 세계에 왔으며, 그 부처님 처소에서 이 법문을 얻었고, 거기서 떠난 지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냈느니라.
낱낱 찰나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걸음을 걸었고, 낱낱 걸음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 세계를 지나 왔는데, 낱낱 부처님 세계마다 모두 들어가서 그 부처님께 아름다운 공양거리로 공양하였으니, 그 공양거리는 모두 위없는 마음으로 이룬 것이며, 지음이 없는 법으로 인정한 것이며, 여러 여래께서 인가한 것이며, 모든 보살이 찬탄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저 세계의 모든 중생을 보고 그 마음을 다 알며 그 근성을 다 알고, 그들의 욕망과 이해를 따라서 몸을 나타내어 법을 말하는데, 광명을 놓기도 하고 재물을 보시하기도 하여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조금도 쉬지 아니하였노라.
동방에서와 같이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에서도 그와 같이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넓은 문 빠른 행의 해탈을 얻었으므로 빨리 걸어 모든 곳에 이르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시방에 두루하여 가지 못하는 데가 없으며, 지혜의 경계도 같아서 차별이 없고, 몸을 잘 나투어 법계에 두루하되, 모든 길에 이르고 모든 세계에 들어가며, 모든 법을 알고 모든 세상에 이르러 평등하게 모든 법문을 연설하며, 한꺼번에 모든 중생에게 비추고, 부처님들에게 분별을 내지 아니하며, 모든 곳에 장애함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타라발지라는 성이 있고, 거기 신이 있으니 이름은 대천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 대천신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보살의 광대한 행에 들어가서 보살의 지혜의 경계를 구하며, 보살의 신통한 일을 보고, 보살의 훌륭한 공덕을 생각하고, 보살의 크게 환희함을 내고, 보살의 견고한 정진을 일으키고, 보살의 부사의하고 자유자재한 해탈에 들어가고, 보살의 공덕의 지위를 행하고, 보살의 삼매의 경지를 관찰하고, 보살의 다 지니는 지위에 머물고, 보살의 크게 원하는 지위에 들어가고, 보살의 변재의 지위를 얻고, 보살의 모든 힘의 지위를 이루고서, 점점 다니다가 그 성에 이르러 대천신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대답하기를 '이 성안에 있어서 광대한 몸을 나타내고 대승에게 법을 말한다'고 하였다.
그 때 선재동자는 대천신에게 가서 그의 발에 절하고 앞에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 대천이 네 손을 길게 펴서 네 바다의 물을 움키어 얼굴을 씻으며 황금꽃을 선재에게 흩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은 보기 어렵고 듣기 어렵고 세간에 나오는 일이 드물어서, 중생 가운데 가장 제일이며 사람들 중에 분타리꽃이니라. 중생들의 돌아갈 곳이며 중생을 구원하는 이며, 세간을 위하여 평안할 곳이 되고 세간을 위하여 큰 광명이 되며, 미혹한 이에게 편안한 길을 가리키고, 길잡이가 되어 중생을 인도하여 불법의 문에 들게 하며, 법의 대장이 되어 온갖 지혜의 성을 수호하느니라.
보살은 이와 같이 만나기 어려우니, 오직 몸과 말과 뜻에 허물이 없는 이라야 그 형상을 보고 그 변재를 들으며 온갖 시간에 항상 앞에 나타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해탈을 성취하였으니 이름이 구름 그물이니라.”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구름 그물 해탈의 경계가 어떠하오니까?”
이 때 대천은 선재의 앞에서 금더미·은더미·유리더미·파리더미·자거더미·마노더미·큰 불꽃 보배더미·때 여읜 보배더미·큰 광명 보배더미·시방에 두루 나타나는 보배더미·보배 관더미·보배 인장더미·보배 영락더미·보배 귀고리더미·보배 팔찌더미·보배 자물쇠더미·진주 그물더미·가지각색 마니보배더미·모든 장엄거리더미·여의주더미들을 산같이 나타내었다.
