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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좌에 올라 주장자로 법상을 세 번 치시며 말씀하시기를,

주장자 머리엔 눈이 있어서 그 빛이 태양처럼 밝도다. 
순금은 불에 넣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棒頭有眼明如目, 要識眞金火裡看]

예로부터 길에서 도를 이룬 이를 만났을 때 말과 침묵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대중들은 무엇으로 이 도인을 맞이하겠는가? 지혜로운 이는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깨닫는다 하였다.

옛날 임금 곁을 섬기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영리함이 대단하여 ‘선타파(仙陀婆)’라 부르기만 해도 명령을 기다릴 것 없이 밥을 가져오고, 또 부르면 차를 가져오는 등 임금이 바라는 바를 미리 알아서 준비했다. 임금의 마음을 읽는 그 도리는 마치 번갯불에 바늘귀를 꿰는 것처럼 신속했으나, 오히려 느리다고도 할 것이다.

도를 듣고 믿지 못하더라도 부처를 이룰 인연을 쌓음이요, 배우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인간과 천상의 복보다 더 뛰어난 것이다. 금강석을 삼킨 것처럼 굳건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마음밭에 심으면, 보리의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되리.

마음은 본래 맑으나 망상의 얇은 구름에 가리어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황벽 스님께서 이르기를, "혼란스러운 번뇌에서 벗어나는 일이 평범치 않으니 진정으로 마음을 깨달아 공부에 임해야 한다. 이 공부가 뼈에 사무치는 고통과 함께하지 않으면 어찌 매화의 향이 코끝을 찌르는 경지를 느낄 수 있겠는가?"라 하셨으니, 참으로 절실하고 중요한 말씀이다. 마음의 꽃을 피우려면 온몸을 던져 고통과 노력의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매화가 차가운 눈 속에서 꽃피우면 그 향기는 더욱 진하고 깊어지듯이, 수행자가 고된 노력 끝에 도를 깨달으면 마음의 빛이 세상을 두루 비춘다. 진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 어찌 말로써 도를 담아낼 수 있단 말인가?

물고기가 천 개의 강물을 뛰놀고 
용이 만 리 구름 위로 올라가네. 
[魚躍千江水, 龍騰萬里雲]

이토록 멋진 말을 던지고 나니 대중들이 아무 말 없기에, 내가 대신 한 마디 하겠다.

참 멋있구나.

그리하고 크게 할 하신 뒤 법좌에서 내려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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