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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좌에 올라 주장자를 세 번 치며 이르시되:

일이삼사오륙칠, 대방광불화엄경.

우리 얼굴에는 두 눈, 두 귀, 콧구멍 둘, 그리고 입이 있다. 이 일곱 개의 구멍이 곧 《대방광불화엄경》이며, 우리의 매일의 삶이 곧 화엄법문이다. 더 나아가, 우주 삼라만상이 끝없이 이 화엄경을 설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손가락 열 개와 발가락 열 개, 얼굴의 일곱 구멍, 대소변의 구멍 그리고 배꼽까지 합치면 이는 숫자 열을 이룬다. 이것이 바로 십신, 십주, 십행을 설하는 중요한 내용이다.

불멸 후 600년이 지나, 서천의 28조 중 14대인 용수보살께서 세상의 온갖 학문을 섭렵하고 발심하여 용궁에서 화엄경 상본, 중본, 하본의 삼본 장경을 모두 보셨다.
상본은 삼천대천세계 미진수 세계와 사천하 미진수품으로 이루어졌고, 
중본은 사십구만 팔천 팔백게와 천이백품으로 구성되며, 
하본은 십만게와 사십팔품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로 전해진 경전은 팔십권 경 삼십구품으로, 7처9회에 설한 법문이라 한다.

《대방광불화엄경》의 대의(大意0는 만법을 아우르며 한 마음을 밝히는 것이다.〔銃萬法 明一心〕 
대방광에서 '대'는 우주의 극한까지 헤아릴 수 없는 크기를 의미하며 이는 본래 청정한 마음의 본질적 성품이 끝남이 없음을 뜻한다.
 '방'은 푸른 바닷물을 다 마셔도 이 법문의 깊이를 다 설할 수 없음을 상징한다. 
'광'은 우주의 모든 존재를 초월하며 셀 수 없는 법문으로 응용되고 널리 퍼지는 뜻이다.
이어 '불'은 깨달음의 근원이며 모든 법의 참된 본질을 환히 밝히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법계불, 본성불, 열반불 등의 열가지 뜻의 십의불로 설명된다. 경 안에서 부처는 만물이 부처임을 선언하며, 흙덩이, 똥막대기조차도 부처라 한다.
'화'는 보살의 실천과 공덕을 빛내는 의미를 담는다. 마찬가지로 '엄'은 덕행으로 열 가지 몸을 장엄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경'은 진리의 꿰뚫음과 광명의 길이며 올곧은 법도를 나타낸다.

결국 《화엄경》 제목 일곱 글자는 인간 내면과 우주를 관통하는 포괄적인 진리를 함축하며, 모든 사람이 몸과 마음 안에서 이 화엄법계를 직접 실현하고 있지만 이를 자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마다 자기의 몸과 마음이 본래 이 화엄법요, 원래로 청정하여 물듦이 없는 자리요, 분별과 능소(能所)가 없고 본래 부동지(不動智)의 부처요, 곧 비로자나불이다.
이렇게 이름하는 것도 허물이다.


화엄경 39품에 담긴 대의를 정리하자면:

1. 세주묘엄품부터 여래현상품까지  
날카로운 칼에 떠다니는 머리칼도 베어지고
담너머 뿔이 보이니 문득 소가 있는 줄 안다.

2. 보현삼매품부터 보살문명품까지  
손바닥으로 물을 움키니 달이 손에 뜨고
꽃을 희롱하니 향기가 옷에 그윽히 배었네


3. 정행품부터 십주품까지  
용과 뱀이 함께 숨으니 기틀이 잦아지고
우뢰와 번개가 치니 계략이 황망해 지도다


4. 범행품부터 야마천궁게찬품까지  
봄바람에 잎이 떨어지고 꽃이 피지 않더니
꽃아 피자 또 봄바람에 꽃이 지네

5. 십행품부터 아승지품까지 칠품의 요지  
가는 티끌만큼이라도 거리끼면 구름이 해를 가린 듯 하고
터럭 끝까지도 다 잊어버리면 가을 달이 비추도다


6. 여래수량품에서 입법계품까지 구품의 요지  
구름은 흩어지고 동구는 잠기고 산악은 고요한데
장안에 떨어진 꽃아 가득히 흘러가네


만약 한 번 크게 입을 벌려 시방 세계를 모두 삼킬 수 있다면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점차 수행하여 문으로 나아가야 한다.  
화엄경에는 네 가지 문이 있으니, 신문(信), 해문(解), 행문(行), 증문(證)이라 한다.  
80권 중 11권은 신문을, 41권은 해문을, 7권은 행문을, 21권은 증문을 펼친 것이다.  

화엄경의 교리는 모든 존재와 각자가 지닌 본성 속에 숨겨져 있으며 일상의 밥 먹고 옷 입고 보고 듣는 행위 속에서도 화엄경은 설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이는 드물 뿐이다.  


원앙새를 수놓아 보일지언정
바늘을 주어야 소용이 없네
비록 그러나 그릇 알지 말고 그릇 알지 말지어다

영원토록 푸른 하늘에 떠오른 허공의 달을  
돌로 만든 사람마저 껄껄 웃으며 바라본다네.  

할 한번 하시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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