또 모든 꽃·모든 화만·모든 향·모든 사르는 향·모든 바르는 향·모든 의복·모든 당기 번기·모든 음악·모든 다섯 가지 오락 기구를 산더미 같이 나타내며, 또 수없는 백천만억 아가씨들을 나타내고, 대천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물건을 가져다가 여래에게 공양하여 복덕을 닦고, 또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로 하여금 보시바라밀을 배우고 버리기 어려운 것들을 버리게 하라.
선남자여, 내가 그대에게 이런 물건을 보여 주고 그대로 하여금 보시를 행하게 하듯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서도 그렇게 하며, 이 선근으로써 삼보와 선지식에게 공양하고 공경하여 착한 법을 증장케 하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오욕을 탐하여 방일하는 이에게는 부정한 경계를 보여 주고, 어떤 중생이 성 잘내고 교만하여 언쟁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매우 무서운 형상을 보여 주되, 나찰 따위가 피를 빨고 살을 씹는 것을 보여서 놀래고 두려워 마음이 부드럽고 원수를 여의게 하며, 어떤 중생이 혼미하고 게으르면 그에게는 국왕의 법과 도적과 수재·화재와 중대한 질병을 보여서 두려운 마음을 내고 근심과 고통을 알아서 스스로 힘쓰게 하노라.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모든 착하지 못한 행동을 버리고 착한 법을 닦게 하며, 모든 바라밀의 장애를 버리고 바라밀을 구족케 하며, 모든 험하고 어려운 길을 벗어나서 장애가 없는 곳에 이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구름 그물 해탈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제석천왕과 같이 모든 번뇌의 아수라를 항복 받으며, 큰 물과 같이 모든 중생의 번뇌의 불을 소멸하며, 맹렬한 불과 같이 모든 중생의 애욕의 물을 말리며, 큰 바람과 같이 모든 중생의 여러 소견의 당기를 꺾어 버리며, 금강과 같이 모든 중생의 나라는 산을 깨뜨리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갈제국의 보리도량에 땅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은 잘 머무름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을 찾다
그 때 선재동자는 점점 걸어서 마갈제국의 보리도량에 있는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의 처소에 갔다. 백만의 땅 맡은 신들이 함께 있어서 서로 말하였다.
“여기 오는 동자는 곧 부처의 광이니, 반드시 모든 중생의 의지할 곳이 될 것이며, 반드시 모든 중생의 무명 껍데기를 깨뜨릴 것이다. 이 사람이 이미 법왕의 문중에 났으니 마땅히 때 여의고 걸림없는 법 비단을 머리에 쓸 것이며, 지혜 보배의 큰 광을 열고 모든 삿된 이론하는 외도들을 꺾으리라.”
이 때 잘 머무는 땅 맡은 신 등 백만의 신이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추니, 온 땅이 한꺼번에 진동하며 갖가지 보물이 곳곳마다 장엄하며, 깨끗한 그림자와 흐르는 빛이 번갈아 사무치었다. 모든 잎 나무는 한꺼번에 자라나고, 모든 꽃 나무는 한꺼번에 꽃이 피고, 모든 과실 나무는 과실이 모두 익었으며, 모든 강물은 서로 들어가 흐르고, 모든 못에는 물이 넘치며, 가늘고 향기로운 비를 내려 땅을 적시고, 바람은 꽃을 불어다가 위에 흩으며, 무수한 음악을 일시에 잡히고, 하늘의 장엄거리에서는 아름다운 음성을 내니, 소와 코끼리와 사자들이 모두 기뻐서 뛰놀고 영각하니 마치 큰 산이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는 듯하고, 백천의 묻힌 갈무리가 저절로 솟아나왔다.
이 때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잘 왔도다. 동자여, 그대가 이 땅에서 선근을 심었을새 내가 나타나노니, 그대는 보려는가?”
