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헌종 황제 원화 11년, 장안에서 멀지 않은 섬서 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지역은 불법(佛法)이 아직 전해지지 않아 사람들이 불법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이에 보현보살은 늙은 어머니로, 관세음보살은 보덕각시라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처녀로 모습을 바꾸어 이곳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고, 그 아름다운 처녀를 보고자 중매가 잇따랐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몰려올 정도로 그녀의 아름다움은 소문이 파다했다.
어느 날, 보덕각시는 중매쟁이들과 자신에게 장가들고 싶어 하는 총각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잘생긴 사람도, 돈 많고 권세 있는 사람도 바라지 않소. 다만 재주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시집을 가겠소. 그런데 각자가 어떤 재주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 시험을 보겠소. 《법화경》 보문품을 단 반나절 만에 외우는 사람에게 시집갈 것이오."
그녀는 보문품을 내주었고, 경을 외우려는 사람들로 온 마을이 북적였다. 반나절 뒤, 보문품을 외운 사람이 무려 50여 명이나 되었다. 이에 보덕각시는 "나의 몸은 하나인데 50명과 결혼할 수는 없으니, 또 한 번 시험을 보겠다"고 하며 이번엔 《금강경》을 내주었다. "이 경을 하룻밤 만에 외우는 사람에게 결혼하겠소"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밤새 론독에 몰두했다. 다음 날이 되니 이번에는 100명이 경을 외웠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법화경》 전체를 사흘 만에 외우는 사람에게 시집가겠소." 많은 사람들이 밤낮없이 경을 외우기 시작했지만, 경전의 방대함 때문에 일곱 권 전체를 외우지 못했다. 결국 단 한 명, 마랑이라는 이가 사흘 만에 모두 외웠고, 그녀는 마랑과의 결혼을 약속하며 잔칫날을 정했다.
마침내 잔칫날이 되었고, 장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이들의 친척들, 그리고 소문을 들은 구경꾼들까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잔치를 시작하기에 앞서 보덕각시는 "내가 대례를 올리려면 몸이 편안해야 하니 잠시 쉬었다 나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가 보니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에 백골만 남아 있었다.
이를 본 마랑은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큰 발심과 원력을 세웠다. 그는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교의 깨달음을 추구하기로 결심했고, 이는 보덕각시와 보현보살이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해 펼친 계략이었다.
어느 날 한 신선 같은 풍모의 노인이 보덕각시의 무덤을 찾겠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그를 안내했다. 그는 주장자로 무덤을 파헤쳤는데, 그 안의 백골이 모두 황금고리로 변해 있었다. 노인은 주장자에 뼈를 꿰어 허공으로 올라갔으며, 이는 곧 보현보살이었다. 그는 신통한 능력으로 이러한 일을 벌여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고 마랑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연극처럼 꾸민 것이다.
마랑은 아름다운 신부에게 시집갈 욕심으로 《법화경》을 외웠지만, 결국 그녀의 죽음을 보고 인생이 환영과 같으며, 물거품, 꿈, 번갯불, 풀잎 위의 이슬처럼 덧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천천의 찬 화상이 이에 대해 송(頌)을 읊었다.
요염히 머리를 흩날리며
여러 낭군을 홀려서 법화를 외이게 했네
한줌의 뼈를 둘러메고 간 후에
알지 못해라 밝은 달 뉘 집에 떨어졌나
丰姿窈窕鬢倚斜
賺殺郎君念法華
一把骨頭桃去後
不知明月落誰家
그 마음이 정해져야 천하의 변함을 알고, 그 마음이 평등해야 천하의 일을 의논하고, 그 마음이 비어 있어야 천하의 착한 것을 받아들이고, 그 마음이 커야 천하의 물건을 용납할 수 있다.
우리가 마음하나 잘 쓰면 온갖 것이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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