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려 모든 일이 차분하고 조화를 이루니, 모심기를 마치고 채소들이 무성히 자라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다. 아난의 합장과 가섭의 눈썹 미소가 어우러지는 그 시절이 떠오르니, 이는 곧 영산회상의 모습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한 번 특이한 일이 있다며 선상을 가볍게 치셨다. 영산회상에서 행하신 삼처전심 중,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신 것은 단순한 행위로 보이나, 이를 진정으로 이해하면 곧 구족다문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은 말과 글로 표현되지 않으며, 종사가 법상에 오르기 전에도 이미 완성된 진리요, 청중이 자리에 앉기 전에 이미 성립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족다문의 본질이며, 이를 통해 참선가의 미묘한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부처님의 진리 법문은 참으로 귀하고 만나기 어렵다. 그러나 한 번 들으면 마치 천 년간 어두운 방에 등불이 켜지고, 오래된 탁한 물에 수청주가 떨어진 것과 같다. 수청주는 아무리 더러운 물속에서도 그대로 맑음으로 이끄는 보배로운 구슬이다. 이러한 법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금생의 번뇌와 죄업이 사라지며 맑은 깨달음으로 인도된다.

이 대승법문은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여래장에 새겨진다. 이는 훗날 삶의 갈림길에서 밝은 길로 이끌어주는 영혼의 길잡이가 된다. 일상에서 어려움이나 장애물이 나타날 때, 물이 바위나 돌에 부딪혀도 흐름을 멈추지 않듯 용기를 내어야 한다. 깊은 구덩이를 만나면 잠시 고여 흘러가는 물처럼, 사람 역시 난관을 극복할 의지가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어떠한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부처님의 법문은 짐승이나 새조차 듣고도 편안함을 느끼고 해탈의 기쁨을 얻는다. 이는 그 어떤 염착이나 탐진치로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한 말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듣는 것만으로도 내면을 정화시키고 위안을 준다.

본래 이 자리는 고요한 곳이다. 다만 스스로 혼탁함을 일으켜 흔들리게 만드는 것이다. 고요함 속에서는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며, 내면의 복잡함은 맑아지고 밝아지며 결국 진리를 통하게 된다.

봄날의 씨앗처럼, 나락이 썩지 않으면 싹이 트지 않는다. 단 한 알의 나락이 썩어야 벼가 무성히 자라고 추수 때에는 수백 개의 낱알을 맺는다. 촛불과 향 역시 자신을 태워 빛과 향기를 낸다.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더 나아가 세계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헌신한다면 화평과 덕망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는 나락이 썩어 새로움을 꽃피우는 이치와 같다.

봄을 찾아 헤매며 다녔지만 허탕에 불과했다. 지친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을 때, 후원의 매화 가지를 붙잡고 향기 속에서 이미 온전히 꽃핀 봄을 느꼈다.  
세상 밖에서 찾으려 했던 봄이 사실은 자신에게서 멀어진 적 없이 가까이 있었다는 깨달음처럼, 삶의 진리는 스스로 안에 있음에도 멀고 희미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봄이 와서 봄을 찾으러 아무리 다녀도 허탕만 치고
공연히 짚신 신고 이 산 저 산으로 헤매었네
집에 돌아와 웃으며 후원 매화 가지를 휘어 잡아 향기 맡으니
가지마다 봄은 이미 무르녹았네

盡日尋春不見春
芒鞋遍踏龍頭雲
歸來笑撚梅花臭
春在枝頭已十分

봄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앞뜰의 매화나무 가지를 보니, 활짝 핀 꽃과 그 향기 속에 봄이 이미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는 맑고 신비로워 무엇이라 단정할 수 없는 특별한 자리였지만, 사실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 자신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본래 내 안에 항상 있었던 그 자리, 소소영령한 본래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천 리, 만 리나 떨어져 있거나 어둠 속에 가리워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