그 때 선재동자는 땅 맡은 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보려 하나이다.”
이 때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이 발로 땅을 눌러서 백천의 아승기 보배 광이 저절로 솟아오르게 하고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보배 광은 그대를 따라다니는 것이니라. 이것은 그대가 옛적에 심은 선근의 과보며, 그대는 복덕으로 유지하는 것이니, 그대는 마음대로 사용하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이니라. 항상 이 법으로 중생들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연등부처님 때로부터 항상 보살을 따라서 공경하고 호위하였으며, 보살들의 마음과 행과 지혜의 경계와 모든 서원과 청정한 행과 모든 삼매와 광대한 신통과 자유자재한 힘과 깨뜨릴 수 없는 법을 살펴보았으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 두루 가서 모든 여래의 수기를 받았으며,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굴리며, 모든 수다라의 문을 널리 말하며, 큰 법의 광명으로 널리 비추어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며, 모든 부처님의 나타내는 신통변화를 내가 모두 받아 지니고 모두 기억하노라.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수미산 티끌 수의 겁을 지나서 장엄겁이 있었는데, 세계 이름은 달당기요, 부처님 명호는 묘안이니, 그 부처님에게서 이 법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법문에서 들락날락하면서 닦고 익히고 증장케 하였으며, 여러 부처님을 항상 뵈옵고 떠나지 않았으며, 이 법문을 처음 얻고부터 현겁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여래·응공·정등각을 만나서 받들어 섬기고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또 저 부처님들이 보리좌에 나아가 큰 신통을 나타내심을 보았으며, 또 그 부처님들이 가지신 모든 공덕과 선근을 보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 법문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부처님을 항상 따라다니면서 모든 부처님의 말씀을 능히 지니며, 모든 부처님의 깊은 지혜에 들어가서 잠깐잠깐마다 모든 법계에 가득하며, 여래의 몸과 같고 부처님의 마음을 내며 부처님의 법을 구족하고 부처의 일을 짓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갈제국의 가비라성에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바산바연지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땅 맡은 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 바산바연지 밤 맡은 신을 찾다
이 때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잘 머무는 땅 맡은 신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보살의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 해탈을 기억하여, 그 삼매를 닦고 그 규모를 배우고 그 유희를 살피고 그 미묘한 데 들어가고 그 지혜를 얻고 그 평등함을 통달하고 그 그지없음을 알고 그 깊이를 헤아리면서 점점 걸어서 그 성에 이르렀다.
동문으로 들어가서 잠깐 섰는 동안에 해는 문득 넘어가고, 마음에 보살의 가르침을 순종하면서 저 밤 맡은 신을 보려 하며, 선지식은 여래와 같다는 생각을 하였고, 또 생각하기를 '선지식으로부터 두루한 눈을 얻어 시방의 경계를 볼 것이며, 선지식으로부터 광대한 지해를 얻어 모든 반연을 통달할 것이며, 선지식으로부터 삼매의 눈을 얻어 모든 법문을 관찰할 것이며, 선지식으로부터 지혜의 눈을 얻어 시방의 세계 바다를 밝게 보리라'고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그 밤 맡은 신이 허공에 있는 보배 누각의 향연화장 사자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몸은 금빛이요, 눈과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용모가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즐거워하며,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몸에는 붉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범천관을 썼으며 여러 별들이 몸에서 반짝거리고, 털구멍마다 한량없고 수 없는 나쁜 길 중생들을 제도하여 험난한 길을 면하게 하는 형상을 나타내는데, 이 중생들이 인간에 나기도 하고 천상에 나기도 하며, 이승의 보리로 향해 가기도 하고 온갖 지혜의 길을 닦기도 하였다.
또 저 털구멍마다 가지가지 교화하는 방편을 보이는데,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법을 말하기도 하며, 성문승의 도를 나타내기도 하고, 독각승의 도를 나타내기도 하며, 보살의 행·보살의 용맹·보살의 삼매·보살의 자재·보살의 있는 곳·보살의 관찰·보살의 사자의 기운 뻗음·보살의 해탈과 유희를 나타내기도 하여, 이렇게 가지가지로 중생을 성숙케 하였다.
