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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立限示衆

 
오음산 가운데에 마구니는 강성하고 법은 약하여 싸워도 이지기 못한다면 망설이거나 따지는 것은 그만 두고 보검을 완전히 빼들고서 살리느냐 죽이느냐도 묻지 말고 분연히 몸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별이 날고 불이 튀듯이 할지어다. 공이 있으면 상을 줄 것이요 공이 없으면 벌을 줄 것임에 상과 벌이 이미 분명해졌으니 우선 일러 보아라, 오늘 방망이를 맞은 상좌는 상을 받은 것이냐 벌을 받은 것이냐? 만약 여기에서 검은 것과 흰 것을 지적해 낸다면 흥화존장 선사가 대각경연 선사에게 방망이를 맞고서 깨달은 소식을 알게 될 것이다.


9. 示衆
 

참선하며 만약 한정된 날짜에 공을 이루려면 마치 천 길 우물 속에 떨어진 것과 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아침까지 천 갈래로 생각하고 만 갈래로 사량하되 오로지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일 뿐 끝끝내 결코 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이 하라. 정성스럽게 이와 같이 공부하기를 혹은 사흘이나 혹은 닷새나 혹은 이레 동안 하고도 만약 꿰뚫지 못한다면 서봉은 오늘 대망어大妄語를 범했으므로 영원히 혀가 뽑혀 쟁기질을 당하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어떤 때는 열기로 시끌시끌하고, 어떤 때는 냉기로 차디차며, 어떤 때는 마치 나귀를 끌고 우물에 들어가는 것 같으며, 어떤 때는 마치 물길을 따라 돛을 펴는 것과 같으니, 이 네 마구니가 거듭 번갈아 해치기에 드디어는 배우는 이들로 하여금 집을 잊고 살림을 잃게 하므로, 서봉은 오늘 간략히 한 계책을 베풀어 여러분들에게 주어 그 자취를 쓸어 없애주려 하노라. (한참 있다 말하기를) 捷!
 
여러분들이 10년이고 20년이고 무명초를 뽑고 교화의 바람을 우러르되 부처되는 성품을 보지 못하고 흔히들 모두 혼침과 산란에게 씌움을 당했다고 말하는데 이 혼昏‧침沉‧도掉‧거擧 네 글자는 그 자체가 바로 불성인 줄은 전혀 알지 못하는구나. 아 슬프도다! 미혹한 사람은 알지 못하여 망령되이 스스로 법에 집착하여 병을 이루고는 병으로 병을 공박하니, 마침내 불성으로 하여금 구하면 구할수록 더욱 멀어지게 하고 급하면 급할수록 더욱 더디어지게 만들었다. 설령 한 사람 절반이라도 빛을 돌이켜 비추어 보아 당장에 그릇된 줄 알아서 확연히 약과 병을 모두 잊고 눈동자를 돌출시켜 달마가 홑으로 전한 뜻을 훤히 밝혀내고 본래의 불성을 철저히 봤더라도 서봉이 점검한 것에 의거해 본다면 아직도 생사 언덕의 일일 뿐이다. 만약 위로 향하는 외가닥 길을 말한다면 모름지기 저 푸른 산 밖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바로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아서 오르기를 한 상앗대 만큼하면 열 상앗대 만큼 물러나고, 오르기를 열 상앗대 만큼하면 백 상앗대 만큼 물러나니 노를 저으면 저을수록 더욱 물러나게 될 것이지만, 물러나고 또 물러나 설령 큰 바다 끝까지 물러났더라도 뱃머리를 거두어 돌려 결정코 또한 저 중간을 향해 노를 저어 올라가야 함과 같이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지조와 방략을 갖추었다면 그것이 바로 집에 도착한 소식이다. 마치 사람이 산에 오름에 각자가 스스로 노력하는 것과 같다. 이 일을 정확하고 실답게 공부하는 절실한 자리는 마치 맞붙어 씨름하는 것과 같아서 실날같은 두려움의 마음이나 가는 티끌 같은 차별된 생각이 가슴속에 있다면 어찌 열 번 씨름하여 아홉 번 지는데 그치랴? 아직 씨름도 붙기 전에 목숨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예속된 것이라 할 것이다. 만약 쇠 눈에 구리 눈동자를 가진 자라면 분하고 원통하여 당자에 한 주먹으로 때려 부수고 한 입에 삼켜 버리려 할 것이니, 가령 몸이 상하고 목숨을 잃어 천생만겁에 이르더라도 마음에 또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상좌들은 과연 이와 같이 그릇된 줄을 알고 과연 이와 같이 채찍질 할 수 있다면 한정된 시일내에 공을 성취할 것이 결단코 의심치 않으리다. 힘쓰고 힘쓸지니라.

 

10. 晩參

참구하되 모름지기 실답게 참구하고 깨닫되 모름지기 실답게 깨닫고자 한다면 움직이고 구르며 베풀고 행위함에 지금과 예전을 훤히 알아야 할 것이니, 만약 마음가짐이 바르지 못하다면 깨닫는 자리도 참되지 않아 알록달록 꾸며지고 울긋불긋 치장되어 사람들에게 가만가만 구슬림을 당하여 콩을 팥이라 일컫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우선 일러 보아라, 어떤 것이 실답게 참구하고 실답게 깨닫는 소식인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남쪽 산에 구름이 일어나니 북쪽 산에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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