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修道人(수도인)과 문화민족이 지녀야 할 정신생활"
물은 어디를 가든 필수적이며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은 마시거나 청결을 위해 사용하며, 없어서는 단 한순간도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불교의 진리를 실천하여 정신적으로 더 성장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려면, 비록 진리가 어렵고 멀게 느껴질지라도 꾸준히 수행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불교를 이루어야 한다. 진리는 마치 물처럼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정신적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첫째, 겸손하고 온화하며, 때론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
조금 물질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일이 더 잘 풀릴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부드럽기만 한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부드러움 속에서도 강인한 정신, 마치 강철처럼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내적 강인함은 세속적 성취뿐 아니라 도(道)를 이루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물질적 욕심에 얽매이지 않고, 물질을 초월한 불타의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이 싹틀 수 있다.
둘째, 모든 사물에 순응하며, 일을 마친 뒤 마음이 평온해야 한다.
우리의 본래 심성(心性)은 변화무쌍한 환경에 휩싸여도 그 본질적 자리에는 변화가 없다. 이 깨달음을 통해 심성이 원래 모습 그대로 자유롭고 자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마음이 평온함을 유지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양심이 우리의 참된 부처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양심이야말로 바른 길로 인도하는 지혜이며, 이 지혜를 따라 생활하면 자연히 평온을 얻을 수 있다.
셋째, 고운 말을 쓰고, 해로운 말이나 망령된 생각을 삼가야 한다.
악한 말이나 거짓말은 갈등과 불화를 촉발시킨다. 주변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언어를 정화하고 공적 예의를 지켜 타인과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언어의 순화를 통해 현대 사회에 만연한 불신 풍조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지나치게 슬픔이나 기쁨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삶에는 늘 희로애락이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지나친 감정에 치우치면 몸과 마음이 무너진다.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긍정적이고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되찾아 낙천적으로 삶을 대해야 한다. 지나친 기쁨 또한 몸과 마음에 손상을 줄 수 있기에 절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다섯째, 이익 없는 일에 힘을 쏟지 말고 해로운 행동을 멀리해야 한다.
겉보기에 단순한 진실이라 해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일에 얽매이지 않고 지혜롭게 선택하면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수행자 역시 오욕(五欲)에 마음이 걸려 있다면 이를 깨끗이 비워야 공부에 진전이 있다.
여섯째, 호흡을 고르고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라면 몸과 마음을 고르게 하여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정법(正法)을 믿는 사람으로서 몸을 소중히 돌보며 건강한 생활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일곱째, 마음을 집중하고 망념을 없애야 한다.
참선은 단순히 생각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화두(話頭) 같은 도구를 통해 깊은 집중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행자는 서두르기보다 참선 중 분별과 망상을 극복하며 자신만의 고요와 깨달음을 점차적으로 이뤄나가야 한다.
일곱 번째로는 정밀하고 꾸준히 선정(禪定)을 익혀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며 망념을 없애야 한다. 평소 마음이 잠잠하여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도 참선을 시작하면 잠시 후 망상과 분별이 끓어오르듯 이 생각 저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하던 기억마저 떠오르며 정신이 하나로 집중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죽은 마음, 산란한 마음, 생멸(生滅)에 흔들리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용맹한 장군이 아무런 울타리나 방해물도 없는 곳에서 칼을 들고 굳게 서 있어 그 누구도 감히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것처럼, 우리가 들고 있는 화두(話頭) 또한 그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오직 간절히 화두를 붙들고 있다면 망상이라는 도둑이 침범할 수 없다.
공부를 서둘러 하려는 마음에 기운이 머리로 몰리면 두통으로 공부를 이어가기 어렵다. 그러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미 닭이 알을 품듯이 조용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행에 임해야 한다. 옛사람들도 '닭이 병아리를 까듯이 공부를 이어가라'고 말했는데, 이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묘한 가르침임을 알 수 있다. 급한 마음으로 공부하다 상기(上氣)가 오르면 바르게 자세를 잡고 앉아 단전(丹田), 즉 배꼽 아래 약 세 치 되는 부분에 중심을 두어라. 그러면 단전이 튼튼해지고 몸도 건강해지며, 심호흡을 통해 상기가 내려가게 될 것이다.
여덟 번째로는 앉고 눕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게으름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의 몸은 습관대로 따라 움직인다. 몸의 신경과 여러 기관은 매우 영리하기 때문에 수행자가 공부를 함에 있어 좋은 생활 습관은 필수적이다. 이는 단지 수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연구를 하거나 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모두 해당한다. 몸과 마음을 언제나 맑고 가볍게 유지하며 잠, 음식, 명예, 재물, 성욕 등 각종 쾌락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고, 충분히 자고 먹으면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한다. 공부를 지속하다 보면 결국 마음과 경계가 모두 비워지는 지경에 다다르게 된다. 이때, 극도로 고요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앞뒤 생각이 완전히 끊어질 순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화두 자체를 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들리는 단계에 이르게 되며, 이는 공부에 있어 큰 진전을 의미한다.
죽은 자식이 여전히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듯, 화두 또한 늘 생각 속에 두어야 한다. 화두를 마치 여든의 노파가 유일한 외아들을 잃고 그리워하듯 간절히 붙잡아야 한다. 그렇게 전심전력으로 임하면 화두가 눈앞에 생생히 떠오르게 된다. 강철도 섭씨 삼천도에서는 녹아내리듯, 한평생 태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목숨을 걸고 정진해야만 선택한 수행의 길을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아홉 번째로는 착한 공덕을 쌓고 남을 위해 선행을 많이 행해야 한다. 남모르게 쌓은 공덕과 선행은 복을 불러오고 몸을 건강하게 하며 장수의 기반이 된다.
열째는 고생하는 이들을 구하고 재난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이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긍지이며, 반드시 행해야 할 의무이다. 또한, 이는 자비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의 깃발로 영원히 빛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범부가 성인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사회적으로는 악의 근원을 없애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본보기가 된다. 국가적으로는 한 민족의 번영과 문화의 발전을 상징하고, 인류가 지녀야 할 기본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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