선재동자는 이런 일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는 매우 기뻐서 땅에 엎드려 밤 맡은 신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저는 선지식을 의지하여 여래의 공덕과 법장을 보호하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온갖 지혜에 이르는 길을 보여 주소서. 그 길로 행하여 십력의 지위에 이르고자 하나이다.”
그 때 그 밤 맡은 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깊은 마음으로 선지식을 공경하여 그 말을 듣고 가르치는 대로 수행하나니, 수행하는 연고로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나쁜 꾀를 가진 중생에게는 크게 인자한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지 못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는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고 나쁜 두가지 행을 하는 중생에게는 둘이 아닌 마음을 일으키고, 잡되고 물든 중생에게는 깨끗함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삿된 길로 가는 중생에게는 바른 행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용렬한 이해를 가진 중생에게는 큰 이해를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생사를 좋아하는 중생에게는 바퀴 돌기를 버리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이승의 길에 머문 중생에게는 온갖 지혜에 머물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해탈을 얻었으므로 항상 이런 마음과 서로 응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밤이 깊고 사람이 고요하여 귀신과 도둑과 나쁜 중생들이 쏘다닐 때에나, 구름이 끼고 안개가 자욱하고 태풍이 불고 악수가 퍼붓고 해와 달과 별빛이 어두워 지척을 분별 못할 때에, 중생들이 바다에 들어가거나, 육지에 다니거나, 삼림 속에서나, 거친 벌판에서나, 험난한 곳에서 도둑을 만나거나, 양식이 떨어졌거나, 방향을 모르거나, 길을 잃었거나 해서, 놀라고 황겁하여 벗어나지 못하는 이를 보고는 가지가지 방편으로 제도하여 주노라.
바다에서 헤매는 이에게는 뱃사공이 되고 큰 고기·큰 말·큰 거북·큰 코끼리·아수라나 바다 맡은 신장이 되어, 그 중생을 위하여 폭풍우가 멎고 파도가 가라앉게 하고, 길을 인도하여 섬에나 언덕을 보여 주어 공포에서 벗어나 편안케 하고, 또 생각하기를 '이 선근을 중생에게 회향하여 모든 괴로움을 여의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육지에 다니는 중생들이 캄캄한 밤에 무서운 일을 당했을 적에는, 해나 달이나 별이나 새벽 놀이나 저녁 번개나 갖가지 광명이 되기도 하며, 집이 되고 여러 사람이 되기도 하여 위태한 액난을 면하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이 선근을 중생에게 회향하여 모든 번뇌의 어둠을 멸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모든 중생으로서 목숨을 아끼거나 명예를 사랑하거나 재물을 탐하거나 벼슬을 소중히 여기거나 이성에게 애착하거나 처첩을 그리워하거나, 구하는 일을 이루지 못하고 근심하는 이들을 내가 모두 제도하여 괴로움을 여의게 하느니라.
험한 산악 지대에서 조난한 이에게는, 착한 신장이 되어 나타나서 친근하기도 하고, 좋은 새가 되어 아름다운 소리로 위로하기도 하며, 신기한 약초가 되어 빛을 내어 비춰 주기도 하고, 과실 나무를 보여 주고 맑은 샘을 보여 주고 지름길을 보여 주고 평탄한 곳을 보여 주어 모든 액난을 면하게 하느니라.
