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좌에 올라 주장자를 세 번 치고, 한참 묵묵히 있다가 이르시기를
하늘이 높으니 사람이 헤아릴 수 없고
땅이 두터우니 누가 어찌 알겠는가
흰 구름은 조각조각 산마루를 지나고
물은 잔잔히 시내 아래로 흐르네
天高人莫測
地厚誰寧知
白雲片片嶺頭過
流水潺潺澗下流
누구든지 활발하게 산 정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한다.
낙엽이라도 아주 활기로워서
하늘에 가득한 바람과 비에 훨훨 난다
落葉方能生活氣
滿天風雨碧空飛
그러므로 낙엽이 땅에 떨어져 있을 땐 사람들에게 밟히고 개에게 짓밟혀 별다른 가치가 없어 보이지만, 바람과 비에 의해 청명한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곤 한다. 낙엽도 이렇게 하늘을 향해 가볍게 흩날리는데, 만물 중 가장 지혜로운 인간이 약간의 실패를 겪었다 해서 근심에 빠져만 있어야 하겠는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이다.
자주 소옥이를 부르지만 소옥에게는 일이 없다
다만 낭군에게 들어오라 알리는 소리일 뿐
頻呼小玉元無事
只要檀郞認得聲
이 시와 관련된 일화는 참으로 흥미롭다. 양귀비가 밤마다 자신의 몸종 소옥이를 부르는 것은 사실 그의 애인 안록산을 부르기 위한 암호였다. “소옥아, 소옥아”라는 부름이 바로 그것이며, 이 시를 소염시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오조 법연 스님과 그의 제자 극근 선사에 이르는 깨달음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부처님이 설법하시러 사자좌상에 앉았을 때, 외도가 찾아와 물었다.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이는 유무의 구분에 대한 답을 원한 것이다. 그러자 부처님은 아무 말 없이 침묵하셨다가 법좌를 내려오셨다. 이를 본 외도는 깊이 절하며 말했다.
“참으로 좋은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물러나자, 아난존자가 물었다.
“그 외도가 무엇을 깨닫고 간 것입니까?”
부처님은 담담히 말씀하셨다.
“천리마는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잘 달린다.”
삶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일은 바로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바쁜 것을 바쁘지 않다 하고, 바쁘지 않은 것을 바쁘다고 여긴다. 이는 마치 절의 화장실인 휴급소의 의미와도 닿아 있다. 아무리 분주하더라도 기본적인 생리현상부터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잠시 멈추며 급함을 쉬어 가라고 이름붙였던 것이다.
또한 화장실을 해우소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걱정을 푸는 곳이라는 뜻이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것을 배출해야 비로소 속이 편안해진다.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하찮은 생각이나 어두운 생각이 가득 차 있다면 이를 비워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맑아지고 평안해질 수 있는 것이다.
대·소변처럼 평범한 일이 사소하게 느껴질지라도, 사실 그것은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는 결코 작지 않은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다.
여러분이 자고 나서 세수를 하고 화장도 하지만, 마음 가운데 때가 있고 없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루에 한 번씩만 내 마음 가운데 하찮은 생각이 있나하고 살펴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무생곡의 한 대목을 떠올려 본다.
"동천에 걸린 달이 우주의 만상을 비추고,
영축산 높은 봉에 너의 모습이 드러나네.
만고의 불멸 정신은 너에게도 깃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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