거친 벌판이나 빽빽한 숲 속이나 험난한 길을 다니다가, 덩굴에 얽히었거나 안개에 싸이어 두려워하는 이에게는 바른 길을 지도하여 벗어나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이 삿된 소견의 숲을 베며 애욕의 그물을 찢고, 생사의 벌판에서 뛰어나며 번뇌의 어둠을 멸하고, 온갖 지혜의 평탄한 길에 들어서서 공포가 없는 곳에 이르러 끝까지 안락케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국토에 애착하여 근심하는 이에게는, 나는 방편을 베풀어 염증을 내게 하고, 또 원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오온에 애착하지 말고 모두 부처님의 살바야 경지에 머무르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고향 마을을 사랑하고 집에 탐착하느라고 어둠 속에서 항상 괴로움을 받는 이에게는, 나는 법을 말하여 싫증을 내고 법에 만족하며 법에 의지하여 있게 하고, 또 생각하기를 '모든 중생이 여섯 군데 마을에 탐착하지 말고 생사의 경지에서 빨리 벗어나 끝까지 온갖 지혜의 성에 머물러지이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캄캄한 밤길을 가다가 방위를 잘못 알아, 평탄한 길에는 험난한 생각을 내고, 위험한 길에는 평탄한 생각을 내며, 높은 데를 낮다 하고 낮은 데를 높다 하여, 마음이 홀리어 크게 고생하는 이에게는, 나는 좋은 방편으로 광명을 비추어서, 나가려는 이는 문을 보여 주고 다니려는 이는 길을 가리키고, 내를 건너려는 이는 다리를 보여 주고, 강을 건너려는 이는 배를 주며, 방향을 살피는 이에게는 험하고 평탄함과 위태하고 편안한 곳을 일러 주고, 쉬어 가려는 이에게는 도시와 마을과 물과 숲을 가리켜 주고, 또 생각하기를 '내가 여기서 캄캄한 밤을 밝혀 주어 세상의 모든 일을 편하게 하듯이, 모든 중생에게 생사의 캄캄한 밤과 무명의 어두운 데를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비추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모든 중생들이 지혜의 눈이 없고 허망한 생각과 뒤바뀐 소견에 덮이어서, 무상한 것을 항상하다 생각하고, 낙이 없는 것을 즐겁다 생각하고, 나가 아닌 것을 나라 생각하고, 부정한 것을 깨끗하다 생각하며, 나다 사람이다 중생이다라는 고집과 오온·십이처·십팔계의 법에 굳이 집착하여, 원인과 과보를 모르고 착하고 나쁜 것을 알지 못하며, 중생을 살해하고 내지 잘못된 소견을 가지며, 부모에게 불효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하지 않으며, 악한 사람·선한 사람을 알지 못하고 나쁜 짓을 탐하고 삿된 법에 머물며, 여래를 훼방하고 바른 법륜을 파괴하는 이들과 보살들을 훼방하고 해롭게 하며 대승을 업신여기고 보리심을 끊으며, 신세진 이에게는 도리어 상해하고 은혜 없는 곳에는 원수로 생각하며, 성현을 비방하고 나쁜 사람을 친근하며, 절이나 탑의 물건을 훔치고 다섯 가지 역적죄를 지으며, 오래지 않아서 삼악도에 떨어질 이들을 '원컨대 내가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의 캄캄한 무명을 깨뜨리고,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여지이다' 하느니라.
발심한 뒤에는 보현의 법을 보여 주고 십력을 일러 주며, 여래 법왕의 경계를 보이고 부처님의 온갖 지혜의 성을 보이며, 부처님의 수행과 부처님의 자재와 부처님의 성취와 부처님의 다라니와 모든 부처의 한결같은 몸과 모든 부처의 평등한 곳을 보여서 그들을 편안히 머물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병에 붙들리기도 하고 늙음에 시달리기도 하며 빈궁에 쪼들리기도 하고 화난을 만나기도 하며 국법을 범하고 형벌을 받게 될 적에, 믿을 데 없어 매우 두려워하는 이들을 내가 제도하여 편안케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법으로써 중생들을 포섭하여 모든 번뇌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과 근심·걱정·고통에서 해탈케 하며,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고 법보시를 항상 행하고 착한 업을 부지런히 지으며, 여래의 청정한 법의 몸을 얻어 필경까지 변천하지 않는 자리에 머물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소견인 숲에 들어가 삿된 길에 머물며, 여러 경계에 잘못된 분별을 내며, 착하지 않은 몸의 업·말의 업·뜻의 업을 행하고 갖가지 잘못된 고행을 부질없이 지으며, 바른 깨달음이 아닌데 바른 깨달음이라 생각하고, 바른 깨달음을 바른 깨달음이 아니라 생각하며, 나쁜 동무에게 붙들리어 나쁜 소견을 내고,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는 것을 여러 가지 방편으로 구호하여 바른 소견에 들어서 인간이나 천상에 나게 하노라.
그러고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이 나쁜 길에 떨어질 중생을 구원하는 것처럼, 모든 중생을 널리 구원하여 온갖 괴로움에서 해탈하고 바라밀인 세상에서 벗어나는 성인의 도에 머물러서, 온갖 지혜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며, 보현의 서원을 갖추어 온갖 지혜에 가까워지며, 보살의 행을 버리지 않고 부지런히 모든 중생을 교화하게 하여지이다' 하노라.
이 때 바산바연지 밤 맡은 신이 이 해탈의 뜻을 다시 펴려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을 받잡고 시방을 관찰하며 선재동자에게 게송을 말하였다.
내가 얻은 이 해탈문
깨끗한 법의 광명을 내어
캄캄한 어둠을 깨뜨리고
때를 기다려 연설하노라.
내가 옛날 그지없는 세월
넓고 큰 인자함을 행하여
여러 세간 두루 덮었으니
불자들은 닦아 배우라.
고요하고 가엾이 여기는 바다
삼세 부처를 내어
중생의 고통 멸하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세간의 낙도 내고
출세간의 낙도 내어
내 마음 즐겁게 하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함이 있는 근심 버리고
성문의 과도 멀리 하며
부처의 힘 깨끗이 닦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나의 눈 매우 청정해
시방세계를 모두 보고
그 세계의 부처님들
보리수 아래 앉으심도 보나니
잘 생긴 몸매로 몸을 장엄하고
한량없는 대중이 둘러 있는데
털구멍에서
가지각색 광명을 내네.
또 모든 중생들은
여기서 죽어 저기에 나고
오취에 헤매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더라.
나의 귀 매우 청정해
듣지 못하는 것이 없어
모든 말 바다를
듣고 기억하고
부처님들 법륜을 굴리는
그 음성 비길 데 없어
여러 가지 말과 글자를
모두 기억하고
나의 코 매우 청정해
모든 법에 막힘이 없고
온갖 것에 자유자재해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나의 혀 매우 넓고 크고
청정하고 말을 잘하여
알맞게 묘한 법 말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나의 몸 매우 청정해
삼세가 모두 진여와 평등
중생의 마음을 따라
온갖 것을 모두 나타내.
나의 마음 걸림없이 청정해
허공에 삼라만상 있는 듯
모든 여래를 생각하여도
그러나 분별하지 않아.
한량없는 세계
모든 마음들
근성과 욕락 모두 알지만
그러나 분별하지 않아.
나의 큰 신통의 힘
한량없는 세계 진동하며
가지 못하는 데 없어
억센 중생들 모두 다 조복.
나의 복 엄청나게 커
허공이 다하지 않는 듯
모든 여래를 공양하고
일체 중생을 이익하며
나의 지혜 넓고 청정해
모든 법의 바다 분명히 알고
중생의 의혹 없애나니
그대들 이 문에 들어가라.
나는 삼세 부처들과
모든 법을 모두 알고
그 방편까지 알아
이 문이 넓고 비길 데 없어
낱낱 티끌 속마다
삼세 모든 세계를 보며
그 세계의 부처님 보니
이것은 넓은 문의 힘.
시방세계의 티끌 속마다
노사나부처님
보리수 밑에서 성도하고
법 연설함을 보네.
이 때 선재동자가 밤 맡은 신에게 여쭈었다.
“당신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고, 이 해탈은 언제 얻었사온대, 이렇게 중생을 이익케 하나이까?”
밤 맡은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수미산 티끌 수 겁을 지나서 적정광이란 겁이 있었고, 묘한 보배 내는 세계가 있었는데, 5억 부처님이 그 세계에서 나셨느니라.
그 세계에 한 사천하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 달 등빛이며, 성의 이름은 연꽃빛이며, 그 성에 있는 임금의 이름은 선법도니라. 법으로 교화하여 일곱 보배를 성취하였고 사천하의 왕이 되었으며, 왕의 부인의 이름이 법혜월인데 밤이 깊도록 잠을 잤느니라.
이 때 성의 동쪽에 적주라는 큰 숲이 있고, 그 숲에 큰 보리수가 있으니 이름이 일체광마니왕장엄이었느니라. 그 나무에서 모든 부처님의 신통한 힘의 광명이 솟아 나오는데, 일체법뇌음왕부처님이 그 보리수 아래서 등정각을 이루시고, 한량없는 빛이 있는 광대한 광명을 놓아서 묘한 보배 내는 세계에 두루 비추었느니라.
연꽃빛 성에 밤 맡은 신이 있었으니 이름이 깨끗한 달이었느니라. 왕의 부인 법혜월에게 나아가 몸에 있는 영락을 흔들어 부인을 깨우고 말하기를 '부인이여, 일체법뇌음왕여래가 적주 숲에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시고, 부처님들의 공덕과 자유자재한 신통의 힘과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말씀합니다'라고 하여 부인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부처님과 보살과 성문 대중에게 공양하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그 때 왕의 부인 법혜월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몸이었느니라. 내가 그 부처님에게서 보리심을 내고 선근을 심었으므로 수미산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지옥·아귀·축생의 악취에 태어나지 아니하고, 미천한 집에도 태어나지 아니하였으며, 모든 감관이 구족하고 고통이 없어, 천상과 인간에서 복덕이 훌륭하였고, 나쁜 세상에 나지도 않으며 언제나 부처님과 보살과 큰 선지식을 떠나지 않고 그들의 계신 데서 선근을 심었으며, 80수미산의 티끌 수 겁을 지내면서 안락을 받았지만 보살의 근성을 만족하지 못하였느니라.
이러한 겁을 지내고 또 1만 겁을 지낸 뒤에 이 현겁 전에 근심 없이 두루 비추는 겁이 있었고, 그 세계는 이름이 때 여읜 묘한 빛이었으며, 그 세계는 깨끗하고 더러움이 서로 섞이었으며, 5백 부처님이 나셨는데, 그 첫째 부처님의 이름이 수미당적정묘안여래·응공·정등각이었느니라. 나는 명칭장자의 딸이 되었으니 이름이 묘한 지혜 광명인데 단정하게 생겼었다. 저 깨끗한 달밤 맡은 신은 서원한 힘으로 때 여읜 세계의 어떤 사천하에서 묘당왕성에 태어나서 밤 맡은 신이 되었으니 이름이 깨끗한 눈이었느니라.
나는 어느 때 부모의 곁에서 밤에 잠을 자는데, 그 깨끗한 눈 밤 맡은 신이 나에게 와서 나의 집을 흔들며 큰 광명을 놓고, 그 몸을 나타내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였느니라.
'묘안여래가 보리좌에 앉아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셨다' 하고 나와 부모와 권속들에게 권하여 빨리 가서 부처님을 뵈라 하면서, 길을 인도하고 부처님 계신 데 가서 공양을 성대하게 하였느니라.
나는 부처님을 뵈옵고 곧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를 보고 중생을 조복하는 삼세 지혜의 광명을 내는 바퀴'니라. 이 삼매를 얻고는 수미산 티끌 수의 겁을 기억하며, 그 동안에 부처님들이 나심을 보았고, 그 부처님이 묘한 법을 말씀함을 들었으며, 법을 들은 연고로 곧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을 얻었느니라.
이 해탈을 얻고는 나의 몸이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이름을 보았으며, 저 세계에 있는 부처님들도 보고, 또 나의 몸이 그 부처님 계신 데 있음을 보았으며, 또 그 세계의 모든 중생을 보고 그 말을 알고 그 근성을 알고, 지난 옛적에 선지식의 거두어 주었음을 알았으며, 그들이 좋아하는 대로 몸을 나타내어서 그들을 기쁘게 하였느니라.
나는 그 때 거기서 얻은 해탈이 잠깐잠깐 자랐으며, 그와 동시에 내 몸이 백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간 것을 보았고, 또 동시에 내 몸이 천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두루 이름을 보고, 또 동시에 내 몸이 백천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이름을 보았으며, 이와 같이 잠깐잠깐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이르렀고, 그런 세계의 모든 여래를 보았으며, 또 내 몸이 저 부처님들의 처소에서 법을 듣고 받아 지니고 기억하고 관찰하여 결정함을 보았노라.
또 그 부처님들의 예전에 나셨던 일과 큰 서원을 알았으며, 저 여래께서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였고 나도 장엄하였으며, 또 그 세계의 모든 중생을 보고 그들에게 알맞은 몸을 나타내어 교화하고 조복하였느니라. 이 해탈문이 잠깐잠깐 자라서 내지 법계에 가득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의 그지없는 행과 원을 성취하고, 모든 법계 바다에 두루 들어가고, 보살들의 금강 지혜 당기인 자재한 삼매를 얻고, 큰 서원을 내고, 부처의 종자에 머물러 있으며, 잠깐 동안에 모든 큰 공덕 바다를 이루고, 모든 광대한 세계를 깨끗이 장엄하고, 자유자재한 지혜로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고, 지혜의 해로 모든 세간의 어둠을 멸하고, 용맹한 지혜로 모든 중생의 잠을 깨우고, 지혜의 달로 모든 중생의 의혹을 결단하고, 청정한 음성으로 모든 생사의 집착을 끊으며, 모든 법계의 낱낱 티끌마다 자유자재한 신통을 나타내고, 지혜의 눈이 깨끗하여 삼세를 평등하게 보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그 묘한 행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경계에 들어가서 그 자재함을 보이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갈제국 보리도량에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보덕정광이니라.
나는 본래 그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그가 항상 묘한 법으로 나를 깨우쳐 주었느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 선재동자는 바산바연지 신을 향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당신의 청정한 몸을 보오니
좋은 모습 세간에 우뚝 뛰어나
문수사리보살도 같고
보배의 산과도 같네.
당신의 법의 몸 깨끗하여
삼세에 모두 평등하고
세계들도 그 속에 들어가
성립되고 파괴됨이 걸림이 없으며
모든 태어나는 길을 보니
당신의 형상 모두 보겠고
하나하나의 털구멍 속에
별과 달이 각각 나뉘었으며
그대의 마음 넓고 큰 것이
허공 시방세계 두루하듯이
부처님들 그 가운데 다 들어가도
청정하여 분별이 없고
털구멍마다
무수한 광명을 놓아
시방의 부처님 계신 데
장엄거리를 널리 내리고
털구멍마다
무수한 몸을 나타내
시방의 모든 국토에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
털구멍마다
무수한 세계를 보이며
중생의 욕망 따라서
갖가지로 청정케 해
어떤 중생이
이름 듣거나 몸만 보아도
모두 공덕을 얻어
보리를 성취하나니
오랜 세월 나쁜 길에 있다가
비로소 당신 보오며
환희하게 받자올지니
번뇌를 멸하는 까닭.
일천 세계의 티끌 수 겁에
한 터럭 공덕을 찬탄하여도
세월은 끝날 수 있어도
공덕은 다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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